423화
“신경화 교수님이랑 진현수 지휘자님도 인터뷰를 진행하셨어요?”
조성현은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하려 애썼다.
막 자다 일어나서 정신이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건 이미 알겠다.
-네 연주회 끝나자마자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었나 봐요. 오늘 인터뷰하시고, 언론사에서도 곧바로 푼 것 같아요.
“… 뭔가 빠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네요.”
조성현이 머리를 헝클며 말했다.
신경화 교수와 진현수 지휘자가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날 인터뷰를 할 정도면, 확실히 큰일이다.
심지어, 지금은 점심이 막 지난 시점.
그럼 오전에 인터뷰를 하고 곧바로 올라간 거다.
-언론사에서도 지금 이슈화되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노출 시키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음… 제가 따로 알아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정신없는 와중에 조성현은 일단 최우선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려 했다.
-저희 쪽에서도 일단 홍보팀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고… 따로 알아야 할 사항은.
장현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
조성현은 그녀가 말을 이어나가기를 기다렸다.
-클래식 판에서 현직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꽤 많이 이 논란에 참여하고 계시거든요.
“신 교수님이랑 진 지휘자님처럼 인터뷰하시고 그러시는 상황인가요?”
-아뇨, 각자 SNS를 보통 운영하시니까요. 박재명 한국 예술 대학교 교수님도 SNS에 채윤이 응원하는 글을 올리셨고….
박재명이면, 익숙한 이름이다.
채윤이의 반 친구인 박준호의 아버지이기도 하니까.
신경화 교수와 같은 학교에서 재직 중인 교수였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박준호라고, 채윤이랑 같은 반 친구가 있어요.”
-아… 어, 그리고 외국 바이올리니스트인 실비아 가르시아도 본인 SNS에 채윤이가 피아노 치는 영상을 공유했고요.
조성현의 설명에 장현아가 납득했다는 듯 가볍게 소리를 흘리고는 말을 이었다.
실비아 가르시아는 조성현도 그렇고 채윤이도 몇 번 본 적 있는 얼굴이었으니, 그녀가 응원해주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게시글을 올려줬다는 게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동시에… 실비아가 알 정도로 빠르게 일이 확산되고 있다는 걸 알려 주는 일이기도 했다.
“… 진짜 본격적으로 일이 터지고 있는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조성현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정세연 피아니스트까지 가세해서 채윤이 쪽으로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고…
“클래식 쪽에서 현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저희 이번 무대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말이죠?”
-네, 대부분 긍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이긴 해요. 몇몇 의심쩍어하거나 물론 변화는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변화였을까 하고 글을 올리신 분들도 계시긴 한데, 그리 많지는 않고요.
“근데도 분위기가 이렇게 반반 갈린다는 건….”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는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확실히, 이해가 안 될 수 있는 일이다.
뜬금없이 초등학생이 클래식 연주회에서 연주했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 결론을 내리면, 전문가들은 대부분 저희 무대를 지지하고. 비전문가들은 욕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조성현이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누군가를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나누는 것을 안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조성현에게는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그렇게라도 정리를 해본 것이었다.
-어… 네, 그렇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대중들도 서로 반응이 갈리고 있긴해요.
장현아가 말한다.
조성현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괜히 복잡해진다.
여전히 연주회의 여운에 잠겨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큰 폭탄이 떨어져 버렸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한 일이긴 했지만, 이렇게 일이 크게 번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생각 보다 훨씬 커졌네.’
이걸 감내해야 하는 건 결국 조성현과 채윤이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이건 시간이 조금 지나 봐야 상황을 조금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네요.”
논란이 빠르게 점화 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클래식 쪽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거장들이 SNS에 글을 올린 상황이다.
장현아가 파악한 대로라면 클래식 현직 종사자들은 조성현과 채윤이의 무대 출연을 싫어하는 느낌은 아니라고 하니…
그 정도만 되어도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될 수 있으리라.
그들마저 조성현과 채윤이가 무대에 선 것을 비방했더라면 정말 큰일이었겠지만, 상황이 어떻게 되더라도 그들의 편이 되어줄 이들이 있었다.
Pan 엔터테인먼트도 있고, 장현아, 유미, 서예나를 포함해서 신경화 교수와 진현수 지휘자도 있지 않은가.
걱정되면서도,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네, 아마 하루 이틀 정도 더 지나야 조금 더 명확하게 상황이 드러날 것 같아요.
“그럼 조용히 한 번 기다려보죠. 크게 반응하지 말고, 그냥 조심스럽게 우호적인 기사들 많이 내달라고 하고… 혹시 악플 같은 게 달리면, 저장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행 할게요. 아, 그리고… 채널 한 번 확인해보세요.
장현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마무리했다.
조성현은 자신의 앞에 놓인 냉수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은 후, 미튜브 채널에 들어섰다.
그리고.
조성현은 왜 장현아가 미튜브 채널을 확인해보라고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어제 올라온 영상 조회 수, 20만 돌파.
조성현이 그보다 놀란 부분은.
‘14만 명?’
구독자 수가, 14만 명을 넘어섰다.
10만을 넘은 이후 조금씩 오르고 있던 구독자 수였는데, 하루 만에 1만이 넘게 오른 것이다.
새로고침을 한 번 하니, 숫자가 조금 오른다.
눈떠보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말.
그 말을, 조성현은 지금 경험하고 있었다.
“아빠아…?”
채윤이가 얇은 이불을 몸에 두르고 길게 끌고 나온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를 보며, 이 사태를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연주회를 마치고 그저 기분 좋은 상태로 있는 채윤이에게, 온 세상이 자신들 때문에 떠들썩하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과연 아이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응 채윤아. 일어났어?”
조성현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채윤이에게 다가갔다.
아이가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벌린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안아 들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가 헤실헤실 웃음을 흘렸다.
조성현은 결국 그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주말이 지나가 버렸다.
채윤이는 마냥 신이 난 상황이었고,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에게 언론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 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월요일이 찾아오고.
연주회를 끝냈지만 조성현과 채윤이의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조성현은 출근해야 했고, 채윤이는 학교에 등교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채윤이가 학교에 등교를 했을 때.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꽤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멀리서, 박한율이 다가오며 채윤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채윤이 안녕.”
“안녕 오빠.”
“연주회 잘 봤어.”
“봤어?”
“응. 아빠랑 같이 가서 봤지. 너무 잘하더라.”
한율이 웃으며 말했다.
채윤이는 한율의 말에 밝게 웃음을 보였다.
“우리 아빠 바이올린 엄청 잘하지?”
“응. 채윤이도 피아노 엄청 잘 치던데.”
한율이가 거듭 채윤이를 칭찬했다.
채윤이는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평소라면 부끄러워서 부정했겠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생각해도 좋은 연주였었다.
거기에,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에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고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니까.”
“… 응?”
채윤이는 의아한 얼굴로 한율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반응에 한율이는 멈칫거렸다가, 이내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아차 하는 얼굴을 해 보였다.
여전히 채윤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율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앞에 둔 한율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아무것도. 연주회에서 서울 오케스트라랑 같이 연주한 거 너무 좋았다고. 실비아 선생님도 엄청 좋았다고 하시더라.”
“실비아 선생님도 오셨었어?”
“당연하지. 신경화 교수님에다가, 너까지 스페셜 무대에 나온다고 했었는데, 안 갈 수 있을 리가 있나.”
한율이의 말에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린다.
자신의 연주를 실비아가 듣고 엄청 좋았다고 말해준 것이 신이 난 모양.
한율은 그런 채윤이를 잠시 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나는 이제 가볼게.”
“응. 이따가 봐!”
채윤이는 한율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
오자마자 뭔가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묘하게 불편했는데, 한율이가 와서 칭찬하고 가니 다시 기분이 좋아진 채윤이였다.
아이는 자신의 반으로 들어서자마자 다가오는 현서를 끌어안았다.
평소에도 자주 껴안으며 인사를 하는 이들이었기에, 그리 어색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현서의 행동은 채윤이를 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토닥토닥.
조성현이 해줄 만한 행동을, 갑자기 현서가 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위로하듯 등을 토닥거렸던 것.
채윤이는 눈을 깜빡거렸다.
“……?”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현서는 작은 목소리로 채윤이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고생 많았어.”
“… 연주회?”
“응. 내가 뭐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너라면 진짜 잘했을 게 분명하니까. 수고했어.”
“…….”
“다른 사람들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신경화 교수님이나 진현수 지휘자님도 너 연주 너무 좋았다고 막 그랬다면서. 거기에다가 JK? 거기 사장님이 네 연주도 직접 듣고 막 칭찬 했다니까. 다른 사람들 말 신경 쓰지 마.”
현서의 말에도 채윤이는 여전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아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현서를 바라보았다.
현서는 이제는 거의 울먹거리는 듯한 느낌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다 멍청이들이니까….”
“무슨 일 있어?”
“엉?”
채윤이의 물음에 현서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현서를 가만히 살폈다.
“너 아직… 아니야.”
무어라 말하려던 현서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채윤이가 얼른 말해달라는 듯 현서의 손을 잡았고.
현서는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은 현서는 안쓰러운 얼굴로 채윤이를 바라보았고.
또, 모든 것을 들은 채윤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