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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음악천재-478화 (478/603)

478화

떡을 만들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떡방아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민속촌에 있을 법한 물건이지만 조성현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서 묘하긴 했다.

“저렇게 절구랑 절굿공이로 떡 만드는 건 처음 봐요.”

옆에서 장현아가 말한다.

떡방아를 부르는 말은 꽤 다양한데, 형태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조성현은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채윤이가 자신의 몸집만 한 절굿공이를 들어 올리다가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빠르게 앞으로 향했다.

비틀거리는 채윤이를 잡고, 조성현은 절굿공이를 슬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옆에서 직원이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떡 만들기 체험하시게요?”

“아….”

직원의 물음에 조성현은 자신이 들고 있는 커다란 절굿공이를 바라보았다가, 이내 시선을 움직여 채윤이를 보았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고 싶다는 것을 열심히 어필한다.

조성현은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건 그냥 재미로 하는 거라고 보시면 되고. 체험하려면 이쪽 안으로 들어가셔서 해야 해요.”

직원은 건물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고, 결국 일행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떡 만들기 체험을 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안에는 방금 봤던 절구와 공이가 조금 더 작아진 사이즈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채윤이도 힘을 들이면 충분히 들어 올리고, 찧을 수 있는 크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식인 떡은, 쌀로 만들어지는데….”

직원이 친절하게 채윤이를 바라보며 떡을 만드는 방법과, 떡의 역사를 설명해준다.

채윤이는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힐끔힐끔 절구 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누가 봐도 얼른 떡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직원도 그런 기색을 읽은 것인지, 빠르게 설명을 마치고 채윤이에게 나무로 만들어진 절굿공이를 내밀었다.

채윤이가 절굿공이를 들고 해맑게 웃는다.

진짜 저기에, 토끼 귀만 달아놨으면 달토끼의 모습이었을 텐데.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직원이 옆에서 설명해주는 대로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절구를 깨끗하게 씻는 일이었다.

이미 씻어져 있는 절구지만, 혹시 모를 이물질이나 더러운 게 있다면 닦아내야 하니까.

조성현이 커다란 절구를 씻는 동안 채윤이는 절굿공이를 들고 낑낑거리며 절굿공이를 씻었다.

장현아가 채윤이에게 붙어서 씻는 것을 돕고.

“이제 깨끗해!”

채윤이가 절굿공이를 들어 올리며 말한다.

아이의 모습에 직원이 웃음을 보이며, 준비된 재료들을 들어 올린다.

“이건 밥이고, 요건 찹쌀 가루예요. 두 개를 같이 섞어서 떡을 만들 거고….”

직원이 친절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떡이 되기 전의 밥을 살짝 먹어봤는데, 꽤 달달한 게 이미 설탕을 섞어 둔 것 같았다.

“자, 이제 열심히 찧으시면 됩니다.”

직원은 절구에 기름을 잘 바른 후, 떡 재료들을 올리고는 말했다.

직원의 말에 채윤이가 신나서 절굿공이를 들어 올리고는 내려찍었다.

짝.

묘하게 찰진 소리가 나오고.

내려찍는 힘이 약해서 그랬던 건지, 아직 뭐가 제대로 찧어진 상태는 아니었다.

채윤이는 낑낑거리며 다시 절굿공이를 들어 올린 후 내리찧었다.

그렇게 한 열 번 정도를 반복했을까.

채윤이가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들어 올린다.

“헤엑… 나는 이제 못해. 아빠 차례.”

아이가 그렇게 말하며 절굿공이를 조성현에게 내밀고.

조성현은 웃으며 절굿공이를 받아 들었다.

그는 이제야 슬슬 형태를 잃어가는 떡이 되기 전의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절굿공이를 내려찍었다.

쿵.

쯔억.

커다란 소리가 울린 후, 떡이 절굿공이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채윤이는 자신이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떡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힘 조절을 해가며 팔을 움직였다.

점점 형태가 망가져 가며, 떡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채윤이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떡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눈을 빛냈다.

“진짜 떡이다….”

아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며 조성현은 팔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채윤이가 팔을 내민다.

“이제 나도 다시 해볼래.”

아이의 말에 조성현이 채윤이에게 절굿공이를 넘기고.

채윤이는 낑낑거리면서 다시 열심히 내려쳤다.

그래봐야 뭐가 제대로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귀엽네요. 진짜 놓칠 거리가 하나도 없어요.”

한아름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오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았다.

하긴, 조성현이 보기에도 귀여우니까.

채윤이가 열 번 정도 내려치고 난 후, 휴우 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팔을 들어 이마를 훔쳤다.

땀이 막 나는 것도 아닌데, 엄청난 노동을 한 것처럼 땀을 훔치는 아이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흘리고.

채윤이는 고개를 돌려 직원을 바라보았다.

“다 된 거예요?”

아이가 그렇게 묻고, 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정도면 충분해요.”

직원이 그렇게 말하고는 다가와, 비닐장갑을 끼고는 떡을 들어 올려 옆에 있는 커다란 도마에 올렸다.

“이제, 이 떡을 먹기 좋게 자르면 됩니다. 그 이후에 콩고물을 뿌려서 인절미로 먹을 거예요.”

“네!”

채윤이가 맑은 목소리로 답하고, 떡을 자르기 위해 칼을 들어 올렸다.

아이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칼은 둥글둥글한 느낌이라 크게 위험해 보이진 않았지만 떡을 자르기에는 충분했다.

날카로운 날로 써는 느낌보다는 눌러서 힘으로 떡을 끊는 듯한 느낌으로 자르는 느낌인 모양.

채윤이는 의자에 올라가, 먹기 좋은 크기로 떡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조성현도 아이와 함께 떡을 잘라,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동글동글한 모양을 만들었다.

직원이 옆에서 콩고물을 준비해주고.

콩고물을 슬쩍 찍어 먹은 채윤이가 눈을 빛냈다.

“이것도 맛있다. 단맛이 나.”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떡 위에 콩고물을 듬뿍 뿌렸다.

콩고물이 고루 묻을 수 있도록 떡을 뒤집어서 또 한 번 묻히고.

“이제 드시면 되는데… 일단 싸드릴 테니, 들고 다니시면서 드시면 됩니다.”

직원은 그렇게 말하며 작은 컵을 들고 와서 방금 조성현과 채윤이가 만든 인절미를 4등분으로 나눠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채윤이가 그렇게 말하며, 나무 포크로 떡을 찍어 한입에 삼켰다.

딱 아이가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라 다행이었다.

아이는 우물우물거리며 떡을 몇 번 씹더니, 기분 좋은 눈웃음을 보였다.

입에 떡이 가득해서 말은 못 하지만, 맛있는 게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채윤이 보면서 너무 좋았습니다. 조금 있다가 민속촌 내에 공연도 있으니 그것도 꼭 보고 가세요.”

“공연이요? 몇 시에 하는데요?”

직원의 말에 반응한 것은, 장현아였다.

그녀는 공연이라는 말에 흥미를 보이며 슬쩍 다가와 물었고.

직원은 슬쩍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날마다 조금 다른데, 오늘은 야간 공연이 아니라서 곧 할 거예요. 한 시간 정도면 할 것 같은데요?”

직원의 말에 장현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짝하고 손뼉을 쳤다.

“딱 좋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장현아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한아름 쪽을 바라보았다.

한아름이,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촬영을 하는 사람은 한아름이니, 그녀도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떡 만들기 체험을 끝낸 후, 채윤이는 여전히 지치지 않고 돌아다녔다.

절굿공이를 내리찧느라 팔이 조금 아픈 모양인지 팔을 조금 만지작거리긴 했지만, 체력은 멀쩡했다.

다만, 배가 고픈 건 어쩔 수 없었는지 자꾸만 먹을 것을 찾았다.

아이는 자신의 컵에 있는 인절미를 금방 다 먹어버린 후 조성현의 컵을 힐끔힐끔 바라보기까지 했고.

결국 조성현은 절반 정도 남은 자신의 인절미를 아이에게 양보했다.

“너무 맛있어…”

아이가 인절미를 먹고는 기분 좋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멈칫거리고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머리를 망가뜨리면 큰일 나지.’

머리 장식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절대 망가뜨리면 안 된다.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채윤이를 안아 들었다.

인절미 말고도, 조성현과 채윤이는 옥수수, 빵을 먹으며 허기를 채우며 이것저것 체험을 했다.

그중 조성현이 가장 재미있게 한 건, 국궁 쏘기였다.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진 활도 있어서 채윤이도 꽤 즐길 수 있었다.

조성현은 꽤나 진지하게 국궁 쏘기에 임했다.

이유는?

빨간 점을 다섯 번만 맞추면 말 인형을 상품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

커다랗게 칠해진 빨간 점이었지만, 맞추기는 꽤 어려웠다.

“아이고, 아쉽습니다. 10발 중 4발 명중!”

직원이 박수를 치며 말을 했고.

장현아와 채윤이, 한아름도 박수를 치며 좋아했지만….

조성현은 아쉽다는 듯 활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한 번 더 해봐도 되나요?”

“아휴, 그럼요. 만원입니다. 선비님.”

직원이 두 손을 내밀고.

조성현은 품에서 지갑을 꺼내 만원을 그에게 건넸다.

직원은 돈을 받은 후, 금방 다시 세팅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잘했어 아빠!”

채윤이가 말 인형을 품에 안고 조성현에게 안겨 왔다.

조성현은 웃으며 채윤이를 안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채윤이가 가지고 싶어했다기보단 조성현이 활 쏘는 게 재미있어서 다시 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채윤이가 인형을 받아 들고 좋아하니 된 것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체험을 하다 보니 금방 시간이 흘렀고.

“이제 슬슬 공연 시작할 타이밍인데, 메인 광장으로 이동할까요?”

“네, 가죠.”

장현아가 시간을 확인하고 말을 건넸다.

조성현은 인형도 땄겠다, 미련 없이 답하고는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메인 광장으로 향하는데.

쿵짜락.

무거운 것 같으면서도 가벼운, 한국 전통 악기 특유의 소리가 뒤쪽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공연이 열리는 곳은 메인 광장인데, 왜 뒤에서 소리가 들리지 하고 의문을 품고 있는데 사람들이 갈라지며 그 의문이 풀렸다.

십수 명으로 이루어진 악단이 행진을 하고 있었다.

북을 들고 있는 이도 있고 꽹과리 등 다른 전통 악기를 들고 있는 이도 있었다.

본격적인 공연 전에, 메인 광장으로 가면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모양.

악단의 걸음이 빨라지고, 악기 연주도 제대로 시작되었다.

쿵떠럭. 쿵짜락.

심장이 묘하게 뛴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걸까.

전통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니, 미약한 흥분감이 몰아쳤다.

그리고.

툭.

채윤이가 손에 들린 인형을 떨어뜨린다.

조성현이 놀라서 아이를 바라보니, 채윤이는 넋을 놓고 한복을 차려입은 악단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는, 이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채윤이가 이런 표정을 하고 난 다음 날에는, 항상 감탄할 만한 연주나 곡이 튀어나왔다.

아이는 지금.

영감을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받은 영감 중 가장 거대한 영감을 말이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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