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딸은 음악천재-501화 (501/603)

501화

스페셜 영상이 공개되었지만, 당연히 일이 전부 끝난 건 아니었다.

사실, 조성현과 채윤이의 일은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성현이야 앨범 최종 마무리 때문에 정신이 없고, 채윤이는 개학 준비를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어쨌든 채윤이는 학생이었고… 어쩔 수 없이 숙제를 해야 하는 위치였으니까.

아무리 채윤이가 성숙하다고 해도, 아이는 아이였다.

결국.

방학 숙제는 밀려 있는 상태.

그리고 그건 영준이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기에 함께 밀린 숙제를 했다.

조성현은 거실에서 채윤이와 영준이가 조잘거리면서 숙제하는 걸 잠시 지켜보다가, 서재로 향했다.

앨범 최종 마무리를 해야 하는 상황.

조성현은 손을 서둘러 앨범 작업을 진행했다.

녹음도 다 되어 있고, 사실상 수정할 것도 거의 없었다.

형식적으로 한 번 들어보고, 장현아에게 이대로 진행해달라는 문자 하나만 보내면 끝나는 일.

조성현은 차분히 곡을 한 번씩 들었다.

지난번에 채윤이와 함께 곡을 들을 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채윤이는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완벽하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고, 장현아에게 문자를 보낸다.

답장은 장현아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는 것으로 돌아왔다.

“네, 여보세요?”

-선배님. 그럼 곡 수정은 없이 이대로 진행할게요.

“부탁드려요.”

- 아 그리고, 앨범 발매 날 간단하게라도 파티 같은 걸 준비 할까요?

“파티까지 준비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에이, 그래도 의미 깊은 날인데요. 채윤이랑 영준이도 데리고 다 같이 파티하면 좋지 않을까요?

장현아가 은근한 목소리로 재차 권유한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장현아가 오히려 파티를 기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성현은 결국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작게 하는 걸로 해요. 너무 요란스럽게는 말고.”

-옙. 그렇게 준비할게요.

“항상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현아씨.”

-…아니에요 선배님. 저야말로 항상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뭘 챙겨준다고.”

-매 순간마다 챙겨주시면서 무슨.

장현아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전화를 마무리하고.

조성현은 다시 거실로 나왔다.

채윤이와 영준이가 황급히 몸을 돌려 앞에 있는 숙제에 집중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다.

방금까지만 해도 둘이 떠들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시치미를 떼는 아이들의 행동에 조성현인 가볍게 웃었다.

아이의 개학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 * *

채윤이는 열심히 숙제를 했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밀린 방학 숙제를 전부 끝낼 수 있었다.

“졸려….”

그 대가로 입학식 날 아침, 조금 피곤한 모습을 보였지만.

어쨌든 방학 숙제를 전부 끝냈다는 게 의미 있는 일 아니겠는가.

“고생했어 채윤아.”

조성현이 피곤해하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는 말했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작은 웃음을 흘리며 조성현의 손에 볼을 비볐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볼을 톡톡 두드려 주고는 아이를 안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채윤이의 개학식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서둘러야 했다.

오늘은 장현아가 픽업을 오지 않기에 조성현과 채윤이가 둘이 간다.

장현아는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

조성현은 오랜만에 채윤이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했다.

아이가 신이 난 듯 걸음을 서두르고.

“오늘 학교 끝나면 현아 언니가 데리러 와?”

“응. 아빠도 현아 언니랑 같이 올게.”

“그래!”

채윤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면서 답했다.

저 멀리서 채윤이의 학교가 보이기 시작하고.

학교 근처였기에 학부모와 아이들도 눈에 띄기 시작한다.

“영준이다.”

“그러네.”

영준이도 가방을 메고 학교 정문을 막 들어서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와 정문에서 헤어졌다.

“잘 다녀와 채윤아. 아빠는 회사 가서 일하고 있을게.”

“응. 이따 봐!”

채윤이가 미련 없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친구들을 보는 게 꽤 기대되는 모양.

그럴 만도 했다.

방학 기간 동안 친구들과 모여서 논 건 워터파크를 간 게 마지막이었으니까.

그 이후로는 음악 작업만 계속했다.

물론 그게 채윤이에게 즐거움이 되어준다고 해도, 아이들끼리 정신없이 노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리라.

조성현은 채윤이가 열심히 달려서 영준이를 따라잡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준이가 채윤이의 등장에 조금 놀라더니 몸을 돌려 조성현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한다.

조성현은 영준이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는 회사에 갈 시간이었다.

여전히 그는 일할 게 널려 있었으니.

* * *

조성현은 회사에 출근하며, 박중원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가수 1팀의 팀장으로서 박중원은 꽤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일할 거리들이 정신없이 몰려들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이다?”

“그러게요. 맨날 현아씨만 보다 보니까 형 얼굴도 까먹겠어요.”

“기억해서 뭐 좋다고. 맘 편히 까먹어.”

박중원이 웃으며 농담을 던진다.

그의 말에 조성현이 픽 웃음을 흘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작업실?”

“네.”

“오케이….”

박중원이 조성현의 작업실이 위치한 층의 버튼까지 누르고.

“오늘 발매지? 파티 있다는 건 들었어.”

“현아씨가 파티를 꼭 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더라고요. 그래서 하기로 했어요.”

조성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오늘은, 채윤이의 개학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성현과 채윤이가 방학 동안 준비했던 앨범이 발매되는 날이기도 했다.

파티도 하기로 했고.

“현아씨도 아마 정신없을 거야.”

“그래요?”

조성현이 의아한 얼굴로 박중원을 바라보았다.

파티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을 거라는 뉘앙스는 아니었기에 되물은 거다.

뭔가 더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

박중원은 조성현의 목소리에, 눈을 깜빡였다.

“아직 못 들었어?”

“네, 뭐… 현아씨가 요즘 고민이 깊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네요.”

“아 그래?”

조성현의 말에 박중원은 볼을 긁적거렸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는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말하는 것보다, 현아씨한테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나는 말을 아껴야겠다.”

“이따가 파티할 때 조심스럽게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무슨 일 있는지.”

“그냥 뭐… 신변 변화가 조금 있다. 이런 거지. 대단하다면 대단한 변화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변화야. 너무 크게 신경 쓰진 말고.”

박중원이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성현은 그런 박중원의 표정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때마침.

띵.

엘리베이터가 조성현의 작업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며 문이 열린다.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그의 말에, 박중원이 얼른 내리기나 하라는 듯 조성현의 등을 툭툭 쳤다.

“이따 보자.”

“예.”

조성현이 웃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로 걸음을 옮기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장현아가 최근 고민이 깊은 것 같더니, 뭔가 결정을 내린 게 신변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무슨 일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조성현은 박중원의 말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때가 되면 장현아가 말해줄 것이다.

지금 그는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일.

그가 작업실 문을 열며 스읍 하고 숨을 들이켰다.

‘열심히 해볼까.’

채윤이의 하교 전까지, 최대한 해봐야겠다.

* * *

조성현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하나는 작업하고 있던 서예나의 앨범 제작을 마무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뮤즈의 앨범을 제작하는 것이다.

서예나의 앨범은 조성현과 채윤이의 앨범을 제작하면서 중간중간 계속 신경을 써왔기에 금방 마무리가 될 것이고.

뮤즈의 앨범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것도 사실 조성현이 직접적으로 작곡할 곡은 두 개 정도, 그 외에는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아 프로듀싱을 진행하는 건이라 엄청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그래도 몇 주는 걸리겠지만.

‘열심히 하면 금방 또 끝나겠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서예나의 이번 앨범은, 두 개의 곡만 빼고는 서예나가 직접 작곡한 곡으로 채우기로 했다.

나머지 두 개의 곡은 조성현과 채윤이의 곡.

서예나가 틈틈이 곡을 완성 시키고 조성현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했기에 아마 서예나의 앨범 작업 마무리는 금방 될 거다.

1주일 정도면 녹음 전 최종 준비는 끝날 거고, 그 이후로 또 1, 2주면 녹음도 끝나겠지.

녹음 전 최종 준비를 끝낸 후 뮤즈의 앨범 작업을 들어갈 것이기에 서두르면 대충 한 달이면 조성현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부분은 끝이 날 터.

그는 열심히 서예나의 곡들을 살피며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힐끗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채윤이의 하교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슬슬 출발해야 하려나.’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네 들어오세요.”

“선배님, 이제 출발해야 할 시간이어서요.”

“아 현아씨.”

딱 맞춰서 장현아가 찾아왔다.

조성현은 곧바로 작업하던 것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이 아무리 좋더라도 언제나 1순위는 채윤이였다.

그리고….

채윤이의 하교 시간도 있지만, 이제 슬슬 아이의 방학 기간 동안 준비한 앨범이 발매가 될 시간이기도 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앨범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날이 좀 더워서 아이스티도 사 왔어요.”

장현아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내민다.

조성현은 얼음이 담겨 있는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시고 장현아와 함께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장현아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확실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닌 게 맞는 것 같다.

조성현은 이내 장현아의 신변 변화에 대한 것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걸음을 서둘렀다.

얼른 채윤이 보고 싶었다.

방학 기간 동안 내내 붙어 다니다가 몇 시간 떨어져 있자니 이렇게 보고 싶다.

채윤이의 학교에 가서 잠시 기다리니,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아이는 학교를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영준이와 함께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빠!”

채윤이가 조성현과 장현아를 발견하고는 얼른 달려온다.

영준이가 채윤이의 뒤를 쫓았다.

“안녕하세요.”

채윤이가 신나게 달려와서 조성현의 허리를 끌어안은 것과는 대비 되게, 영준이는 얌전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응 영준이 안녕. 어머님이 오시기로 하셨어? 아니면 바로 가면 되나?”

“바로 가면 될 것 같아요.”

영준이도 이번 파티에 참석한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장현아의 차에 오르고.

동시에 장현아와 조성현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장현아가 먼저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그녀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앨범, 발매되었습니다.”

방학 내내 작업을 했던 조성현과 채윤이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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