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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음악천재-519화 (519/603)

519화

“다 드신 후 언제든 옆의 벨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종업원이 그렇게 말하며 물러난다.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장현아의 접시에는 각자 몫의 고기가 올려져 있었다.

채윤이는 젓가락을 들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고기를 한 점 들어 소금을 살짝 찍었다.

그것을 입에 집어넣자, 채윤이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이거 엄청 맛있어 아빠.”

채윤이가 고기를 먹자마자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성현은 피식 웃으면서 자신도 젓가락을 움직였다.

와사비를 조금 얹고, 채윤이와 마찬가지로 소금을 살짝 찍어 입에 넣는다.

확실히 질 좋은 고기라는 게 느껴진다.

“진짜 맛있네요.”

“그쵸?”

장현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아버지를 뛰어넘겠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는지.

아니면 생각 정리가 덜 되긴 했지만, 일단 밥을 먹자는 마음인지.

‘어쨌든 얼굴이 좋네.’

보기 좋은 미소가 걸린 장현아의 얼굴에 조성현도 가볍게 웃었다.

채윤이는 옆에서, 조성현이 와사비를 고기에 얹어 먹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도 와사비를 고기에 얹고는 입에 넣었다.

“채윤아, 너무 많은 것 같지…”

조성현이 채윤이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아이의 입안에 고기가 들어가고 난 후였다.

와사비 양이 꽤 많아 보였는데, 괜찮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채윤이를 바라보던 조성현은, 아이의 눈이 크게 떠지는 것을 보고 얼른 물병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으에…”

채윤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린다.

“너무 매우면 뱉어 채윤아.”

“…그치만 맛있는걸…”

아이는 와사비가 너무 맵지만, 동시에 고기가 맛있어서 뱉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물잔에 물을 따라 아이에게 내밀었다.

채윤이가 얼른 그걸 받아 들고는 꼴깍꼴깍 물을 마신다.

물 잔의 물을 비운 채윤이는 ‘탁’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았다.

“휴.”

아이가 작게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든다.

“와사비가 너무 많아서 그래. 조금씩만 얹어 먹어야지.”

“응…”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답하더니, 조심하게 젓가락을 움직여 이번에는 와사비를 정말 조금만 얹었다.

아이가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던 조성현은 픽 웃고 자신도 식사를 이어나갔다.

“앞으로 스케줄은 어떻게 할까요?”

식사 도중, 장현아가 물었다.

조성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어떤 스케줄을 말하는 건지 되묻는 듯한 조성현의 얼굴에 장현아가 설명을 보충했다.

“아, 국내 스케줄이요.”

“음… 내일 일단 뮤즈 컴백 무대 한번 가는 거로 하고. 그 외에는 따로 스케줄 잡지 말아주세요.”

내일 스케줄까지는 일단 소화하고, 그 이후로는 따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독일로 떠나기 전에, 채윤이와 함께 최대한 연습을 해 두고 싶었으니까.

그 마음을 읽었는지, 장현아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방송 출연이나 CF도 전부 거절할까요?”

“전부 거절해주세요. 너무 좋은 기회다 싶으면 말해주면 되는데, 그런 거 아니면 현아씨 선에서 그냥 거절해 주시면 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장현아가 간단히 답했다.

그리고 둘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채윤이가 입을 연다.

“아빠.”

“응?”

“고기 좀 더 먹고 싶어.”

채윤이가 말했다.

아이의 말에 조성현과 장현아가 동시에 미소 지었다.

* * *

다음날.

조성현은 장현아와 함께 방송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는 촬영장이지만, 어색하진 않았다.

그는 익숙하게 촬영장에 도착해 스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가, 스텝들 사이에 있는 이번 방송의 PD가 눈에 들어온다.

조성현이 슬쩍,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성현씨. 요즘 미튜브 잘 보고 있어요.”

PD가 누군가 하고 돌아보다가, 조성현을 발견하곤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하하 감사합니다.”

“채윤이는 안 왔나 봐요?”

채윤이를 찾는 PD.

예전에, 매니저로 일할 때에는 딸이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채윤이를 찾는 걸 보면 정말 미튜브를 잘 보고 있는 모양이다.

조성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채윤이는 아직 학교에 있네요.”

“오늘 성현씨가 무대 하는 거 있어요?”

“아뇨, 아뇨.”

“그럼 어쩐 일이에요?”

“뮤즈라고, 이번에 컴백하는 아이들 보러 왔어요.”

“아, 뮤즈. 요즘 좋더라. 그러고 보니까 성현씨가 프로듀서였지? 그래서 온 거구나.”

“네, 컴백 무대인데 안 볼 순 없죠.”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다.

스텝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엄지를 들어 올렸다.

“성현씨도 요즘 열심히 활동하는 것 같던데. 계속 힘내요. 나중에 기가 막힌 노래 만들어서 컴백할 때 출연해 주고.”

“말씀만이라도 정말 감사합니다. 피디님.”

조성현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옆에 있던 장현아가 눈을 살짝 크게 뜨면서 조성현과 PD를 번갈아 보았다.

음악 방송 PD는 생각보다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아티스트를 둘로 나눈다면, 음악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아티스트와 나가지 못하는 아티스트로 나뉜다.

음악 방송에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인지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었으나, 기본적으로는 메이저로 나가기 위한 입구처럼 여겨졌다.

그 입구의 수문장인 PD였기에, 당연히 힘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수많은 중소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음악 방송 PD들에게 굽신거리며 소속 아티스트들을 출연시키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현아였기에 놀라는 게 당연했다.

Pan 엔터테인먼트가 중소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아니었으니, 굽신거리진 않지만… 그래도 신인 아티스트를 출연시키기 위해서는 고개 정도는 한 번 숙이며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음악 방송 출연 티켓을 그냥 인사 한 번으로 얻은 거다.

그것도 먼저 말을 꺼낸 게 아니라, PD가 한번 출연해 달라고 말한 것.

“그럼 나는 준비하러 가볼게요. 고생하고.”

“예 피디님. 저희 뮤즈 잘 부탁드립니다.”

“기깔나게 나오도록 신경 써줄 테니까 걱정 마요.”

PD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는 걸음을 옮겨 자리를 벗어난다.

조성현은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PD가 적당히 멀어지자, 장현아가 곧바로 조성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원래 친분이 있으세요?”

“매니저로 일할 때부터 알던 분이죠. 친한 건 모르겠는데, 친분은 있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대단히 친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언제든 연락해서 식사 약속 정도는 잡을 수 있는 느낌이다.

장현아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선배님은 마음만 먹으시면 그냥 혼자 매니저 일도 하시고, 아티스트 일도 하시고, 프로듀서, 작곡가, 전부 다 하실 수 있으시겠는데요?”

“…가능이야 한데.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저보다 유능한 매니저가 있는데.”

“너무 영혼 없이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진심 가득 담아 말한 건데요?”

그의 답에, 장현아가 가볍게 웃었다.

대화는 거기서 그쳤다.

뮤즈의 대기실 앞에 도착했기 때문.

보통 정말 인기 있는 아티스트가 아닌 경우 대기실을 공유해서 사용하는 편인데, 뮤즈는 다행히 대기실을 공유하고 있진 않았다.

뮤즈를 특별히 배려한 건 아니고, 오늘 방송에 그룹이 아니라 솔로 아티스트들이 많아서 그런 모양.

어쩌면, 예능 촬영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네, 안녕하세요.”

들어가자마자 뮤즈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한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와야죠.”

세라 본부장이 조성현에게 감사를 표하고, 조성현은 고개를 저었다.

몇 시간 정도 시간을 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오랜만에 음방 하는 건데, 기분은 좀 어때요?”

조성현이 뮤즈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이예린이 ‘음’ 하고 소리를 흘리고.

그녀는 이내 입을 열었다.

“데뷔할 때는 진짜 엄청 떨렸는데, 지금은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음악 방송에 나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뭔가 일상 중 하나가 된 느낌?”

“그래요?”

“네, 물론 엄청난 일이 맞긴 한데… 완전 소중한 일상 같은 느낌이에요.”

이예린이 이런 표현을 하는 게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예린의 표현이 완벽하진 않을 수 있겠지만, 조성현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지금의 조성현 또한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채윤이와 함께 음악을 하는 게 엄청난 일도 맞긴 하지만… 일상인 것도 맞으니까.

죽을 것 같은 설렘이나, 두근거림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예린도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일 테고.

“소중한 일상이죠. 모든 것들이.”

“네. 얼른 무대 하고 싶고, 음방 뿐 아니라 콘서트도 제대로 돌아보고 싶어요.”

“콘서트 준비하는 거 있어요?”

“…어.”

조성현의 물음에, 이예린이 멈칫거리면서 자신의 멤버들을 돌아본다.

이내 그녀가 세라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며, 조성현은 픽 웃었다.

준비하는 게 있으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겠지.

기왕이면 지금 말해서 방송에 나가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조심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라 본부장은 조성현과 같은 판단을 했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이예린이 편안한 얼굴로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전국 투어 준비 중이에요. 그리고… 아직 정확하진 않은데, 전국 투어 끝나고 아시아 투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와, 그래요?”

조성현이 탄성을 내뱉으며 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진출이 꿈이라고 말하던 멤버들이었는데.

아시아에 국한되긴 하지만 그래도 해외 투어 이야기가 나왔으면 그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뜻이었으니.

“네. 진짜 열심히 해보려고요. 정말 목숨 걸고 해서, 아시아 한번 부수고 올게요.”

이예린이 말한다.

조성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대기실에서 얼마나 이야기를 나눴을까.

“뮤즈, 스탠바이 하실게요.”

시간이 다가왔다.

뮤즈가 무대에 오를 시간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뮤즈가 무대 뒤로 향하고.

조성현은 그런 그녀들에게 조용히 미소지어 주었다.

과연, 뮤즈는 성공적인 컴백을 할 수 있을까.

그 시작이 이번 무대였다.

그리고 조성현은, 뮤즈 멤버들의 얼굴에서 기대감을 읽었기에 마음 놓고 그들이 무대로 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다음 무대는, 네… 요즘 핫한 분들이시죠? 모시겠습니다, 뮤즈!

대기실에 있는 모니터에서 MC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컴백 무대의 시작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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