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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음악천재-568화 (568/603)

568화

입상자들의 특별 연주회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차질이 생길 일이 애초에 없었다.

입상자들이 전부 프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숙련된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한 일.

사실상 입상자들 중 가장 경험이 없는 사람이 바로 채윤이였는데, 그런 채윤이도 완벽하게 준비를 해나가고 있으니 연주회는 걱정 없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연습실에서 홀로 연습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조용히 빠져나와 장현아와 만났다.

채윤이의 입상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미튜브가 굉장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베를린 전까지만 해도 구독자 수가 40만 명도 안 되던 상황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장현아가 말을 흐리며 태블릿을 보인다.

조성현은 태블릿 한구석에 찍혀 있는 숫자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62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구독자 수가 늘고 있고, 이전 영상들의 조회수도 두 배 이상씩 뛰었어요.”

“미튜브 매출도 많이 상승했겠네요.”

조성현이 물었다.

장현아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차트를 보여준다.

“네, 일단 뭐… 최근 수치는 월 매출이 2천만원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훅 늘어나면서 최소 1.5배에서 최대 두 배까지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월 매출이 적어도 3천에서 4천 정도가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

물론 이건 매출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조성현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의미가 컸다.

아티스트 계약 조건 자체가 조성현에게 그리 불리한 조건이 아니었었기에 상당 부분 조성현의 통장에 들어올 예정이었으니.

물론 채윤이와 함께하는 미튜브 채널인 만큼, 채윤이 명의로 된 통장에도 조성현이 받는 만큼 들어가게 될 터였다.

“어후. 정말 성공적이긴 하네요.”

단순히 해외 진출을 하는 게 아니라, 미튜브를 이용해 해외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방어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놨는데…

지금은 해외 진출 자체도 채윤이가 입상하는 것으로 성공해냈고, 미튜브도 덩달아 확 떠버렸다.

이건 그냥 성공이 아니라, 대박이 나버린 거다.

일주일 사이에 구독자 수가 20만 넘게 오르다니.

심지어 그걸로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오르는 중이었다.

국내에서 기사가 많이 나간 영향도 있지만, 베를린 국제 콩쿨에 관심을 가지던 외국인들도 여럿 구독하게 된 모양.

“이 정도면 사실 뭐, 이대로 바로 한국 돌아가서 아무것도 안 해도 칭찬 들을 수치인데…”

“더 열심히 해야겠죠?”

장현아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조성현이 슬쩍 끼어들며 말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좋은 성장세였지만, 이대로 손을 놓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장현아로서도 아쉬울 터였다.

사업적으로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정말 대단한 성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어떻게 안 나아가겠는가.

그리고 조성현으로서는, 금전적인 부분이야 사실 어떻게 되든 괜찮다.

이미 충분히 돈을 벌고 있었고, 이대로 유지만 되더라도 조성현과 채윤이는 평생 돈 걱정은 없이 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아마 채윤이가 원하는 만큼, 아이가 원하는 수준의 음악을 하기는 조금 힘들 거다.

이미 채윤이는 세계 최고를 맛보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보아라,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협연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연습만 하려 하지 않는가.

여기서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매일 같이 등교했다가 하교하는 삶을 반복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채윤이는 굳이 불만을 가지지 않고 그렇게 하겠지만… 아이가 진심으로 그 생활을 즐기고 행복해하진 않을 거다.

계속해서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에,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겠지.

그러니,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조성현은 아버지로서 더 나아가야 했다.

“더 열심히 해서 이 성공을 유지할 수 있으면 참 좋죠.”

“유지가 아니라, 이 이상 해보는 걸 목표로 달려보죠.”

조성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채윤이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채윤이가 이뤄낸 성공이 수치로 입증되니 더더욱 위기감이 든다.

아, 채윤이에게 더욱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채윤이의 옆에 섰을 때 충분한 자격이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무럭무럭 들었다.

이번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마에스트로인 클로이드 오펠레가 조성현에게 함께 연주하겠냐고 제안했을 때.

조성현이 거절한 것에는 대단히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래, 그래서 문제다.

자신이 끼었을 때의 연주가 완벽에서 더 멀어질 듯했다는 생각이 문제였다.

‘가능하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어야지.’

채윤이가 하는 모든 일에 자신이 끼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었다.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자신이 나설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고 싶다는 말이다.

미튜브의 성공도, 이제는 마음가짐을 조금 다르게 먹기로 했다.

전에는 걱정도 많았지만, 최근 채윤이가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내려놓기로 했고.

조성현 본인도 보다 자신 있게 나서서 아이와 함께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장현아가 입을 열었다.

“아, 선배님.”

“네 현아씨.”

“인터뷰 요청들은 대부분 거절하고 있긴 한데, 이번에 예능 섭외도 들어왔거든요.”

“예능이요?”

조성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번에 베를린 국제 콩쿨에서 채윤이가 입상한 것으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 거야 이해가 되는데, 예능이라니.

예전에 ‘유퀴즈’를 출연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 예능 출연은 없었다.

딱히 예능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

“음, 뮤지션들이 같이 여행 다니면서 거리 공연으로 용돈을 벌어다 생활하는 컨셉의 예능이라네요. 새롭게 들어가는 예능이라서 정보는 많지 않긴 한데, 원하시면 한 번 알아볼까요?”

장현아가 묻는다.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거리 공연으로 용돈을 벌어 생활하는 방송이라니.

일단, 컨셉만 들었을 때는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정말 잘 어울리긴 했다.

기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고, 거기에 뮤지션들과 함께라면… 뭐, 말 다 했다.

“재미있을 것 같긴 하네요. 채윤이 의견도 한 번 들어봐야 할 것 같긴 한데, 저는 찬성이에요.”

“그러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컨셉이 잘 맞을 것 같아서 말 꺼내 본 건데, 말해보길 잘했네요.”

장현아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동의했다.

이런 컨셉의 방송이면 어려울 게 전혀 없었다.

“네, 이런 컨셉이면 채윤이도 좋아할 것 같아요. 사실상 미튜브 촬영이랑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멤버만 추가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아, 그리고 멤버는… 지금 서예나 씨가 출연 고민 중이시라는 소문이 있긴 한데 이건 제가 팩트체크를 안 해봐서, 확인해 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 알겠습니다. 서예나씨가 출연하는 거면 저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네요.”

서예나를 안 본 지도 꽤 됐는데, 음악 성향이나 개인 성격을 잘 아는 서예나가 출연한다면 함께하고 싶긴 했다.

호흡을 맞추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고, 채윤이도 서예나를 좋아하니까.

그렇게 예능 출연은 장현아가 조금 더 알아보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하고.

“음, 그리고 CF 촬영 문의도 좀 들어오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할까요?”

“현아씨가 보기에 괜찮은 것들 있나요?”

“아이스크림 CF도 있고… 그, 노트북 쪽도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둘 다 금액이… 꽤 큽니다.”

“얼마나 되나요?”

“1년 기준 3억이요.”

“…예?”

요즘 CF 모델료가 전체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고 해도, 조성현과 채윤이의 인지도로 3억이라는 금액은 확실히 큰 게 맞았다.

“둘 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여서 저희 측에서도 나쁘진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어, 일단… 그건 생각을 좀 해보는 거로 하죠.”

그냥 무작정 금액이 높다고 선택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조성현이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무슨 일을 하든 선택의 기준은 단 하나였다.

그래서, 채윤이와 조성현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금전적인 부분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아이가 즐거워하면 하려 했던 편이고,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면 했었다.

근데 이번 CF의 경우는 사실… 채윤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금액 자체가 굉장히 높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이는 메리트는 딱 그것뿐.

그리고 조성현과 채윤이는 이미 풍족하게 먹고 살 정도로 벌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고민하시고 말씀해주세요.”

장현아는 조성현의 고민한다는 말에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아티스트가 CF를 촬영하는 게 무조건적으로 이득이었음에도.

거절해도 상관없다는 뉘앙스의 답에, 조성현은 부드럽게 웃었다.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 * *

베를린 국제 콩쿨 입상자들의 특별 연주회가 있는 날이 밝았다.

채윤이는 꽤나 기대되는지, 드레스 차림의 자신을 보며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채윤아.”

“응?”

“기대되나 봐?”

“오늘 완전 재미있을 것 같아.”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면서 답했다.

조성현 없이, 홀로 올라가는 무대.

그렇다고 콩쿨 무대도 아니었으며, 정말 정식으로 한 명의 ‘피아니스트’로서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협연하는 무대다.

“누구 연주가 제일 기대 돼?”

“음…”

조성현은 망설임 없이 제임스 스튜어트의 이름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물은 것이었는데, 채윤이는 꽤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아이의 고민에 조성현이 가만히 채윤이의 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아이가 내뱉은 건 제임스가 아니었다.

“나는, 내 연주가 제일 기대되는 것 같아.”

해맑은 얼굴로, 채윤이가 말한다.

어찌 보면 오만하고 과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대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채윤이는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래?”

“응. 오늘 뭔가, 느낌이 좋아.”

“어떻게 좋은데?”

“그냥, 내 연주 들은 모든 사람이 다 내 음악을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야.”

아이가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은, 채윤이와 눈을 마주하며 확신했다.

아이의 그 느낌은, 현실이 될 것이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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