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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음악천재-599화 (599/603)

599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일단 제작진들이 준비해둔 차는 있었다.

시작부터 택시를 타고 돈을 쓰게 만들 줄 알았는데 그 정도로 빡세게 굴릴 생각은 아닌 모양.

하긴, 여섯 명이 2주 동안 500불로 생활하라고 하면서 택시비까지 뜯어가진 않겠지.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풍경이, 독일과는 또 달랐다.

영어로 쓰인 표지판들.

커다란 나무들과 녹색의 향연.

확실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대부분인 한국의 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숙소도, 호텔을 잡은 게 아니라 그냥 일반 가정집 하나를 빌린 것 같은 느낌.

“여기가 저희 숙소예요?”

“넵, 지하 한 층, 지상에 두 층 해서 총 세 층짜리 집이에요. 2주 빌리기로 했습니다.”

“와 집 좋네요.”

박주명이 감탄을 하며 집 거실을 둘러본다.

널찍한 거실.

깔끔한 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뒷마당까지 있어서 주방 바로 옆에 있는 미닫이 유리문을 통해 곧바로 뒷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

다들 거실에 짐을 잠시 내려놓고 숙소를 둘러보며 연신 감탄을 흘렸다.

서예나도 ‘흐음’하며 거실 소파를 슬쩍 손으로 눌러보았고.

한예솔은 이미 주방과 연결된 뒷마당으로 나선다.

거기에, 가장 연장자인 이연화도 집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주방을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는 중.

“다들, 어떠세요?”

오진혁 피디가 이런 반응을 기대했다는 듯, 만족스러운 얼굴로 물어온다.

“너무 좋네요. 이런 곳에서 2주 동안 지낸다니, 벌써 행복한데요?”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박주명이 말했다.

그의 말에 주방에 있던 이연화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주방도 넓고 깔끔한 게, 좋아 보이네요. 오븐도 설치되어 있고.”

이연화는 언젠가 방송에서 요리가 취미라고 밝힌 적 있었기에, 그녀가 주방부터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고.

서예나는 어느새 2층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입을 열었다.

“2층에 욕실 있는데, 자주 애용할 것 같네요. 숙소는 일단 합격.”

그렇게 말하는 서예나의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아무래도, 숙소가 확실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뒷마당으로 향했다.

녹색 잔디가 깔려 있고,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나무 울타리가 있는 뒷마당은 꽤 넓어서 놀기에 좋아 보였다.

채윤이는 잔디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성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빠.”

“응?”

“맨발로 밟아도 되는 거야?”

“어, 맨발로 밟아도 될 것 같은데?”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잔디였기에, 맨발로 밟아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바로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맨발을 잔디 위에 올렸다.

간지러운 것인지, 채윤이가 작게 꺅 소리를 내며 웃음을 흘렸다가, 이내 잔디 위를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신기해.”

“그래?”

“응. 약간 차가운데 기분 좋아.”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한예솔은 채윤이가 맨발로 마당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어? 나도 신발 벗어야겠다.”

그녀는 금방 채윤이를 따라 신발을 벗고, 잔디 위를 거닐었다.

결국 조성현도 픽 웃으며 신발을 벗어 잔디 위에 올랐다.

천천히 따라 나온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이연화와 박주명이 맨발로 자연스럽게 잔디 위를 걸어 다니고.

서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지막으로 신발을 벗었다.

뒤따라온 제작진들은 처마 밑, 시멘트와 돌로 장식된 바닥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세팅했다.

오진혁은 촬영 준비가 끝나자, 곧바로 ‘큼’하며 헛기침하고는 입을 열었다.

“자, 이곳이 바로 저희가 2주 동안 지낼 숙소입니다.”

“와아아!”

그의 말에 한예솔이 곧바로 리액션하고, 다른 이들도 웃으며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오진혁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제가 아까 용돈 드렸었죠?”

“네, 주셨죠.”

“얼마였죠?”

“…500불이요.”

“이 숙소가 1박당 250불입니다.”

오진혁이 그렇게 말하고.

그의 말에 출연자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오기 시작한 거다.

갑자기 여기서 돈 이야기를 꺼낸다고?

당연히, 그냥 생색내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닐 거다.

아니나 다를까.

오진혁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가 무료로 빌려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저희 촬영 컨셉이 버스킹으로 돈을 벌어가며 생활하는 건데.”

“…와, 진짜 너무하다.”

한예솔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고.

서예나는 피식 웃으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며.

이연화는 그저 재미있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박주명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 피디 양반. 저희 여섯이 받은 돈이 500불인데 1박에 250불이라뇨. 이거 뭐 너무한 거 아닙니까.”

“네, 그렇죠. 뭐… 저희 마음대로 숙소를 정한 것도 있고 하니까. 딱 일주일은 무료로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그럼…?”

“그 이후 일주일은 하루에 250불씩 지불하셔야겠죠?”

“와, 맙소사. 이거 뭐 버스킹으로 얼마나 벌어야 유지할 수 있는 거야. 하루에 250불은 벌어야 잠이라도 잘 수 있는 거고, 거기에 밥 한 끼라도 먹으려면 추가로 100불은 더 벌어야 할 텐데…”

박주명이 황당하다는 듯 말한다.

1박에 250불.

물론 이런 집이 1박에 30만 원가량 한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긴 하다.

아니, 아마 250불이 넘겠지만 제작진 측에서 알아서 본인들이 받을 1박 요금을 책정한 것이겠지.

이렇게 책정한 이유가 납득도 되고 이해도 된다.

하지만, 현재 수중에 500불이 있는 상황에서 1박에 250불을 내라고 하면, 막막한 게 당연한 일.

조성현은 슬쩍 제작진들을 살폈다.

태연한 그들을 보니, 애초에 다 적당히 계산한 건 확실했다.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를 일단 내밀고, 중간중간 알아서 조율하겠네.’

매니저로서의 짬밥이 몇 년인데, 이런 방송 매커니즘 하나 이해 못 하겠는가.

보통 이런 식의 방송은, 일단 제작진 측에서 출연자들에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준 후 제작진과 적당히 ‘거래’를 해나가며 풀기 마련이다.

그게 구도상 더 재미있으니까.

방송 재미를 위한 포인트랄까.

박주명은 방송을 자주 출연하지 않았으니 황망한 얼굴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 그 외의 출연자들은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리액션을 하고 있었다.

한예솔도 반응을 크게 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은 아니다.

아이돌인 만큼, 애초에 이런 형식의 방송이 익숙할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일.

조성현도 가볍게 리액션하며 넘어가려 하는데, 박주명보다 더 심각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저희 그러면, 돈 못 내면 쫓겨나요?”

한참 동안 침묵하던 채윤이가 오진혁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진혁은 진지한 채윤이의 얼굴에 멈칫했다가, 이내 입을 연다.

“어, 그러니까. 쫓겨나지는…”

그가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옆에서 송하연이 슬쩍 끼어든다.

“돈을 못 내면, 아무래도 어쩔 수 없이 길바닥에서 자야 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악기는 어떻게 해요? 악기는 길바닥에서 자면 망가지는데.”

채윤이가 눈을 껌뻑거리며 물었다.

너무 진지하게 물어온 탓에 송하연도 잠깐 당황했지만, 그녀는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악기는 저희가 보관해드릴 수 있습니다. 대신, 그것도 저희가 보관료를 받아야겠죠?”

“…나쁜 사람들.”

채윤이는 너무하다는 듯 송하연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송하연이 충격받은 얼굴을 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말을 정정하진 않았다.

옆에 있던 오진혁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일단, 방금 장면이 방송에서 꽤 잘 먹힐 것을 피디로서 확신한 것.

“하, 이 정도면 짐 풀기 전에 일단 악기 들고 나가서 버스킹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원하시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허가받아둔 곳들이 이미 있어서요.”

박주명의 말에, 오진혁이 냉큼 말을 한다.

그의 말에 한예솔이 얄밉다는 듯 오진혁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고.

서예나가 이연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하는 게 좋아 보이세요?”

“글쎄요. 우리 피디 양반이 원하는 그림이 어떤 그림일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나가서 무대를 하는 걸 원하겠죠?”

“어휴,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말씀 나누시고 결정하시면 됩니다.”

오진혁이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면서 말을 한다.

이연화는 부드럽게 웃음을 흘렸다가, 말을 이었다.

“음… 저는 비행기에서 많이 자서 지금 나가서 간단하게 몇 곡 하고 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힘드신 분?”

이연화가 그렇게 말을 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당연히, 힘들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서예나는 뭘 어떻게 하던 좋다는 입장으로 보였고.

박주명은 밖에 나가서 무대를 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예솔도 숙소에 머무르기보단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가 이연화의 말을 반기는 모습.

다들 긍정적인 표정이었기에, 이연화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럼 잠깐 나가는 걸로 하고. 아, 채윤이는 체력이 안 될 테니 집에 있을까요?”

이연화가 아차 하며 채윤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배려 섞인 말에 채윤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해 보였다.

억울하다는 듯, 아이가 조성현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그 기색을 눈치챈 이연화가 얼른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나가고 싶으면 당연히 같이 가도 되고…”

“같이 가고 싶어요.”

채윤이가 빠르게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다.

아이의 말에 이연화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같이 가는 걸로.”

이연화의 말에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일단 나가게 되면 스텝들도 함께 나가게 될 테니까.

짐을 풀기 전에 먼저 외출해서 버스킹을 하는 걸로 결론이 나고 있는데.

서예나가 슬쩍 손을 들어 올리더니 의견을 꺼냈다.

“그냥 나가지 말고, 조라도 짜서 나가는 건 어떨까요? 뭉쳐서 버스킹을 하는 것보다 조를 두 개로 나눠서 하는 게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발생시키기에 유리할 것 같은데.”

“오, 좋은 방법 같은데요?”

그녀의 말에 박주명이 곧바로 동조하고.

한예솔도 눈을 반짝이며 동의했다.

“그럼… 저랑 성현씨가 갈라질까요?”

이연화도 조를 나눈다는 의견에 동의하며 조성현을 바라보며 말한다.

단장과 부단장 격인 이연화와 조성현이 나뉘는 게 그림 상 맞았기에 조성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시죠.”

“채윤이야 당연히 성현씨랑 함께하고… 다른 한 명은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가위바위보?”

이연화가 그렇게 말하는데, 한예솔이 손을 들어 올렸다.

“제가 함께 가고 싶습니다!”

명랑한 목소리로, 한예솔이 외쳤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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