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화 (1/413)

01화. 유명 아이돌의 동생입니다.

형은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다.

형의 팀은 루트(Route)라는 이름의 5인조 남성 그룹으로 대한민국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RA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다.

데뷔 당시 형의 나이는 17살.

15살 때 우연히 길에서 캐스팅 제안을 받은 것을 계기로 약 2년여 간의 연습 생활을 거친 후, 최종 데뷔 멤버로 발탁되었다.

데뷔가 확정되자 형은 굉장히 기뻐했다. 부모님 역시 그런 형을 자랑스러워하셨다. 물론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그와 관련해 이런저런 걱정을 조금 하시긴 했지만.

나 역시도 형의 데뷔는 기뻤다.

그때 당시 난 겨우 8살이었지만, 형의 데뷔를 기념해 가족들이 모두 모여 다 같이 파티를 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 한 편에 남아있다.

그룹 내에서 형은 막내이자 얼굴을 담당했다. 듣기로는 처음 캐스팅 디렉터가 형을 캐스팅할 당시 이건 무조건 잡아야 할 얼굴이라고 생각해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한다.

솔직히 난 형이 그 정도로 잘생긴 건 아니라 생각하지만, 데뷔 이후에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앞선 캐스팅 디렉터의 말이 아예 틀리진 않은 것 같았다.

- 루트? 거기 파란색 점퍼 입은 애 이름이 모야?

└ 우도현

└ 우도현 우리 막내

- 루트 뮤비에서 3분 23초에 나오는 애 누구임?

- 루트 우도현 잘생겼다

- 우도현? 걔 몇 살이야? 20살 넘음?

└ ㄴㄴ 17살

└ 17살? 개노안이네

└ 17살이라고?

- 우도현 키도 ㅈㄴ커 181이래

└ 헐 181?

└ 17살이랬나? 그럼 더 크겠다

└ 루트는 원래 다 큼

그렇게 뛰어난 외모로 인해 형은 데뷔 초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더불어 소속 그룹 루트 또한 자연스레 조명을 받았다.

이후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루트는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처럼 인기를 쓸어 담고 다녔다.

이후 루트는 한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유명 그룹이 되었다.

하지만 그룹이 뜨면 뜰수록 형은 더욱더 많은 욕을 먹었다. 다른 게 아닌 실력 때문이었다.

- 우도현 춤 ㅈㄴ 못춘다

- 우도현 춤 원래 이렇게 못춰?

- 솔직히 우도현 랩이랑 노래 너무 못해

└ 대신 얼굴이 열일하자너

└ ㅇㅈ

└ 보고말해 자기몫은 함

└ 누가 봐도 못하던데......

- 우도현 혹시 무능멤임?

춤이나 노래, 랩에 그다지 재능이 없던 형은 무대를 할 때면 항상 욕을 먹기 일쑤였다.

삐걱거린다, 뚝딱거린다 등 수많은 조롱이 형을 향해 오갔고 그룹 활동을 하는 내내 지속됐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약 7년 후, 루트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

전원 재계약을 할 거란 예상과 다르게 그룹의 멤버 중 한 명이 재계약을 하지 않게 되면서 루트는 4인조 그룹이 되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점, 형은 회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단독] 루트 우도현, RA와 재계약 불발

우도현, RA와 재계약하지 않는다

루트 우도현, RA 엔터와 계약 종료

[공식] 우도현 제외 루트 전원 RA와 계약 완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억측과 뜬소문들이 돌았다.

- 우도현 혹시 연기하려고 나가는 거 아님? 원래도 연기는 잘했잖아

└ ㅇㅇ 내 생각에도 그럴 듯

└ 그렇겠지 아님 왜 나가겠어

- 솔직히 우도현 드라마 몇 개 터진 이후로 가수에 미련 없어보였음

- 우도현 배우 소속사 들어가려나?

└ 들리는 썰로는 ㅇㄴㄹ 간다던데

└ 구씹을 당당하게도 들고오네

└ 들은 게 있으니까 그러치

- 근데 우도현 은근 팀에 애정 없는 거 보였음 멤버들이랑도 사적으로 논 적 없자나

└ 응 그런 적 없어

└ 니가 그걸 어떻게 앎?

└ ㅇㅇ 좀 그렇긴 했음

형은 활동 연차가 쌓이자 몇 편의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하게 되었고, 우연히 그 드라마들이 모두 중박 이상은 친 덕에 평소에 많은 대본이 들어오곤 했었다.

그 때문인지 재계약이 불발 소식이 나오자 우도현은 아이돌이 아닌 배우의 길을 걷고 싶기에 재계약을 하지 않은 거란 말들이 커뮤니티 사이에서 돌았다.

앞뒤 정황상 보통 그런 이유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형은 응원보다는 많은 욕을 먹어야만 했다.

전성기에 홀로 팀을 나갔다는 이유로 인해.

그렇게 대중에게 형을 편하게 연기하고 싶어서 그룹을 나간 전 아이돌 멤버로 인식됐고 팬들은 형의 이러한 선택에 많은 실망감을 비췄다.

하지만 앞선 예상들과 다르게 형은 이후 그 어떤 회사와도 계약하지 않았고, 몇 달 뒤 군에 입대했다.

* * *

“야, 우세현!”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곧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같은 밴드부 동아리 부원 중 한 명인 장민준이었다.

“오늘 끝나고 연습 있는 거 알지?”

“아, 기억하고 있어.”

“당장 내일모레가 교내 버스킹이니까 그때까지 앞으로 며칠간은 좀 더 빡세게 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지.”

확답을 받고 난 뒤 장민준은 그대로 매점에 가겠다며 다시 바쁜 걸음을 옮겼다.

형의 갑작스러운 입대 후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사이 형은 제대를 했고, 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나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현재는 교내 밴드부 동아리에 속해있었다.

동아리 내에서 내가 맡은 포지션은 건반.

어린 시절 배우게 된 피아노는 나름 적성에 잘 맞았고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었다.

피아노를 치는 것은 꽤 재밌었다.

내 손으로 직접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밴드부 공연은 축제 이외에도 가끔씩 이렇게 교정에서 야외 버스킹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런대로 반응이 나쁘지 않아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비록 동아리 인원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보컬, 드럼, 베이스, 기타 등 기본적인 포지션은 다 있었다.

형이 한때 잘 나갔던, 아니, 지금도 잘 나가지만 어쨌든 잘 나가는 그룹 출신의 멤버였다 해도 그게 지금의 나의 생활에 그리 큰 영향은 주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형제라고 하기엔 형과 내가 그리 닮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굳이 나서서 밝히지 않는 이상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활동 당시 형은 가족에 대한 것은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덕에 우리 가족이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일은 없었다.

“어, 왔냐?”

방과 후 음악실에 가니 이미 대부분의 멤버들이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 다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아직 약속한 시각까지 한참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모여 있는 풍경에 순간 내가 시간을 착각했나 했다.

“야, 말도 마라. 이 새끼는 밥도 안 먹고 왔댄다.”

“뭐?”

그러자 드럼 앞에 앉아있던 이승준도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미쳤나. 밥을 안 먹고 왔다고?”

“대충 매점에서 때웠어. 아니, 이제 곧 공연이라고 생각하니 뭐가 손에 잡혀야지.”

“야, 공연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밥은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지 않냐.”

“끝나고 먹지 뭐.”

박준희가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그러더니 곧 다시 기타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한국인은 밥심인데. 다음 연습 때는 아예 다 같이 밥을 먹고 시작할까.

그 밖에 다른 이들의 이유도 대부분 비슷했다. 그냥 빨리 오고 싶어서 빨리 왔단다. 나 역시도 가방을 놓고 곧바로 건반 앞에 앉았다.

“그럼 이제 한번 맞춰볼까?”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이를 둘러보던 보컬 장민준이 부원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 연습할 곡은 플로우(Flow)라는 밴드 그룹의 방(Room)이라는 곡이다.

이 곡은 감미롭고 잔잔한 사운드의 곡으로 중간중간 지르는 고음이 인상적이다.

음악이 흐르자 보컬 장민준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곡은 시원한 음색을 가진 장민준에게 잘 어울렸다.

이어서 곡의 브릿지 부분.

브릿지 부분이 되자 나는 앞에 설치되어 있는 마이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나의 파트가 시작되었다. 길지 않은 파트였지만, 나는 노래의 감정을 최대한 섬세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전반적으로 보컬인 장민준이 가장 많은 파트를 부르지만, 다른 부원들 역시 중간중간 코러스를 넣거나 하면서 화음을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약 3분여 간의 노래가 끝이 나고 음악실을 울리던 연주가 동시에 멈추었다.

“와, 방금 진짜 괜찮았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드럼을 치던 이승준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그렇냐? 나도 하면서 그렇게 느꼈는데.”

“다들 오늘 컨디션이 좋은가? 야, 넌 밥을 안 먹는 게 더 나은 거 같아!”

이승준의 장난스러운 말에 박준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야, 세현아.”

그때 장민준이 내게 다가왔다.

“넌 진짜 보컬 할 생각 없냐?”

“보컬?”

“응. 보컬.”

그런 장민준의 말에 나는 살짝 시선을 돌린 채로 대답했다.

“별로 생각이 없어.”

“그럼 이제부터라도 생각을 좀 해봐. 아니, 내가 진짜 아까워서 그래. 그 목소리에 그 성량을 가지고 왜 보컬을 안 해?”

장민준은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어왔다.

예전부터 장민준은 나에게 건반이 아닌 보컬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자주 해왔다.

장민준 만이 아니었다. 다른 부원들에게도 꽤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그때마다 번번이 에둘러 거절을 해왔다.

“노래는 지금도 부르잖아.”

“벌스나 브릿지 잠깐 부르는 거 말고. 그냥 아예 밴드 보컬은 어떠냐는 이야기야.”

“우리 밴드 보컬은 너잖아.”

“너도 하면 되지. 곡마다 포지션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고.”

장민준은 베이스도 조금 다룰 줄 알기에 아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보컬은···좀 부담스러워서.”

“뭐가 부담스러워? 너 예전에는 교내 대회에도 막 나가고 그랬었잖아. 그때 상도 받지 않았나?”

“언제적 얘길 하고 있어. 그게 중학교 때인가 그런대.”

“중학교든 초등학교든. 너 진짜 노래 잘했잖아. 아, 지금도 물론 잘하고.”

아니, 애초에 그렇게까지 잘하는 건 아닌데.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럼 이 대화가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아 그냥 관두기로 했다.

“그냥 난 이렇게 건반 치는 게 더 좋아.”

피아노를 치는 건 좋았다.

음악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

악보에 있는 음악을 실제로 구현해내고 있다는 그런 감각 같은 게 느껴져서 난 피아노를 치는 게 좋았다.

그때 장민준이 이어서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다시 한번 더 맞춰보자는 다른 부원들의 말에 장민준은 이내 조용히 말문을 닫았다.

연습이 시작되자 다시금 쾌활한 사운드가 고요했던 음악실을 가득 채웠다.

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타의가 아닌 자의였다.

그리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사실 노래 때문이었다.

나는 노래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 노래를 위해 피아노를 배웠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난 여전히 노래를 좋아했고 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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