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5화 (5/413)

05화. 아이돌 안 해 볼래요?

오늘 야외 버스킹을 위해 지난 2주간 그야말로 맹연습을 했다.

이승준을 제외하고 부원들은 대부분이 이미 곡을 알고 있었기에 준비 과정에서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늘 공연할 곡은 루트의 Always be with you.

이 곡은 감성적이면서도 밝은 사운드의 발라드로 현재에도 미래에도 항상 너와 함께 있고 싶다는 내용의 곡이다.

Always be with you는 루트의 미니 2집에 수록된 수록곡 중 하나였는데, 수록곡임에도 불구하고 타이틀곡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그리고 형이 제일 좋아하던 노래이기도 했다. 덕분에 나도 줄기차게 들었고.

그 이외의 별도로 다른 가수의 곡들도 2-3곡 정도 더 준비했다.

“다들 준비됐어?”

마이크 앞에 선 강민준이 한껏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의 보컬은 늘 그렇듯 강민준.

이어서 기타의 박준희, 드럼의 이승준.

마지막으로 건반의 나.

이렇게 4인으로 이루어진 공연이었다.

“으아···떨리네.”

“야, 이승준. 실수하지 마라.”

“너나 하지 마, 박준희.”

“둘 다 하지 마.”

내 말에 이승준과 박준희가 실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공원에는 오늘따라 사람이 많았다. 아직 노래를 시작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은 한 번씩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곤 했다.

“카메라 세팅은 잘 됐지?”

“엉. 아주 기가 막히게 설치 뒀지.”

업로드를 위해 적절한 위치에 카메라도 설치해뒀다.

“그럼 이제 진짜 시작한다!”

그리고 오후 2시.

시작 시각이 됐다.

처음 인트로는 박준희의 기타로 시작했다.

뒤이어 기타 사운드에 맞춰 나의 건반 연주가 시작됐다.

곧바로 이어지는 장민준의 보컬.

한가로운 오후

너와 함께 걷는 이 길

살며시 너를 보며 생각하곤 해

항상 이렇게 함께라면 좋을 텐데

그리고 나는 그러한 장민준의 보컬에 중간 중간 화음을 넣었다.

이번 버스킹에서는 내가 노래를 부르는 비중이 평소보다 많았다.

평소에는 벌스나 브릿지를 잠깐 부르는 정도라면, 이번 곡에서는 사비도 더불어 맡게 되었다.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는 이유로 인해서였다.

그래서인지 더 떨렸다.

파트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공연이기 때문이다.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첫 공연.

그게 바로 오늘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연은 어떠한 느낌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솔직히 일상생활에서는 능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엄청난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평소에도 어느 정도 조절이 됐으니까.

하지만 공연은 달랐다.

음악 이외의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공연은 이때껏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생각 이상이었다.

하루하루 함께 한 순간이

마치 메모리처럼 나에게 남아있어

1절 사비를 부를 때쯤 이윽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들리는 건 오직 나의 목소리뿐이었다.

관객의 수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났지만, 늘 상 들리던 목소리들은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거라곤 MR와 밴드의 연주 소리. 그리고 나의 목소리뿐.

그것이 너무나도 새로웠다.

짝짝짝짝.

곡이 끝나자 작지만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오, 뭐야? 노래 잘한다.”

“이 노래 뭐였지? 어디서 들어봤는데.”

“목소리 장난 아니다.”

적은 관객이었지만 관객 수는 중요치 않았다.

그냥 공연 자체가 즐거웠다.

오로지 노래와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아무 소음도 없이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공연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즐거운 거였나?’

관객의 수는 조금이지만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이어서 몇 곡을 더 연주했다.

그렇게 준비한 곡을 다 쏟아낸 뒤 우리는 만족스럽게 공연을 마쳤다.

“와, 오늘 대박!”

“야, 봤어? 사람들 좀 몰렸지, 오늘?”

“솔직히 생각보다 많이 모여서 긴장 돼서 죽는 줄 알았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부원들은 흥분하며 저마다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나 역시도 평소보다 기분이 업됐다. 이제야 비로소 능력의 온오프라는 것이 실감됐다. 하, 정말 알찬 소원이었어.

“야, 그리고 오늘 우세현 쩔었다.”

“아! 맞아! 너 오늘 노래 존나 잘해서 놀람. 컨디션 좋았냐?”

이승준과 장민준이 나를 보며 칭찬했다. 컨디션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신경 쓸 게 덜했으니까.

“평소보다 조금?”

“역시 그렇지?”

“이 자식 진짜 노래 하나는 기깔난다니까.”

이어서 뒷정리를 시작했다.

버스킹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몸을 바삐 움직였다.

“저기요.”

그런데 정리를 한창하고 있던 와중에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돌아보니 의문의 한 여성이 서 있었다.

“네?”

“나이가 어떻게 돼요?”

“나이요?”

여성은 뜬금없이 나이를 물어왔다.

“고등학생이에요?”

“네. 그런데요······.”

“1학년? 2학년?”

“그건 왜 물으시죠?”

내가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자 여성은 재빨리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오해하지 말아요. 난 이런 사람이니까.”

뒤이어 여성은 나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넸다.

“혹시 연예인 해볼 생각 없어요?”

“네?”

건네받은 명함에는 [IN 엔터테인먼트 - 신인 개발 디렉터 정서원]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이돌. 한번 안 해볼래요?”

* * *

IN 엔터테인먼트.

RA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연예 기획사 중 하나인 대형 기획사.

IN 엔터테인먼트는 1세대부터 시작해 무수히 많은 세대별 인기 아이돌 그룹들을 배출해냈고 이는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IN 엔터테인먼트······.”

“IN 엔터테인먼트, 들어본 적 있죠?”

“네. 들어본 적 있어요.”

당연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내 대답에 캐스팅 담당자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공연하는 걸 봤는데, 내가 보기에 학생은 재능이 있어요. 노래 혹시 따로 배웠어요?”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진짜? 난 또 너무 잘하길래 실용음악 쪽으로 준비하는 학생 인 줄 알았는데.”

캐스팅 담당자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게다가 외모도 괜찮고. 그러니 꼭 우리 회사로 캐스팅했음 싶은데.”

“아······.”

내가 잠시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본 담당자가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지금 당장 결정해달라는 건 아니고 오디션 생각 있으면 한번 보러 와요. 회사 주소 바로 찍어줄게요.”

“네······. 알겠습니다.”

“꼭 보러 와요.”

이후 캐스팅 담당자는 한 번 더 오디션을 강조한 뒤 이윽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내 손 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명함 한 장이 쥐어졌다.

“쩐다! IN?”

“미쳤다. IN이래!”

캐스팅 담당자가 떠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부원들이 내 곁으로 황급히 다가왔다.

“길캐도 대박인데 심지어 IN이야!”

“야, 어떻게 할 거야? 당연히 오디션 보러 갈 거지?”

“당연히 보러 가겠지! 붙기만 하면 대박이야!”

아니, 왜 니들이 더 흥분하는 건데.

“야, 말 좀 해봐. 갈 거지?”

“어,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모르겠다고?”

“응.”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 혼자 결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부모님과도 이야기해봐야 하는 부분이고.

다만, 외부 요소들을 배제해둔 채 순전히 오디션에 가고 싶냐 아니냐만 놓고 본다면 솔직히 가고 싶었다.

어렸을 적에는 TV에 나오는 형을 보며 나 역시 가수를 꿈꾸곤 했으니까.

무대에 서지 못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긴 했지만.

그렇지만 문제는 부모님께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허락, 과연 해주실까······.’

다른 것보다 이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이 가장 걱정됐다.

* * *

형이 데뷔할 때만 해도 하루하루 웃음꽃을 피우시던 부모님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은 사라지고 걱정만 나날이 느셨다.

그 걱정은 대체로 형의 대한 것들이었다. 그룹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이들을 깎아내리는 악플들 그리고 부정적인 기사들도 늘상 함께 쏟아졌다.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고 활동하는 내내 편히 쉰 적 한번 없었다. 그 밖에도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런 형을 늘 상 안타까워하셨다.

[“연예인. 시키지 말 걸 그랬어.”]

그게 어렸을 적 우연히 들었던 엄마의 생각이었다.

“하아······.”

그걸 알고 있는데 어떻게 말이 쉽게 나오겠냐고. 애꿎은 명함만 한 번 더 쥐어 보였다.

‘그렇다고 오디션을 몰래 보러 갈 수는 없으니······.’

일단 허락은 꼭 필요했다.

“어, 오늘은 빨리 왔네?”

“네. 공연만 하고 바로 왔어요.”

“그래서 공연은 잘했고?”

“그럭저럭 잘 끝났어요.”

“아, 우리 아들이 어떻게 공연했을지 궁금하네.”

음, 지금 말을 바로 꺼내 볼까.

“그런데 아버지는요?”

“아빠는 오늘 좀 늦으신대. 저녁은 엄마랑 둘이서 먹어야겠다.”

이왕이면 두 분께 동시에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하지만 상황상 엄마에게 먼저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았다.

“저 엄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응. 뭔데?”

한번 숨을 쉬고.

어째 벌써부터 심장이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저 오디션 보러 가고 싶어요.”

“어? 뭐?”

“오디션이요. 기획사 오디션 보러 가고 싶어요.”

그 말에 엄마의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

“기획사 오디션? 잠시만 기획사 오디션이라면 아이돌 오디션 말하는 거야?”

“네. 맞아요. 그거요.”

“오디션을 갑자기 왜?”

“그, 오늘 길에서 캐스팅 제안을 받았어요. 오디션 보러오지 않겠냐면서······.”

그 순간 엄마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제안 받은 기획사는 어딘데?”

“IN 엔터요.”

“IN 엔터···그래, 알겠어. 일단 아빠 오시면 다시 얘기해보자.”

이후 아버지가 집에 오신 후 다시 가족 모두가 모였다.

“그래, 오디션을 보러 가고 싶다고?”

“네.”

“세현이 꿈이 원래 가수였었나?”

“워낙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잖아요. 고등학교에 가서도 밴드부에 들어가고.”

“그건 그렇지만 한 번도 그런 소릴 안 하길래 그냥 취미 삼아 하는 건 줄 알았지.”

어렸을 때 말고는 이때껏 부모님께 가수가 되고 싶단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꺼리실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힘들어지자 가수 쪽으로는 내심 생각을 접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 편하게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할 수 있었고 그러니 계속하고 싶어졌다.

“분명 쉬운 길은 아닐 텐데···그래도 하고 싶니?”

“네, 꼭! 하고 싶어요.”

일부러 강조해서 말했다.

간절함을 담아서.

“흠······.”

부모님은 여전히 고민하는 모습이셨다. 특히나 아버지는 이걸 허락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표정이셨다.

“정말 후회 안 하겠어?”

“네? 네!”

“좋아,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

그때 갑작스럽게 엄마의 예상치 못한 허락이 떨어졌다.

“여보?”

“하고 싶다는데 해야죠. 여전히 걱정되긴 하지만······. 그리고 오디션이라잖아요. 아직 붙은 것도 아니고.”

이에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못 한 채로 멀뚱히 눈만 뜨고 있었다.

“정말요?”

“그래. 그리고 사실 가수를 안 하기에는 네가 좀······.”

좀?

“안 하기에는 우리 아들이 노래를 너무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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