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6화 (6/413)

06화. 오디션 보러 왔습니다.

며칠 뒤, 오디션을 보기 위해 청담동에 있는 IN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찾았다.

사옥 입구에 도착하자 미리 나와 있던 캐스팅 디렉터의 모습이 보였다.

“오느라 힘들었죠?”

정서원 디렉터가 웃으며 말했다.

이후 정서원 디렉터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선뜻 오디션을 보러 온다고 했을 때 좀 놀랐어요.”

“왜요?”

“그때는 별로 관심 없어 보였거든요.”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상황 자체가 얼떨떨해서 반응이 안 나왔을 뿐.

“그때는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 그런 캐스팅이 처음이었거든요.”

“정말요? 이상하다, 많이 받아봤을 것 같은데.”

“전혀요.”

“그간 캐스팅 담당자들을 일부러 쏙쏙 피해 다닌 건 아니고요?”

정서원 디렉터가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뒤이어 오늘 볼 오디션에 관해서 설명해주었다. 오늘 오디션은 비공개 오디션으로 소수의 지원자들과 함께 오디션을 치르게 될 거라 한다.

“오디션은 간단해요. 준비하신 노래를 부르시면 되고, 노래가 끝나면 간단한 카메라 테스트를 하나 진행할 거예요.”

카메라 테스트라.

다른 것보다 카메라 테스트 같은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조금 됐다.

이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여 몇 층 올라가자 곧바로 오디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여기서 잠시 대기해주세요.”

오디션 대기실에는 약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각기 다른 연유로 모인 사람들인 것 같았다.

대기실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교복을 입은 채 조용히 앉아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큰 목소리로 노래 연습을 하는 이도 있었다.

또한, 드문드문 정말 감탄할 만한 외모를 가진 이들도 있었다.

나는 빈 좌석을 찾으려 잠시 대기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마침 빈자리가 하나 있어 그곳에 앉았다.

‘그런데 시선이 좀······.’

신경 쓰이네.

자의식과잉일지도 모르지만, 시선이 묘하게 내게 쏠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겠지?

분명 긴장을 많이 한 탓일 거다.

이러한 오버 좋지 않아. 응.

“이제 이름이 호명되면 순서대로 들어오시면 돼요.”

묘한 시선을 뒤로 한 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기다리던 오디션이 시작됐다.

대기 인원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한 차례 당 대충 5-6명 정도가 함께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세현 군.”

그리고 짧은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 * *

“자, 여기까지만 할게요.”

“감사합니다!”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지원자가 황급히 노래를 끊고 인사했다. 이윽고 홀로 남아 있던 지원자가 오디션장을 나갔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오늘의 심사위원 신인개발팀 박선호 팀장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방금 나간 이진화 군 노래 꽤 괜찮지 않았어요?”

함께 심사를 보던 같은 팀의 서민아가 빠르게 의견을 물어왔다.

“음···확실히 지금까지 중 제일 괜찮긴 했는데······.”

“역시 그렇죠?”

“근데 비주얼적으로 좀 부족하지 않아?”

“에이! 팀장님도! 너무 많은 걸 바라시는 거 아니에요? 요즘 비주얼도 되고 실력도 되는 애 찾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그거야 그렇긴 하지······.”

예쁘고 잘생겼는데 실력까지 좋은 인물. 그러한 인물을 찾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오랜 경험으로 인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근데 굳이 비주얼적으로 판단하지 않더라도 다른 요소들을 다 제쳐놓고 무작정 뽑기에는 이진화 군의 노래가 그 정도는 아니었어.”

“확실히 지금 당장 계약을 맺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아 있었죠. 몇 번 더 봐야 할까요?”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약간 애매한 지원자의 경우 한 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차후 몇 번 더 오디션을 진행한 뒤 확신이 들 시 계약을 맺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확신이 들 시였다.

계속해서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계약은 없었다.

“요즘은 은근 노래 잘하는 애들을 찾는 게 힘든 것 같아.”

“메인 보컬 감 말씀이시죠?”

“응.”

그냥 저냥 괜찮게 노래를 하는 사람이 아닌 그룹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줄 인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러한 인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룹의 메인 보컬이라는 것을 찾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 마지막 조만 남았다고 했나?”

“네. 맞아요.”

“오늘도 메인 보컬 찾기는 실패인가······.”

박선호 팀장이 힘없이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나름 수확이 있었어요. 앞서 본 이진화 군도 그렇고 첫 번째 조에 있었던 황호영 군도 그렇고요.”

그래, 그것만 해도 어디냐.

그래도 오늘은 두 명이나 건졌다.

노래 한 명, 춤 한 명.

그리고 아직 마지막 조도 남아 있었다.

아직 속단하기에는 일렀다.

“마지막 조 불러주세요.”

앞으로 남은 인원은 5명.

한 명만 더 건져도 오늘 오디션은 충분히 괜찮았다.

호명하는 이름 순서에 따라 한 명 한 명씩 오디션장으로 들어섰다.

‘오?’

그때 곧바로 눈에 띄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괜찮은데?’

박선호 팀장은 그 즉시 지원자의 이름을 확인해보았다.

‘이름은 우세현, 나이는 18살······.’

괜찮네, 이 친구.

훤칠한 키의 잘생긴 외모.

들어온 지원자들 중 단연코 눈에 띄었다.

딱 봐도 얼굴로 캐스팅됐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럼 왼쪽 분부터 차례대로 준비해 오신 거 볼게요.”

마지막 조의 오디션이 시작됐다.

오늘의 마지막인 만큼 박선호 팀장은 조금 더 집중하려 애썼다.

“그럼 다음 분 바로 볼게요.”

앞서 두 지원자의 순서가 끝나고, 드디어 그 지원자의 차례가 됐다.

바로 세현의 차례였다.

노래를 할까, 춤을 출까.

어떤 걸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했다.

아, 어쩌면 연기를 할 수도.

가끔씩 연기 선보이는 지원자들도 있었기에.

“안녕하세요. 서울 은원 고등학교 2학년 우세현입니다. 준비한 노래는 이민성의 <되감기는 순간>입니다.”

어, 노래?

노래라는 것에 오-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더욱 의외였던 것은 선곡한 노래가 아이돌 노래가 아닌 남자 솔로 가수의 곡이라는 점이었다.

움직임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너를 만나러 떠나려 해

잘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향해보려 해

이민성의 <되감기는 순간>은 과거에 사랑했던 연인을 추억하며 회상하는 감성적인 발라드곡이다.

‘목소리가 좋네.’

일단 선곡이 훌륭했다.

목소리에 착붙이라고 할까.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감정 전달이나 스킬적인 면도 좋았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은 생각이었다.

얘 노래 좀 한다.

“네, 좋아요. 여기까지만 할게요.”

“감사합니다.”

마음에 들지만 아직 남은 지원자들이 있었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건 옆에 있던 서민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그것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뒤 차례 지원자들의 노래 또한 그럭저럭 괜찮았다. 오늘은 실력 좋은 애들이 꽤 있네.

뒤이어 남아 있던 지원자들이 차례를 모두 마치고 난 후에야 박선호 팀장이 침묵했던 입을 열었다.

“네, 모두 수고하셨고요. 잘 봤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호명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분들은 그대로 나가주시면 됩니다.”

오디션장 안으로 고요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원자들은 모두 떨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은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름이 호명됐다.

“우세현 군. 세현 군만 남고 모두 퇴장해주세요.”

고요했던 오디션장이 더욱 고요해졌다.

* * *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내심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는 했으나 정말로 이름이 불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혼자.

조금 전 노래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떨리는 것 같았다.

“세현 군. 여기 카메라 한번 봐볼래요?”

“아, 네.”

하지만 곧장 정신을 차리고 앞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응시했다.

“옆으로 한번만 서 볼래요?”

“네.”

“좋아요.”

이후 심사위원들의 요구에 따라 몇 가지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했다.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긴장감을 내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세현 군. 혹시 다른 노래 또 준비한 거 없어요?”

“다른 노래요?”

“네. 이왕이면 아이돌 노래로요.”

서민아 디렉터가 꼭 집어서 이야기했다.

아이돌 노래.

아이돌 노래라면 당연히 준비한 게 있었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IN 엔터 그룹의 노래는 물론 다른 기획사 노래까지 몇 가지 리스트를 정해 연습했다.

“그럼 인터니티의 예지몽 불러보겠습니다.”

선곡은 인터니티의 예지몽으로 정했다.

인터니티는 IN 엔터 소속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한창 라이징하고 있는 그룹이다.

“오, 인터니티의 예지몽? 그거 꽤 최근에 나온 곡인데. 인터니티 노래 좋아해요?”

“네, 자주 듣습니다.”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약간의 과장을 섞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노래 몇 곡 아는 정도였다.

그래도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그룹에 대한 사전 조사는 철저히 하고 왔다.

“예. 좋아요. 거기까지만 할게요.”

노래를 부르고 난 뒤 심사 위원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능력을 통해서라면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는 법이니까.

“음, 한 가지만 더 볼게요. 세현 군.”

“네.”

“춤 한번 보여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자 올 게 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일단 춤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못 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일단 저질러보고 봤다.

“좋아요. 원하는 곡 있으면 말해줘요. 그걸로 틀어줄게요.”

“그럼 루트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안무를 아는 노래는 루트 곡 밖에 없었기에.

어렸을 적 형을 따라 하겠답시고 영상을 찾아가며 연습을 했던 덕에 루트 곡의 안무라면 웬만한 건 거의 다 알고 있었다.

sign♪

전주가 흘러나오자 자연스럽게 도입부 안무에 들어갔다.

이 곡은 안무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절제된 동작을 힘 있게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도 곡의 안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박자에 신경 쓰며 안무 동작 하나하나를 섬세히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1절 후렴이 끝나자 음악이 멈췄다. 춤을 추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조금 숨이 가빴다.

“네. 그래요. 오늘은 여기까지 보도록 하죠. 수고하셨어요, 세현 군.”

“···감사합니다.”

헉헉 대는 와중에도 심사 위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때까지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좀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막상 추고 나니 왠지 모르게 약간의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이거 흑역사로 남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허우적대는 오징어로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숙연해졌다.

‘연습 좀 해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오디션장을 빠져 나왔다.

* * *

탓.

문이 닫히고 이윽고 마지막 순서의 지원자가 오디션장을 떠났다.

“······.”

“······.”

박선호와 서민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뒤이어 서민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뽑아야겠죠?”

“응. 그래.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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