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9화 (9/413)

09화. 신(新) 프로젝트

IN 엔터테인먼트.

가요계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대형기획사. 동시에 현재 대한민국 TOP 걸그룹 ‘데이릴리’과 떠오르는 라이징 걸그룹 ‘블랙엘’의 소속사.

데이릴리(Day Lily)는 지난 몇 년간 연간 TOP10의 성적을 기록하며 연말 시상식 대상을 수상한 명실상부한 정상급 그룹이었다.

더불어서 또 다른 그룹, 블랙엘(Black L)는 데뷔 2년 차의 떠오르는 라이징 그룹으로서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컨셉으로 데뷔 초부터 많은 팬을 모았다.

이렇게 IN 엔터테인먼트는 줄줄이 인기 그룹들을 배출해내고 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

바로 TOP 남자 아이돌 그룹의 부재였다.

물론 아예 없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게 10년 전 이라는 게 문제였다.

IN 엔터도 200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 팬덤이 탄탄하면서도 인지도 높은 남자 아이돌 그룹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 그룹이 없었다.

선배 그룹의 인기를 이어받아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남자 그룹이 없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남자 그룹을 런칭했지만, 정상급이라 할 그룹은 이제껏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도중에 RA 엔터의 루트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국내 남자 아이돌의 정세는 RA 엔터로 기울게 되었다.

반면, IN 엔터는 대형임에도 불구하고 K팝 남자 아이돌 그룹 파이를 크게 차지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IN 엔터는 ‘여돌은 잘 키우나 남돌은 못 키우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붙어버렸다.

“그러니 이번 신인 보이그룹은 반드시 성공 시켜야 해.”

지금 이곳에는 IN 엔터 인현민 대표이사를 포함한 그 밖에 임원들, 그리고 매니지먼트 팀과 신인개발팀 등의 직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 데뷔할 그룹의 멤버는 픽스된 게 있어?”

“여러 가지 방면으로 조합해보고 있는 중이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멤버 구성이 안 나와서요.”

신인개발팀 박선호 팀장의 말에 인현민 대표이사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역시 멤버 구성이 쉽지가 않네···아, 가장 최근에 맞춘 멤버 조합이 어떻게 됐었지?”

“네. 차선빈, 윤도운, 최진호, 에단, 스즈키 리오, 이시카와 히로토, 장 샤오쥔 이렇게 7인조입니다.”

“그래. 그중 한 명이 회사를 나갔었지. 내 기억으론 장 샤오쥔 이 친구였던 거 같은데.”

“맞습니다.”

예정된 데뷔조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회사 내부에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무산된 것일 뿐.

“그런 의미에서 전에 얘기했던 그 기획. 오늘은 그 기획에 관해서 의견을 나눠볼까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데뷔조 준비가 계속해서 무산되자 IN 엔터는 새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을 위해서 한 가지 기획을 진행하기로 했다.

바로 New I-Project. (뉴아이 프로젝트)

이는 곧 데뷔조를 결정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런칭을 의미했다.

“말씀하신 기획은 일단 프로그램 제목은 아직까지 미정인 상태로 방송 채널은 Y-NET으로 예정입니다.”

“방영 일자는?”

“올 3~4분기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좋아.”

IN 엔터의 경우 지금까지 이와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없었다.

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연습생들을 출연시킨 적 또한 없었다.

연습생은 항상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다.

이러한 IN 엔터가 이번에는 자체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해 기존과는 다른 노선을 타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자체가 요즘 많이 식상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주는 이득은 확실히 있었다.

“그럼 다음은 가장 중요한 출연 멤버. 어떤 연습생이 좋을지 각자의 의견을 한번 듣고 싶은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역시 출연 연습생이다. 연습생 풀이 어떠냐에 따라서 그 프로그램의 흥망이 갈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단 차선빈은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선빈이는 실질적으로 앞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그룹의 핵심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선빈이는 넣어야지.”

인현민 대표도 당연하다는 듯이 수긍했다.

“이외에도 윤도운, 최진호, 에단···현재까지 추려진 후보들은 약 16명 정도 됩니다.”

“더불어서 그룹 인원은 6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6명이라······.”

인현민 대표는 추려진 연습생 이외에도 현재 회사에 있는 연습생 명단까지도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보았다.

“안지호. 이 친구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출연 멤버에 이름이 있네?”

“네. 일단 실력이 괜찮습니다. 우리 회사로 오기 전에 RA 엔터의 연습생으로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기본기가 탄탄합니다.”

그렇지 뭣보다 실력이 제일 중요하지.

인현민 대표는 계속해서 출연 연습생 명단을 체크해보았다.

그리고 또 다시 눈에 띄는 이름 하나.

“우세현?”

앞선 안지호와 마찬가지로 그리 익숙지 않은 이름이었다.

“우세현, 이 친구도 막 들어왔지?”

“네. 안지호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도 명단에 들어가 있네?”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연습생이 둘이나 출연 연습생으로 선별됐다는 것이.

“우세현, 이 친구는 일단 프로그램 홍보용으로 굉장히 좋습니다.”

“프로그램 홍보용?”

“네. 우세현은 루트 우도현의 친동생입니다.”

“아, 그런 방면으로 말이군.”

인기 그룹의 멤버, 그것도 정점을 찍은 그룹의 멤버 가족이 프로그램에 나온다면 그거야말로 최고의 홍보였다.

그냥 저냥 알려진 그룹도 아니고 무려 루트였다. 아이돌 팬이라면 누구든 한번쯤 흥미를 느낄 만 했다.

“하긴 그런 배경이 있다면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출연시켜야지. 비록 초반 반짝 홍보일지라도 말이야.”

프로그램 초반부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 무언가였다.

IN 엔터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는 좋으나 그런 요소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그런데 초반 반짝 홍보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응? 단순히 홍보용이 아니라고?”

“예. 그게 이 친구가 상당히 잘생겼거든요.”

“잘생겼어?”

“예.”

그 말에 인현민 대표는 자연스럽게 우도현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우도현도 꽤 미남이었지. 그 친구 연기도 곧잘 했었고 말이야.”

“예. 그렇다 보니 어쩌면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확실히 외모가 탁월하면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지. 아이돌에게 있어서 비주얼이란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니까.

“그런데 둘이 닮았나?”

“어···생각보다 많이 닮지는 않았습니다.”

“분위기는 조금 닮은 것 같지만요.”

박선호 팀장이 덧붙였다.

사실 분위기가 닮았다고 주장하는 건 박선호뿐이었다. 다른 이들의 경우 키를 제외하면 닮은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 중위권 정도까지 가려나. 우도현 만큼 외모가 좋다면 그 이상을 노릴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 왜 또?”

“그 친구 노래를 잘해요.”

그러자 인현민 대표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노래를 잘한다고? 우도현 동생이?”

“예······.”

“허허······.”

실력도 어느 정도 받쳐주는 모양이군. 조금 상상이 안 가는 그림이긴 했다.

좋은 비주얼에 괜찮은 노래 실력까지. 어쩌면 정말로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결과가 궁금해지는걸······.’

우도현 동생이 과연 어디까지 갈지.

그렇게 인현민 대표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 * *

연습생이 된 지 어느덧 2개월이 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63일째. 그 63일은 학교-회사-집을 반복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원, 투-쓰리, 포. 다리 좀 더 쭉 펴고!”

트레이닝 수업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물론 아직 기본기 수업을 받는 중이지만.

기본기라고 해도 마냥 쉬운 동작들은 아니었다. 단계도 20가지 넘게 있어서 그 동작들을 모두 외우는 것만 해도 꽤 어려웠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월말 평가였다.

얼마 전 회사에 들어온 이후 첫 월말 평가를 진행하였는데 그때 처음 팀으로서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해봤다.

정말 그때 평생 들을 쓴 소리는 다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중간 중간 칭찬도 해주셨지만 평가 자체는 꽤나 박했다.

‘선곡이 너무 진부해요.’

‘춤이 하나도 안 맞아.’

‘동선이 엉망이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런 경험 자체가 새롭고 즐거웠다.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소중했다.

춤은 어렵지만 그래도 하다보면 언젠가 한 사람 몫은 하게 되지 않을까.

그게 언제일지는 아직 막연하다만 지금은 그저 눈앞에 주어진 걸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회사 연습생들의 얼굴은 어느새 거의 다 익힌 상태였다.

레슨이나 개인 연습 때 오고 가다 마주하는 일들이 많다 보니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개월 동안 나가는 사람은 있었지만 들어온 사람은 없었다.

결국 내가, 아니 나와 안지호가 연습생 중에 가장 신입이라는 건 아직까지도 변함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신입 두 명에게 뜻밖에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와 같은 하루.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연습 도중 신인개발팀 팀장님에게 개인적으로 호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 그래. 세현이 왔구나.”

“안녕하세요.”

사전에 전달받은 장소에 찾아가니 그곳에는 팀장님을 비롯한 10명이 넘는 남자 연습생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우세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미리 와있던 백은찬의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백은찬은 나에게 옆자리가 비어있다는 제스처를 보내왔다.

마침 입구와도 가깝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비어있는 옆자리로 가 앉았다.

자리에 앉고 나니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던 안지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의례적으로 가볍게 고개를 꾸벅였다.

오, 어색해.

그 뒤로 몇 명의 연습생들이 더 오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회의실이 꽉 찼다.

연습생들이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박선호 팀장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럼 본론부터 말하자면, 오늘 너희들을 부른 건 앞으로 회사에서 진행할 서바이벌 프로그램 때문이야.”

서바이벌 프로그램?

“회사에서는 Y-NET과 함께 올 3~4분기를 방송을 목적으로 기획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해.”

그 말과 동시에 어떠한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설마······.

“그리고 여기 모여 있는 너희 16명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될 거야.”

그리고 생각은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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