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2화 (12/413)

12화. Play on the Stage

이번에 IN 엔터테인먼트에서 실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이름은 ‘Play on the stage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 줄여서 플온스였다.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는 총 3~4단계의 미션을 진행할 예정이며, 각 미션마다 탈락자가 존재한다.

해당 미션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연습생이 그 화의 탈락자로 선정되며, 이는 글로벌 사전 투표와 현장 평가 등을 기반으로 선정된다.

그리고 또 하나, 플레이 온더 스테이지에는 Stage (스테이지), Backstage (백스테이지)라는 제도가 존재했다.

이는 연습생을 실력에 따라 각 그룹으로 나누는 것을 의미했다.

매 미션마다 부여 받은 순위에 따라 상위권 연습생은 Stage 그룹, 하위권 점수의 연습생은 Backstage 그룹이 된다.

Stage 그룹과 Backstage 그룹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등을 두게 되는데, 가령 헤어메이크업을 하더라도 우선권은 무조건 Stage 그룹에게로 돌아가게 된다는 거다.

그 밖에도 숙소와 연습실 사용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Stage 그룹은 모든 것에 있어서 우선권을 부여받는다.

결국 어떻게 서든 Stage 그룹에 들어가야 한다는 거였다.

“그럼 지금부터 각 그룹의 인원을 결정할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촬영이 시작되고 심사 위원에 대한 간략한 소개 후 곧바로 사전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사전 테스트에서는 개인마다 무대 하나를 준비하고 그것을 앞에 있는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받게 된다.

오늘 있을 사전 테스트를 위해 개인마다 하나의 무대를 준비해달라는 연락을 미리 받은 상태였다.

“첫 무대 순서는···선빈이. 차선빈.”

개인 무대의 첫 시작은 차선빈이었다.

무대 순서는 물론 회사와의 상의 하에 제작진 측에서 결정했다.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제작진이나 회사 측에서 조명하는 인물 순으로 배치한 것일 듯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받은 번호는 10번이었다. 살짝 어중간한 번호.

“안녕하세요, 차선빈입니다.”

차선빈이 무대 위 스테이지 조명 아래서 심사위원들을 향해 인사했다.

차가운 인상의 짙은 이목구비를 가진 차선빈은 속된 말로 냉미남이었다.

더불어서 체격도 좋고 키도 커서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이 갔다.

강렬한 비트의 반주가 흘러나오고 뒤이어 차선빈의 무대가 시작됐다.

시작은 빠른 비트에 맞춰 강한 팝핀을 선보이더니 중간부터는 음악이 바뀜과 동시에 부드러운 프리댄스를 구사했다.

무대 내내 차선빈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역시 좋네요. 잘해요.”

“차선빈 군은 정말 타고난 춤꾼이네요.”

“중간에 다른 장르의 음악을 넣은 것도 좋았어요. 그게 안무하고도 잘 어우러졌고요.”

심사위원들의 평도 좋았다.

4명의 심사위원 모두 흡족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이었다. 차선빈의 무대가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차선빈이 숨 하나 헐떡이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무대를 잘하긴 잘하네.

내가 보기에도 멋있는 무대였다.

방송이 나가면 반응이 꽤 좋을 것 같았다.

춤을 잘 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그게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도 연습생들의 무대는 계속됐다.

자작곡을 선보이는 사람,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그리고 내 앞 순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9번째 차례. 안지호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안지호······.”

그런 안지호를 본 인현민 대표가 앞에 있던 프로필을 한번 더 확인해보았다.

“그래, 지호는 우리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

“네. 그렇습니다.”

“정확히 얼마나 됐지?”

“2개월 조금 넘었습니다.”

연습생 기간과 같은 정보는 분명 사전에 배부된 프린트에 다 적혀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위해 한 번 더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안지호는 RA에서는 얼마나 연습한 거지.’

듣기로는 꽤 오랜 기간 RA에서 연습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RA의 차기 데뷔조로 항상 거론될 정도였다고 하고.

아무튼 RA의 연습생으로 인터넷상에서 꽤 유명했던 모양이다.

“그럼 준비한 무대 바로 볼까요?”

안지호는 노래와 함께 준비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노래 자체가 고음이 제법 있어서 춤을 추면서 소화해내기가 상당히 어려운 곡이었다.

하지만 안지호는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이를 완벽하게 해냈다.

“와, 잘한다.”

다른 연습생들 역시 그런 안지호의 무대에 저마다 감탄했다.

“춤과 노래의 밸런스가 좋네.”

심사위원 평가도 당연히 칭찬 일색이었다. 분위기로 봐선 꽤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앞이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오히려 부담스럽네.’

만약 내가 안 좋은 평을 받게 된다면 편집점 잡기 딱 좋을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잘한 무대와 망한 무대를 비교하는 식으로.

“세현 군, 이제 올라가 주세요.”

“네.”

그리고 드디어 내 순서가 됐다.

* * *

스텝의 신호에 맞춰 나는 곧바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 위에 오르자 머리 위로 밝은 조명이 집중되며 쏟아졌다.

“안녕하세요. 우세현입니다.”

막상 이렇게 무대에 오르고 나니 긴장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우세현. 그래, 세현 군도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

“네.”

“지호 군이랑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걸로 알고 있는데.”

“2일 정도 차이 납니다.”

“2일? 그 정도면 그냥 동기네.”

인현민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둘 다 연습한 지 2개월 만에 이런 큰 프로그램도 나오고. 앞선 지호 군도 그랬지만, 세현 군도 실력이 좋은 모양이네.”

“그냥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하. 겸손하네.”

그러자 이번엔 옆에 있던 프로듀서가 마이크를 잡고 물었다.

“그럼 세현 군이 보기에는 본인이 지호 군보다 잘하는 거 같아요?”

오, 곤란한 질문.

어째 벌써부터 안지호와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둘 다 연습생 기간도 비슷하고 나이도 동갑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그게 프로그램이 원하는 것이기도 할 테고.

그나저나 이거 잘못 대답하면 앞으로 방송 내내 두고두고 회자되겠는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래만큼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 정말? 그렇게 말하니까 꽤 기대되네요.”

심사위원들은 그런 내 대답이 재밌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그럼 한번 봐볼게요. 정말로 노래만큼은 지지 않는지.”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스튜디오에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오늘 무대에서 내가 선택한 곡은 Sun Flower 라는 곡이었다.

이 곡은 아이돌 그룹 멤버 출신의 솔로 가수의 노래로 그루브 있는 어쿠스틱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곡 자체는 아는 사람은 알만한 그럭저럭 인지도 있는 노래였다. 후렴을 들으면 ‘아, 이 곡 들어본 것 같아’라고 할 수 있는 곡.

하고 많은 곡 중에 굳이 이 곡을 택한 이유는 이 곡만큼 보컬을 보여주기 좋은 곡은 없기 때문이었다.

더불어서 지난 몇 년간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곡이기도 했고.

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던 나

하루하루가 같은 풍경

그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거야

이 곡의 특징은 하나의 곡 안에 넓은 음역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저음이 주를 이루지만,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저음에서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음역대를 선보인다.

그게 이 곡의 하이라이트이자 포인트였다.

그리고 또 하나.

노래 말고도 준비한 게 하나 더 있었다.

이 곡은 댄스 발라드곡이기에 정해진 안무가 있었다.

곡이 후렴에 다다르자 나는 노래와 동시에 미리 익혀둔 안무를 서서히 추기 시작했다.

거기에 쓰고 있던 모자를 이용한 나름의 모자 퍼포먼스를 안무에 곁들였다.

“오~”

모자를 이용한 간단한 동작의 퍼포먼스가 연이어지자 앉아있던 연습생들의 감탄사가 작게 들려왔다.

모자 퍼포먼스 자체는 원곡 무대에서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준비 기간 동안 나름 혼자서 고안해낸 것이었다.

동시에 심사위원들과의 아이컨택도 놓치지 않았다. 물론 화면에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만은.

그래도 무대를 보는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손안에서 놀던 모자가 마지막으로 공중에서 한 번 회전한 뒤 그 모자를 다시 쓰는 것으로 무대는 마무리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무대가 종료됨과 동시에 세트장 안이 고요해졌다.

그리고 그 고요함을 깨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시나 인현민 대표였다.

“이 노래. 언제 나왔었지?”

“제 기억으론 아마 3, 4년은 됐을 거예요.”

“벌써 그렇게 됐어? 그때 나왔을 때 한창 잘 들었었는데.”

“곡이 워낙 좋았죠.”

심사위원들이 잠시 그때를 회상하는 듯 대화했다.

“솔직히 말해서 난 세현 군이 이 곡을 선택해서 놀랐어요. 조금 더 고음이 짱짱한 곡을 하지 않을까 했거든.”

이어서 보컬 트레이너 역시 이에 공감한다는 듯이 말했다.

“저도 그랬어요. 사실 이 곡은 고음보다는 중저음이 주를 이루잖아요. 그런데 곡 소화를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잘했어요.”

“보통 고음을 잘하는 분들은 많아요. 근데 고음을 잘하면서 저음도 잘하는 분들은 흔치가 않아요.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중간에 모자 퍼포먼스. 그것도 좋았어요.”

다행히 심사평들이 나쁘지 않았다.

“그 모자 퍼포먼스는 직접 짠 거예요?”

“네. 직접 짰습니다.”

“간단한 동작이긴 해도 적당한 타이밍에 안무에 어우러지게 잘 넣었어요. 솔직히 거기서 그게 나올 줄은 몰랐거든.”

역시 모자 퍼포먼스를 따로 넣긴 잘했네. 사실 원래는 넣지 않으려다가 뭔가 심심한 듯 해 막판에 긴박하게 넣은 거라 조금 걱정되는 요소이긴 했다.

“물론 춤만 보면 아직 많이 연습해야하긴 해요. 아주 많이.”

전부 괜찮았던 건 아니고.

하지만 춤에 대한 건 어느 정도 쓴소리를 들을 각오를 했던 바였다.

“그래도 처음 세현 군이 들어왔을 때를 생각하면 확실히 많이 늘었어요. 어떻게 보면 겨우 두 달 남짓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칭찬이었다.

춤으로는 거의 처음 받아본 칭찬.

“아무튼 오늘 무대 수고 많았어요.”

곧바로 나는 허리 숙여 감사인사를 전했다.

내 무대에 대한 결과는 지금 당장 발표되는 것이 아닌 모든 연습생의 무대가 끝난 후 한꺼번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목표는 당연히 Stage 그룹이었다.

전반적인 평가 분위기를 보면 그래도 노릴 만은 한 것 같은데. 설레발인가.

아슬아슬하게라도 상관없으니 일단 스테이지에 들어가기만 해도 좋겠다.

“모자 퍼포 진짜 신기했어.”

곧바로 무대에 내려온 나를 향해 백은찬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뒤에 있던 신하람도 조용히 내 어깨를 쳤다.

“형, 그 모자 어디 거예요?”

“이거? R사.”

“모자가 괜찮은 거 같아서요. 아니다, 형이 써서 그런 건가? 원래 잘생긴 사람이 입으면 뭐든 더 멋있어 보이잖아요.”

아니, 이건 진짜 모자가 예쁜 걸 텐데.

신하람은 이번 촬영이 끝나면 꼭 그 모자를 사겠다며 이야기를 했다.

계속 되는 평가에 혹평을 받는 연습생도 있었고 반대로 호평을 받는 연습생도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연습생들의 표정 역시 크게 변화했다.

“그럼 지금부터 잠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종합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그 뒤로 몇 시간에 걸쳐 평가가 마무리되고, 곧바로 점수 계산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돌아가던 카메라도 잠시 작동을 멈추었다. 그러자 연습생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피는 등 굳어 있던 몸을 움직였다.

“아, 떨려. 어때, 넌 어디 갈 것 같냐?”

“글쎄. 그래도 스테이지에 갈 수만 있으면 좋지.”

“그래도 반 정도는 들어갈 수 있잖아. 어떻게 해볼 만은 할 것 같은데.”

스테이지 그룹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총 8명. 현재 연습생 16명 중 절반이 들어갈 수 있었다.

다들 누가 어느 그룹에 들어갈지 각자 예상하는 바는 있었으나 직접적으로 이를 입에 담지는 않았다.

설령 카메라가 꺼져있다 해도 함부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거겠지.

“자, 다시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점수 합산이 끝이 났다.

동시에 꺼져 있던 카메라의 빨간불이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인현민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럼 지금부터 개인 무대 점수를 바탕으로 한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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