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3화 (13/413)

13화. 사전 테스트의 결과

백은찬은 지금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부터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왜냐면, 곧 사전 테스트의 결과가 발표될 것 같거든.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뛰는 게 느낌상 자신의 심박수는 이미 150을 뛰어넘었을 듯했다.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결과 역시 좋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상위 8명 안에 들기.

이게 그냥 봐서는 그리 어려운 것 같지 않지만, 잘 생각해보면 꽤 빡빡했다.

‘차선빈에 안지호······.’

심사위원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무대만 대충 떠올려도 벌써 5~6개는 훌쩍 넘기 때문이다.

‘아, 맞아. 우세현. 세현이도 있었지.’

세현의 무대 역시 상위권일 거라 예상됐다. 오늘은 평소보다 노래도 더 잘했다. 물론 평소에도 잘하긴 했지만, 컨디션이 좋았던 건지 훨씬 더 잘한 느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은찬은 옆에 있던 우세현에게 슬쩍 말을 걸어보았다.

“야, 넌 안 떨려?”

“떨리지.”

“근데 왜 멀쩡해 보여?”

“심장은 안에서 뛰고 있으니까.”

아, 그래서 티가 안 난다고?

그제야 백은찬은 우세현의 말을 이해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떨린다는 말이지?”

“응.”

애초에 안 떨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기대감이 크면 클수록 더욱.

“난 지금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걱정 마. 심장은 쉽게 터지지 않는대.”

그래, 심장은 쉽게 터지지 않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야, 네 생각엔 어때. 나 스테이지 갈 수 있을 것 같냐?”

“응.”

세현이 한 치의 고민 없이 대답했다. 왠지 모를 확신이 들어가 있는 그 답에 백은찬은 조금 놀라고 있었다.

“왜?”

“그냥. 그럴 것 같은데.”

“그냥 감이야?”

“응.”

그냥 감이구나.

근데 왜 그냥 감이 아닐 것 같지?

너무 확신하며 말해서 그런가.

백은찬은 어쩐지 우세현이 결과를 미리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애초에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끝나면 썬 플라워나 다시 들어볼까.’

평소에 잘 안 듣는 류의 음악이긴 하지만 방금 무대를 봐서 그런가. 갑자기 듣고 싶어졌다. 원래 이렇게 좋은 노래였나 싶고.

세현의 무대가 끝난 이후 백은찬은 자신도 모르게 싸비 부분을 계속해서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럼 스테이지 그룹에 들어갈 첫 번째 연습생을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꿀꺽.

그 말에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현재 모든 이들의 시선은 스튜디오 중앙에 있는 스크린으로 향해 있었다. 현장은 그야말로 고요함과 정적 그 자체였다.

“첫 번째 연습생은······”

[이시카와 히로토]

스테이지 그룹의 첫 번째 호명 멤버는 일본인 연습생 이시카와 히로토였다.

동시에 발표된 연습생의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이 됐다.

그리고 그걸 본 이시카와 히로토는 화면에 나타난 자신의 이름에 놀란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히로토 군. 지금 소감이 어때요?”

“에, 정말 감사합니다······.”

더불어서 Stage 그룹으로 선별된 연습생에게는 짧지만 소감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Stage 그룹 안에 든다면 적지만 나름 확실한 개인 분량의 획득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감을 마친 연습생은 스튜디오 한쪽에 마련된 스테이지 존으로 이동했다. 그 반대편에는 백스테이지 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해당 연습생은 자신이 속한 그룹의 존으로 가 준비된 의자에 착석하면 됐다.

“그럼 바로 다음 연습생 발표하겠습니다.”

발표는 그 뒤로도 계속됐다.

[에단]

[차선빈]

[안지호]

[최진호]

자리가 하나둘씩 줄어들 때마다 남아있는 연습생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어느새 남은 자리는 세 자리.

앗 하는 사이에 사라질 만큼 남아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은찬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포기한 건 아니었다.

다만, 처음보다 욕심을 조금 비웠을 뿐.

“그럼 다음 연습생을 호명하겠습니다.”

다음은 누구려나.

이제는 추측할 여유까지 생겼다.

그리고 다시 한번 띄워지는 화면.

‘헙!’

눈앞에 띄워진 낯익은 얼굴에 백은찬은 순간 큰 소리를 낼 뻔했다.

[우세현]

스테이지 그룹으로 호명된 이름은 다름 아닌 우세현의 이름이었다.

* * *

마침내 이름이 불렸다.

내내 불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심 걱정하던 참이었다.

걱정되는 나머지 기다리던 도중 능력까지 켰다. 무대는 이미 끝난 터라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씩 순서대로 발표하는 통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을지 없을지 끝까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름이 불리기 직전.

[“우세현.”]

마침내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세현 군, 소감이 어때요?”

이송이 트레이너가 나를 향해 물었다.

“일단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무대를 준비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다행히 사전에 소감을 미리 짤막하게 준비해둔 덕에 무대에 올라서도 막힘없이 소감을 전할 수 있었다.

“세현 군은 일단 전체적으로 평가가 아주 좋아요. 그만큼 준비한 무대를 아주 잘해줬어요.”

“그렇게 평가가 좋은 건 역시 노래의 비중이 커요. 솔직히 말해서 이런 말 해도 될지 싶은데, 내가 볼 땐 출연한 연습생 중에서 보컬로는 단연 1위예요.”

이송이 트레이너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심사위원들을 향해 허리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1위···까지는 조금 과분하다 생각했고, 그냥 보컬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현 군은, 뭔가 호감상이야. 인상이.”

“네?”

“혹시 평소에 그런 말 많이 듣지 않아요?”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않습니다······.”

“하하, 역시 그렇죠?”

인현민 대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실제로 인상에 대해서는 전혀 무슨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시선을 끄는 뭔가가 있다는 거죠?”

“그렇죠. 그런 거죠.”

“그건 저도 공감이 가네요.”

인상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선을 끈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니 일단 또 한 번 감사하고 봤다.

칭찬만 계속 듣다 보니 적응이 안 되네.

“세현 군, 그럼 스테이지 존으로 이동해주세요.”

이후 나는 한쪽에 마련된 Stage 존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좌석에 앉자 바로 옆 좌석에 있던 최진호가 축하 인사를 전했다.

“축하해.”

“아, 고맙습니다.”

최진호는 나보다 한 살 많은 19살로, IN 엔터에서 3년을 연습한 연습생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마주치는 일이 적어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말 한번 해본 적 없는 같은 과 선배 같은 느낌이었다. 서로 얼굴은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데면데면한 사이인.

최진호는 간단한 축하 말을 전한 뒤, 곧바로 다시 스튜디오 쪽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물론 지금이 화기애애하게 대화할 상황은 아니지만, 애초에 나와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이 없다는 게 은연중에 느껴졌다.

뭐, 친하지 않으니 그럴 수 있지.

그나저나 이 의자 꽤 푹신한걸.

대기석에 있던 의자에 비하면 말도 못 하게 푹신하고 또 편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석이나 Backstage 존의 의자와 다르게 Stage 존의 의자는 등받이는 기본 장착에 팔걸이까지 세팅되어있었다.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를 차별화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였다.

다음으로 스테이지 존으로 입성한 멤버는 윤도운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스테이지 존에 남아있는 의자는 하나가 됐다.

현재까지 호명되지 않고 남아있는 연습생은 모두 9명.

“지금부터는 마지막 스테이지 그룹의 일원이 될 연습생 후보 두 명을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호명된 연습생은 바로 무대 앞으로 나와 주세요.”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후보가 되는 두 명의 연습생을 먼저 호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렇게 호명된 두 연습생 중 한 명은 스테이지, 다른 한 명은 백스테이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호명되지 않는 남은 7명의 연습생들은 자연스럽게 백스테이지 그룹이 된다.

“마지막 스테이지 멤버가 될 연습생, 그 후보인 두 명의 연습생은 바로······”

그리고 그 후보들이 발표되는 긴장의 순간. 그 순간, 나는 주변에 있던 그 누구보다도 먼저 그 후보를 알 수 있었다.

아······.

[“백은찬, 신하람 군.”]

“백은찬, 신하람 군! 무대 앞으로 나와 주세요.”

* * *

현장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순간인 것을 다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후보로 거론된 두 연습생은 바로 백은찬과 신하람이었다.

“이제 둘 중에 한 명은 스테이지, 한 명은 백스테이지가 될 텐데. 어때요, 지금 소감이?”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백은찬이었다.

“지금은 그냥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은찬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신하람 군은요?”

“저도 일단 이렇게 높은 점수를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인현민 대표가 곧바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실 두 사람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심사위원들의 점수 차도 그리 크지 않고요.”

그 말에 백은찬이 한 번 더 긴장했다. 앞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꼭 스테이지 그룹이 됐으면 했다.

더불어 점수 차도 크지 않으니 아깝게 되지 못한다면 더욱 아쉬울 것 같았다.

“그럼 뜸 들이는 것 없이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스테이지 그룹으로 배정될 마지막 주인공은······”

그 순간, 백은찬과 신하람은 뛰는 가슴을 애써 붙잡고 있었다.

물론 이걸로 탈락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순위에는 많은 것이 달려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떨리는 마음으로 앞에 보이는 화면을 응시했다. 마치 1초가 1분 같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아, 제발······.’

지금 이 순간,

백은찬은 부디 자신의 이름이 화면에 띄워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부디 우세현의 감이 맞기를!

그리고 마침내 그 주인공이 화면에 떠올랐다.

[백은찬]

결과를 확인한 백은찬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가슴 한편에서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백은찬이 스테이지 그룹이 되었고, 이에 따라 신하람은 자연스럽게 백스테이지 그룹이 됐다.

“백은찬 군, 마지막 멤버로서 소감 하나 해주시죠.”

이어서 백은찬은 환한 미소와 함께 차분히 자신의 소감을 전했다. 신하람도 옆에서 그런 백은찬을 축하해주었다.

신하람은 내심 많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수십 대의 카메라가 있는 무대 위에서 이를 티를 낼 순 없었다.

마지막으로 백은찬과 신하람이 서로를 한번 안아주면서 나름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마침내 Stage 그룹과 Backstage 그룹의 멤버가 모두 결정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현장은 그렇게 점차 촬영이 종료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때.

“아, 잠깐. 여기서 바로 다음 미션인 1차 미션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대표의 발언이 있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어수선해지려던 스튜디오 분위기가 단시간에 찬물 붓듯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인 대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1차 미션, 그 주제는 바로 ‘시그널 송(Signal Song)’ 경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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