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4화 (14/413)

14화. 어서와, 숙소는 처음이지?

숨 고를 틈도 없이 시작된 1차 미션. 그렇게 주어진 첫 미션의 주제는 시그널 송 미션이었다.

“지금부터 노래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이 곡은 우리 프로그램의 시그널 송으로 동시에 여러분들이 이번 1차 미션에서 선보여야 할 곡이기도 합니다.”

보통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그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곡인 시그널 송이라는 게 하나씩은 있는 법이었다.

“이번 시그널 송의 제목은 ‘Play on (플레이 온)’ 입니다. 이 곡은 경쾌하면서도 통통 튀는 멜로디 사운드의 곡으로 모두가 함께 음악을 즐기고 노래하자는 내용의 곡입니다.”

프로듀서의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화면에 앞으로 준비해야 할 시그널 송의 안무 영상이 재생되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Play on

너와 함께 꿈꾸는 이 순간

하나의 완성된 무대를 그려내고파

안무가 칼 군무인 것은 당연하고 몇 회전 턴, 공중 동작과 같은 고난도 동작들도 꽤 섞여 있었다.

‘심지어 쉴 틈도 없어 보이네.’

더불어서 동선도 꽤 복잡한 터라 군무 맞추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거기에 노래는 상당히 고음······.’

노래 자체가 전반적으로 고음이라서 이거 자칫 잘못했다가는 제대로 삑사리나겠다 싶을 정도였다.

“준비 기간은 앞으로 7일, 다시 말해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후에 여러분은 완성된 무대를 저희에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일주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역시 완벽하게 익히기에는 적은 기간이었다.

평가는 단체 평가와 개인 평가 이렇게 두 가지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우선 단체 평가의 경우 스테이지 그룹과 백스테이지 그룹의 대결로 이루어집니다.”

스테이지 그룹과 백스테이지 그룹의 대결로 이루어지는 단체 평가는 각 그룹이 시그널 송으로 한 차례씩 무대를 한 뒤 최종적으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팀이 승리자가 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미션에서 중요한 건 단체 평가보다는 개인 평가였다.

“이번 미션의 최종 순위의 경우 개인 평가의 점수로 결정됩니다.”

개인 평가의 경우 사전에 동영상 촬영을 하고 촬영물을 심사위원들이 확인하고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이었다.

“개인 평가 점수는 총 100점 만점으로 심사위원들이 부여한 점수를 합산해 평균을 낸 뒤, 해당 평균 점수가 개인의 최종 점수가 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 최종 점수가 이번 평가의 순위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베네핏이 존재합니다.”

베네핏.

그게 뭘 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단체 평가에서 승리 시 해당 팀원에게는 각각 베네핏이 10점씩 추가로 부여될 예정입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10점이라면, 충분히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점수였다.

본래 개인 점수 60점대를 받았던 연습생도 단번에 70점대로 오를 수 있다는 거니까. 이로써 단체 평가의 중요성도 상승했다.

그렇게 하여 단체 점수와 함께 개인 점수 평가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점수가 결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Stage 그룹과 Backstage 그룹을 다시 재조정한다는 거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이번 미션에서는 탈락자가 없습니다.”

그 한마디에 주변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프로그램 하차보다 두려운 건 없으니.

일단 스테이지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등수는 8등.

한마디로 1차 미션에서 8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럼 모두 최선을 다해서 이번 미션에 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거 과제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과제를 또 받은 느낌인데.

오늘의 촬영은 끝났지만, 바로 다음 미션을,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미션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이를 맞이한 연습생들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걱정이 가득했다.

어쩐지 쉽지 않은 미션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 * *

“진짜 떨려 죽을 뻔 했어······.”

백은찬이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몇 번의 심호흡.

“내 말 좀 들어봐. 진짜 거기 서 있는데 눈앞이 순간 흐릿하더라니까? 앞에 있는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가 않아!”

“고생 했다.”

“내 말이! 나 오늘 완전 고생한 듯.”

그렇게 백은찬은 숙소로 이동하는 내내 지난날의 울분을 토해냈다. 아, 지난날은 아니지 몇 시간 전이니까.

“그렇게 떨렸어요?”

그때 자기 몸만 한 캐리어를 든 신하람이 우리 옆으로 와 섰다.

“나 완전 떨었는데, 넌 안 떨렸냐?”

“그냥···그렇구나 했어요, 난.”

“그렇구나? 그렇구나아아?”

“표정은 좀 긴장한 것 같던데, 긴장 안 했어?”

“긴장한 척 한 거죠. 원래 그런 상황에서는 긴장한 티를 팍팍 내야 분위기가 살거든요.”

“분위기기이이이?”

“네. 그리고 발표되고 나서 포옹 한번 아름답게 딱 하고.”

그런 담담한 신하람의 말이 백은찬은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백스테이지 그룹이 된 건 좀 아쉽지만, 어차피 이게 끝도 아니잖아요. 앞으로 올라가면 되는 거고.”

“뭐, 그건 그렇지만······.”

“연연해봤자 좋을 것도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한번 해보자고요.”

그리고 버스가 도착했다.

백스테이지 그룹 멤버들을 태우기 위해 온 버스였다.

그룹에 따라 숙소도 다르게 배정이 됐기 때문에 신하람은 먼저 온 버스를 타고 백스테이지 멤버들이 묵게 될 숙소로 향했다.

“쟤도 참 은근 긍정적이야.”

“응. 그러게.”

근데 긍정적이면 좋지, 뭐.

신하람의 말에 틀린 말은 없었다.

오히려 풀 죽어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후 스테이지 멤버들도 숙소로 향했다. 도착한 숙소는 이미 건물 밖부터 삐까 번쩍했다.

건물 밖 뿐만이 아니었다. 내부도 훌륭했다. 8명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거실과 넓은 주방, 게다가 방이 무려 4개였다.

“와, 카메라 봐.”

그만큼 숙소에 설치된 카메라 수도 많았다. 거실은 기본이고 각 방마다 한 대씩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거 지금 돌아가고 있는 거예요?”

“네. 돌고 있어요.”

그 말에 다들 돌아가고 있는 카메라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부엌으로 향하려던 나를 백은찬이 붙잡았다.

“카메라에 인사 한번 해. 인사.”

“갑자기?”

“원래 이런 건 갑자기 하는 거야. 눈 마주치면 바로 인사하는 거지. 자, 스마일.”

그래도 일단 웃어 보고 봤다. 그리고 옆을 보니 어느새 백은찬은 손까지 흔들고 있었다.

“얘들아, 한번 모여보자!”

그 소리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연습생들이 거실을 중심으로 한 데 모이기 시작했다.

연습생들을 거실로 불러 모은 건 같은 스테이지 그룹의 멤버인 윤도운이었다.

그리고 윤도운은 현재 스테이지 그룹 내 멤버 중 연장자 측에 속했으며, 가장 맏형은 이시카와 히로토로 그룹에서 유일하게 성인이었다.

그다음은 차례로 윤도운, 최진호, 에단이 19살로 동갑, 마지막으로 안지호, 백은찬, 차선빈 순이었다.

“우리 지금 먼저 정해야 할 게 있어.”

“아, 혹시 방 정하기요?”

“맞아.”

현재 숙소에 있는 방은 총 4개. 8명이니까 2명씩 한방을 쓰면 된다.

“그럼 방은 어떻게 정하는 걸로 할까?”

그때 백은찬이 손을 들고 말했다.

“그걸로 해요, 그거! 요즘 많이들 하는 거!”

“그거?”

“순서 정해서 한 명씩 자기가 원하는 방에 들어가는 거요. 같은 방 고르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룸메가 되는 거죠.”

그거라면 나 역시 모 아이돌 리얼리티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원하는 방을 선택할 수도 있고 방법이 복잡한 것도 아니니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그거 괜찮은 거 같은데?”

“나도 좋아. 한번 해보고 싶었어.”

“히로토 형도 이거 알아요?”

“응. 알아. 본 적 있어.”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더불어 외국인인 이시카와 히로토도 에단도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이었기에 실행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래도 일단 찬반 한번 해볼게요. 이거 괜찮다 하는 사람, 손?”

이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손을 들었다. 이견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곧바로 다음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럼 먼저 방 들어갈 순서 정하기. 아, 그 전에 방은 한번씩들 다 봤어?”

“지금 마지막으로 한번씩 더 둘러보고 오기로 하자.”

방의 크기는 두 개가 크고 다른 두 개가 비교적 작은 편이었다. 구조는 대체로 비슷했으나 이층 침대가 놓인 방이 있는 반면 싱글 침대 두 개가 놓여있는 방도 있었다.

인테리어도 비슷비슷. 크게 다른 건 위치 정도였다.

‘방 크기야 뭐, 상관없고······.’

방에서만 생활할 것도 아니니 방 크기는 조금 작아도 상관없었다. 침대도 굳이 싱글 침대가 아니어도 괜찮았고.

그래도 딱 한 가지. 조금 신경 쓰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창문이었다.

‘창은 역시 커야지.’

작은 창보다는 큰 창이 있는 게 좋았다. 물론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창이 크면 햇빛도 많이 들고 하니 기분이 좋잖아.

그런 의미에서 다른 방들과 다르게 창이 확연히 큰 방이 하나 있었다. 비록 방 크기 자체는 작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한 명씩 순서 뽑아보자.”

순서 뽑기는 핸드폰 어플을 이용했다. 순서를 뽑아주는 어플이란 게 있어서 룰렛을 돌리면 랜덤으로 번호가 나오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내가 뽑은 번호는 5번이었다. 어플을 통해서 번호가 화면에 뜰 때마다 저마다 환호 혹은 절망했다.

“대박! 1번!”

그 순간, 백은찬이 기뻐하며 환호했다.

“그럼 저부터 바로 가면 되는 거죠?”

곧바로 백은찬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소리에서부터 벌써 신이 난 게 느껴졌다.

앞선 사람이 방을 고를 동안 남은 멤버들은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순서가 되기를 기다렸다.

만약 한 방의 인원이 모두 차게 될 시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대로 문을 잠그기로 했다.

“저는 제일 큰 방으로 갑니다!”

처음부터 큰 방이냐.

하지만 그럴 것 같았다. 처음부터 백은찬은 방 하나만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말하는 저게 적어도 페이크를 아닐 거라는 거다.

“다음은 누구야?”

“저요.”

다음 차례는 차선빈이었다.

(악!)

그리고 얼마 안 돼 방 너머로부터 정체 모를 소리가 잠깐이지만 들렸다.

“벌써부터 룸메가 나온 것 같은데.”

“그러게. 두 번 만에.”

에단과 최진호가 웃음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백은찬과 차선빈이 같은 방을 고른 모양이었다.

그 뒤로도 방 선택은 계속됐고 이윽고 내 차례가 됐다. 그리고 고민 없이 생각해둔 방으로 향했다.

달칵.

‘역시나 아무도 없군······.’

예상했던 대로 방안은 고요했다.

이 방은 나머지 다른 방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일단 현관에서 가장 가깝고 방 크기도 작은 편에 침대로 이층 침대. 여러모로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이거 어쩌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을지도.’

결국 방들이 다 차고 마지막 8번이 어쩔 수 없이 이 방으로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8번이 누구였더라······.’

달칵.

“어?”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번호를 세고 있을 찰나 갑작스레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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