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5화 (15/413)

15화. 백스테이지는 힘들어.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안지호였다. 뒤이어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방 안에 잠깐 정적이 돌았다.

“와, 같은 방이네.”

“어, 그래. 잘해보자.”

뒤늦게 대화가 오갔다. 표정을 보니 안지호도 이 방에 내가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안지호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진짜 그 당황함에 나오는 그 웃음. 그거였다.

하지만 카메라도 있는 마당에 이대로 어색하게 있을 수는 없어서 나름 먼저 손을 들었다.

“······?”

“하이파이브······.”

“아, 오케이.”

그렇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중간에 잠깐 버퍼링이 걸리긴 했어도 아주 잠깐일 뿐이었으니 괜찮겠지 싶었다.

“네가 6번이야?”

“응.”

안지호의 번호가 6번이라면 아직까지 2명이 더 남아있다는 거였다.

“일단 방 찼으니까 문 잠글게.”

“응.”

물론 굳이 잠그지 않아도 나머지 2명이 이 방에 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룰은 룰이니 그에 따르기로 했다.

“근데 왜 이 방 골랐어?”

그리고 시간도 보낼 겸 내심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이 방, 괜찮잖아.”

“아, 물론 그렇지. 근데 다른 방보다 더 마음에 드는 점이 있으니까 고른 걸 거 아니야.”

그러자 안지호가 잠시 방 안을 한번 눈으로 둘러보았다. 별다른 이유가 없었나.

하지만 의외로 답은 금방 나왔다.

“창이 넓어서.”

“어?”

“창문이 크길래 골랐다고.”

“아······.”

순간 대답에 놀랐다. 얘도 창문에 신경 쓰는 타입인가. 어찌 됐건 같은 기준으로 방을 골랐다는 게 나로선 조금 놀라웠다.

“나도 창 때문에 골랐어. 창이 커서 햇빛도 잘 들어오고 좋을 것 같아서.”

“응, 그래.”

아니, 여기선 좀 더 리액션을 해달라고.

“야, 진짜 신기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대신 리액션을 했다. 아니, 근데 신기하긴 하잖아. 안 신기해? 나만 신기한가?

“어, 그래. 신기하네.”

그런 나를 향해 안지호가 대충 맞장구쳐주듯 반응해주었다. 중간중간 마가 뜨는 게 아무래도 티키타카가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자, 방 정하기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때마침 거실에서부터 담당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이 방은 역시나 문고리 한 번 돌아가지 않았다.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됐어?”

그리고 방 배정 게임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우선 백은찬과 차선빈이 가장 큰 방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큰 방은 윤도운과 이시카와 히로토가, 다른 한 방은 최진호와 에단이 함께 쓰게 되었다.

그렇게 결정된 방에 대체로 다들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뭐야, 우세현, 안지호 같은 방이야?”

“응.”

“오.”

오는 무슨 오냐.

백은찬이 크게 티를 내진 않았지만, 의외의 결과라는 듯이 반응했다.

방 배정 게임이 모두 끝난 이후로는 그대로 카메라가 꺼졌다. 남은 시간만큼은 편히 쉬라는 제작진의 배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하루 종일 촬영을 한 것에 이어서 장시간 이동에 숙소에 짐까지 옮겼으니 기진맥진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다소 조용히 지나갔다. 모두 지쳐 쓰러졌는지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잠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초 저녁때쯤 잠깐 누워 있는다는 게 그만 밤까지 자버리고 말았다.

눈을 뜨고 나니 방 안에 불은 어느새 이미 꺼져있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침대를 어디 쓸지 정하지도 않았다.

이 방은 이층 침대가 있는 방이었는데 각자 어디를 쓸 것인지 사전에 안지호와 의논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1층에 누워 그대로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일어나서 2층을 보니 안지호가 자고 있는 게 보였다.

‘이거 완전 막무가내로 1층 잡은 꼴이네.’

보통 이층 침대에서는 1층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위치상 2층보다는 1층이 편하니까. 그래서 얘기해볼 생각이었는데······.

원래대로라면 기꺼이 1층을 넘겨줄 생각도 있었다. 2층도 딱히 상관없었기에.

‘하지만 지금 깨우기는 그러니······.’

아무래도 이 건에 대해서는 안지호와 다시 제대로 이야기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피곤한 몸을 뉘었다.

* * *

다음 날은 간단한 프로그램 인터뷰 스케줄을 하게 되었다.

오늘 하는 인터뷰는 방송 중간마다 들어가게 될 거라 사전에 전달받았다.

“역시 스테이지로 올라가야 해요.”

“엉?”

신하람이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도중 갑작스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촬영장이랑 백스테이지 그룹 숙소랑 꽤 멀더라고요. 오는 내내 멀미했어요······.”

“지금은 괜찮아?”

“네.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거기 숙소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걸리는데?”

“대충 한 시간 정도요.”

“아, 그 정도면 멀긴 하네.”

게다가 출근길이나 퇴근길과 겹치면 그 이상이 걸릴 터였다. 그에 비해 이쪽 숙소는 오고 가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백스테이지보다 딱 절반의 시간이 덜 걸린 셈이다.

“게다가 스테이지 숙소는 방도 4개라면서요? 우리는 한방에서 8명이 자는데!”

“뭐? 8명이 한방이야?”

남자 8명이 한방이라니······.

하루 만에 신하람 생각이 바뀔 만했다.

두 그룹의 차이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촬영 준비 순서 등 여러 가지에서 언제나 스테이지에게 먼저 순번이 돌아갔다.

“스테이지 그룹이시죠?”

“네.”

“과자 드세요.”

또, 스테이지에게는 별도의 간식이 주어졌다. 아침 이후에 한 번, 그리고 점심 이후에 한 번. 사실상 그냥 PPL인 것 같기는 하다만 어쨌든 매번 다른 간식을 줬다.

“이거 봐요. 이거. 나는 백스테이지라고 과자도 안 줘!”

확실히 이건 너무 하긴 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더 주지는 못 할망정 먹을 걸로 차별이라니.

“자, 내 거 먹어.”

“아니에요. 그냥 형 먹어요. 나중에 또 뭐라 말 들을라.”

“아까 한번 카메라 앞에서 먹었어. 그때 그림 한번 땄으니 굳이 더 안 해도 될 거야.”

그러자 신하람이 답지 않게 살짝 감동한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럼 하나만······.”

“세 개 먹어. 아니, 더 먹어.”

아직 17살인데 더 많이 먹어야지. 한창 클 나이인데.

가지고 있던 과자를 최대한 다 주려 노력했다. 그 탓에 신하람의 양손에는 어느새 과자가 가득이었다.

“자, 내 것도 주마.”

그 모습을 본 백은찬도 가지고 있던 과자를 신하람에게 건네주려 했다. 하지만 곧 신하람이 이를 거절했다.

“형 건 됐어요.”

“뭐? 왜!”

“너무 많아요.”

그러자 백은찬은 내심 서운하다는 얼굴로 가지고 있던 과자를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뒤이어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인터뷰는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사전 방송본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방식이었다.

방송만큼 중요한 게 바로 이 인터뷰였다. 여기서 괜히 말실수라도 했다간 편집의 희생양이 되기 마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 전에 미리 능력을 켜두었다.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상태 : ON.]

“안녕하세요.”

준비된 자리에 앉자 곧바로 담당 작가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먼저 간단한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네.”

이어서 이름과 나이, 특기 같은 것을 이야기했다.

[“이제 슬슬 이걸 물어볼까. 가족 질문.”]

역시 초반부터 물어보는군.

이제 슬슬 물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현 군의 가족 중에 유명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 네. 형이 연예계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형에 대한 질문.

“혹시 형이 응원 같은 거 해줬나요?”

“네. 잘하고 오라고 해줬습니다.”

실제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하는 말을 듣지 못했지만 일단 적당히 대답하고 봤다. 그러고 보니 형한테 아직 답장을 못 받았네.

형에 대한 질문은 대충 그 정도에서 마무리가 지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답하기 곤란한 수준의 질문은 없어서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

이후에는 촬영 당시 상황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었다. 예를 들면, 무대를 했을 당시 어떤 기분이었냐 혹은 다른 연습생들의 무대를 보고 어떻게 느꼈느냐라는 식의 질문들.

그때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나는 차분히 질문에 응했다.

“오늘은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장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서려 하니 몸이 조금 뻐근했다. 아무래도 조금 긴장을 했던 탓인 듯 했다.

“아, 세현 군.”

“네?”

그때 앞에 있던 작가가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뭐가 더 남아있나.

“혹시 형···그러니까 우도현 섭외돼요?”

“네? 섭외요?”

“네. 프로그램에 한번 나오면 어떨까 싶어서요. 동생 응원 차원으로.”

이건 또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섭외라고 해도 길게는 아니고 그냥 간단하게 세현 군하고만 같이 출연하는 정도로요. 어때요, 가능할까요?”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형은 지금 한국에 없었다. 분명 그걸 알고 있을 텐데도 섭외 요청이라니.

“죄송하지만, 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

“어? 안 돼요?”

“네. 요즘 형이 많이 바쁘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연락하기도 힘들어요.”

“아···그래요?”

그러자 작가가 굉장히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도현 섭외만 되면 시청률은 보장되는 건데······.”]

“그래도 어떻게 한번 안 되겠죠?”

“네. 죄송해요.”

설령 출연하는 게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도 형이 프로그램에 나올 일은 절대 없었다. 그런 부탁은 애초에 절대 하지 않을 거니까.

형이 프로그램에 나온 순간 여기저기서 끌어 올라올 말들을 생각하면···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팠다.

[“그래도 동생인데 단칼에 안 된다고 하네. 형이랑 사이가 별론가?”]

“그래도 기회가 되면 형한테 한번 말해볼게요.”

“어, 정말요?”

“네.”

당연히 그냥 하는 말이지만.

“네. 그럼 꼭 물어봐 주세요.”

“네.”

[“하, 어쨌든 섭외는 실패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작가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괜한 어그로를 끌 필요는 없으니까.’

안 그래도 프로그램 출연 소식이 알려지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이곳저곳에서 말이 나올 텐데 거기에 더 보탤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왜 답이 없지?’

그동안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형에게 출연 소식을 알린 이후 답장이 없다.

읽씹이면 그렇다 칠 수도 있겠지만 아예 읽지 않은 걸로 나온다.

물론 형이 평소에도 핸드폰을 잘 확인하지 않긴 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신경이 쓰여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집에 연락을 해봤다.

─ 아, 형? 저번에 집으로 연락 왔더라. 핸드폰 고장 났다고.

“고장 났대요?”

─ 응. 어디서 한번 크게 떨어뜨린 모양이야. 액정도 완전 나가고 전원도 안 들어온다더라. 그래서 급하게 집에만 전화했대. 수리하는 동안 연락이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아······.”

그래서 답이 없던 거군.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집에는 먼저 연락을 해둔 모양이었다.

“혹시 제 이야기도 했어요?”

─ 응? 너? 그냥 잘 지내냐고 묻기만 하던데. 그래서 그렇다고 했지.

“그럼 됐어요.”

정황상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부모님도 그에 대해서 별말씀 안 하신 것 같고.

핸드폰 수리는 보통 얼마나 걸리더라. 보통은 하루 이틀이지 않나.

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어찌 됐건 시일 내에 알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뒤.

단독 기사가 하나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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