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반응, 괜찮다.
“생각보다 괜찮아······.”
‘플레이 온더 스테이지’가 처음 방송된 그날 저녁. 장수연은 TV 앞에 앉아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의 첫방송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프로그램이 괜찮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프로그램이 괜찮다기보다는 출연 연습생들이 괜찮았다.
연습생 풀이 좋다는 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다. 단번에 흥행할 수 있는 조건.
첫방을 본 이후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보는 눈은 다 똑같다고. 전반적인 반응이 장수연이 느낀 것과 비슷했다.
- 플온스 그거 생각보다 재밌는데?
- 플온스 재밌다
- 플온스가 뭐야
- 플온스 첫방 본 사람?
- 플온스 차선빈 ㅈㄴ 내 취향
- 플온스 우세현이 우도현 동생 맞지?
- 우도현 동생이 누구야?
- 뭐야 어디에 루트 나옴?????
- 플온스 기대 이상임 ㅋㅋ
또한, 방송이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라이브톡 방은 여전히 그 열기가 식지 않은 채였다.
└ 스테이지 백스테이지 차별 벌써부터 걱정됨 아직 애들인데
└ 안지호가 RA 엔터에 있었어?
└ 안지호 여기 나옴? 걔 RA 연습생으로 유명했는데ㅋㅋ
└ 차선빈은 근데 왜 노래는 안 불러?
└ 차선빈 진짜 존잘이다
└ ㅎㄹ 우도현 동생 노래 잘하네
└ 우도현 동생이 우세현 맞지?
└ 근데 우도현보다는 얼굴이 별로네
└ 우도현 동생은 어땠어요? 잘했나요?
└ 우도현 동생 안봐도 뚝딱이삘
└ ㄴㄴ 우도현 동생 노래 잘함
└ 우도현하니까 루트 생각나네.......
└ 우도현 동생 노래 잘합니다. 메보감이에요.
└ ???? 우도현 동생이 메보에요?
└ 밴드부 시절 노래 부르는 영상도 있어요.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됨~
└ 지금 다시 재방 시작함 ㄱㄱ
심지어 SNS 실시간 트렌드 역시 장악했다.
1. Playonthestage
2. 플온스
3. 루트
4. 우도현
5. 우도현 동생
[제목] : 플온스 괜찮은 연습생들 많다
차선빈, 우세현
안지호도 괜찮음
└ ㅇㅇ 나도 그 세명이 제일 낫더라
└ 나랑 취향 존똑
└ 안지호는 다른 둘에 비하면 비주얼이 좀 떨어지지 않나
└ 그렇게 따지면 차선빈은 노래가 딸리지
└ 갑분 차선빈은 왜 끌고 나옴
└ 셋다 본업 존잘이지
[제목] : 우도현 동생이 누구야?
플스온인가?
거기 나온다는데
└ 우세현
└ 우세현
└ 내 남편
└ ㅗㅗㅗㅗㅗㅗㅗㅗㅗ
└ 세현이 미자야........
└ 단체 사진에서 가장 끝에 있는 멤버임
└ [글쓴이] ㄱㅅㄱㅅ 모야 근데 잘생겼네
└ 플스온이 아니라 플온스
[제목] : 근데 오늘 플온스 은근 견제 쩔던데
안 그런척 견제하는거 다보임ㅋㅋ
└ 단체로 차선빈 견제하는 듯
└ 뭘 단체로 견제를 해ㅋㅋㅋㅋ
└ 나도 느낌
└ 견제 대상으로 다 차선빈 찍었잖아
└ 솔직히 차선빈 정도면 견제 안할 수가 없을 듯
└ 차선빈도 우세현 견제하던데ㅋㅋ
[제목] : 근데 안지호 왤케 성격 나빠보이냐ㅋㅋ
대답도 단답밖에 안해
얘 성격 나쁨?
└ 아직 1화밖에 안나왔는데 어케 앎
└ ㄴㄴ 성격 관련해서 얘기 없음
└ 얼굴 보면 딱 성격있게 생겼는데ㅋ;
└ 그냥 말이 없는 거 아님?
└ 듣기로는 성격 별로라던디
이제 막 방송이 시작됐음에도 벌써부터 팬들끼리 견제를 하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1화 반응만 보면 이거 될 프로그램이네.
그중 가장 반응 오는 멤버는 차선빈과 안지호 그리고 우세현이었다.
방송 전부터 유명 연습생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차선빈. 그리고 RA 엔터라는 대형 기획사 출신인 안지호.
거기에 오늘 방송으로 실력이 뒷받침된다는 것까지 증명했으니 이들이 다른 연습생들보다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몇 배 이상에 달하는 관심을 받는 연습생이 있었다.
바로 우세현.
‘우도현 동생인데 노래까지 잘해······이건 진짜 사기 수준이지.’
‘그’ 루트 우도현 동생이라는 사실 자체로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실력도 좋았다. 거기에 비주얼은 덤.
만약 실력이 조금이라도 별로였다면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거다. 이미 그러려고 벼르고 있던 사람이 한 트럭이었다.
‘역시 그 형의 그 동생이라니느니 형 빨이 있을 거라느니 그런 말 엄청 나왔을 텐데.’
하지만 다행히 우세현은 노래를 잘했다. 그 사실 하나가 아마 첫방이 끝나자마자 발생했을 무수히 많은 어그로들의 일부를 소리소문 없이 잠재웠다.
하긴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우도현 동생이 노래를 잘할 줄.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우세현 노래 관련 영상이 잠시 화제가 되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SNS나 아이돌 관련 커뮤니티 사람들 사이에나 돌았던 거였다.
그러니 그전까지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이나 일반 사람들은 방송을 보기 전까지 우세현의 이러한 노래 실력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아직도 많은 어그로들이 우세현을 주시하고 있긴 했다. 이건 아마 방송이 끝날 때까지 아니, 어쩌면 데뷔할 때까지 계속될 듯 했다.
- 근데 솔직히 우도현이 더 잘생기긴 함
- 우도현 동생 생각보다 ㅂㄹ
- 우세현도 약간 뚝딱이 기질이 있는데
- 우세현 왠지 투표 높을 삘. 루트 팬들이 오지게 투표해줄거 아냐ㅋㅋㅋㅋㅋ
- 여긴 유독 우세현 평가가 높은 것 같다
- 우세현도 나중에 뜨면 팀 탈퇴하는 거 아님?ㅋㅋ
그걸 보니 장수연은 왠지 모르게 우세현을 더 응원하고 싶어졌다. 노래도 잘하고 괜찮은데 왜 이렇게 욕을 많이 먹지.
이렇게 되니 다음 편도 꼭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음에도 우세현이 잘했으면.
그렇게 그녀는 뒤이어 하는 재방을 다시 한 번 더 시청했다.
* * *
첫 방송이 나가고 며칠 뒤.
전에 찍었던 개인 컨셉 사진이 올라왔다.
사실 난 이게 올라오던 순간이 첫 방송 때보다 더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나 혼자 캐릭터 의상이기에······.
나도 경찰, 해커, 의사 등등등등과 같은 멋있는 걸 하고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절대 라이크 래빗이 싫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아니, 그냥 작은, 아주 작은 불만 정도는 가질 수 있잖아.
“컨셉 프로필 올라온 거 봤냐?”
점심시간 때쯤, 밥을 먹던 백은찬이 나에게 대뜸 물어왔다.
“아니. 아직 안 봤는데.”
“아직 안 봤어? 얼른 봐. 다들 잘 나왔더라. 역시 프로의 솜씨는 다른가 봐.”
그렇지. 나에게는 사실 프로의 솜씨라는 무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최대한 미루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 아니겠는가!
“너 것도 봤는데 잘 나왔더라.”
“빈말 고맙다.”
“빈말 아닌데. 너도 보면 괜찮다고 생각할걸? 심지어 반응도 좋던데.”
“반응?”
백은찬은 보고 있던 휴대폰의 화면을 그대로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보이는 건 내 컨셉 프로필 사진 밑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
└ 세현이 존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라이크 래빗이다ㅠㅠㅠㅠㅠㅠ짱귀
└ 우세현 ㄱㅇㅇ
└ 와중에 당근들 보소ㅋㅋㅋㅋ아주 당근밭을 만들어놨네ㅋㅋㅋㅋㅋㅋ
└ So Cuteeee!
└ ㄱㅇㅇ ㄱㅇㅇ
└ ㅈㄴ 잘어울려ㅠㅠㅠㅠ우토끼다 우토끼
“반응 좋지?”
백은찬이 다시 화면을 돌렸다.
“전체적으로 반응이 다 좋은 것 같아. 그 와중에 네 사진에 댓글 수가 가장 많다. 봐, 댓글 완전 폭발이야.”
정말로 내 컨셉 사진에 달린 댓글 수는 다른 사진 댓글 수의 2배 이상이었다.
“······다행이야.”
“응?”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괜히 욕먹는 거 아닌지 조금, 아니 조금 많이 걱정했었다. 그래, 팬들이 좋아하면 됐지. 그거면 다 된 거야.
“은근 되게 걱정했던 모양이네?”
“대놓고 걱정했는데.”
“그랬었냐? 몰랐네.”
마음이 편해지니 이제야 밥맛이 돌았다. 오늘 점심은 맛있는 치즈 돈까스였다.
“오늘 점심 먹고 바로 촬영이었지?”
“응.”
오늘은 오랜만에 촬영이 있었다.
하지만 2차 미션 촬영은 아니었다.
“미니게임이라니. 오랜만에 한 번 달려보겠어.”
오늘 촬영의 주제는 ‘미니게임’이었다.
이는 2차 미션 전에 나갈 분량으로 16명의 연습생이 단체로 미니게임을 할 예정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미션만 촬영하는 것이 아닌 중간중간 다른 컨텐츠도 찍는 듯 했다.
그나저나 미니게임이라면 뭘 하려나.
아직까지 전달받은 게 없어서 모르겠다. 뭐, 현장에 가면 알 수 있겠지.
그리고 현장에 갔을 때, 제작진이 이야기한 미니게임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일단 오늘 하시게 될 게임은 종류가 두 가지에요. 하나는 보물찾기, 다른 하나는 마피아 게임.”
하지만 의외로 두 개의 게임을 모두 하는 게 아니었다.
“근데 16명이 모두 한 게임을 하는 게 아니고 인원을 나눠서 연습생마다 원하는 게임을 선택하게 될 거예요.”
각 게임의 수용 인원은 8명.
반반씩 나누어져 원하는 게임을 하는 방식이었다.
“아! 뭐하지!”
“둘 다 괜찮은데, 마피아 게임이 더 나으려나?”
“보물찾기면 뛰어다니는 거 아니야?”
“근데 게임 자체는 보물찾기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두 개의 게임을 두고 연습생들은 제각기 어떤 게임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물찾기랑 마피아게임이라.
“참고로 게임 선택은 스테이지 그룹부터 그중에서도 지난 미션의 순위대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담당 PD의 말에 백스테이지 멤버들은 다소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떠한 게임을 할지 각자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이 게임에는 어마어마한 상품이 하나 걸려있습니다.”
여기서 덧붙여진 PD의 말.
그 순간, 어마어마한 상품이라는 말에 모두가 숨을 죽인 채로 PD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보물찾기에서의 1등. 그리고 마피아 게임에서는 게임 MVP를 한 명 뽑아 그에 합당하는 상품을 드릴 예정입니다.”
각 게임의 1등에게 수여하는 상품.
그 상품이 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게임이 끝나고 1등과 MVP가 결정되면 그때 상품이 뭔지 알려드릴게요.”
그저 이렇게 말할 뿐.
그에 합당한 상품.
물건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다음 미션과 관련된 무언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난 미션의 1위부터 나와 어떠한 게임을 할지 선택해주세요.”
스테이지인 만큼 게임의 선택에 대한 자유가 있었다. 반면, 그만큼 눈치 볼 수 없다는 점도 있긴 했다.
모여진 상대들을 보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적당히 잴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나의 경우 잴 필요가 없었다.
고민할 게 뭐가 있어.
당연히 마피아 게임으로 가야지.
심리 게임.
심리 게임에서 날 넘을 사람은 없을 듯 했다.
[현재 상태 :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