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8화 (28/413)

28화. 미니게임의 상품은?

“의사는 바로 우세현 군입니다.”

역할이 공개된 순간, 생각지도 못한 정체에 현장에 있던 이들은 모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의사가 세현이라고요?”

“세현이는 경찰 아니었어?”

앞서 우세현을 경찰로 확실시하고 있던 연습생들로서는 지금의 이 상황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잠깐, 그럼 진짜 경찰은 누구예요?”

이쯤 되면 궁금해졌다.

진짜 경찰은 누군지.

“경찰은 저예요.”

“대박. 안지호?”

“안지호, 니가 경찰이었다고?”

“네.”

이에 연습생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니가 막 최진호 의심스럽다고 그랬었잖아.”

“아, 맞아요. 적극적으로 밀었죠.”

“그거 다 알고 그런 거였어?”

“네.”

안지호가 지목한 순서는 김현진, 서민우, 최진호 순이었다.

첫판에 마피아로 몰린 김현진을 사전에 확인하고, 그다음 차례로 서민우, 최진호를 확인한 터였다.

“확인해봤더니 둘 다 마피아가 맞다 하길래 그대로 바로 몰았죠.”

“근데 왜 중간에 경찰이라고 안 밝혔어?”

“거기서 밝혔으면 괜히 더 혼선만 빚게 될 것 같아서요.”

어차피 마피아였던 최진호를 몰던 상황이었다. 시민이 아닌 이상 굳이 거기서 경찰이라고 밝혀 혼선을 빚을 필요는 없었다.

“근데 둘 다 진짜 몰랐다.”

“나도. 야, 우리 마피아 진짜 못하나 봐.”

“우리였으면 단번에 걸렸지.”

준과 김문석이 동시에 킥킥대며 웃었다.

“아니, 그보다 세현이는 어떻게 그렇게 계속 살린 거냐?”

“그냥 대충 흐름이 보였어요. 이 시점에서는 누가 누구를 찍을 것 같다는.”

“와, 얘 마피아 잘하네!”

“마피아 고수야, 고수.”

다들 그런 우세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우세현이 의사고, 안지호가 경찰······.’

반면, 최진호는 여전히 망연자실인 채였다. 게임 MVP가 물 건너간 것과 더불어 생각지도 못한 정체에 충격이 더해진 탓이었다.

“그럼 이제 게임 MVP를 뽑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MVP를 뽑는 방식은 역할을 뽑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 명씩 옆방으로 들어가 카메라에 대고 본인이 생각하는 MVP를 말하면 됐다.

“제작진 확인 후 가장 많은 득표를 얻으신 연습생을 이번 게임의 MVP로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투표의 시간이 됐다.

제작진이 호명하는 순대로 한 명씩 투표가 진행됐다.

인원이 8명이 밖에 안 됐기에 투표는 빠르게 끝이 났다. 투표는 익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는 방송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했다.

“그럼 지금부터 마피아 게임 MVP를 발표할게요.”

빠르게 집계된 결과.

하지만 의외로 현장은 그다지 긴장감이 넘치지 않았다.

모두 동일한 사람을 MVP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MVP는 우세현 군입니다!”

동시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습생들은 MVP를 선정된 우세현을 보며 한 마디씩 날렸다.

“축하해!”

“솔직히 너무 결과가 당연했어.”

“약간 긴장감이 떨어지긴 했지.”

“아니, 쟤가 너무 압도적이었어.”

뒤이어 제작진은 우세현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세현 군,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뭔가요?”

건네받은 건 손바닥만 한 작은 봉투.

“봉투 안에 오늘의 게임 MVP에게 주는 상품이 적혀있어요.”

그 말을 들은 우세현은 곧바로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 안에는 작은 카드가 하나 들어있었다.

“거기 적혀있는 걸 한번 읽어주시죠.”

“네······.”

뒤이어 우세현이 카드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상품은 바로······.”

* * *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카메라는 물론이고 이곳에 있는 연습생들까지 전부.

그리고 그 원인은 지금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이 카드 한 장 때문이었다.

카드에는 이번 게임에서의 상품이 적혀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있는 가운데 나는 차분히 카드 내용을 읽었다.

“상품은 [2차 미션곡 우선 선택권]이라고 적혀있네요.”

2차 미션곡 우선 선택권.

그게 정확히 뭘 가리키는지 알기 위해 나는 곧바로 제작진을 쳐다봤다.

“2차 미션곡 우선 선택권은 말 그대로 2차 미션에서 사용할 후보곡들 중 하나를 우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2차 미션 후보곡 우선 선택?

생각보다 괜찮은 상품에 내심 조금 놀랐다. 미션 관련 상품일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받으니 기분이 또 달랐다.

“헐, 완전 부럽다.”

“뭐야, 상품 완전 좋잖아!”

다른 연습생들 역시 이러한 상품을 부러워했다.

“혹시 그럼 보물찾기 상품도 이거랑 동일한 건가요?”

“네. 맞아요. 보물찾기 게임에서 1등 상품도 곡 우선 선택권이에요.”

“근데 둘 다 우선 선택권이면 둘 중에서는 누가 먼저 선택해요?”

“두 연습생 중 현재 순위가 더 높은 사람이 우선 선택하게 될 거예요.”

더 순위가 높은 사람.

그렇다면 저쪽에서는 누가 1등을 했으려나. 이렇게 되니 궁금해졌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다른 1위의 정체도 금방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쪽 1등은 정우빈이라네.”

보물찾기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이쪽에도 소식이 들려왔다. 정우빈은 현재 백스테이지에 소속되어 있는 연습생이었다.

“그럼 미니 게임이 모두 끝났으니 잠깐의 휴식 이후 다시 촬영 진행할게요.”

그리고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보물찾기에 있던 멤버들의 체력을 위해서였다. 보물찾기 멤버들은 다들 체력을 꽤 많이 쓴 건지 상당히 기진맥진해 보였다.

“말도 마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찾아다니고 뒤져보고······.”

잔뜩 지친 백은찬이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마셨다.

“그래서 몇 등 했는데?”

“나? 2등.”

“2등? 아깝네.”

“아깝지. 솔직히 막판까지 내가 1등일 줄 알았는데, 우빈이 형이 생각보다 많이 찾았더라고.”

그로 인해 결과가 발표됐을 당시, 정우빈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받았다고 한다.

“넌 1등 먹었다면서?”

“응.”

“너 마피아 잘하나 보다. 많이 해봤냐?”

“그냥. 그럭저럭.”

심리 게임은 뭐, 못할 수가 없지.

그리고 백은찬이 한번 더 물을 받아 마시려고 하고 있는데, 차선빈이 곧 정수기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너도 물 마시려고?”

“응.”

“잠깐만 기다려라. 금방 받아.”

이에 차선빈은 정수기 앞에서 서서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근데 얘는 왜 지친 기색이 없냐.

“넌 안 힘들어?”

“나? 그냥 그런데······.”

“얘가 좀 땀이 안 나는 체질인가 봐. 엄청 뛰어다니는데도 땀 한 방울 안 나더라고.”

좋은 체질이네.

그러고 보니 연습 때도 차선빈이 땀 흘리는 모습은 본 적이 없던 것 같았다.

“차선빈 넌 몇 등 했어?”

“나 8등.”

“······8등?”

“응.”

잠깐, 8명씩 나눠지지 않았나.

그럼 8등이라는 얘기는······.

“놀랍게도 꼴등이라는 얘기지.”

백은찬이 웃으며 말했다.

“얘처럼 보물찾기 못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아주 압도적인 꼴찌였다.”

“나름 한다고 한 건데도 어렵더라고.”

“그래. 열심히는 했다. 진짜 열심히만 해서 그렇지.”

차선빈이 나름 민망했는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다음에는 마피아 쪽으로 와.”

“응.”

다음에 또 마피아를 할지는 모르겠다만.

휴식 시간이 끝나고서는 다시 연습생 전원이 모였다. 이제부터 진행될 촬영은 2차 미션 관련 촬영이었다.

“이번에 진행할 2차 미션은 바로 [Best 남자 아이돌 커버 미션] 입니다.”

Best 남자 아이돌 커버 미션.

이번 경연은 남자 아이돌 선배들의 무대를 커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Best란,

말 그대로 유명 아이돌이라는 의미였다.

“여기서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미션은 3개의 유닛으로 나뉜다는 점입니다.”

3개의 유닛?

“총 16명이므로 5명, 5명, 6명씩 3개의 팀으로 나누어질 예정입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의 멤버들도 섞이게 되겠죠.”

예상과 다르게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의 대결이 아닌 5/5/6의 팀 대결이었다.

“팀은 곡에 따라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곡의 선택은 미니 게임 승자 2명이 가장 우선권을 가지며, 이후 순위대로 곡 선택이 이루어질 겁니다.”

미니 게임 승자는 나와 정우빈.

정우빈의 순위는 나보다 뒤였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곡을 선택하게 될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럼 이제부터 미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곡 3개를 공개하겠습니다.”

착!

그러자 앞에 있던 세 개의 판넬의 커버가 동시에 벗겨졌다.

“오오오오오.”

순식간에 공개된 곡에 연습생들은 저마다 곡 리스트를 확인하기 바빴다.

그리고 공개된 2차 미션의 곡 리스트는 다음과 같았다.

[1. 티어로브 : 뒤엎어 (High!)]

[2. 루트 : Make a Dream]

[3. 인터니티 : 지옥담 (地獄談)]

루트······.

어쩐지 베스트 남자아이돌이라고 할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발표된 곡 리스트에는 루트의 곡도 후보에 올라있었다.

“그럼 가장 먼저 곡을 선택한 연습생은 우세현 연습생입니다. 우세현 연습생, 나와주세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첫 번째로 이름이 불렸다. 눈앞에 세 곡을 두고 잠시 고민했다.

셋 중 가장 유명 곡은 당연히 루트의 ‘Make a Dream’이었다.

이 곡은 루트의 데뷔곡인데, 밝고 청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련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곡이다.

루트는 이 곡으로 그 해 신인상을 휩쓸었다. 더불어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차트에 이름까지 올렸다.

그만큼 좋고, 유명하고 아이돌 대표 데뷔곡으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곡이었다.

매년 신인들이 연말에 꼭 한 번씩 커버하는 그런 곡. ‘Make a Dream’은 그런 곡이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유명한 곡.

그 곡은 DR 엔터테인먼트 소속 탑 아이돌 그룹 티어로브의 히트곡, ‘뒤엎어 (High!)’였다.

‘뒤엎어 (High!)’는 강렬한 비트 속 밝고 유쾌한 멜로디의 곡이다.

티어로브는 활동 당시 악동 컨셉을 주 컨셉으로 하였으며, 중간 중간 나오는 재치 있는 가사를 특징으로 한다.

이 곡도 역시 아이돌 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곡이었지만, 루트의 곡보다는 다소 대중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IN 엔터 소속의 인터니티.

사실 인터니티는 앞에 둘에 비하면 베스트 그룹이라고 말하기 조금 어려웠다.

일단 앞 그룹들과 연차 차이도 꽤 날뿐더러 인터니티에게는 대중적으로 흥한 노래가 없었다.

그나마 그중에서도 ‘아, 이 노래?’ 할 정도의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이번 미션 후보곡으로 나온 ‘지옥담 (地獄談)’이었다.

“우세현 연습생. 이제 곡을 선택해주세요.”

고민의 시간이 조금 길어지자 제작진 측에서 다시 한번 선택을 재촉했다.

그리고 나는 결정 마쳤다.

“제가 선택할 곡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