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9화 (29/413)

29화. 의견을 내주세요.

“제가 선택할 곡은 인터니티 선배님들의 ‘지옥담’입니다.”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마치 의외의 선택이라는 듯 저마다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루트 곡 선택할 줄 알았는데······.”

“그건 너무 뻔해서 안 한 건가?”

“지옥담을 선택할 줄은 몰랐네.”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내가 선택한 곡은 인터니티의 지옥담이었다. 지옥담은 웅장한 비트의 강렬한 댄스 퍼포먼스 곡이다.

화려한 군무를 중심으로 강한 퍼포먼스를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지옥담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곡 내용 자체는 전체적으로 감성적이고 애절했다.

특히나 곡의 후반부는 그 애절함이 최절정에 다다른다.

‘이곳은 지옥이었지.

지옥이라 불리었지.

하지만 이곳은 사실

내게 천국과 같았어.’

이것이 곡의 마지막 파트였다.

내가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이 곡이 다른 두 곡에 비해 보컬 파트가 가장 많았으며, 보컬적인 능력을 보여주기에 이 곡만큼 좋은 곡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빡센 퍼포먼스라는 다소 불안한 요소가 껴있기는 했으나 솔직히 다른 두 곡도 퍼포먼스가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형의 곡을 선택한다는 그런 뻔한 결과는 내고 싶지 않았다. 혹여 못 하면 욕을 배로 얻어먹을 것도 같았고.

“그럼 계속해서 선택을 이어가겠습니다. 다음 정우빈 연습생 나와주세요.”

곡 선택은 쭉쭉 이어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터니티 조의 인원이 더디게 찼다. 한마디로 인기가 제일 없었다.

쭉쭉 차는 다른 팀 인원과 다르게 이곳은 정원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이로써 마지막 순위인 최건우 연습생은 자동으로 지옥담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최후의 최후까지 남아있었다.

16번째 연습생은 그렇게 우리 조로 배정됐다.

“그럼 지금부터 각 조는 모여 센터를 포함한 파트 분배를 시작해주세요.”

그렇게 지옥담조는 한곳에 모이게 되었다.

* * *

지옥담조의 정원은 총 5명.

그리고 그 멤버는 나를 포함해 신하람, 김현진, 김문석, 최건우 이렇게 5명이었다.

이 중 나와 신하람, 김현진만이 스테이지 그룹이었으며 나머지 두 사람은 백스테이지의 일원이었다.

“우리 먼저 뭐부터 정할까요?”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게 일단 센터랑 리더요.”

“그럼 센터부터 정해요.”

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센터 포지션. 센터 파트는 이미 제작진에서 정해둔 파트가 따로 있어서 그 파트를 맡게 되면 자연스럽게 센터가 되는 거였다.

파트지를 살펴보니 센터파트는 1번이었다. 더불어서 메인보컬 파트는 2번.

“혹시 센터 하고 싶은 사람 있어요?”

나는 일단 메인보컬 파트를 노리고 있었기에 센터 파트는 자연스럽게 패스였다.

그래서 센터 파트가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손을 든 사람이 없었다.

“없어요?”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형, 저요. 저 한번 해보고 싶어요.”

“아, 그래. 하람이.”

신하람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잠깐 고민을 한 듯 했지만, 곧 자신감 있게 손을 들었다.

“다른 사람은 더 없어요?”

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왠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능력이었다.

사자의 조언대로 조금 유용하게 사용해볼까 했다. 물론 남발하는 수준은 아니고, 적당히.

[“하고 싶긴 한데···왠지 내가 하면 안 될 것 같고······.”]

[“괜히 나섰다가 욕먹는 거 아니야?”]

[“여기서 보통 욕심내면 욕먹던데. 그럴 바에는 그냥 안전하게 가는 게······.”]

소극적으로 나온 이유가 있었군.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했다.

괜한 욕을 먹진 않을까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센터 지원자는 원래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그래야 다양하게 볼 수 있죠. 그러면서 더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 거고.”

그래서 편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밑밥을 조금 깔았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나머지 세 사람은 동요했다.

[“그런가? 그럼 한번 해볼까······.”]

[“나도 한번 해보고 싶긴 한데.”]

“그럼 그냥 한 번씩 다 해볼까요?”

이럴 땐 그냥 다 같이 해보는 게 장땡이었다. 저쪽에서 부담도 덜 느낄 테고 방금 말한 것처럼 더 나은 센터를 다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럴까? 우리 그럼 한번씩 다 해볼까요?”

“세현이 말대로 후보 많으면 좋지.”

다행히 잘 먹힌 건지 다들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그럼 하람이부터 차례로 불러보기로 합시다.”

그렇게 시작된 센터 결정의 시간.

가장 핵심이 되는 파트라고 할 수 있는 킬링 파트 부분을 각자 한번씩 불러보기로 했다.

지옥과 지옥

이곳은 지옥 속에 지옥

Welcome to the hell

다들 파트를 부름과 동시에 카메라를 향해 각자의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나 역시도 노래를 부름과 동시에 짧은 표정 연기를 보였다. 살짝 오그라드는 감이 있었지만, 나름 뻔뻔한 자세로 했다.

“오, 역시 세현이 형. 혼자 발성이 다른 것 같아요.”

“노래가 완전 다르게 들려······.”

“그러니까. 진짜 노래 잘한다, 너.”

막상 칭찬을 들으니 좀 쑥스러웠다.

“그럼 이제 센터를 뽑을까요?”

“그래. 일단 누가 가장 좋았는지 한 사람씩 얘기해보자.”

그리고 가장 왼쪽에 있던 김현진부터 센터 후보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전 하람이가 좋았던 것 같아요.”

“나도 하람이.”

“저도 하람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순서.

“저도 하람이요.”

신하람 본인을 제외한 모두가 신하람을 센터로 지목하였다. 그리고 신하람은 홀로 나를 지목했다.

“나?”

“네. 형, 잘할 것 같아요.”

그래도 한 표 받으니 기쁜데.

“나도 세현이랑 고민했는데, 부르는 거 보니 얘는 메인 보컬 해야 할 것 같아.”

“내 생각도 그래. 그리고 세현이가 아니면, 후렴에 이 고음을 감당할 사람이 없어.”

“거기에 하람이 표정이 좋았어.”

그리고 5표 중 4표를 받은 신하람이 지옥담조의 최종 센터로 결정되었다.

“축하합니다!”

“센터 축하축하!”

“감사해요. 열심히 할게요.”

신하람 역시 기뻐 보였다.

확실히 좀 전에 표정 연기에서 신하람보다 나은 사람은 없었다.

거기에 춤도 꽤 추니 센터에서 중심을 잘 잡아줄 수 있을 듯 했다.

“그럼 나머지 다른 파트도 정해보죠.”

이후 각자의 원하는 파트를 한 명씩 말해보기로 했다. 나는 당연히 2번 파트인 메인 보컬 파트를 노렸다.

“세현이 메인 보컬 파트?”

“네.”

“저는 찬성이요!”

“나도 찬성!”

원하던 메인 보컬 파트는 별 논쟁 없이 예상보다 쉽게 선점할 수 있었다.

[“메인 보컬의 고음은 감당하기 힘드니까.”]

[“혹시 저거 맡았다가 삑사리라도 나면···역시 안 하는 게 낫지.”]

[“4번 파트 괜찮은 거 같은데.”]

다들 의외로 메인 보컬 파트는 기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노래가 보컬적으로 꽤 어려운 곡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난 그래서 고른 거지만.

“저는 4번 파트 좋은 것 같아요.”

“어? 나도 4번 파트 탐나는데······.”

“어, 그럼 어떡하냐······.”

“그럼 거기도 한번씩 불러본 다음 결정하는 걸로 하죠.”

“아, 그럴까?”

또다시 눈치를 보는 두 사람에 나름 나서서 조율을 했다. 아무래도 한창 방송 중이라 그런지 다들 이미지 생각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근데 우리 리더도 정해야 하지 않아요?”

“아, 맞다. 리더.”

“리더도 누구 하고 싶은 사람 있어?”

리더라.

생각해본 적 없는 포지션이라 이번엔 그냥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설마 이것도 자원자가 없으려나.

“난 세현이 괜찮은 거 같아, 리더.”

“어, 저요?”

“응. 방금 보니까 의견 조율 같은 걸 꽤 잘하는 것 같아서.”

그건 능력 덕분이긴 한데.

아무래도 각자 뭘 원하는지 아니까 자연스럽게 흐름을 그쪽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다.

“나도 세현이 리더로 좋아.”

“나도.”

분위기가 다들 나를 리더로 미는 분위기였다.

“그럼 제가 한번 해볼게요.”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못 할 것도 없으니 일단 해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왠지 쉽게 손을 들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그나저나 리더라고 하니 어렴풋이 옛날 일이 떠오르네. 안 좋은 기억.

“좋아, 그럼 리더는 세현이, 센터는 하람이가 하는 걸로!”

“생각보다 금방금방 정해졌네요?”

“그러게. 좀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그리고 시작된 연습.

다 같이 영상을 한번 본 뒤, 맞춰서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안무 연습은 센터인 신하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신하람은 주 포지션이 춤이었기에 센터에서의 모습은 부족함이 없었다.

“이 부분이요, 좀 더 포인트를 주는 게 어떨까요?”

“어느 부분?”

“여기 중간 댄브 부분이요.”

곡 중간에는 단체로 댄스 브레이크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좀 더 우리만의 특색이 보이도록 바꾸자는 게 신하람의 의견이었다.

“형, 이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 밖에도 신하람은 안무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냈다. 자신의 파트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팀이 전체적으로 멋있게 보일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의견은 원래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한 사람의 머리로만 생각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신하람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 괜찮네. 그걸로 가자.”

“그래. 그거 멋있다. 그렇게 하자.”

물론 신하람의 의견에는 쉽게들 수긍했다. 의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의견이 없을 뿐이었다.

[“약간 긴가민가 하긴 한데···괜찮겠지.”]

[“여기선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몰라. 뭐, 이것도 괜찮으니까.”]

속으로는 각자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그리고 그 부분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혹시 이게 이거 말고 다르게 하고 싶다거나 하는 의견 있어요?”

“이거 말고?”

“네. 구체적이지 않아도 돼요. 그냥 느낌 만으로도 괜찮아요.”

그 말에 다른 팀원들은 조금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내 조금씩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댄브 부분 말인데, 우리만의 특색도 중요하긴 하지만 원곡의 느낌도 너무 없애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보다 우리 이 부분 동선이 너무 안 맞지 않아? 동선부터 정리하고 가는 게 맞는 거 같아.”

다 유의미한 의견들이었다.

그래, 이런 의견이 많을수록 좋지. 그래야 더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거고.

“그럼 일단 동선 정리부터 다시 한번 더 하고 가요.”

“어, 정말?”

“네.”

의견을 말한 팀원이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을 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지.

그 뒤로는 다행히 팀원들도 하나둘씩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이외에도 문제는 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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