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2화 (32/413)

32화. 2차 커버 미션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에 오신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오늘은 2차 미션이 있는 날이었다.

2차 미션은 특별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며, 500명의 현장 관객과 함께했다.

“저는 오늘 특별 MC를 맡은 김재현입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려요!”

또한, 오늘은 다른 때와 달리 특별 MC가 있었다. 특별 MC는 그룹 인터니티의 멤버 김재현이었다.

김재현은 화려한 말빨과 재치 있는 유머로 팀에서 예능을 담당하던 멤버였다. 음악 프로 MC 출신인 그는 지금, 누구보다도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내고 있었다.

“그럼 오늘의 미션과 투표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첫 현장 관객 제도를 도입한 2차 미션.

오늘 미션의 결과는 철저히 현장 관객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말해 관객 투표를 100%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각 무대를 보신 여러분은 딱 2번. 2번만 투표해주시면 됩니다.”

준비된 무대를 모두 본 뒤,

관객은 두 번 투표를 하면 됐다.

한 번은 세 팀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한 팀을. 다른 한 번은 모든 팀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연습생 한 명을.

이렇게 총 2번 투표할 수 있었다.

“세 팀 중 1등을 한 팀에게는 베네핏이 주어지며, 그 외에는 개인 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 순위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1차 미션 때와 비슷하게 팀 우승 시 베네핏이 있으며, 최종 순위는 개인 투표 순위대로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히 다른 게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현장 관객 투표 결과 최하위 멤버 1명의 경우, 이번 미션을 마지막으로 탈락을 하게 됩니다.”

바로 탈락자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미션을 통해 최초로 탈락자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서 투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모든 게 달려있으니까요!”

동시에 여기저기서 안타까움의 탄성이 터졌다. 혹여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탈락을 하게 될까 걱정되는 마음에서였다.

“아, 이제 모든 연습생들의 무대가 준비됐다고 하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볼까요?”

이어서 김재현이 중앙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Let‘s ~ Play !”

* * *

첫 무대는 ‘Make a Dream’ 팀의 무대였다. 루트의 Make a Dream 팀은 백은찬이 속한 팀이었다. 거기에 최진호도.

대기실에는 다른 팀의 무대를 볼 수 있도록 미리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3화가 방영된 이후, 최진호의 책임감 논란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물론 거기에 연관된 나나 차선빈 역시 여기저기 끌려 나오기는 했으나 최진호에 비하면 그래도 적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최진호는 이를 더 악물었다.

굳이 생각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화면 속 최진호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무대로서 논란을 잠재우려는 건가.

어쩌면 앞으로는 몸을 더 사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세현이 형, 우리 바로 준비하래요.”

신하람이 화면을 보고 있던 내게 다가와 말했다.

“어, 무대 벌써 시작했어요?”

“응.”

신하람도 잠깐 화면에 시선을 두었다.

“오, 은찬이 형 오늘 컨디션 좋은가 봐요. 아주 날아다니네.”

“그러게.”

청량 컨셉의 라이트 팀은 안무 중간에 깜짝 아크로바틱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화면 속 백은찬이 훌륭하게 이를 한창 해내고 있었다.

“진호 형은 눈빛 보소. 뚫어지겠네.”

“응. 그러게.”

역시 공감하는 바였다.

“지옥담 팀 빨리 나와서 준비해주세요!”

메이크 어 드림 팀의 다음 순서는 바로 우리 팀이었다. 그렇기에 여유롭게 다른 팀의 무대를 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오늘 무대의 의상은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레드 자켓. 거기에 붉은색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었다.

멤버마다 각자 의상이 달랐지만, 각 의상마다 레드를 포인트로 주어 통일감을 나타냈다.

아무래도 지옥이란 키워드에 맞춰 레드로 의상 컨셉을 맞춘 듯 했다.

“어, 지옥담 팀!”

그렇게 무대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대기 중이던 김재현이 우리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다음 차례죠? 너무 긴장들 하지 말고.”

“네! 감사합니다!”

인터니티의 김재현은 방송을 시작하기 전, 지옥담 팀을 포함해 다른 조들의 대기실을 모두 돌았다.

아무래도 같은 회사 후배들이기도 하고, 인터니티의 곡으로 경연을 하는 팀도 있었으니까. 더불어 MC까지 맡고 있었다.

그렇게 김재현은 시작 전 미리 16명의 연습생을 모두 만나보았다.

“무대 전에 이런 말 하기 뭐한데 솔직히 전 이 팀이 제일 기대돼요.”

“아, 정말요?”

“네. 아무래도 그 우리 곡으로 무대 하는 거잖아요.”

그러더니 김재현이 옆에 있던 스텝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제가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러니 꼭 1등을 하라는 소리였다.

당연히 그걸 목표로 할 거긴 하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면 이거 미운털이라도 박히는 게 아닐지.

인터니티가 보는 앞에서 인터니티 무대라니. 정말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화이팅!”

그리고 김재현은 팀원 한명 한명을 향해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세현 군. 파이팅이요!”

“네. 감사합니다.”

이름까지 알고 계시네.

세심하게 준비하신 모양이다.

“재현 씨. 먼저 무대 올라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동안 앞선 무대가 끝이 났다.

스텝의 말에 MC인 김재현이 곧바로 다시 무대로 향했다.

“여러분, 어떻게 메이크 어 드림 팀의 무대는 잘 보셨나요?”

김재현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자연스럽게 멘트를 이어 나갔다.

“지금의 무대를 잘 간직한 채로! 곧바로 다음 팀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스탠바이 바로 준비해주세요.”

“다음 무대는 바로 저의 그룹이죠. 인터니티의 지옥담을 커버한 팀의 무대입니다.”

그리고 보내는 스텝의 신호.

그대로 신호가 떨어지면 곧바로 무대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 바로 기대되는 그 무대, 그 무대의 주인공들을 만나보시죠!”

그 뒤로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들렸다.

* * *

장수연은 지금 조금 불안했다.

지금 장수연이 있는 곳은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 2차 미션 현장.

그날 새벽.

현장 관객을 모집한다는 글을 우연히 본 뒤, 아무 기대 없이 지원한 건데 덜컥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500명 안에 들다니! 내가! 500명 안에!’

순간 로또를 살까도 싶었다.

하지만 금방 관두었다.

로또에 쓰일 운이 분명 여기에 쓰여 버린 거겠지 하고.

프로그램에 그렇게 머리 풀 만큼 빠진 건 아니지만, 나름 원픽도 있겠다 그래도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이것도 흔들어줘야지.’

그렇게 킨 핸드폰 LED 화면.

화면에는 [우세현]이라고 적힌 이름 문구를 띄워놓았다.

‘무조건 세현이 1등! 세현이에게 투표!’

그렇게 그녀는 우세현의 1등을 간절히 바랐다.

이후 무대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방송국 놈들이 하는 일이기에 분명 정시 시작은 아닐 거란 건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그렇게 무한 대기를 하던 도중,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어라······.’

그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놀란 그녀는 이번엔 뒤돌아 다른 이들을 확인했다.

‘왜 다 최진호 팬이지?’

그녀의 양옆은 물론이고 뒤까지 어쩌면 앞까지도. 유난히 최진호의 이름이 적힌 플랜카드와 LED 화면들이 많이 보였다.

‘최진호 팬이 원래 이렇게 많았나?’

아니면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건가?

물론 최진호가 팬 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500명 중 이렇게 팬 비율이 높다고? 이건 뭐, 단체로 몰려왔나 싶을 정도였다.

‘혹시 그 논란 때문에 팬들이 이 악물고 신청했나?’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논란을 겪는다면, 직접 가서 응원해주고 싶은 게 팬의 마음.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은 이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거 조금 불안해지는데······.’

그때, 앞에서부터 함성소리가 터졌다.

MC의 등장이었다.

‘이거 괜찮은 거겠지?’

장수연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 * *

무대의 막이 올랐다.

동시에 어두웠던 무대 위로 한 줄기의 빛이 비춰졌다.

시작은 센터인 신하람의 독무.

고요한 그곳은 오직 신하람 만의 무대였다.

짧은 독무가 끝난 후, 곧바로 나머지 팀원들이 나와 정해진 위치에 섰다.

이어지는 웅장한 전주.

그렇게 박자에 맞춰 한 명씩 차례로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함성.

“꺄아아아아아악!”

이후 3명, 2명으로 나뉘어 앞선 3명이 먼저 앞으로 나간 이후 나머지 2명이 이를 따라나섰다.

화려한 도입부 이후 우세현을 시작으로 곧 노래가 시작됐다.

이곳은 어둠 속에 잠긴 지옥

지옥 속에 어둠,

어둠 속에 지옥

그것은 마치 하나처럼 연결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그 파트를 우세현은 훌륭히 소화 내었다.

이후 화면에 클로즈업된 우세현의 얼굴에 관객들은 다시 한번 큰 함성을 내질렀다.

‘존나 잘생겼네!’

이를 보던 장수연이 감탄의 감탄을 했다.

시작부터 후렴까지 그들이 만들어 내는 동작은 오차 하나 없이 완벽했다. 말 그대로 칼군무라 칭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시간을 빠르게 흘러가 무대는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마지막에 휘몰아치는 연속 고음.

우세현은 이를 시원하게 내질렀다.

뒤이어 따라 나오는 애드리브는 덤이었다.

우세현의 고음이 연이어지자 그에 따라 관객들의 함성 또한 점점 더 커졌다.

중간 평가 때와는 확실히 다른 막힘없는 고음 애드리브였다.

‘와······. 이거 진짜······.’

노래 진짜 장난 아니네.

우세현이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바였지만, 새삼 이렇게 현장에서 라이브도 들으니 그 느낌이 또 달랐다.

노래를 잘한다는 게 직접적으로 오는 느낌. 사람 느끼는 건 다 똑같은지 우세현의 팬이 아닌 사람들조차도 앞선 우세현의 고음에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거 잘하면 1등 할 수도 있겠는데?’

장수연은 은연중에 확신했다.

그렇게 마지막 하이라이트 고음을 끝으로 지옥담 팀의 무대가 끝이 났다.

하지만 그 여운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우세현 노래 진짜 대박이다.”

“그니까. 직접 보니까 성량도 더 확 느껴져.”

“얼굴도 진짜 실물이 훨 잘생겼어.”

역시 마지막 임팩트가 컸던 건지 주변은 우세현의 이야기로 소란스러웠다.

‘그래! 감탄해! 그리고 투표해!’

장수연은 그렇게 속으로 그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열기네요. 그럼 이 열기 그대로 다음 무대로 떠나볼까요?”

아직 남아있는 무대가 하나 더 있었다.

그렇기에 아직 방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장수연은 이 열기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계속되기를 바라며, 손에 든 투표 리모컨을 꼭 쥐었다.

* * *

세현의 어머니는 오늘도 아들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이미 봤던 거지만, 아들이 나와서 그런가. 몇 번을 다시 봐도 재밌었다.

“역시 우리 아들. 노래 잘하네.”

TV에 나오는 세현을 보며 그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띠리리리링.

그때 그녀에게로 걸려 온 전화.

벌써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하는 거람.

뒤이어 확신해보는 발신자의 이름.

[우리 첫째 아들♥]

우리 첫째구나.

오랜만에 오는 아들의 전화에 그녀는 기분 좋게 전화를 받았다.

“응, 도현아. 왜?”

─ 엄마.

그런데 이상하게 목소리가 좋지 않다.

“응, 왜?”

─ 이거 다 뭐예요?

“뭐가?”

뒤이어 한층 더 안 좋아진 목소리.

─ 우세현, 기획사 들어갔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