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3화 (33/413)

33화. 오랜만에 온 연락

‘뒤엎어’팀을 마지막으로 2차 미션의 무대가 모두 끝이 났다.

무대가 끝나자 곧바로 현장 관객 투표에 들어갔고, 관객들은 입장 전 스텝들이 나눠준 리모컨을 통해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의 결과는 모든 관객이 퇴장한 이후, MC와 연습생들만 있는 자리에서 당일 발표를 하기로 했다.

“지금 결과는 제 손안에 있습니다.”

김재현이 전달받은 큐카드를 그대로 카메라에 한 번 들어 보였다.

“먼저 팀 순위부터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발표되는 것은 팀 순위.

1등 팀에게는 개인당 +50표의 베네핏이 주어진다.

“그럼 3등 팀부터 발표하겠습니다. 투표 결과 3등 팀은······.”

부디 자신의 팀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연습생들은 모두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3등 팀은 ‘지옥담’팀입니다!”

“대박.”

“지옥담팀이 3등이야?”

예상치 못한 결과에 연습생들이 저마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팀이 바로 ‘지옥담’팀이었기 때문.

더불어 모든 팀 중 유일하게 앵콜이 나온 팀이었다. 당시 분위기로 볼 때, 지옥담팀은 1위 후보로 거론 돼도 이상할 게 없었다.

“지옥담 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후 발표는 계속됐다.

남아있는 ‘Make a Dream’팀과 ‘뒤엎어(high!)’팀 중 영광의 1위는 압도적인 표수 차이로 ‘뒤엎어(high!)’팀이 차지했다.

뒤엎어(high!) 팀은 차선빈과 안지호가 속해있는 팀이었다.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두 연습생이 있는 팀이었던 만큼 이러한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바였다.

“그럼 이어서 바로 개인 순위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긴장되는 분위기 속 연습생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화면만을 응시했다.

탈락자가 결정되는 개인 순위.

그만큼 앞서 1위 팀 발표 때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일 수밖에 없었다.

“개인 순위, 공개해주세요!”

동시에 화면에 비춰진 개인 등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차선빈이었다.

그리고 우세현의 이름은 그보다 한참 아래인 [9위]에 기록되어 있었다.

* * *

“수고하셨습니다!”

개인 순위가 모두 공개된 이후, 오늘의 촬영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늘 미션으로 인해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에 다소 변동이 있었다.

스테이지로 올라간 멤버는 최진호, 준, 정우빈. 반대로 백스테이지로 떨어진 멤버는 윤도운, 이시카와 히로토, 그리고 나였다.

‘백스테이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언젠가 떨어지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꽤 착잡했다.

물론 개인 순위도 개인 순위지만, 팀 등수가 3등이라는 것도 그 착잡함에 한몫했다. 다 같이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아쉬웠다.

무엇보다 난 팀의 리더였다.

이렇게 팀이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 게 전부 나 때문인 것 같은 그런 기분마저 들었다.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건,

최진호가 생각보다 많은 득표수를 얻었다는 점이었다.

최진호의 개인 등수는 무려 3등.

개인으로 100표를 넘게 받았다.

이러한 최진호의 결과에 최진호 본인조차 놀라는 모습이었다. 아, 물론 놀라는 척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또 하나 충격적인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탈락자의 존재였다.

이번 평가에서 탈락하게 된 연습생은 바로 서민우였다.

최종 16위를 차지한 서민우.

그리고 바로 위 등수는 스즈키 리오 연습생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최하위 연습생 후보에 올랐고, 결국 스즈키 리오가 15위 서민우가 16위가 되면서 서민우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이번 미션에서는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 사이에 가장 많은 변동이 있었으며, 탈락자까지 나와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 오늘 저녁엔 다 같이 모여서 민우 송별회라도 해요.”

그리고 누군가의 제안에 오늘 저녁엔 서민우의 송별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다행히 바로 짐을 싸 나가는 게 아니라 오늘 저녁엔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퇴소를 하는 거라 가능했다.

“민우야, 수고 많았다.”

“너무 낙심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다들.”

송별회는 백스테이지 숙소에서 이루어졌다. 서민우가 백스테이지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너무 낙심하지 마라. 기회가 이거 밖에 없겠냐?”

최진호 역시 그런 서민우를 위로했다.

[“근데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을 순 없지.”]

[“재능이 없으면 빨리빨리 자리 비워야지, 별수 있나.”]

여전히 생각과 말이 따로 놀고 있었지만.

“아, 맞다. 세현이 너도 힘내고.”

그러더니 조금 떨어져 있던 나에게 뜬금없이 말을 걸었다.

“네.”

“도운이랑 히로토 형도 힘내시고요. 제가 또 그 심경 잘 알잖아요.”

“응. 그래. 진호 고마워.”

이에 최진호는 그저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런 최진호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는 굳이 능력을 쓰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마냥 좋아할 건 아닌 것 같은데.’

스테이지에 올라간 결과 자체는 좋아보일지 몰라도 중요한 건 그 과정이 방송에 어떻게 비춰지는 가였다.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최진호의 무대가 득표수 3위를 차지할 만큼 임팩트있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쪽 센터도 다른 사람이었고.

연습생들 사이에서 좋았다고 평 받는 이들은 차선빈을 제외하고 모두 최진호의 아래에 있었다.

여기에 최진호는 지금 이미지도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

그러니 과연 이 결과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정작 지금의 최진호는 스테이지로 올라갔다는 것에 취해 그런 것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 했지만.

하긴 뭐, 편집이 어떻게 잘 되면 잘 나올지도. 그럴 확률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만.

“형, 형도 이거 먹어요.”

“어, 그래. 고마워.”

신하람이 내게 핫바 하나를 건네주었다.

지이이이이잉.

그런데 그때,

주머니에 있던 폰이 진동했다.

곧바로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의외의 인물의 이름이 화면에 떠 있었다.

“어······.”

[형]

바로 형이었다.

* * *

갑작스러운 형의 전화에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통화 내용을 노출해서 좋을 게 없으니 사람이 없나 확실히 확인을 한 뒤, 그때서야 응답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응, 형. 왜?”

─ 야.

뭐야, 시작부터 목소리가 왜 이렇게 살벌해.

─ 기획사를 들어갔다고?

“어······그렇게 됐는데.”

─ 왜?

“응?”

─ 왜 들어갔냐고.

갑자기 전화해서 이게 무슨 소리야.

기획사에 들어간 이유가 뭐겠어. 당연히 가수가 하고 싶어서지.

“그야 가수가 하고 싶으니까지. 그보다 형, 내 문자 이제 본 거야?”

─ 어.

아, 어쩐지 그동안 왜 답도 없이 조용하다 했더니. 근데 핸드폰 고장은 금방 고치지 않나.

“폰 고장 났다는 건 엄마한테 들었어. 중간에 또 고장 나기라도 했어? 나 그 문자 보낸 지 꽤 됐는데.”

─ 일이 좀 있었어. 번호가 또 털려가지고.

아.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한동안 괜찮은 듯 싶더니 사생팬이 또 붙은 모양이다.

루트를 탈퇴한 지 꽤 됐는데도 형은 아직까지도 번호를 털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번호를 털리면 한동안 문자에 전화에 이런저런 걸 많이 받게 되는데, 문제는 그게 한두 명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래서 폰을 확인하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고. 이번엔 고장까지 겹쳐 꽤 오래 폰을 확인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 그 얘기는 됐고, 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 연예인은 하지 말라고.

그래. 분명 그렇긴 했었지······.

─ 근데 이렇게 갑자기 기획사에 들어가고 서바이벌 프로까지 나온다고?

“서바이벌은 시기상 어쩌다 보니······.”

─ 그보다 너.

“어, 응.”

─ 노래 부를 수 있어?

노래.

그 짧은 한마디에도 나는 형이 뭘 묻고 있는 건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냐고. 능력 때문에 못 하잖아.

형은 내 능력에 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처음 능력이 발현되던 그때,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린다는 사실을 나는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아닌 형에게 가장 먼저 알렸었다.

그래서 능력 때문에 무대에서 노래하기 힘들단 사실을 형 역시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내가 노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노래, 지금은 부를 수 있게 됐어.”

─ 부를 수 있게 됐다고? 어떻게?

“그게 좀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능력을 껐다 켰다 온오프를 할 수 있게 됐거든······.”

─ 온오프? 그런 게 가능하다고?

“응. 나도 놀랐는데, 가능하더라.”

─ 그럼 그걸 도대체 어떻게···아니, 그 부분은 됐고. 아무튼 너 그냥 기획사 나와라.

“뭐?”

잠깐만, 이게 뭔 극단적인 말이야.

“기획사를 나오라고?”

─ 응.

“나 계약했는데?”

─ 그냥 나오라고.

“프로그램은?”

─ 나와.

“그것 보다 나오려면 돈 들어! 위약금이 얼만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지금 이 상황에서 회사를 나간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위약금이 나올 확률이······

─ 얼마가 됐든 알 게 뭐야. 지불하면 그만이지.

응. 그렇지.

형, 돈 많았지.

그걸 잠시 잊고 있었다.

대형 기획사를 등에 업고 무려 7년이란 세월 동안 탑 자리에 있던 그룹의 멤버였다.

그간 다녔던 해외투어며 드라마며 CF.

그 외 등등등등등.

그야말로 형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벌었다.

지금 부모님이 살고 있던 아파트도 형이 부모님에게 선물한 아파트였고, 그 밖에 건물도 몇 개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 그냥 계속할게.”

─ 지금까지 뭘 들었냐. 그냥 나오라니까.

“형이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걱정 안 해도 돼. 그리고 부모님도 허락하셨고.”

─ 부모님이 허락하셨다고 해도······

“하고 싶어, 노래.”

그게 내 꿈이었다.

무대 위에서 실컷 노래 부르는 것.

그렇지만 능력 때문에 꽤 오래, 아주 오랫동안 참고 살았다. 그러니 이제 부를 수 있게 된 지금. 더 이상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애써 잡은 기회 놓치고 싶지 않아. 형이나 부모님께 걱정 끼칠 일 안 만들게.”

─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물론 했다.

했지만, 이기적인 아들은 제 하고 싶은 걸 선택해버리고 말았다.

─ 나 하나로도 그간 피해를 감수하시게 했는데, 너까지 그럼 어떡하냐.

그렇게 말하는 형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 다르게 꽤나 슬프게 들렸다.

─ 엄마도 나중에 다시 카페도 하시고 해야 할 거 아니야.

가장 아픈 말이었다.

내 꿈도 내 꿈이지만, 엄마의 꿈도 있었다.

그걸 생각하니 순간 말문이 막혔다.

─ 형은 나중에 엄마가 그걸 다시 하실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건 나도 공감하지만.

“엄마한텐 항상 미안하지.”

─ 그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 잘할게.”

─ 뭐?

죄송한 만큼 더 잘해드리는 것.

지금의 나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이기적이긴 했다.

“무엇보다 형이 걱정할 일 없어. 난 알다시피 능력도 있잖아.”

─ ······.

그 말에 형은 잠시 말이 없었다.

─ 하여간 말을 들은 생각을 안 하네.

“그러니까 그냥 하게 해줘.”

─ 안 되겠다.

그리고 형은 곧 결심한 듯 말했다.

─ 형이 한국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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