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깜짝 이벤트를 할 거예요.
─ 형이 한국 가야겠다.
“뭐?”
형이 한국에 온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게 뭔 뜬금없는 소리야.
이야기가 왜 그렇게 돼.
“갑자기 한국은 왜?”
─ 니가 영 말을 들을 생각을 안 하니까. 간 김에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 그럼 내 말대로 하던가.
그건 싫었다.
─ 그건 싫잖아. 그럼 조용히 있어.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보다 괜찮은 거야?”
─ 뭐가?
“공항에서부터 기자 엄청 붙을 텐데.”
─ 상관없어. 뭐, 평생 한국 안 갈 것도 아닌데.
그건 그렇지만······.
형이 캐나다로 간지 어언 2년.
형은 그동안 한 번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자들, 엄청 붙을 것 같은데.
“와서 뭘 할 건데?”
─ 설득.
“설득해도 소용없다니까 그러네······.”
─ 그건 해봐야 알지.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어라.
“아, 잠깐 그럼 언제 오는······”
뚝.
그리고 통화가 끊겼다.
언제 오는지는 알려줘야 할 거 아냐!
“아니, 무슨 설득을 한국까지 와서 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굳이 한국까지 오려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그만큼 강경하다는 건가.
“뭔가 일이 복잡해지네······.”
그날 공항은 물론 인터넷까지 시끄러워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팠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형의 생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 *
전화를 끊고 난 뒤, 우도현은 그대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국······.’
그리고 잠시 달력을 확인해보았다.
일정이 어떻게 되더라.
한국에 가는 건 오랜만이었다.
거의 2년 만에 가는 거니까.
갈 때마다 공항이 시끄러워지는 것도 달갑지 않고, 이런저런 말이 들리는 것 역시 귀찮아 그동안은 되도록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동생의 일과 관련해 처음 엄마와 통화를 했을 당시, 그는 동생의 기획사 행을 허락한 부모님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선택을 하신 거냐고.
그러자 돌아온 엄마의 말.
‘엄마는 그냥 세현이가 노래했으면 좋겠어. 세현이 노래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 한마디였다.
그래서 도리어 물었다.
‘그렇지만, 그걸 꼭 연예인이 돼서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도. 세현이는 노래를 잘하니까 그 좋은 걸 더 많은 사람이 알면 좋잖아.’
‘엄마는 세현이 노래가 좋거든.’
그리고 엄마의 그 말이 조금 전 동생과의 통화에서 무심코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노래가 하고 싶다는 동생의 말.
마음이 괜히 착잡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한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쉽게······.”
우도현이 잠시 이마를 짚었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오냐오냐 키운 게 문제지.’
아무래도 늦둥이 막내아들이라 그런지 옛날부터 가족들이 전체적으로 동생한테 약한 부분이 있었다.
물론 그 가족에 본인 역시 포함되어있다는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나저나 온오프가 가능해졌다는 건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온오프 같은 이상한 게 가능해졌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그걸? 또 어떻게?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으나 이걸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일단 한국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준비를, 서둘러야겠네.”
준비를 위해 일단 몸을 움직였다.
아주 오랜만에 한국이었다.
* * *
다음날, 미리 싸둔 짐과 함께 아침 일찍 백스테이지 숙소로 이동했다.
싸둔 짐 안에는 과자와 같은 간식거리들이 한가득이었다.
백은찬과 신하람이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먹거리들을 가는 길에 먹으라며 잔뜩 넣어줬기 때문이다.
그래놓고는 아침에 배웅해주겠다 어쩌고 하더니만, 정작 짐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둘 다 곯아떨어진 탓에.
괜히 깨우기도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나왔다.
오히려 얼굴을 본 건 안지호였다.
물론 보려고 본 게 아니었다.
안지호가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타이밍에 내가 딱 현관에 있었을 뿐.
“잘 가라.”
“응.”
그게 대화의 끝이었다.
백스테이지 숙소는 알던 대로 스테이지 숙소와 꽤 거리가 있었다.
차 안에는 나와 함께 윤도운과 히로토가 타고 있었지만, 가는 내내 대화 하나 없이 조용히 이동했다.
두 사람 모두 잔뜩 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셋 다 모두 백스테이지는 처음이었기에.
“방은 모두 한방이고, 짐은 여기에 두면 돼.”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했다.
방 자체는 꽤 큰 편이었지만, 남자 7명이 생활하기에는 그래도 조금 좁은 감이 있었다.
“막상 이렇게 숙소에 오니까 실감이 나네.”
옆에서 짐을 정리하던 히로토 형이 말했다.
“오면서는 좀 마음이 그렇기도 했는데, 막상 오니까 좀 그러려니 하게 돼······.”
“저도 좀 그런 감이 있네요······.”
윤도운도 공감했다.
“괜찮아요. 올라가면 되죠.”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날 쳐다봤다.
“아직 미션 남았잖아요. 잘 생각해보면 우린 이제 올라갈 길만 남았다는 거예요.”
그러니 낙심하기엔 아직 일렀다.
백스테이지로 떨어졌단 사실 자체가 좀 충격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말은 결국 올라갈 곳밖에 없단 얘기였다.
그러니 올라가면 됐다.
참고로 난 등산을 좋아한다.
“그렇지. 올라가면 되는 거지.”
히로토 형이 웃으며 말했다.
뒤이어 짐을 옮기던 히로토 형의 손이 조금 빨라졌다.
“근데 반드시 꼭 올라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때 윤도운이 나를 향해 말했다.
“이대로 정체할 수도 있는 거잖아.”
“물론 그럴 수도 있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건 내가 볼 때 너무 안일한 생각 같다.”
이후 짐 정리를 끝낸 윤도운이 홀로 먼저 방을 나섰다.
안일한 생각인 건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도운이 백스테이지로 내려와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가봐.”
“네. 그래 보여요.”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히로토 형의 말 대로였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우리는 스테이지에서 함께 내려온 멤버였기에.
그리고 며칠 뒤, 다시 촬영이 진행됐다.
백스테이지에 속한 터라 오늘은 늘 달고 있던 스테이지 뱃지를 달고 있지 않았다.
“오늘 진행할 촬영은 평가 미션은 아니고요, 깜짝 이벤트로 게릴라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
생각지 못한 깜짝 이벤트에 이를 들은 연습생들이 저마다 놀란 얼굴을 했다.
“헐, 게릴라래.”
“와, 그럼 밖에 나가는 건가?”
뒤이어 메인작가 말을 계속했다.
“참고로 그 게릴라 이벤트의 날짜는 바로 오늘이에요.”
“네? 오늘이라고요?”
이번에 진행될 게릴라 이벤트는 제작진 측에서 준비한 팬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
이를 위해 연습생들은 직접 밖으로 나가 팬들에게 이벤트를 홍보해야 했다.
“그럼 지금부터 바로 나가서 홍보해야 하는 거예요?”
“네. 맞아요.”
정말 게릴라 이벤트였다.
연습생 본인조차 깜짝 놀라는 그런 이벤트.
“물론 여러분들의 홍보만 있는 건 아니에요. 공연 2시간 전에는 제작진 측에서도 게릴라 이벤트 관련 글을 올릴 거거든요.”
그리고 제작진이 예상한 게릴라 이벤트의 인원은 어림잡아 대충 1,000명 정도. 장소는 이미 섭외해두었으며, 남은 건 홍보뿐이라고 했다.
“장소는 홍대고요. 여러분은 2~3명씩 조를 나누어 홍보를 하게 될 거예요.”
조는 스테이지에서 2명씩 네 개의 조.
백스테이지에서 2명 조 두 개, 3명 조 하나로 나누어졌다.
“조는 어떻게 나누나요?”
“조는 여기 제비뽑기로 뽑을게요. 그림이 같은 사람들끼리 같은 조예요.”
제작진은 곧바로 제비뽑기 통을 가져왔다.
뽑기 안에 그림은 동그라미, 클로버, 하트, 네모 등 다양한 모양이 있다고 한다.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가 뽑을 통이 각각 구분되어 있어서 자신이 속한 팀의 통 안에서 뽑기를 뽑으면 됐다.
“그럼 바로 뽑을게요.”
메인작가가 2개의 뽑기 통을 그대로 각 팀에게 건네주었다.
내가 뽑은 그림은 다이아몬드였다.
곧바로 나는 쪽지를 들어 올렸다.
“다이아몬드 있어요?”
그러자 곧 같은 그림의 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윤도운이었다.
“같은 다이아몬드에요?”
“응.”
“오늘 하루 짝이네요. 우리 잘 해봐요.”
“그래.”
윤도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도운이 형과는 일대일로 대화를 해본 적이 거의 없어 어색한 게 없지 않아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누구랑 돼도 별로 상관없었고.
물론 도운이 형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홍보는 어떻게 하지?”]
보아하니 형 역시 딱히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홍보할 지역은 각 조마다 자유롭게 이동하시면 되고요. 되도록 겹치지 않게 해주세요. 그래야 더 많은 인원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각 조마다 카메라와 오디오 감독 그리고 작가 한 명이 붙기로 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요?”
“넌 홍대 잘 알아?”
“아뇨.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해요.”
홍대는 길거리 버스킹 이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나도 잘은 모르는데······.”
“그럼 일단 나가봐요. 나가서 대충 사람 많은 곳보다 공략하면 되겠죠.”
어차피 지리를 잘 모른다면, 일단 그냥 나가서 사람 많은 곳을 직접 발로 뛰어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 제안을 들은 윤도운은 조금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처음은 목적지를 잡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목적지를요?”
“응. 홍보하기 좋은 곳 같은 장소 검색해서. 그럼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잖아.”
그래도 상관없긴 했다.
윤도운의 말대로 시간 절약을 위해서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한번 검색해볼게.”
“네. 저도 해볼게요.”
그래서 일단 각자 장소를 물색해보기로 했다. 어디가 좋지.
“지금 바로 출발해도 돼요?”
“이대로 그냥 가요?”
반면, 벌써 출발을 준비하는 조도 있었다. 사람도 많고 조도 많다 보니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아, 여러분 잠시만요.”
그때 메인작가가 나서 그런 연습생들을 진정시켰다.
“들어야 할 내용이 아직 더 있어요.”
“들어야 할 내용이요?”
“네. 그러니 다시 앉아주세요.”
그 말에 따라 몇몇 연습생들이 본인들의 자리에 그대로 다시 앉았다.
“이번 게릴라 이벤트에서도 지난번 미니게임과 마찬가지로 상품이 하나 걸려있어요.”
또 상품?
“이미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이번에도 역시 상품이 뭔지는 비밀입니다. 그리고 그 상품을 얻기 위해서 여러분은 약간의 경쟁을 하셔야 해요.”
약간의 경쟁이라니.
단순 팬 이벤트가 아니었나.
작가는 설명을 계속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누가 더 많은 팬을 모을 것인가에 대한 경쟁을 할 거예요. 다시 말해, 이번 이벤트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모아오는 사람이 승자가 됩니다.”
또다시 경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