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공연 보러와주실 수 있나요?
팬들을 위한 깜짝 게릴라 공연.
하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경쟁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각자 뽑으신 그림 있죠? 이제부터 그 그림이 프린트된 특별 제작 티켓을 나눠드릴 거예요.”
작가는 곧바로 샘플을 하나 보여주었다.
“이게 그 티켓이고요. 여기 가운데 하트 모양이 찍혀있죠? 이건 하트 팀에게서 받은 티켓이란 의미입니다.”
티켓의 중앙에는 커다란 하트 문양 하나가 찍혀있었다. 그 밖에도 동그라미, 네모 등 티켓마다 모양이 다양했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에서는 티켓 수를 세어 관객들이 가장 많이 가져온 티켓의 주인공들을 우승자로 선정할 예정입니다.”
연습생들은 이제부터 자신의 팀을 나타내는 티켓을 시민들에게 배부한다.
그리고 관객 입장 때 그걸 다시 회수하여 총합계 결과, 티켓이 가장 많이 집계된 팀이 최종 우승하는 시스템이었다.
“팀으로 진행하는 것만큼 우승자는 당연히 2명 이상이고요. 3명인 조도 있으니 3명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럼 팀원 모두에게 동일한 상품이 주어지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이번엔 철저한 팀 제.
이벤트를 빙자한 팀 간 경쟁이었다.
지난 사례를 생각하면 이번에도 상품은 다음 3차 미션 관련 무언가일 듯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만약 관객이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게릴라 이벤트인데 입장을 못 하게 되는 건가.
“작가님.”
“네. 세현 군.”
“만약 입장하던 관객이 티켓을 소지하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되나요? 입장 불가인가요?”
이에 작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입장 가능합니다. 귀한 발걸음 해주셨으니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고요. 티켓이 없어도 입장은 가능하나 이 경우 집계에는 제외됩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티켓을 소지해달라고 해야겠네. 기껏 홍보했는데 집계가 안 된다면 그 나름대로 손해이니.
“그러니 다들 열심히 홍보해주세요.”
뒤이어 각 팀에게 티켓이 배부되었다.
우리 팀은 다이아몬드 팀.
티켓의 중앙에는 다이아몬드 하나가 크게 프린트되어 있었다.
한 팀당 주어진 티켓 매수는 모두 140장.
7개의 팀으로 나뉘었으니 총 매수는 980장인 셈이었다.
“그럼 이제 바로 나가면 돼요?”
“아뇨! 잠시만요.”
그대로 문을 나서려던 연습생들을 작가가 또다시 만류했다.
“그냥 가면 안 돼요. 이거 가져가야 해요.”
뒤이어 연습생들에게 건네진 종이 뭉치.
이건 또 뭐지.
“홍보물이에요. 쉽게 말해서 전단지요. 자고로 이런 이벤트에는 전단지가 있어야죠.”
작가가 뿌듯해하며 말했다.
전단지는 뭔가 화려했다. 알록달록한 사진들이 꽉 차 있는 것이 포토샵 좀 하셨네. 이어서 전해 받은 전단지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해봤다.
“어때요? 다들 마음에 들어요?”
전단지에는 연습생들의 지난 컨셉 프로필 사진이 한명 한명 박혀있었다.
내 사진은 당연히 라이크 래빗이었다.
또 이 사진이냐!
왠지 이 사진은 이대로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박제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 * *
“어디가 좋을까요?”
“음, 광장 부근이 좋을 것 같은데.”
시작 소리가 나오자마자 뛰쳐나간 팀이 있는 반면 우리 팀은 일단 출발 전 장소를 먼저 물색하기로 했다.
주변을 보니 우리와 같이 사전 탐색을 먼저 하는 팀도 몇몇 보였다.
이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주어진 덕분이기도 했다.
“여기 괜찮다. 일단 카페들이 많네.”
“아, 여기라면 저도 알아요.”
장소는 금방 정해졌다.
의외로 의견이 바로 일치한 덕이었다.
그 뒤로는 오직 달리기뿐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넉넉할지라도 한 장이라도 더 많이 더 빨리 돌리는 게 이득이다.
그렇게 향한 곳은 홍대에 있는 어느 카페거리. 사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도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적지만 있었다.
“어, 혹시 요즘 그 서바이벌에 나오는 사람 아니에요?”
“뭐야, 뭐야! 저거 플온스 걔네 아니야?”
네, 맞아요. 플온스 걔네입니다.
일단 이렇게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래도 일반 시민분들보다 공연에 와주실 확률이 더 높으니까.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저희 공연 보러와 주실 수 있나요?”
“공, 공연이요?”
“네! 저희가 야외 특설 무대에서 오늘 게릴라 공연을 하거든요.”
그러자 곧 고개를 격하게 흔드는 여성 팬 두 분.
“갈 수 있어요! 갈게요! 꼭 갈게요!”
“감사합니다!”
뒤이어 티켓 2장과 함께 홍보물 전단지 2장을 나눠드렸다.
“어! 이거 우토끼···아니, 라이크 래빗 인형탈 쓴 거! 그거 맞죠?”
“네. 맞아요.”
이후 여성분들은 티켓보다 전단지를 소중히 간직한 채 꼭 가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나셨다.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공연 보러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혹시 연예인이에요?”
“아뇨. 아직 연습생이에요.”
일반 시민분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마찬가지로 오늘 공연을 홍보했다. 비록 공연에는 못 오실지도 모르지만, 오늘을 계기로 프로그램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실 수도 있으니까.
애초에 알아봐 주시는 분들보다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훨씬 많긴 했다.
“오늘 공연 보러 꼭 와주세요.”
“네! 근데 엄청 잘생기셨어요.”
“감사합니다.”
“이름이 뭐예요? 나중에 보고 한번 투표할게요.”
“우세현입니다.”
그렇게 또 한 장의 티켓과 전단지가 나갔다.
“완전 존잘이에요! 제가 진짜 오늘부터 영상 다 챙겨볼게요!”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영상을 찾아본다는 그 말 한마디가 잘생겼다는 얘기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뭔가 기쁘고. 아무튼 잘 설명할 순 없지만.
‘근데 사람이 좀 없는 것 같은데, 다른 곳으로 더 이동을 해봐야 하나.’
장소로 정한 곳이 애매한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도운이 형. 우리 다른 곳으로 한번 이동을···어, 뭐해요?”
“응?”
“아니, 왜 한 장도 안 줄어 있어요?”
“······.”
그러자 곧 윤도운이 고개를 숙였다.
* * *
윤도운은 지금 난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용기가 안 났다.
무슨 용기냐, 하면은 생전 처음 보는 타인에게 말을 붙일 용기였다.
‘침착해. 침착하자고······.’
생전 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지나가는 타인에게 말을 걸고 거기에 홍보까지 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었다.
“저, 이거······.”
“네?”
“······아닙니다.”
일단 말을 걸긴 걸었는데, 티켓을 주기까지의 과정이 쉽지가 않았다.
이런 데 무대는 어떻게 서냐고 묻는다면, 그건 이거와 좀 다른 영역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히려 무대 하는 게 더 편했다.
‘한심하네······.’
그런 현재의 자신이 윤도운은 한없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에 비하면······.’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시간되시나요? 저희가 오늘 공연을 하나 하거든요.”
같이 온 우세현은 태연한 얼굴로 티켓을 건네고 있었다.
그는 알아보는 사람,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 구분 없이 그저 웃으며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저 혹시······.”
“네?”
그때, 한 여학생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혹시 윤도운 아니에요?”
“···어, 네. 맞습니다.”
“와, 역시!”
본인인 것을 확인하자 차분했던 여학생은 어느새 뛸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저 완전 팬이에요! 플온스도 맨날 본방사수 하는데!”
“아, 감사합니다.”
팬이다.
그것도 플온스를 본방사수 하는 팬!
이건 기회였다.
“저 그럼 이거 하나만······.”
“네! 좋아요!”
긍정적인 대답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곧바로 손에 있던 걸 여학생에게 하나 건네주었다.
“응원할게요! 꼭 파이팅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나 돌렸다!
드디어 티켓 하나 돌렸어!
팬이니까 꼭 와주시겠지?
드디어 하나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텐션이 오르려던 그 순간, 윤도운은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아······.”
티켓은 안 주고 전단지만 줬잖아······.
정신없던 나머지 그만 중요한 걸 빼먹고 말았다.
와, 나 진짜 바본가?
“형! 여기는 이제···어, 뭐해요?”
“······.”
“왜 한 장도 안 줄어있어요?”
진짜로 한 장도 못 돌렸으니까······.
그거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
“······아니.”
“그럼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건네 줄 용기가 안 난다는 말이.
‘못 하겠단 말을 어떻게 해. 쪽팔리게.’
그렇게 윤도운은 고개를 숙였다.
“형, 우리 그냥 같이 다닐까요?”
“뭐?”
뜬금없는 그 말에 놀란 윤도운이 곧 고개를 들었다.
“초반엔 같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둘이 같이 다니면 알아보시는 분도 더 계실지도 모르고.”
“그야 그렇지······.”
“그럼 같이 돌려요.”
그렇게 두 사람은 당분간 함께 돌리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은 넉넉하기에 조급할 필요도 없었다.
“형, 처음엔 인사부터 하는 게 좋아요.”
“뭐?”
“처음엔 아무래도 다가가기 힘들잖아요. 그럴 땐 웃으면서 인사하는 게 최고거든요.”
인사?
그럴듯한 말이었다.
무엇보다 이 간단한 걸 왜 잊고 있었지.
“인사를 하고 나면 다음엔 자연스럽게 건네기만 하면 돼요. 물론 건네면서 홍보를 더 하면 더 좋고요.”
“인사······그리고 건네기.”
윤도운은 곧 그 말을 받아들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번 돌려봤다.
사실 우세현이 말한 건 아주 간단한 거였다. 누구나 알만한 아주 당연한 사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닥치면, 그런 간단하고도 당연한 걸 잊어버리고 만다.
‘시뮬레이션 돌리시나 보네.’
그게 세현에게도 보였다.
뒤이어 우세현은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형.”
“어?”
“그래도 역시 이런 건 실전이죠.”
“뭐?”
마침 타이밍 좋게 이쪽으로 걸어오던 행인 한 명이 있었다. 그제서야 윤도운은 앞선 우세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전?”
“네.”
긴장이 됐다.
그래, 계속 이렇게 굼뜰 순 없잖아.
그건 같은 팀원인 우세현에게도 못 할 짓이었다. 이건 엄연한 팀 전이니까.
그렇게 윤도운은 뻘쭘한 행색을 보이면서도 근처에 있던 행인을 향해 멈추지 않고 열심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런 윤도운을 우세현은 뒤에서 지켜봤다. 성공, 할 것 같은데.
“저······.”
“예?”
일단 인사.
“안녕하세요.”
그 다음, 홍보물 건네기.
“이거 한 장······.”
떨리는 마음으로 전단지를 건넸다.
안 받아요. 하고 가는 거 아니겠지.
어쩌면 그런 말도 없이 그냥 무시로 일관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괜히 더 긴장됐다.
“아, 네.”
하지만 다행히 앞선 걱정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행인은 전단지를 그대로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기쁜 마음에 윤도운이 한번 더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형, 잘하시는데요?”
“잘하기는······.”
“하다 보면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그런가?
그래도 두 번 해봤다고 처음보다는 확실히 좀 더 나아진 것 같기도 했다.
근데 얘는 내가 힘들어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아니지. 당연히 모를 리가 없지.’
한 장도 못 돌린 것도 그렇고, 겉으로도 티가 났을 테니. 그래도 이를 책망하거나 하는 것 없이 오히려 배려해주는 느낌이니 괜히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카메라 앞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냥 고마웠다.
“이 기세로 계속 돌려봐요.”
“그래.”
더불어서 용기가 좀 생겼다.
벌써부터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요령을 좀 터득한 느낌이기도 했다.
그리고 윤도운은 다시 우세현이 말한 방법을 속으로 되뇌어봤다.
인사, 그리고 나눠드리기.
그렇게 길거리 홍보를 계속했다.
“헐. 야, 저거 걔네 아니야?”
“누구?”
“그 IN에서 하는 프로그램 있잖아! 걔네!”
“어? 진짜네?”
“야, 올리자!”
플온스보는중 @playonon
야야야야야야야ㅑㅑㅑㅑㅑ
지금 홍대에 플온스 애들 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