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비장의 무기를 꺼내죠.
한주아는 지금 정신이 없었다.
이유는 바로 이 시간 홍대에 떴다는 플온스 멤버들 때문.
그녀는 일명 사진을 찍는 찍덕이었다.
물론 근래에는 사진을 찍을 일이 없었다.
왜냐하면, 탈덕을 한 탓에 카메라를 놓은 지 꽤 됐기 때문이다.
“아니, 갑자기 무슨 홍대야?”
그녀는 불평을 하면서도 신경은 오직 카메라를 찾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몇 분 전.
플온스 출연 연습생들이 홍대에 떴다는 정보성 글이 그녀의 SNS로 흘러들어왔다.
세혀니 @Sehyunll
뭐? 애들 지금 홍대라고?
입덕하세요 @comeonyo
??? 플온스 지금 홍대에서 촬영해요?
지호지호 @jihohoho
애들 지금 홍대에 있대요!
근데 단체가 아니고 몇 팀으로 나뉜듯
차차선빈 @chacha0123
우리 선빈이 지금 홍대에 있는거 실화?
우토끼 @rabbit
세현이 누구랑 짝이야?
빛나라은찬 @chany
게릴라 이벤트 같은 거 하나봄
전단지 돌리고 있다함
“뭐? 홍대? 게릴라 이벤트? 이런 미친!”
카메라! 카메라!
많고 많은 플온스 출연 연습생 중 그녀가 카메라에 담는 인물은 바로 우세현.
한주아는 우세현의 찍덕이었다.
“와씨, 이런 이벤트는 반드시 찍어줘야 하는데! 미친 제작진은 왜 이런 것도 공지를 안 해주는 거야?”
이번 이벤트와 관련해 플온스 제작진이 올린 공지는 전무했다. 그야말로 정말 깜짝 이벤트인 것.
예상 인원이 얼만지는 모르나 길거리 홍보만으로도 다 채울 수 있다 이거냐. 제작진의 그 이상한 자신감은 지금 한주아의 짜증을 돋을 뿐이었다.
께톡!
그때 메신저가 왔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곧바로 폰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세현이랑 지호 대충 위치 알 것 같음]
“좋아!”
일행의 반가운 메시지에 한주아는 조금 더 준비를 서둘렀다. 계속 이동하는 것 같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지.
그렇게 한주아는 카메라를 든든히 챙긴 채 목적지인 홍대를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 * *
“안녕하세요!”
윤도운이 행인을 향해 힘차게 인사했다.
“시간 되시면 공연 한번 보러와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제는 전단지를 돌리는 것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뭐든 처음만 어렵지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인 듯 했다.
‘어디 보자, 티켓이······.’
둘, 넷, 여섯······.
생각보다 남아있네.
꽤 돌린 것 같은데도 아직 티켓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었다.
“형, 얼마나 남았어요?”
우세현이 윤도운에게 다가와 물었다.
“나 아직 반 넘게. 넌?”
“저도 아직 좀 있어요.”
“좀 더 속도를 내야겠다.”
“네.”
그래도 다행히 아직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 조금 속도를 내되 서두를 필요까진 없었다.
“다른 팀들은 얼마나 돌렸으려나?”
“글쎄요. 다들 다른 장소에 있다 보니 상황을 모르겠네요.”
시작한 이후 시간이 얼마 안 지나긴 했지만, 다른 팀의 모습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의외로 동선이 안 겹치나 봐요.”
“그런가 보다. 솔직히 시작 때부터 몇 팀은 만날 줄 알았는데.”
“그러게요.”
그때, 저 멀리 건너편에서부터 미약하게나마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저기는 왜 이렇게 시끄러워?”
한산한 이곳과 다르게 다수의 사람이 무리를 지어 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대박! 플온스다! 플온스!”
“선빈아! 차선빈!”
“현진아, 여기 한번만 봐줘!”
바로 다른 팀의 등장이었다.
* * *
“감사합니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
지금, 차선빈과 김현진의 근처로는 이들을 알아본 팬들로 잔뜩 북적이고 있었다.
“여기서 뭐 있어요?”
“아, 저기 저 두 사람 연습생이에요! IN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요!”
“아, IN 엔터테인먼트?”
이에 지나가는 행인들도 놀란 표정으로 한 번씩 무슨 일인지 묻고 갔다. 그만큼 많은 인파였다.
“현진이 형, 여기서 할까요?”
“그래. 한번 하자.”
그리고 두 사람의 거리 공연이 시작됐다. 미리 준비된 이동식 앰프 덕에 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노래는 소속사 선배인 인터니티의 최신곡, ‘Crown’이었다.
“꺄아아아악!”
두 사람이 그대로 춤을 추기 시작하자 동시에 크나큰 함성이 따라왔다.
“와, 진짜 차선빈 존나 잘생겼네.”
“이목구비 봐. 진짜 쩔어.”
“김현진 멋있다!”
함성 소리와 함께 엄청난 카메라 셔터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뒤이어 깜짝 공연이 끝이 나고, 김현진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오후 7시에 깜짝 게릴라 이벤트가 있어요! 부디 많이 와주세요!”
두 사람은 인사 후, 들고 있던 전단지와 티켓을 행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뭐야, 지금 여기서 뭐 해요?”
“어, 윤도운!”
우리는 그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김현진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우리를 보며 놀란 듯 웃어 보였다.
“많이 돌렸어요?”
“뭐야, 탐색하러 왔어?”
김현진이 그런 윤도운을 견제하는 듯 조금 물러났다.
“얼마나 돌렸어?”
“이만큼 남았어.”
“으아아악! 차선빈! 그걸 알려주면 어떡하냐!”
물음에 쉽게 답해주는 차선빈에 김현진이 이를 노발대발하며 말렸다.
남아 있는 양으로 보건대, 두 사람은 상당히 많은 양을 돌린 듯 했다. 우리와 비교하면 확실히 더 적은 양이었다.
“마이크랑 앰프은 어디서 난 거예요?”
“그건 비밀이야.”
“제작진 분들한테 말씀드리면 주시던데.”
“야! 너 조용히 해!”
김현진은 다시 한번 차선빈의 입을 막기 바빴다.
“형은 뭘 그런 것까지 숨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텐데.”
“뭐든 정보는 중요한 법이니까.”
맞는 말이긴 했다.
“세현아! 선빈아! 여기 한번만 봐주라!”
“세현아! 여기! 여기!”
그 순간, 카메라 세례가 또다시 쏟아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운이 형과 나의 합류로 아까보다 사람이 더 늘어난 모양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이만 간다! 너희도 알아서 잘해봐! 서로 겹치진 말자고!”
김현진이 곧바로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
“선빈아! 가자!”
“이따 보자.”
“그래. 잘해라.”
“도운이 형도 잘하세요.”
“응.”
그렇게 차선빈은 간단한 인사를 남긴 후, 먼저 간 김현진을 뒤따라갔다.
“선빈이 간다! 선빈이 따라가!”
“차선빈 간다!”
방금 전까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인원의 절반 정도가 떠나는 차선빈을 따라 함께 이동했다.
“쟤네 생각보다 많이 돌렸는데······.”
그러면서 윤도운은 가지고 있던 티켓과 전단지를 한번 더 세어보았다.
“괜찮아요. 우리도 비장의 무기를 꺼내면 되죠.”
“비장의 무기?”
“네.”
“그게 뭔데?”
어리둥절해하는 윤도운을 향해 나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에게 있어서 무기가 뭐겠는가.
“당연히 공연이죠.”
* * *
“아이고, 힘들어라.”
한주아는 지금 카메라를 든 채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걷고 있었다.
[XX 사거리. XX 사거리 벤치에 지금 세현이랑 도운이 있대.]
사거리에 있는 벤치란 말이지?
그녀의 일행에게서 받은 정보.
그리고 그녀는 현재 그 사거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이제 횡단보도만 건너면······.’
께톡!
그때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야야야야야야 대박! 지금 세현이랑 도운이 벤치 앞에서 춤추고 있대!]
???????????
······뭐?
메시지를 본 순간 사고회로가 정지됐다.
‘잠, 깐······. 춤? 지금 춤을 추고 있다고?’
그 순간,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한주아는 횡단보도를 정신없이 달렸다.
거리 홍보 무대라니.
이건 찍덕으로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이벤트였다.
다른 걸 몰라도 이건 반드시 찍어야만 해!
그녀의 직감이 그걸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헉헉······.”
이윽고 도착한 장소.
그곳에는 정말로 춤을 추는 우세현과 윤도운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노래!!!!!! 노래도 하고 있잖아!!!!!!!!!’
단순히 춤만 추는 게 아니었다.
마이크를 잡고 춤에 맞춰 노래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선곡은 프로그램의 시그널송인 ‘Play on’.
음악에 맞춰 윤도운은 플레이 온의 안무를 추고 있었으며, 우세현은 똑같이 플레이 온 안무에 노래까지 곁들어 공연하고 있었다.
‘X친, 노래 왜 이렇게 잘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노래를 정말 너무 잘했다.
그것보다 이 노래를 라이브로 직접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완전 쌩라이브.
“와, 노래 쩐다.”
“춤도 잘 춰.”
“이거 무슨 노래야?”
주변 반응도 그녀와 비슷했다.
모두 노래에 감탄하는 분위기.
‘정신 놓고 있을 틈이 없지.’
그녀는 빠르게 영상을 찍었다.
이렇게 좋은 무대는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이 봐야만 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Play on
네 플레이리스트를 말해봐
춤을 추는 와중에도 노래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물론 각 잡고 추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표정도 좋아.’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표정 또한 좋았다.
곡의 분위기와 맞는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 보는 사람이 다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오늘 왠지 레전드 하나 나올 것 같다.’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바로 편집해서 올려야겠다.
그녀를 제외하고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두 사람의 공연을 촬영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공연은 끝이 났다.
너무 짧아 아쉬울 정도였다.
아무래도 정식 공연도 아니고 즉흥 공연이라 그런지 1절 만으로 끝이 나버렸다.
“저희 오늘 저녁 7시에 공연해요! 그러니까 많이들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막간 홍보도 놓치지 않았다.
“꼭 갈게!”
“너무 잘생겼어요!”
찰칵 찰칵 찰칵!
공연의 열기가 아직까지 식지 않은 건지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멈출 줄을 몰랐다.
이어서 두 사람은 가지고 있던 티켓과 전단지를 주변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도 받아야 해!’
한주아 역시 조금 앞으로 나가며, 자신에게도 티켓을 주기를 기다렸다.
“저기······.”
“네?”
그때 옆에서 같이 구경을 하던 여성 한 명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거 무슨 프로그램이에요?”
“아, 플온스라고 요즘 Y-NET에서 하는 기획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에요.”
“아하.”
대답을 들은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이신가 보네.
“그럼 저 파란색 옷 입으신 분 이름은 뭐예요? 노래를 되게 잘하시더라고요.”
파란색.
우세현을 말하는 것이었다.
“세현이요! 우세현!”
“아하, 우세현.”
“네. 노래 엄청 잘하니까 프로그램 꼭 한번 보세요!”
“네. 그럴게요.”
그렇게 말하던 여성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좋아. 이렇게 입덕을 하는 거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우세현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우리 함께 우세현 앓아요······.
‘입덕해라, 입덕입덕!’
그녀는 또다시 열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날 그녀가 찍은 영상은 인터넷상에서 다시 한번 거대한 화제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