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게릴라 이벤트 승리팀은?
“이쪽으로 한 분씩 천천히 입장하실게요!”
저녁 6시.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 게릴라 공연 관객 입장이 시작됐다.
이벤트가 펼쳐질 장소는 어느 야외 특설 무대. 가을이지만, 아직까지는 날씨가 춥지 않고 괜찮았다.
“혹시 티켓 가지고 계신가요?”
“네. 여기요.”
“네. 감사합니다.”
동시에 이번 이벤트의 핵심인 티켓도 착실하게 집계하고 있었다. 티켓의 중앙을 확인한 뒤, 곧바로 모양대로 분리시켰다.
“가지고 계신 티켓 있으신가요?”
“어, 없는데. 혹시 있어야 해요?”
“아뇨. 없어도 입장 가능합니다.”
물론 티켓이 없어도 입장은 가능했다.
하지만 티켓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과 소지하지 않고 있는 사람 줄을 나누어 소지한 이를 우선 입장 시켰다.
“지금까지 무슨 티켓이 제일 많아요?”
현장 스텝 한 명이 근처에 있던 다른 스텝에게 물었다.
“어···하트? 아닌가? 동그라미? 다이아몬드? 지금까진 다 비슷비슷한 거 같은데?”
“그래요?”
“입장은 얼마나 남았어?”
“아직 멀었어요.”
그렇게 말하던 스텝은 이내 입장 줄을 한 번 더 확인해보았다.
“멀었어, 멀었어. 더 걸릴 것 같아요.”
“생각보다 사람이 엄청 몰렸는데?”
“그러니까요. SNS에 홍보도 늦게 했다고 들었는데······.”
연습생들의 길거리 홍보 이외에 SNS 홍보를 어느 정도 곁들이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건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이거, 입장을 서둘러야겠는데?”
“네. 그럴게요.”
스텝은 곧바로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한 시가 부족한 상황. 그렇게 스텝들은 정신없이 맡은 일에 몰두했다.
* * *
오늘 게릴라 이벤트에서 선보일 곡은 모두 2곡이었다.
프로그램 시그널 송인 ‘Play on’과 지난 2차 미션 때 선보였던 유닛 무대들.
사실 그 밖에도 더 많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이미 알다시피 이번 게릴라 공연은 출연 연습생들도 몰랐던 깜짝 이벤트이다.
그렇기에 달리 준비한 무대가 없었다.
이왕이면 사전에 준비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상당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와, 소리 봐.”
“엄청 많이 오신 모양인데?”
드문드문 들리는 함성소리에 연습생들은 준비를 하던 도중 눈이 휘둥그레졌다.
“함성소리 들으면, 왠지 모르게 막 힘이 나고 그러지 않냐?”
백은찬이 뜬금없이 물어왔다.
“어, 그런가?”
“응. 난 막 힘이 나던데. 괜히 더 흥이 오르고.”
“힘이 난다기보다는 난 막 연습이 하고 싶어지던데.”
“연습?”
“응.”
이상하게 함성소리를 들으면 연습이 하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연습을 조금 해볼까도 싶었다.
“연습이 생각나진 않던데······. 아무튼 그것도 막 힘이 나는 것 같은 부류 아니냐?”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지도.”
그리고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올라가기 전에 한번 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이제 스탠바이 들어갈게요! 연습생분들은 바로 이동해주세요!”
어느새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15명의 연습생들은 스텝의 안내에 따라 준비된 무대 아래로 이동했다.
“여기서 대기하시다가 MC분의 소개가 끝나면, 타이밍 맞춰 올라가시면 돼요.”
오늘도 역시 특별 MC가 있었다.
특별 MC는 요즘 한창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남성 개그맨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리고 MC의 준비된 멘트가 시작됐다.
오프닝 멘트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았기에, 아마 몇 분 뒤면 바로 무대 위로 올라갈 것 같았다.
‘아, 맞다. 능력.’
그때 순간적으로 능력을 오프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렇게 중요한 걸 까먹다니.
큰일 날 뻔했네.
요즘은 계속 예전과 다르게 무대에 오를 때가 아니면 잘 꺼두지 않아서 신경 써서 의식하지 않으면 이렇게 잊어버리고 만다.
‘주의해야지. 주의.’
조금 더 신경 쓰는 게 좋을 듯 했다.
“그럼 바로 소개하겠습니다!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의 주인공들이시죠!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의 연습생분들입니다!”
동시에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리면서 나는 그렇게 무대 위로 힘차게 뛰어 올라갔다.
* * *
두 곡의 무대, 그리고 관객들과의 막간 토크 시간, 마지막 포토타임까지.
깜짝 이벤트로 진행된 게릴라 공연은 그렇게 순식간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촬영은 계속됐다.
“그럼 이제부터 합계 시간을 가질게요.”
게릴라 이벤트는 끝났지만, 연습생들에겐 아직 남아있는 이벤트가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종 집계 결과, 이번 게릴라 이벤트 미션 1등 팀은······.”
두구두구두구.
그 순간, 마치 배경음악이 깔린 듯한 느낌이었다.
1등 할 수 있을까.
주어진 티켓과 전단지는 모두 소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결과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윽고 발표의 순간.
“1등팀은 바로 하트팀입니다!”
하트팀.
1등을 차지한 팀은 하트팀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하트팀의 멤버는 바로 최진호와 안지호였다.
“1등 팀인 하트팀은 무대 앞으로 잠깐 나와 주시죠.”
그렇게 두 사람은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최진호는 싱글벙글한 데 비해 안지호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트팀의 티켓 수는 총 123장으로 집계 결과, 가장 높은 수를 기록했습니다!”
123장.
상당한 수였다.
그걸 들은 최진호가 환한 얼굴로 안지호에게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었다.
이를 안지호는 보기 드문 환한 미소로 화답하였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건 세상 또 처음 봤다.
“그럼 여기서 상품을 바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던 상품 공개의 시간.
“상품은 바로 [3차 미션곡 우선 선택권 + 그룹 구성권] 입니다!”
준비된 상품은 바로 [3차 미션곡 우선 선택권 + 그룹 구성권]이었다. 이거 뭔가 지난 미니게임 때랑 유사한데.
“이번 상품이 지난 미니게임 상품과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역시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군.
“바로 미션곡 우선 선택권과 더불어 그룹 구성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룹 구성권이란, 말 그대로 해당 연습생에게 그룹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는 겁니다.”
그룹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
이는 즉, 3차 미션에서는 안지호와 최진호가 주축이 되어 자신과 함께 할 멤버를 직접 선별할 수 있다는 거였다.
이건 확실히 2차 미션 때보다 훨씬 메리트가 있는 상품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3차 미션에 대해서는 다음 촬영 때,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오늘의 녹화는 안지호와 최진호의 1등 기념 촬영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 * *
3차 미션 녹화 당일.
오늘도 역시 촬영을 위해 준비 중이었다.
“들었냐?”
“뭘?”
“안지호랑 최진호 형, 그날 경쟁 장난 아니었댄다.”
“그날?”
“응. 우리 게릴라 이벤트 한 날.”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그날 안지호랑 최진호는 같은 팀 아니었나.
“둘은 같은 팀이었잖아.”
“그렇지. 같은 팀이었지. 그런데도 서로 지기 싫어서 누가 더 많이 돌리는지 경쟁했다고 하더라고.”
아니, 무슨 그런······?
“그리고 그 경쟁의 결과, 그 팀이 결국 1등. 이렇게 됐다 이거지.”
“결과적으로는 잘된 거네.”
“어떻게 보면 그렇지.”
근데 둘 사이가 그렇게 많이 별로인가. 그렇게 서로 지기 싫어할 정도였다니. 내 기억으론 사이가 나쁠 만한 특별한 사건은 없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진호 형이 다 말하고 다니던데?”
“그걸 말하고 다녔다고?”
“응.”
1등을 해서 기분이 업됐나.
떠벌리고 다녀서 별로 좋을 게 없을 것 같은데. 아무튼 새로운 사실이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럼 지금부터 3차 미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드릴게요.”
3차 미션.
이번 미션은 바로 ‘신곡 매치’.
말 그대로 신곡을 통한 대결이었다.
“이번 미션에서는 유명 작곡가들에게서 받은 2개의 신곡을 두고 그룹 간 대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 커버 공연 미션 때와는 다른 완전 새로운 곡을 이용한 미션이었다.
“대박, 새로운 곡이래!”
“와, 우리도 드디어 우리 곡으로 무대 하는 건가?”
이를 들은 연습생들은 부풀은 기대감에 잔뜩 신이 나 있었다.
“그럼 이번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신곡. 그 신곡을 하나씩 들어보시죠!”
이윽고 앞에 있던 대형 스크린의 화면이 밝아지면서 준비된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Hello, Everyone! (안녕하세요, 여러분!)]
화면에 처음 등장한 것은 한 외국인 남성이었다. 곧바로 그는 자신을 소개했다.
[My name is Tony. I'm the Producer of this song. (저는 토니고요, 이번 곡의 프로듀서입니다.)]
Producer Tony는 IN 엔터와 자주 곡 작업을 하는 외국인 작곡가였다.
[I'll introduce a song, Listen! (이제부터 곡을 소개하겠습니다. 들어보시죠!)]
뒤이어 음악이 흐르면서 댄서들의 안무가 시작되었다.
소개된 곡은 빠른 비트와 강렬한 에너지가 가미된 힙합 댄스곡이었다.
곡의 제목은 Racer(레이서).
전체적인 컨셉이 카레이서를 모티브로 한 것 같았다.
곡은 정말로 속도를 올리는 것처럼 계속해서 빠른 속도의 비트로 진행됐고, 안무 또한 이를 받쳐 주듯 빈틈없는 구성이었다.
[Thank you! (고마워요!)]
마지막엔 다시 작곡가가 등장하며 인사를 전한 뒤 그대로 영상이 종료되었다.
“와, 이거 곡 괜찮은데?”
“노래 좋다!”
“무조건 이거다, 이거.”
그리고 연습생들은 그에 대해 열띤 반응을 보냈다.
이어지는 다음 곡.
이번에도 역시 작곡가가 먼저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 연습생 여러분. 저는 작곡가 김모혁입니다.]
“헉! 김모혁 피디님이다!”
“피디님!”
김모혁은 현재 IN 엔터 프로듀서팀에 속해 있는 프로듀서 중 한명으로 IN 엔터 소속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곡은 바로 ‘환몽(幻夢)’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영상.
이번 곡은 앞선 곡과는 반대로 느린 템포의 전주로 시작되었다.
이 곡, 환몽(幻夢)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동양풍의 곡이었다.
곡의 중간 중간에는 국악이 삽입되어 있었으며, 가사 곳곳에도 동양적인 키워드가 숨겨져 있었다.
“이건 처음이랑 분위기가 완전 다른데?”
“이것도 노래 좋다.”
“무대 컨셉 잘 나올 것 같다.”
이 곡 역시 반응이 좋았다.
카레이서 컨셉의 강렬한 댄스 퍼포먼스 곡과 몽환적인 동양풍의 곡.
그런 두 곡은 서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럼 이제 각 팀을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지호 연습생과 최진호 연습생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
하지만 두 사람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곡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
원하는 곡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건 앞서 말한 두 명뿐.
만약 두 사람의 선택이 겹칠 경우, 이번에도 역시 순위가 높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사람의 선택은 겹치지 않았다.
“최진호 연습생은 ‘레이서(Racer)’를, 안지호 연습생은 ‘환몽(幻夢)’으로 선택을 모두 마쳤습니다. 두 분 다 변경은 없으신가요?”
“네. 없습니다.”
“저도 없습니다.”
최진호의 선택은 레이서(Racer).
안지호의 선택은 환몽(幻夢)이었다.
사이가 안 좋다더니.
이런 것마저 겹치지를 않네.
“그럼 다음은 멤버 뽑기입니다. 멤버를 뽑는 순서는 현재 순위가 높은 안지호 연습생에게 우선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연습생들 중 누군가 손을 들었다.
“혹시 어필 같은 건 없나요?”
“아, 이 곡을 하고 싶다 이런 거요?”
“네.”
“물론 가능합니다. 어필하셔도 상관없어요.”
그러자 주변이 곧 소란스러워졌다.
“야, 안지호. 같이 하자.”
“진호야, 이 노래 래퍼 필요하지 않아?”
“야, 알지?”
어필이 시작되자 최진호는 입가의 미소를 띤 채 웃었으나 안지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럼 안지호 연습생부터 멤버 선택 시작하시죠.”
그리고 시작된 멤버 선택.
안지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우세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