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밸런스 차이가 나긴 하지.
안지호가 가장 먼저 선택한 팀원은 다름 아닌 우세현이었다.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보컬의 비중이 많은 곡이니만큼 보컬 확보 차원에서.
안지호가 생각하기에, 연습생 중 우세현보다 나은 보컬은 없었다.
무대 완성도 면에서도 괜찮을 듯 했고,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 중 가장 나은 선택이라 여겼다.
다만, 그런 안지호의 선택에 의문을 가진 이들도 분명 있었다.
가장 먼저 최진호.
‘굳이 왜 우세현을 선택한 거지? 우세현을 데려가면, 그쪽 팀에서 메인보컬 맡기 어려울 텐데.’
다른 이들의 의문 역시 이와 비슷했다.
보통 우세현을 선택하는 건, 팀의 메인보컬을 위해 데려가는 경우였다.
하지만 안지호의 경우, 본인이 직접 메인보컬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 그렇기에 굳이 이렇게 포지션 파이가 겹치게 선택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지호는 자신의 그룹 멤버로 우세현을 가장 먼저 선택했다.
‘단순히 인기 멤버 확보 차원?’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최진호는 생각했다.
이번 3차 미션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글로벌 인터넷 투표가 진행된다.
그리고 심사위원 평가와 인터넷 사전 투표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등수가 결정. 이러한 방식을 고려해 안지호는 우세현을 뽑은 게 아닌가 싶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
“다음, 최진호 연습생 멤버를 선택해주시죠.”
차례는 넘어가 이제는 최진호의 선택 시간이었다.
최진호 역시 미리 생각해둔 멤버가 몇몇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보컬 멤버의 충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진호는 보컬 멤버를 먼저 뽑기로 했다.
“저는 에단을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호명된 자신의 이름에 에단이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최진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세현, 안지호보다는 아니지만, 에단 역시 실력 좋은 보컬 멤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잘 맞았다. 멤버를 뽑는 기준에 팀워크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 다음, 안지호 연습생. 이어서 선택해주시죠.”
다시 돌아온 안지호의 차례.
안지호는 앞서 마찬가지로 긴 고민 없이 다음 멤버의 이름을 호명했다.
“차선빈이요.”
동시에 모든 연습생들이 놀람을 금치 못했다.
“잠깐, 지금 저 셋이 한 팀에 모인 거야?”
“대박······. 안지호, 우세현, 차선빈 한 팀이야······.”
“야,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세 사람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가장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던 인물들.
그런 세 사람이 한 팀에 모였다는 사실에 연습생들은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X친, 한발 늦었잖아······.’
안지호의 선택에 놀란 것은 최진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냐면, 다음 선택 멤버로 자신도 차선빈을 생각했기 때문에.
상위권 인기 멤버는 반드시 한 명이상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투표를 위해서라도.
최진호의 입장에서 상위권 멤버 중 가장 괜찮은 멤버는 차선빈이었다. 실력도 괜찮고, 팬덤도 어느 정도 확보된 멤버.
그렇기에 다음은 무조건 차선빈이었거늘.
‘아, 차선빈부터 뽑을 걸 그랬나······.’
이렇게 되니 자신의 지난 선택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선택은 계속됐다.
먼저 선택을 마친 것은 안지호였다.
안지호가 선택한 ‘환몽(幻夢)’의 팀 인원은 모두 6명. 반면, ‘레이서(Racer)’의 팀 인원은 9명이었다.
“‘환몽(幻夢)’의 인원이 모두 찼으므로, 남아있는 3명의 연습생들은 자동으로 ‘Racer(레이서)’팀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남아있던 연습생들 모두가 최진호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로써 3차 미션의 그룹 구성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연습생 여러분, 이번에도 역시 좋은 무대를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녹화가 끝났다.
“와, 근데 진짜 이거 사기 아니냐?”
“그러니까. 어떻게 쟤네가 한 팀이냐고.”
“뭔가 밸런스가 좀 안 맞아 보이는데······.”
하지만 녹화가 끝났음에도 연습생들은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차선빈에 안지호, 그리고 우세현. 거기에 백은찬, 신하람, 윤도운이 한 팀이냐······.”
너무나 괜찮아 보이는 팀 구성에 나머지 연습생들은 내심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 * *
팀이 구성됐다.
내가 속한 팀은 환몽(幻夢)팀.
물론 내가 원해서 들어온 건 아니지만, 노래 자체가 환몽이 더 취향이었기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와, 안지호. 멤버 구성이 장난 아닌데?”
“맞아요, 솔직히 세현이 형 골랐을 때 전 무조건 이 팀 들어오고 싶었어요.”
“솔직히 난 곡도 맘에 들어.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곡하고 싶었거든.”
“은찬이 형도요? 저도요. 일단 곡 분위기가 맘에 들어요.”
이후 백은찬과 신하람이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했다. 둘 다 엄청 신나 보이네.
“기뻐하는 것도 좋은데, 일단 우리 포지션부터 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두 사람을 윤도운이 진정시켰다.
“아, 그렇죠. 일단 리더는 지호 형이죠?”
“어.”
“좋아, 일단 리더 정해졌고!”
“리더는 원래부터 정해져 있던 거잖아.”
“그래도 뭔가 하나 해결한 느낌이잖냐. 그냥 우리가 정한 걸로 하자.”
과제 하나 해결하는 느낌인 거냐.
리더의 경우 이미 정해져 있는 포지션이었다.
팀을 구성한 안지호.
안지호가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이었다.
반대로 저쪽 팀의 리더는 최진호였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를 향해 박수 한번 치고 가자!”
“갑자기 박수는 무슨 박···”
“박수!”
짝짝짝짝짝.
그렇게 백은찬의 주도하에 안지호를 향한 박수 세례가 동시에 쏟아졌다. 그에 안지호는 이게 뭐냐는 듯한 얼굴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럼 다음! 센터를 정하자. 센터 하고 싶은 사람?”
그 말과 동시에 두 사람이 손을 들었다.
손을 든 이는 차선빈과 신하람.
“오, 둘 다 센터 지원?”
“응.”
“넵! 지원합니다.”
“그럼 역시 그거 해야지. 그거. 센터 파트 카메라에 대고 한 번씩 불러보기!”
이제는 국룰이었다.
그러다 보니 차선빈도 신하람도 아무 말 없이 이를 수용했다.
“누가 먼저 할래?”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표정 연기.
신하람은 한껏 아련한 표정으로 지정된 킬링파트를 선보였다.
“크, 아련하다, 아련해.”
“제가 원래 한 아련해요.”
“다음은 선빈이 바로 가자.”
차선빈 역시 같은 파트를 불렀다.
다만, 차선빈은 신하람처럼 표정 연기를 하지는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곡 분위기 자체가 차선빈과 더 어울리는 느낌.
“이 형은 잘생겨서 그런지 카메라만 봐도 분위기가 사네.”
신하람 역시 그런 차선빈을 칭찬했다.
“그럼 투표로 결정할게요.”
그리고 결과는 차선빈의 승.
이에 신하람은 아쉬워하면서도 차선빈의 센터 선점을 함께 축하해주었다.
“하람아, 너무 실망 말거라. 다음에 더 잘하면 되는 거니라.”
“은찬이 형. 형 저 안 뽑았죠?”
“응. 어떻게 알았냐?”
“아오,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투덕거렸다.
그런 두 사람을 진정시킨 건 또다시 가운데 있던 윤도운이었다.
“그럼 다음은 파트 정하기.”
“형들 하고 싶은 파트 있어요?”
하고 싶은 파트.
하고 싶은 파트라면 당연히 메인보컬 파트였다.
“난 파트 2번.”
“파트 2번···아, 메인보컬 파트.”
“역시 세현이 형은 그럴 줄 알았어요.”
“다른 사람은?”
그때, 안지호가 손을 들었다.
“나. 나도 파트 2번.”
“오, 안지호 너도 파트 2번? 둘이 겹치네?”
“메인보컬 대결 한번 가나요!”
안지호도 나와 마찬가지로 파트 2번, 메인보컬 파트를 골랐다. 왠지 그럴 것 같기는 했다만.
참고로 안지호는 지난 2차 미션 때도 팀의 메인보컬 역할을 담당했던 이력이 있었다.
“그럼 한 번씩 불러보자.”
내가 먼저 파트 대결을 제안했다.
앞서 센터 때와 마찬가지로 메인보컬 파트의 지원자는 안지호와 나, 둘 뿐이었다.
“어느 파트로 할래?”
“이 파트로 해. ‘달 아래 드리워진 너의 그림자. 난 이 순간이 현실이길 바래.’ 부분.”
“좋아. 그걸로 가자.”
안지호가 제안한 대로 메인보컬 파트 중 하나인 ‘달 아래 드리워진 너의 그림자···’ 이 부분을 부르기로 했다.
곡의 클라이맥스 중 하나인 부분.
고음이 터지는 이 부분을 안지호와 내가 한 번씩 불러보기로 했다.
그리고 안지호가 먼저 노래를 시작했다.
“달 아래 드리워진 너의 그림자. 난 이 순간이 현실이길 바래─”
깔끔한 고음처리였다.
거기에 안지호만의 유니크한 음색이 어우러져 데모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한마디로 겁나 잘 불렀다는 얘기다.
“지호는 진짜 음색이 좋네.”
“그러게. 뭔가 독특하면서 귀에 꽂혀.”
“진짜요.”
당연히 다른 멤버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칭찬에도 안지호는 그저 조용히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응. 그래. 빨리 부르라는 거구나.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았다.
“저 그럼 부를게요.”
이어지는 나의 노래.
다를 때보다 조금 더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앞서 안지호가 너무 잘 부른 탓이었다.
그래도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 떨리던 마음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달 아래 드리워진 너의 그림자. 난 이 순간이 현실이길 바래─”
고음은 물론이고, 곡의 감정선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며 불렀다. 곡 정보로 볼 때, 이 곡은 꽤나 감성적인 곡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멤버 역시 멀리서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헐, 뭐냐. 성량 쩌네.”]
[“역시 우세현······.”]
[“아, 저걸 이길 수 있나······.”]
동시에 한숨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그리고 노래를 마치자 차선빈이 가장 먼저 한마디를 했다.
“노래 좋다.”
그게 첫 감상평이었다.
“음, 그럼 바로 투표 들어갈까?”
“그래. 두 사람은 고개 숙여. 우리 넷이서 투표하자.”
그 말에 따라 나와 안지호는 곧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투표 시작할게요. 먼저 안지호에 투표할 사람 손!”
잠시 침묵.
“좋아요. 그럼 다음 우세현에 투표할 사람 손!”
마찬가지로 침묵이 이어졌다.
“투표 끝났다. 이제 둘 다 고개 들어.”
“후. 힘든 선택이었어요.”
막상 투표가 끝나니 내심 좀 걱정이 됐다.
혹시 모르니 다른 파트도 미리 생각해두긴 했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그럴 일은 없었으면 했다.
“그럼 메인보컬을 발표하겠습니다! 우리 환몽팀의 메인보컬은······!”
“두구두구두구.”
뒤이어 백은찬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세현입니다!”
아, 대박.
“나야?”
“응. 너야.”
발표된 결과에 나도 모르게 놀랐다.
“자, 박수!”
그리고 그런 나에게 다들 축하한다며 박수를 보내줬다. 물론 그 사이에는 안지호도 포함되어있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안지호가 너무 잘 불러서 혹시나 안 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원하는 파트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그럼 리더는 지호, 센터는 선빈이, 메인보컬은 세현이. 이렇게 인가?”
“네! 맞아요.”
“꽤 괜찮은 것 같다.”
메인 파트들이 모두 정해졌으니 이제 남아 있는 파트를 나누는 일만 남았다.
다행히 이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각자 원하는 파트가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리드 보컬 파트인 파트 3.”
“나.”
“리드 보컬에 안지호.”
“다음은 서브 보컬 파트인 파트 4인데···”
“어, 나 그 파트 할래.”
“백은찬 말고는 없어?”
“없네요~”
그렇게 파트 분배는 얽히는 일 없이 순식간에 끝이 났다. 의견 충돌 같은 건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분위기였다.
그러다 보니 옆 팀에서도 우리와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다.
[“저기는 왜 저렇게 분위기가 좋아?”]
[“뭐야, 잘 돼가나 보네.”]
[“아, 저기 갔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마음의 소리들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