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이런 걸 보통 염탐이라 하죠.
오늘,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의 2차 미션 방송분이 방송됐다.
- 오늘 플온스 본 사람?
- 플온스 미션 누가 1등함?
- 오랜만에 멬어드림 들었는데 노래 ㅈㄴ 좋음
- 지옥담 처음 들어봤는데 노래 좋다
- 플온스 오늘 탈락자 나왔어?
- 지옥담 팀 왜 꼴찌? 젤 잘했는데
- 플온스 탈락자 : 서민우
그리고 오늘의 방송분 이후, 커뮤니티들에는 다시 불이 붙었다.
가장 불 탔던 건 역시나 2차 미션 1등팀과 해당 미션 개인 순위에 대한 것이었다.
[제목] : 난 지옥담팀이 젤 잘한 거 같은데....현장은 다른가?
ㅈㄱㄴ
└ 현장은 달랐나보지
└ 지옥담팀이 1등 아니야?
└ [글쓴이] : ㅇㅇ 1등 뒤엎어팀임
└ 헐
└ 뒤엎어팀은 누구네 팀인데?
└ 차선빈, 안지호 팀
[제목] : 최진호 뭐야? 왤케 순위 높음?
최진호 원래 인기멤이었어?
└ ㄴㄴ 인기멤 아님 현장에 팬이 많았나봄
└ 인기멤 아냐 그날 그냥 현장에 팬 많이 갔대
└ 뭐래 최진호도 인기 많아
└ 최진호보다 인기 많은 멤이 뭐 얼마나 있다고ㅋㅋ
└ 인기를 제쳐두고 저렇게 3위할 정도의 무대는 아니었음
특히나 다른 것보다도 개인 순위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을 가졌다.
- 최진호가 3등이라는게 말이 안되는데
- 최진호 실력 좋아?
- 차선빈, 안지호 밑에 최진호라는게 말이 됨?
- 그 날 현장에 최진호 팬 많이 감 그래서 투표수가 높았던 것 같음
- 이래서 현장 투표만 하면 안돼ㅋㅋ얼른 인터넷 투표 열어라
“그래, 최진호가 3등인 건 말이 안 되지.”
댓글을 읽던 장수연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조금 전 방송된 플온스를 보며 장수연은 속이 그렇게 터질 수가 없었다.
2차 미션 현장에 다녀왔던 그녀.
현장에 다녀왔지만, 어느 팀이 1등을 했는지 그리고 개인으로는 누가 몇 등을 했는지에 대한 결과는 방송을 보기까지 알 수 없었다.
‘어쩐지 현장에도 불안하다 했더니······.’
그녀의 느낌대로 최진호는 현장에서 많은 표를 받았고, 3등이란 결과까지 얻었다.
사실 중요한 건 최진호가 표를 많이 받았다는 사실보다는 우세현이 표를 많이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팬심을 떼놓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 우세현이 훨씬 잘했기 때문이다.
“쟤가 훨씬 잘했는데, 왜 쟤가 더 순위가 높아?”
“그치? 언니가 봐도 그렇지?”
“응. 저 잘생긴 애가 더 낫던데.”
보아라. 일반인의 눈으로도 그렇다잖아.
물론 방송을 본 이들의 대부분이 이와 같은 의견들이었다. 최진호가 3등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인터넷 투표는 언제 열지.
이제 슬슬 열 때도 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현장투표 만으로만 진행하는 건 여러모로 불만을 낳았다.
오늘 결과로 인해 하루 빨리 인터넷 투표가 열렸으면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열리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가족, 친구, 친척 아이디 다 모아서 투표해야지.”
곧이어 장수연은 폰을 열어 음악 스트리밍 어플을 켰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재생.
오늘의 첫 곡은 인터니티의 지옥담이었다.
‘노래 진짜 좋아.’
2차 미션이 끝난 후, 인터니티의 지옥담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됐다.
대부분이 저건 무슨 노래냐는 반응이었다. 다른 경연곡들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 이후 스트리밍 사이트 검색 순위는 물론 지옥담 뮤직비디오 조회수 역시 빠르게 올라갔다.
- 지옥담 노래 왜 이렇게 좋음?
- 인터니티 노래 중에 이런 곡이 있었어?
- 지옥담 한번 들어봐 ㅈㄴ좋음
그만큼 방송의 힘은 대단했다.
물론 IN 엔터는 그걸 노리고 미션곡에 인터니티 곡을 넣은 거겠지만. 솔직히 곡들 사이에 밸런스가 안 맞았던 건 사실이다.
“이거 경연팀 버전으로 음원도 나오면 좋을 텐데.”
원곡도 좋지만, 경연 음원 버전도 원곡 못지않게 좋았다. 물론 원곡보다 나은 커버는 없지만, 그래도 이건 원곡만큼 좋았다.
특히 메인 보컬 파트.
우세현의 파트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지옥담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지옥담팀이 무대를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노래를 잘 소화해내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 우세현 덕이 크지 않을까했다.
방송에 나왔다시피 우세현이 팀의 노래 선생님 역할을 도맡았기 때문에.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우세현의 인기도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터넷 투표 빨리 열라고!’
장수연은 이미 모든 걸 걸 준비가 되어있었다.
* * *
오늘은 아침 일찍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3차 미션 공연까지 아직 5일이란 시간이 남아있었다.
아직 일찍 연습이기에 백스테이지인 나와 도운이 형은 거리 때문에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만 했다.
“아, 잠깐만. 나 안경 통 놓고 왔다.”
“얼른 가서 가져와요.”
“응. 기다려.”
뒤이어 윤도운이 빠르게 방으로 들어갔다.
“어, 너네 지금 연습하러 가?”
그렇게 도운이 형을 기다리고 있던 도중, 현관에서 같은 백스테이지 멤버인 정우빈과 마주쳤다.
“네. 아침 일찍 모이기로 해서요.”
“아, 그래? 우리도 이제 곧 모이기로 했는데······.”
그러시군요.
딱히 할 말이 없기에 대충 맞장구쳐줬다.
“어때? 너네 연습은 잘 돼가?”
“연습이야 늘 같죠.”
“잘 돼가고 있단 말이지?”
“네, 뭐······.”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거지.
염탐이라도 하는 건가.
“형 팀도 연습 잘하고 계시죠?”
“응? 그렇지. 잘 되고 있지.”
정우빈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쪽은 잘 되고 있나 보네. 여긴 분위기 완전 폭망인데······.”]
“진호 형은 잘 지내고 있죠?”
“어? 진호? 아, 응. 잘 지내고 있지.”
[“잘 지내기는 무슨. 카메라만 없으면, 히스테리 작렬인데······.”]
최진호가 상당히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모양이네.
지난 방송분이 나가고 난 이후, 최진호는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이미 예상한 바와 같이 최진호의 등수로 인해서.
물론 지난번처럼 직접적으로 욕을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안 좋은 쪽으로 말이 나오고 있는 터라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텐데 그걸 카메라 앞에서 티내진 않지만, 뒤에선 같은 팀원들에게 진상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팀원들은 무슨 죄야.
그래도 리더인데.
“근데 너네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저희는 그냥 아직 안무 연습하고 있어요.”
“아, 안무 연습? 그렇구나.”
“네.”
그 말에 정우빈이 아쉬운 듯한 표정을 보였다. 나름대로 염탐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생각만큼 잘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때 마침, 방에 들어갔던 윤도운이 안경통을 손에 쥔 채 돌아왔다.
“여기서 뭐 해?”
“아, 형. 안경통은 찾았어요?”
“응.”
“그럼 이제 가요.”
그리고 정우빈에게 짧게 인사를 전한 뒤, 곧바로 윤도운과 함께 현관을 나왔다.
“왜, 우빈이 형이 뭐라고 했어?”
“아뇨. 별말 안 했어요.”
“저쪽 뭔가 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던데. 최진호 일도 그렇고.”
“아무래도 그렇겠죠.”
저쪽 팀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건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함께 숙소를 쓰고 있는 저쪽 팀 백스테이지 멤버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기에.
하지만 그만큼 저쪽 팀들끼리 뭉치는 성향도 강해졌다. 그렇다보니 숙소에서 나와 도운이 형은 거의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방에 있다가도 나나 형이 들어가면 뭘 하고 있던 건지 놀라기 부지기수였다. 무슨 작전 회의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상황이 이러다보니 다른 백스테이지 멤버들과는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다.
“왔냐?”
“형들 왔어요?”
연습실에 들어서자 먼저 와있던 백은찬과 신하람이 우릴 반겼다. 반대편에서는 차선빈과 안지호가 몸을 풀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 곡 중간에 들어가는 검무 파트를 해볼 건데, 단독 파트거든. 그러니까 한 명씩 해보는 게 좋겠어.”
곡의 중반부, 댄스 브레이크 파트의 일부로 멤버 단독 검무를 추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이에 어울리는 멤버를 찾기 위해 한 명씩 검무 부분을 직접 춰보기로 했다.
이를 보고 안무 선생님께서 검무 부분을 출 멤버를 판단해주시기로 했다.
“자, 그럼 한 명씩 나와서 춰볼까.”
검무다보니 당연히 모든 멤버의 손에는 검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검이라. 검은 오랜만인데.
“다음은 세현이.”
“네.”
검을 이용한 춤은 그냥 추는 춤과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고, 그 도구와의 호흡 역시 중요했다.
“세현이 잘하는데?”
음악이 멈추자 안무 선생님께서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셨다.
“연습 많이 했어? 이때까지 한 멤버 중 제일 괜찮은데.”
“조금 했습니다.”
“잘했다, 잘했어.”
안무 선생님께서 곧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다.
“너 예전에 뭐 했었냐? 검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은데.”
“뭐한 건 아니고, 그냥 옛날에 잠깐 검도를 했었어.”
“오, 검도?”
그러자 백은찬이 흥미롭다는 듯이 반응했다.
어렸을 적에 잠깐 검도를 배운 적이 있었다. 대충 8살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아주 짧은 기간이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체력이나 키우라는 형의 권유였다.
모든 멤버들의 파트 시범이 끝나자, 안무 선생님께서는 곧바로 결정을 내리셨다.
“오늘 한 번씩 다 해봤는데, 내가 볼 때 이 부분은 세현이가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
어, 나?
그렇게 얼떨결에 난 단독 검무 파트를 맡게 되었다.
“올, 세현이 형 단독 파트!”
“야, 축하한다. 역시 이런 건 경험자가 해야지.”
“잘해라.”
단독 파트가 확정되자 멤버들은 나를 향해 한마디씩 던졌다.
단독 파트라고 해도 그렇게 긴 건 아니고 고작 몇 초 정도의 짧은 파트였다. 그래도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확실히 하고 가야 하는 파트였다.
그만큼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으나, 그래도 이왕 맡게 된 거 제대로 해야지.
며칠 뒤에는 중간 평가가 잡혀있었다.
이제껏 미션을 하면서 중간 평가를 잘 본 적이 없었다.
1차 미션이었던 시그널 송 때도, 2차 미션인 커버곡 미션 때도.
물론 그때마다 결과는 괜찮았다.
어쩌면 중간 평가 때 혹평을 받은 덕분일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중간 평가도 잘 받고 무대도 잘 나오면 좋잖아.
그러니 이번만큼은 중간 평가에서 좋은 평을 받고 싶었다. 당연히 무대도 잘 할 거고.
그래서 이번엔 더 열심히 준비했다.
물론 앞서 미션 때들도 열심히 하긴 했다. 그래도 이번엔 더욱더 열심히 했다.
“야, 물 마실래?”
“아, 땡큐.”
백은찬이 곧 자신의 텀블러를 건네주었다.
“근데 너 요즘 좀 많이 달리는 거 같더라.”
“맞아요. 세현이 형 은근 체력 좋은 거 같아요.”
“검도를 해서 그런가?”
아니, 검도는 옛날 옛적에 한 거라니까.
그때의 체력은 지금 남아있지도 않다.
“아무튼 너무 무리는 하지 말라고.”
“어, 그래.”
딱히 무리까지는 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 이거 물 없다.”
“다 마셨어?”
“응. 내가 다시 떠올게.”
곧바로 백은찬의 텀블러를 가지고 연습실 밖으로 나와 정수기를 찾았다.
그리고 연습실 근처에서 정수기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수기 앞으로 가 물을 뜨고 있는데, 바로 옆에 또 다른 연습실이 보였다.
레이서 팀의 연습실이었다.
연습을 하는 도중이었는지 음악소리와 함께 쿵쾅대는 발소리가 살짝 열려진 문 너머로 들려왔다.
‘연습 중인가 보네.’
시간을 보니 한참 연습을 할 때이긴 했다. 나도 얼른 가서 다시 연습해야겠다. 음악 소리를 들으니 왠지 더 연습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텀블러에 물이 거의 다 찼을 때, 들리던 음악 소리가 멈췄다. 동시에 연습실에서부터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다.
“잠깐 기다려봐······어.”
최진호였다.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정수기의 레버를 잠시 멈추고 대충 인사했다.
“염탐하는 거냐?”
“네?”
“아니, 여기 연습실 앞에 딱 붙어 있길래.”
아닌데. 꽤 떨어져 있는데.
나는 저쪽 연습실과 내가 있는 곳을 잠시 번갈아 보았다.
“딱 붙어 있다기엔 저희 연습실이 바로 이 옆이라서요.”
“말꼬리 잡긴. 그게 그거지.”
“그럼 그렇게 생각하세요.”
알아서 생각하라지. 알 게 뭐야.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뒤이어 멈추었던 레버를 다시 올렸다.
“그래도 염탐은 좀 그렇지 않아? 없어 보이잖냐.”
“네. 그렇죠. 없어 보이죠.”
“여유로운 걸 보니 연습이 잘 되나 봐.”
“그러니까 형이 지금 하는 게 보통 염탐이라 하는 거죠?”
“뭐?”
최진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연습은 아주 잘하고 있고요. 형도 더 열심히 하셔야 할 거예요. 지금보다 욕을 조금이라도 덜 먹으시려면요.”
“······하.”
그러고선 잠시 한숨을 쉬는 듯 하더니 곧 다시 몸을 돌렸다.
“팀이 좋다고 해도 너무 자만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우리도 꽤나 이 갈고 있거든.”
마침 텀블러에 물이 가득 찼다.
나는 곧바로 레버를 올렸다.
[“싸가지 없는 새끼······.”]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최진호는 그대로 연습실로 돌아갔다. 열심히 이 갈으시길.
그리고 물을 가득 채운 텀블러를 가지고 나 역시 연습실로 돌아가려는데, 눈앞으로 익숙한 얼굴의 남성 한 명이 보였다.
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어? 세현 군이네!”
바로 인터니티의 김재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