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44화 (44/413)

44화. 어째 의욕이 좀 생기는데.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는 백스테이지 멤버들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최진호였다.

“안녕하세요, 형.”

“그래. 안녕.”

그렇게 방금 도착한 백스테이지 멤버들과도 한 번씩 인사를 나눴다.

“다들 얼굴 좋아 보인다.”

“진호 형도 좋아 보이시는데요?”

“그렇게 좋지도 않아.”

최진호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더 좋아지려면 다음엔 스테이지로 올라가야지. 스테이지에 있는 게 최고더라.”

최진호의 이번 등수는 10위.

지난번에 비해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

스테이지 인원이 6명으로 줄지 않았어도 스테이지에 들어올 수 없을 만큼.

최진호의 초반 등수를 생각하면, 엄청난 낙차였다. 아무래도 방송이 진행되면서 쌓인 이미지가 꽤 큰 타격을 준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겸사겸사 이미지도 좀 회복하고.”

“네. 작가님. 우리 시작 언제 해요?”

앞서 대충 답한 백은찬이 곧바로 근처에 있던 작가를 향해 물었다. 그리고 이를 본 최진호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아, 이 새끼. 은근 무시하네.”]

나 역시도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굳이 부딪힐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카메라도 많으니 지난번 같은 짓도 함부로 못 할 터였기에.

[“우세현은 또 어딨어?”]

아, 제발 쓸데없이 찾지 좀 마라.

앞선 최진호의 생각에 벌써부터 피곤해지려고 하던 참이었다.

“연습생 분들은 모두 중앙으로 모여주세요!”

다행히 촬영은 금방 시작되었다.

뒤이어 메인 PD의 말을 따라 모든 연습생이 중앙으로 모였다.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스테이지 멤버들이, 오른쪽에는 백스테이지 멤버들이 섰다.

“오늘은 이미 아시다시피 플레이 온더 스테이지 예능 편입니다.”

그리고 시작된 설명.

예상했던 바와 같이 스테이지 대 백스테이지로 팀을 나누어 승패를 가르게 되었다.

“그런데 수가 안 맞지 않나요?”

“네. 그래서 백스테이지에서 2명이 이번 운동회의 MC를 맡기로 했습니다.”

“MC요?”

“네. 그럼 MC를 맡기로 한 두 분. 앞으로 나와 주시죠.”

그러자 백스테이지 멤버 2명이 앞으로 나왔다. 앞으로 나온 멤버는 김현진과 김문석.

“헐. 현진이랑 문석이가 MC야?”

“아, 숨기느라 힘들었네.”

“다들 몰랐죠?”

백스테이지의 다른 멤버들도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놀란 기색이었다.

“뭐야, 왜 말 안 했어?”

“제작진 분들께서 오늘까지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거든요. 당일에 깜짝 발표하신다고.”

“저희도 숨기느라 힘들었어요.”

김현진이 진땀 빼는 시늉을 했다.

그에 비해 김문석은 재밌는지 싱글벙글한 모습이다.

“두 분께는 저희가 특별히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일날 발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 말에 옆에 연습생들이 전혀 몰랐다는 표정으로 앞선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한 입담 하는 편이니 오늘의 MC에 잘 어울리긴 했다.

그렇게 따지면 백은찬도 어울리기는 했으나 아마 스테이지였기에 자연스럽게 후보에서 빠졌을 터다.

뒤이어 두 MC가 제작진에게 큐카드를 전달받은 뒤, 그대로 옆으로 빠졌다.

그리고 준비가 끝나자 곧바로 녹화가 진행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일일 MC 김현진~”

“김문석입니다!”

두 사람은 마치 짠 듯이 호흡이 척척 맞았다. 아, 미리 연습을 했겠구나.

“여기가 어디죠, 문석 씨?”

“네! 여기는 바로 OO 체육관입니다!”

“오늘 여기서 저희 연습생들이 오랜만에 신나게 놀아볼 생각인데요~”

“그럼 먼저 오늘 할 게임부터 짚고 가시죠!”

오늘 할 게임은 단체전과 개인전으로 나뉘었다.

단체전 게임으로는 단체 줄넘기와 팔씨름 경기가 있었고, 개인전은 총 6가지의 게임이 준비되어 있었다.

“단체전은 말 그대로 모든 팀원이 참가하는 게임이고요. 개인전의 경우, 각 팀에서 대표 한 명씩을 정해 게임에 참가해주시면 됩니다!”

개인전의 경우 총 6가지의 게임이니 한 사람당 하나의 게임을 맡으면 됐다.

“그리고 모든 게임이 끝난 이후에는 점수를 합산해 최종 승리팀에게는 제작진에서 준비한 어마어마한 상품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질문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어마어마한 상품이란 뭔가요!”

어마어마한 상품이라는 말에 백스테이지의 누군가가 그 순간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그건 지금 공개할 순 없지만, 참고로 다음 미션에 관련된 건 아닙니다! 정말로 물건이에요, 물건.”

“물건이라고요?”

진짜로 선물을 주나 본데.

어째 조금 더 의욕이 생기는 것도 같다.

“힌트를 한 가지 더 드리자면, 상당히 고가의 상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모두 최선을 다해주세요!”

고가의 상품이라는 말에 동시에 양 팀 모두 분주해졌다. 우리 팀에서는 특히 백은찬과 신하람이 분주했다.

“고가의 선물이래요!”

“야, 이건 무조건 이겨야하는 싸움이다.”

“얘들아, 오늘은 진정하지 않아도 돼.”

거기에 도운이 형도 포함.

“개인전 뭐할 건지부터 정하자. 이기려면 개인전이 중요해. 게임 수가 제일 많으니까.”

거기에 평소답지 않게 안지호도 열의를 보였다. 얜 또 왜 이렇게 열정적이야.

“자, 여러분 모두 진정하시고요. 개인전을 하시기 전에 우리는 단체전부터 진행해야 해요. 그리고 그 단체전의 첫 번째 게임은 바로 단체 줄넘기입니다!”

첫 게임인 단체 줄넘기.

말 그대로 더 오래 더 많이 줄넘기를 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줄넘기 잘하는 사람 있어? 이런 건 보통 잘하는 사람이 제일 앞에 서야 하는데.”

그러자 곧 백은찬이 손을 들었다.

“나. 나 어느 정도는 해.”

“은찬이 형이라면 체력도 괜찮으니까 첫 번째 괜찮을 것 같아요.”

그렇지. 백은찬이랑 첫 번째를 믿고 맡길 만 하지.

“좋아. 그럼 백은찬이 첫 번째 해.”

“오케이.”

그리고 순서를 정한 결과,

첫 순서인 백은찬 뒤로 그 다음 나, 신하람, 안지호, 윤도운, 차선빈 순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연습 시간 잠깐 드릴게요. 각자 연습 좀 해보세요.”

다행히 시작 전 잠깐의 연습시간이 주어졌다. 줄넘기의 줄은 스텝 분들께서 돌려주기로 하신 터라 우리는 그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자, 그럼 간다.”

이윽고 시작된 단체 줄넘기.

물론 아직 연습에 불과하지만 연습 때 최대한으로 타이밍을 맞춰 봐야 했다.

그리고 첫 타자인 백은찬은 아주 여유롭게 줄넘기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

“다음 들어가!”

다음 순서인 나 역시도 타이밍에 맞춰 무사히 줄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좋다! 좋다! 느낌이 좋아!”

“야, 백은찬. 너 말 그만해.”

체력 빠지잖냐.

그러자 곧 백은찬이 입을 다물었다.

“다음 들어갈게요!”

다음 순서는 신하람.

처음엔 약간 주저하는 듯 하더니 다행히 타이밍에 맞게 안으로 잘 들어왔다.

“다음 누구냐. 다음 누구야!”

“지호 형이요!”

“안지호 들어와! 안지호 들어와!”

아니, 왜 쟨 두 번씩 말하는 거야.

벌써 지친 건가.

그리고 줄이 한 번 도는 순간, 안지호가 안으로 달려들어 왔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 발이 줄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뭐야? 걸렸어?”

줄이 멈추자 곧바로 백은찬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지호 형이 걸렸어요!”

“안지호가 범인이냐?”

“어. 그렇게 됐다.”

그리고 안지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래도 생각보다 꽤 할 만한데.

“하람이 너까지 들어왔던가?”

“네.”

“그럼 3명이나 들어왔던 거네요. 절반이고. 금방 하겠는데요.”

뒤에 3명만 더 들어오면 되는 거니까.

물론 전부 들어온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들어오기만 하면 남은 건 뛰는 것뿐이니 부담이 훨씬 덜했다.

“다시 한번 해봐요.”

“좋아, 가자!”

하지만 모든 인원이 줄 안에 들어오기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었다.

“뭐야, 또 누가 걸렸어?”

“지호 형이요······.”

“또 안지호냐!”

“미안.”

연습한지 서너 번쯤 되었을까.

그때까지도 안지호는 줄기차게 줄에 걸렸다.

“순서를 한번 바꿔볼까?”

“도운이 형이 먼저 해봐요.”

“알겠어. 이번엔 내가 먼저 들어갈게.”

하지만 순서를 바꿔도 안지호의 순서에서 줄에 걸리는 건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야, 안지호.”

“어.”

“너 줄넘기 못하는구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안지호 역시 스스로 인정하는 바였다.

그리고 그런 안지호를 위해 백은찬이 설명을 자처하고 나섰다.

“봐봐. 이건 그냥 타이밍만 잘 보면 돼! 줄이 한번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는 순간에 그대로 휙! 어때.”

“이론적으로는 나도 알고 있어.”

“아, 이론적으로는 아는구나. 몰랐다.”

백은찬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보통 이런 건 머리하고 몸이 따로 놀아서 문제지. 이럴 경우 그냥 죽어라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연습만이 살길이야.”

그렇게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반복 연습을 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안지호는 단 한 번도 성공을 하지 못 했다.

아무래도 이거 말린 거 같은데.

한번 안 되면 계속 안 되는 그런 이상한 상황.

“자, 슬슬 연습 타임 끝나가요!”

그 와중에 연습 타임마저 끝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속성이다.

“야, 안지호.”

“어.”

“보니까 너 타이밍을 세는 게 자꾸 반 박자씩 느린데, 그러다 보니 계속 엇박에 들어가게 되는 거 같다.”

“아······.”

[“그랬나?”]

응. 그랬다.

옆에서 들리는 생각으로 볼 때,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안지호는 자꾸만 타이밍을 반 박자씩 느리게 셌다.

본인은 전혀 눈치를 못 챈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러다 보니 템포가 어긋나 들어가야 할 타이밍에 제대로 들어가지를 못하는 거고.

그리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다 같이 타이밍을 세어줄 테니까 너는 그 타이밍에 맞춰 들어와.”

“같이 센다고?”

“응.”

다 함께 안지호의 타이밍을 세어주자는 작전이었다.

같이 타이밍을 세어주다 보면, 적어도 안지호 혼자 할 때보다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뭐든 일단 해보고 봐야지.

“그래, 그렇게라도 해보자.”

“좋아요. 한번 해봐요.”

“야, 안지호. 우리가 같이 세어줄 테니까 그때 몸만 슉 들어오면 돼. 알겠지?”

이에 안지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지호의 이마에서는 조금이지만 땀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 협동심을 가지고 해보자고!”

백은찬이 크게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또 다른 목소리.

[“협동심······.”]

이를 듣고 있던 안지호의 목소리였다.

“자, 그럼 연습 시간이 끝났습니다! 이제 모두 준비해주세요!”

이제 실전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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