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46화 (46/413)

46화. 베팅에 응하시겠습니까?

개인전 게임의 시작은 일명 축구공 허벅지 리프팅 게임. 이름 그대로 허벅지를 이용해 축구공을 누가 가장 많이 차는지에 대한 승부였다.

“스테이지 팀의 대표는 백은찬 연습생! 그리고 백스테이지 팀의 대표는 히로토 연습생이군요!”

상대는 백스테이지의 히로토.

상당히 자신만만해하는 표정이었다.

그에 비해 백은찬은······.

“연습 없이 바로 승부 가시죠.”

역시나 자신있어하는 모습이었다.

“네! 그럼 연습 없이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 모두 여기 앞에 서주시고요. 준비가 되는 순간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두 연습생의 손에는 축구공이 하나씩 들렸다.

“그럼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시~작!”

휘슬이 울리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이 리프팅을 할 때마다 스텝 분들께서 하나하나 직접 카운팅을 해주셨다.

“좋아요, 좋아. 이거 막상막한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두 사람은 모두 리프팅을 훨씬 더 잘했다. 하지만 자세적인 측면에서 보면 히로토보다는 백은찬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히로토의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 어, 위험합니다! 위험해요!”

통!

“아······.”

그 순간, 결국 히로토는 축구공을 놓치고 말았다.

“아, 아쉽네요! 히로토 연습생이 축구공을 놓친 것으로 인해 승리팀은 스테이지 팀이 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백은찬이 리프팅하고 있던 공을 조금 높게 띄운 뒤 그대로 손으로 안착시켰다.

그리고 곧 백은찬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봤냐?”

“오올. 좀 하는데요?”

“그러게. 솔직히 큰 기대 안했는데.”

“와, 안지호. 섭섭하다.”

“응. 그래.”

이후 백은찬과 안지호는 잠시 투덕거렸다. 물론 백은찬의 일방적인 투덕거림이었지만.

“진정해라. 이겼으면 된 거지.”

중재는 당연하게도 내 몫이었다.

다음 게임은 펀치 게임이었다.

펀치 게임은 간단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펀치 기계에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린 뒤 더 높은 점수를 낸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

“차선빈, 너무 긴장 안 해도 돼. 일단 내가 한번 이겨놨으니까!”

“아니. 그래도 이기고 와라.”

“지호 형은 보기보다 은근 승부욕이 있는 것 같아요.”

“뭔 소리야. 게임은 이기는 게 전부야.”

그렇게 모두의 응원 속에 차선빈은 그저 고개를 조용히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가기 직전, 뜬금없이 나에게 물어왔다.

“우리가 900점은 넘어야 유리하겠지?”

“? 당연하지.”

“알겠어.”

뭐지. 당연한 걸 새삼스럽게 묻네.

그걸 굳이 왜 나한테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근데 차선빈, 펀치 게임 잘하려나.

아니 그보다 해본 적은 있나.

자신 있게 한다고 하길래 일단 그렇게 하라고 하긴 했는데.

하지만 그건 모두 괜한 걱정이었다.

쾅─!

“헐. 뭐야. 소리 장난 아니야.”

“뭐야? 순간 부서지는 줄 알았다······.”

“뭔데? 방금 누가 쳤어?”

단 한 번의 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소리였다.

삐리리리리리릭─

그에 맞게 빠르게 올라가는 점수판.

[995]

미쳤다. 995점이야.

생각보다 엄청난 점수였다.

“995점? 시작부터 미쳤네!”

“차선빈 995점이야!”

“야, 우빈아. 너 999점은 나와야해!”

그렇게 모두의 혼란 속에 차선빈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어지는 백스테이지의 차례.

백스테이지의 펀치 게임 대표는 정우빈이었다.

쾅!

삐리리리리리리─

[888]

“아······.”

점수를 확인한 정우빈이 그대로 탄식했다.

“네! 888점이 나왔습니다! 그럼 이로써 995점 대 888점으로 이번에도 스테이지 팀이 점수를 가져갑니다!”

“대박!”

또다시 스테이지 팀의 승리였다.

그리고 어느새 스코어는 3:0이 되었다.

“잘했다! 차선빈!”

늘어난 승리에 백은찬이 활짝 웃는 얼굴로 옆에 있던 차선빈을 칭찬했다.

이후 돌아온 차선빈이 내 옆에 서며 말했다.

“995점이야.”

“어, 그래.”

“995점.”

뭐지. 칭찬을 바라는 건가.

표정을 보아하니 상당히 뿌듯해하는 게 보인다.

“야, 그래. 진짜 대단하다.”

그리고 나 역시 엄지척을 해주었다.

그러자 차선빈이 곧 조용해졌다.

진짜 칭찬을 원하던 거였냐.

“벌써 3대 0인데······.”

“남은 게임이 뭐뭐 있었지?”

“이제 개인 게임 3개랑 마지막 단체 게임 하나요.”

“그럼 4개. 결국 다 이겨야 한다는 소리네.”

순식간에 벌어진 스코어에 백스테이지 멤버들은 불안감을 느낀 것인지 자기들끼리 모여 앞으로의 게임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까짓 꺼 다 이기면 되지.”

그때, 최진호가 앞으로 나왔다.

“MC님들.”

“예?”

“빨리 다음 게임 진행하시죠.”

최진호가 스테이지 팀에게서부터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네! 그럼 바로 다음 진행할게요.”

“다음은 바로바로 인디언 포커입니다!”

인디언 포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인디언 포커네. 우리는 우세현이지?”

“네. 세현이 형, 꼭 이기고 와요!”

“지면 못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해.”

야, 그건 지금 나가는 사람한테 너무 부담되는 말 아니냐. 원래도 그랬지만 단체 줄넘기에서 승리한 이후 안지호의 승부욕이 어째 더 올라간 듯 보였다.

물론 나 역시도 질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보다 저쪽 대표는 누구지.’

사실 누가 나와도 상관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상대할 이가 누구인지는 중요했다.

“그럼 각 팀의 대표들 나와 주시죠!”

그리고 그 상대의 정체는 얼마 안 가 곧 알 수 있었다.

“스테이지 팀에서는 우세현 연습생! 백스테이지 팀에서는 최진호 연습생이 나왔습니다!”

* * *

내 개인 게임인 인디언 포커의 상대는 다름 아닌 최진호.

하지만 최진호가 나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왠지 느낌상 이 게임에 나올 것 같았기에.

그래서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상대가 최진호인 것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너, 인디언 포커 해봤어?”

“한 번 정도요.”

“아, 한 번?”

그러자 최진호가 살짝 미소를 보였다.

[“한 번이면 뭐, 얘도 초짜겠네.”]

앞선 내 대답에 상당히 안심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형은 많이 해보셨어요?”

“나? 나도 뭐, 친구들이랑 몇 번 해본 정도지.”

“그럼 저희 둘 다 비슷하네요.”

“그렇지. 비슷하지.”

물론 경험적인 면에서만.

하지만 비슷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최진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슷하긴. 내가 훨씬 잘하지.”]

[“내가 또 심리 게임은 전문인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밟아주지.”]

최진호의 생각을 토대로 하면, 최진호는 이 게임에 내가 나올 거라 미리 예상을 했던 모양이다.

그에 대한 근거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본인의 예상대로 인디언 포커에 내가 나왔고 지난번 마피아 게임 때의 일을 제대로 만회해보겠다는 생각인 듯 했다.

“그럼 인디언 포커 룰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해드리겠습니다.”

인디언 포커.

이 게임은 먼저 1-13까지의 숫자카드를 가지고 진행한다.

여기서 사용하는 카드는 일반 트럼프 카드가 아닌 제작진이 특수 제작한 숫자 카드를 이용했다.

그리고 한 명씩 자신의 카드를 뽑아 그대로 이마 위로 올린다.

이때, 서로 상대방의 카드는 볼 수 있지만 본인이 뽑은 카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상대가 뽑은 카드의 숫자를 기반으로 내 카드가 무엇일지 추측하며 베팅을 하는 게 이 인디언 포커 게임이다.

당연히 더 높은 숫자를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되며, 승자가 되면 베팅 된 금화를 모두 차지할 수 있다.

“참고로 이 금화는 초콜릿이에요.”

“금화 초콜릿, 많이들 아시죠?”

금화 초콜릿.

어렸을 때 많이 먹었었는데.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룰이 더 있습니다. 바로 딱 한 번 자신의 카드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카드를 바꿀 기회는 한 판에 한 번. 다만, 자신의 카드를 모르는 이상 기회를 잘 봐야만 했다.

“두 분 다 룰 이해는 다 하셨죠?”

“네.”

“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바로 게임 시작할게요.”

이 게임은 명백한 1:1 게임.

그렇기에 나와 최진호는 제작진이 마련해준 의자에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게임을 위한 나무 탁자가 하나가 놓여있었다.

“먼저 카드를 하나씩 뽑아주시죠.”

곧이어 13장의 카드가 눈앞에 펼쳐졌다.

카드를 뽑는 순서는 당연히 내가 먼저였다. 왜냐면, 가위바위보에서 이겼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중간쯤에 있는 카드를 뽑았다.

“자, 최진호 연습생도 뽑아주시죠.”

뒤이어 최진호가 한 장 뽑았다.

“그럼 동시에 이마에 붙일게요. 둘, 셋─”

착.

MC의 신호에 맞춰 나는 뽑은 카드를 그대로 이마 위에 붙였다.

그와 동시에 최진호의 카드가 보였다.

최진호가 가진 카드의 숫자는 [7].

중간보다 살짝 위인 숫자.

하지만 결코 낮은 숫자는 아니다.

저 카드를 이길 수 있는 숫자는 6장밖에 없기에.

‘7이라······.’

상대가 7인 걸 알았으니, 이제 내 카드를 확인할 차례였다. 내 카드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최진호의 생각을 읽으면 그만이니까.

그렇다면, 내 카드는······.

[“6이네. 애매한데, 이거.”]

[6]이었다.

* * *

최진호는 지금 고민하는 중이었다.

우세현의 카드 숫자는 [6].

역시 어중간한 숫자였다.

각자에게 주어진 금화는 각각 40개.

이런 어중간한 숫자는 일단 베팅을 하고 봐야 했다.

자신이 어느 카드를 들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상대의 카드가 10 이상 높은 숫자가 아니면 무조건 베팅을 하고 보는 게 좋았다.

“베팅 순서는 우세현 연습생부터입니다.”

다만, 베팅 순서 역시 우세현부터였기에 일단은 한번은 지켜보기로 했다.

저쪽에서 얼마나 나오는지 보고 그때 자신도 반응할 생각이었다.

“2개 베팅하겠습니다.”

가장 기본인 2개를 베팅했다.

신중하게 나오려는 작전인가.

그렇다면 자신도 그에 응할 생각이었다.

“저는 그럼 거기에 한 개 더 추가 베팅하겠습니다.”

“네. 최진호 연습생도 이에 응했습니다!”

앞에 있는 금화의 숫자는 이제 겨우 5개.

게임의 룰은 상대와 똑같은 개수를 베팅할 시 바로 카드를 공개하고, 그렇지 않고 추가 베팅 시 게임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우세현 성격으로 짐작해 볼 때, 베팅을 이어갈 시 많아봤자 고작 2~3개를 더 추가 베팅하는 정도겠지.’

최진호가 생각했을 땐, 우세현이 곧바로 많은 양을 지를 것 같진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게임 초반이니까.

‘만약 그렇다면, 나도 일단 거기에 응해서 몇 개 더 추가 베팅하는 식으로 가야겠군.’

그리고 자신 또한 적은 개수로 응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대의 카드는 숫자 6. 이럴 때는 무조건 응해야만 했다. 여차하면, 자신이 먼저 지를 생각도 있었다.

“우세현 연습생. 응할 거라면, 다음 베팅을 해주세요.”

최진호는 앞서 바로 응할 생각으로 금화 몇 개를 미리 손에 쥐고 있었다.

이어서 베팅에 응한 우세현이 테이블 위로 자신의 금화를 올려놓았다.

“저는 10개, 추가 베팅하겠습니다.”

그 순간, 최진호의 사고회로가 잠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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