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금화가 많네.
“10개, 추가 베팅하겠습니다.”
앞선 나의 베팅에 순간적으로 놀란 최진호의 얼굴이 보였다.
나의 숫자와 상대의 숫자가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럴 경우 그냥 가는 거였다.
물론 안전하게 베팅을 한다거나 카드를 바꾸는 선택지도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한번 가보기로 했다.
잘만 이용하면 적은 숫자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을 테니.
[“아······. 10개?”]
그리고 그런 내 베팅에 최진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10개? 뭐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혹시 내 카드 숫자가 5 이하인가? 그래서 이렇게 한 번에?”]
그래, 그래.
열심히 생각해라.
깊게 생각할수록 생각에 말리기 마련이니까.
“최진호 연습생, 어떻게 응하실 건가요?”
10개를 베팅했으니 응한다면, 최진호 역시 금화를 10개 이상 베팅해야 했다. 한 번에 훅 늘어난 양.
그리고 최진호는 그에 대해 여전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여기서 같은 걸 내고 카드 공개로 가는 게···아니야, 그것도 좀 위험한데.”]
그때, 최진호와 한순간이지만 눈이 마주쳤다. 다소 불안해 보이는 눈빛.
“형, 어서 하시죠.”
“······.”
그런 내 말에 최진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최진호는 얼마 안 가 곧 결정을 내렸다.
“포기하겠습니다.”
결과는 포기.
자신이 터무니없이 낮은 숫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인한 것이었다.
[“다음 판에 걸어보자. 다음 판에.”]
그리고 최진호가 포기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베팅 된 금화는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베팅된 금화는 우세현 연습생에게로 가고, 곧바로 카드 공개할게요.”
이후 회수된 카드의 숫자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카드가 공개되는 순간,
최진호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카드 결과 우세현 연습생이 6, 최진호 연습생이 7이었습니다!”
[“이런 X발······.”]
최진호가 그대로 주먹을 꽉 쥐었다.
“형, 의외로 되게 신중하신가 봐요.”
“······.”
“금화는 잘 가져갈게요.”
그리고 끝내 답이 없었다.
물론 속으로는 온갖 욕을 퍼붓고 있었지만.
“그럼 게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게임은 지체 없이 계속됐다.
“4개, 똑같이 베팅하겠습니다.”
“네. 최진호 연습생 4개 똑같이 베팅하셨고요, 같은 개수를 베팅하셨으니 바로 카드 공개할게요.”
MC가 건네받은 카드를 테이블 위에 하나씩 두고 동시에 뒤집어 결과를 확인했다.
“우세현 연습생이 8, 최진호 연습생이 4로 우세현 연습생이 금화를 가져갑니다!”
결과를 확인한 최진호가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었다.
포기 선언을 한 이후, 최진호는 금화를 부풀리지 않고 웬만하면 같은 수의 금화를 내어 바로 카드를 공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즉, 안정 빵으로 가겠다는 얘기.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최진호보다 높은 숫자의 카드가 족족 내게 들어온 덕에 나는 아주 손쉽게 금화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젠장······.”]
그러다 보니 이제 최진호에게 남아있는 금화는 대충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카드 한번 바꿀게요.”
“네. 카드 바꾸기를 한번 사용했습니다.”
이번 판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최진호는 끝내 카드 바꾸기 찬스까지 사용했다.
“혹시 우세현 연습생도 사용하실 건가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3.
계속 가지고 있기엔 좋지 않은 패였다.
“네. 저도 바꿀게요.”
“네. 그럼 둘 다 바꾸는 걸로 할게요.”
이후 섞은 카드를 다시 한번 나눠 받았다.
“자, 그럼 받으신 카드를 이마에 올려주세요.”
최진호의 새로운 카드는 안타깝게도 ‘1’였다. 그리고 내 카드는······.
[“2구나.”]
바로 [2]였다.
그때, 최진호는 처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즉시 행동했다.
“올인이요.”
최진호는 그렇게 자신이 가진 모든 금화를 테이블 앞으로 내밀었다.
‘이 상황에서 올인이라니.’
그만큼 최진호는 자신감이 있다는 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카드가 [2]였기에. 솔직히 [1]이 아닌 이상, 어떻게든 이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최진호 본인이 [1]이라는 거다.
“형,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올인이요. 갑자기 너무 서두르시는 거 같아서요.”
그러자 최진호가 나를 보며 웃었다.
“올인. 멋있잖아. 포커 게임에서 이런 거 한번 해봐야지.”
그렇게 말하던 최진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쫄릴 것 같으면 너도 올인하던가.”
거기에 은근 도발까지.
잘은 모르겠지만, 앞에 보이는 이 [2]라는 카드가 지금의 최진호에게 상당히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준 모양이다.
그렇게 나온다면, 이쪽도 물론 응해줘야지.
“올인, 좋죠.”
나는 곧바로 가지고 있던 금화를 모두 테이블 중앙으로 밀어 넣었다.
“저도 올인 좋아해요.”
“그래, 남자라면 올인 해야지.”
최진호가 묘한 미소를 보였다.
동시에 테이블 위에는 화려한 금화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오, 두 연습생 모두 올인 했습니다!”
“이제 진검 승부네요!”
그에 대한 주변 반응도 뜨거웠다.
최진호와 나의 올인 결정은 그만큼 파급력이 강했다.
하긴, 원래 이런 베팅 게임에서는 올인이 가장 강력한 거 아니겠어.
“좋습니다! 그럼 바로 카드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카드 공개의 순간.
하지만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에 그다지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해야 할 최진호는 아직까지도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야.”]
[“내가 설마 1일 리가 없잖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던데.
아무래도 오늘 제대로 발목을 잡을 듯 했다.
“자, 결과는······!”
그리고 마침내 카드 두 장이 뒤집혔다.
당연하지만 나온 숫자는 [1]과 [2].
“네! 우세현 연습생의 카드가 2, 최진호 연습생의 카드가 1로 우세현 연습생이 베팅된 금화를 모두 가져갑니다!”
“와!”
동시에 탄성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걸려있던 모든 금화는 내 차지가 되었다.
한편, 지금 최진호의 얼굴은 허망함 그 자체였다.
“하하하하하······.”
뒤이어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허망하게 웃을 뿐이었다. 상당히 충격이 큰가 보네.
그리고 난 그런 최진호를 향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금화, 잘 가져갈게요.”
찰랑이는 금화는 그렇게 반짝이며, 내 앞에 산처럼 쌓여갔다.
그리고 최진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내가 금화를 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비록 초콜릿이긴 해도,
기분이 꽤 괜찮았다.
“이로써 인디언 포커 게임의 승자는 우세현 연습생입니다!”
그렇게 MC가 나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게임은 손쉽게 끝이 났다.
* * *
게임이 끝나자마자 최진호는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백스테이지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끝까지 카메라가 있다는 걸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야, 진짜 명승부였다.”
“너 진짜 포커 잘하는구나.”
“형, 포커 원래 좀 해봤어요?”
동시에 스테이지 멤버들이 다 같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번 게임에 상당히 감명이라도 받은 건지 그에 대한 감평을 줄줄 읊기 시작했다.
“진짜 아까 올인 할 때 엄청 쫄리더라고. 내 쪽에서는 얘 카드가 잘 안 보였거든. 그래서 올인 하는 순간 헉 했는데!”
“저는 최진호 형이 올인을 외치는 순간! 진짜 이건 됐다 싶었어요.”
“초반부터 얘가 아주 휘어잡았지.”
어째 점점 나를 제외하고 자기들끼리 얘기하기 바쁜 것 같은데. 그렇게 백은찬과 신하람, 윤도운은 서로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에 비해 차선빈은 앞에 있던 의자에 앉아 내게 포커에 관해 물어왔다.
“포커 말인데.”
“응.”
“어떻게 잘하는 거야?”
어,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순수하게 내 실력만으로 이긴 건 아니라서.
그리고 내가 잠시 고민하는 동안 옆에 있던 안지호가 그 답을 대신했다.
“뭘 어떻게 해. 이런 게임은 그냥 노빠꾸로 직진하면 그만이야. 거기에 플러스 운빨.”
그렇게 말하던 안지호가 테이블 위에 있던 금화 초콜릿을 하나 집어 먹었다.
그러자 차선빈이 이번엔 안지호에게 물었다.
“근데 그렇게 하다가 진호 형은 파산한 거 아니야?”
“······그건 그냥 운이 없던 거고.”
“그럼 역시 운이 제일 중요하네.”
“노빠꾸도 필요하다고. 노빠꾸도. 쫄아서 베팅 안 하고 포기할래?”
“그럼 둘 중 뭐가 더 중요한 건데?”
그렇게 차선빈의 질문 세례는 꼬리의 꼬리를 문 채 끝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안지호의 일방적인 설명이 시작됐다.
“자, 여러분. 이제 슬슬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야한대요.”
잠깐의 정돈 시간 끝나자, 촬영은 곧바로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다.
사실 이미 4:0인 시점에서부터 최종 승리는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지만, 남은 게임은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설마 마지막 판에 역전 뒤집기라고 해서 점수 크게 올려주고 그런 건 아니겠지.
마지막 준비된 게임은 단체 게임인 팔씨름. 긴장감을 위해서라든가 하는 명목으로 그렇게 큰 점수를 갖다 붙일지도 몰랐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욕은 꽤 얻어먹겠지만, 제작진이 그걸 두려워할 것 같진 않았다.
다음 개인전 게임은 알까기 게임이었다.
바둑판 위에 있는 5개의 상대 알을 먼저 제거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
우리 팀 대표는 신하람이었다.
“갑니다아아아아아아!”
하지만 결과는 패배.
아쉽게도 마지막 1:1 상황에서 힘 조절 실패로 그만 나락으로 떨어져 안타깝게 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껏 미안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신하람을 내가 애써 위로했다.
“괜찮아, 그래도 4:1이야.”
“넹······.”
다음은 노래 듣고 맞추기.
앞서 노래를 1~2초 정도 틀어주고 어떤 노래인지 맞히는 게임이었다.
우리 팀 대표는 윤도운.
삑!
“아오!”
“네! 백스테이지 팀!”
“인터니티 지옥담!”
“정답니다!”
하지만 거기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버저를 누르는 속도.
윤도운은 노래에 대해 잘 알기는 했으나 버저를 누르는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의 경우 손쉽게 득점했지만, 모두가 아는 쉬운 문제일 경우 점수를 놓치기 일쑤였다.
“이번 승리는 또다시 백스테이지팀 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아쉽게 점수를 내줬다.
점수는 어느새 4 대 2.
순식간에 점수가 가까워졌다.
“야, 이제 안지호만 남았는데. 이거 괜찮은 거냐?”
“지호 형이요? 지호 형 왜요?”
“안지호가 문제가 아니라 안지호가 하는 게임이 문제란 소리야.”
“지호 게임이···아.”
“네. 그거예요.”
안지호의 게임은 바로 사자성어 맞추기.
전체적으로 다들 기피했던 게임이다.
그래도 그렇게 어려운 게 나오려나.
그렇게 말하자, 곧바로 신하람이 고개를 젓고 나섰다.
“형, 그런 무른 생각은 안 돼요. 분명 어려운 거 백퍼 나올걸요.”
그런가. 그래도 제작진이 의외로 쉬운 문제만 배치해줬을 법도 한데.
“어쩔 수 없지. 지호를 믿는 수밖에.”
“그렇죠······. 걱정이 되긴 하지만.”
“지호 형, 할 수 있죠?”
그러자 곧 안지호가 답했다.
“당연히 이기지.”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목소리였다.
뒤이어 안지호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아니, 사자성어 맞추기인데 몸은 왜 푸는 거냐.
“야, 안지호.”
“왜.”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어.”
그래. 니가 그렇다면야.
그저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지막 개인전 게임! 사자성어 맞추기!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백스테이지의 대표로는 최건우가 나왔다. 쉽지 않은 게임 앞에서 최건우 역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제발 안지호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맞춰라!”
“괜히 이상한 거 말했다가 지호 형 이미지 망가지면 어떡해요?”
한편, 나머지 멤버들은 승부보다는 안지호의 이미지를 걱정하기 바빴다.
그럴 만하지.
이런 게임은 잘못했다가는 이미지가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으니까. 나 역시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앞선 멤버들의 걱정과 다르게 안지호는 그저 평온한 모습으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럼 첫 번째 문제! 갑니다!”
[문제 :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나 앞으로의 일을 조심하면 지금까지와 같은 잘못은 범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르는 말.]
처음부터 어려워!
일단 설명부터 겁나 길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이들 모두 그에 대한 답을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갑작스럽게 안지호의 버저에 불이 들어왔다.
삑!
“네! 안지호 연습생!”
“내자가추(來者可追).”
“정답입니다!”
?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