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52화 (52/413)

52화. 임시 이동이 있겠습니다.

오늘,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의 파이널을 맞이해 개인 PR 영상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장수연은 하던 일을 멈춘 채 곧바로 너튜브에 접속했다.

‘우세현, 우세현 꺼는 올라왔나?’

마지막 파이널을 기념해서 올라온다는 연습생 개인 PR 영상. 그녀는 며칠 전부터 그걸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학업과 과제의 무덤 속에 그것만이 그녀의 요즘 유일한 낙이었으니까.

‘아니, 근데 도대체 영상을 한 번에 안 풀고 나눠서 푸는 거야?’

파이널 맞이 PR 영상이라고 하나 제작진은 모든 영상을 동시에 푸는 게 아닌, 몇 명씩 나누어 일마다 풀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팬의 입장에서 볼 때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언제 누가 나오는지 알려주지도 않았다.

최소한 언제 나오는 지만 알려줬어도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진 않았을 텐데.

심지어 우세현의 순위를 생각하면, 금방 나올 것 같지도 않았던 터라 더 답답했다.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Play on the Stage) Final, 개인 PR 영상 : 우세현]

“올라왔다!”

드디어 올라왔다!

그동안의 기다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과연 세현이는 어떤 컨셉의 PR을 찍었을까.

‘혹시 방구석 라이브 이런 거 하려나.’

우세현이라면, 당연 노래를 할 거라 예상됐다. 또, 팬 입장에서도 노래를 듣고 싶기도 했고. 썸네일만 봐서는 어떤 걸지 아직까지 짐작이 안 갔다.

그리고 마침내 영상이 시작됐다.

동시에 잔잔하게 깔리는 클래식한 피아노 연주.

감성적이면서도 잔잔한 그 선율이 영상 너머에서부터 감미롭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 대박. 피아노······.’

이어지는 연주에 장수연은 그렇게 홀린 듯 넋을 놓고 있었다.

우세현이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또 색달랐다.

‘배경도 대박이네.’

근방으로 보이는 드넓은 푸른 하늘.

그날따라 날씨도 좋았던 건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들리는 피아노 연주. 그리고 교복을 입고 있고 있던 터라 지금의 우세현은 마치 한 예고생의 모습을 연상 캐했다.

‘아, 좋다······.’

그렇게 조용히 연주를 감상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음악이 바뀌면서 우세현의 자기 PR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우세현입니다.]

‘악! 세현아!’

바뀐 음악은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경쾌한 락/포크 장르의 음악이었다.

이후 우세현은 평소 좋아하는 것, 특기 등과 같은 것을 간략히 이야기했다.

[소중한 한 표,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PR을 마치자 다시금 반주에 맞춰 노래가 시작됐다. 곡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시원한 목소리였다.

영상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회수는 미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다른 영상들과 비교해보면, 혼자 질주를 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장수연 역시 고작 30초가량의 그 짧은 영상을 마치 홀린 듯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고 있었다.

* * *

오늘은 파이널 미션의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촬영 장소는 늘 그렇듯 플레이 온더 스테이지 전용 세트 스튜디오.

오늘 여기서 파이널 미션의 사용될 경연곡이 마침내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곳에는 있는 연습생들은 모두 14명. 살아남은 14명의 연습생들은 지금, 노래가 공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들려드릴 곡은 한 곡입니다.”

한 곡?

파이널 미션이었기에 당연히 이전처럼 다른 컨셉의 두 곡을 가지고 경연을 펼칠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준비된 곡은 한 곡뿐이었다.

“앞으로 여러분은 이 한 곡을 가지고 스테이지 팀과 백스테이지 팀으로 나뉘어 파이널 미션 경연을 펼치게 됩니다.”

파이널 미션은 같은 곡을 가지고 두 팀이 무대를 펼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는 인원이 맞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같은 곡으로 경연을 한다는 거지.

“하지만 여기서 인원 차이가 발생합니다. 스테이지 팀의 현재 인원은 6명, 백스테이지 팀의 인원은 8명이니까요.”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스테이지의 팀원 중 한 명을 스테이지로 ‘임시 이동’시킬 예정입니다.”

스테이지로 임시 이동?

동시에 스튜디오가 소란스러워졌다.

“물론 임시이동이라고 해도 해당 멤버는 이번 파이널 미션 내내 스테이지 멤버들과 함께하게 될 겁니다.”

한마디로 백스테이지 신분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경연을 위한 모든 준비는 스테이지 쪽에서 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수를 맞추기 위해 제작진이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린 결과 이런 임시 이동이라는 다소 어이가 없는 체제가 나온 모양이다.

‘보아하니 임시 이동은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는 거겠고······.’

수를 맞추기 위해서니까 스테이지에서 백스테이지가 아닌 백스테이지 인원이 스테이지로 오는 것일 터였다.

일단 우리 팀 인원에 변동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누가 그 ‘임시 이동’의 멤버가 될 것인가.

“그리고 임시 이동의 멤버는 제작진에서 회의한 결과, 지난 등수 7등의 멤버가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7등? 7등이 누구였지?”

“7등 누구야?”

그때 바로 그 7등의 주인공이 손을 들고 나섰다.

“저예요. 7등.”

바로 에단이었다.

“에단, 니가 7등이었어?”

“네.”

에단이 7등이었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긴 했다.

‘그럼 보컬 멤버가 한 명 늘어나는 건가.’

그렇다면 공개되는 곡이 되도록 랩 비중이 적었으면 했다. 보컬 멤버가 늘어난 만큼 만약 신곡의 보컬 비중이 적다면, 싸움 나기 딱 좋으니까.

“7등에 해당하는 에단 연습생은 앞으로 스테이지 팀과 함께 연습을 진행해주시면 됩니다.”

뒤이어 에단은 곧바로 자리를 이동했다.

스테이지 팀이 있는 곳으로.

“안녕.”

“네. 안녕하세요.”

그리고 멤버들에게 간단한 인사 후,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럼 이제 여러분들이 공연하게 될 파이널 미션의 신곡, 그 신곡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곧바로 앞에 보이던 화면이 암막 됐다.

뒤이어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노래와 함께 신곡의 안무가 시작됐다.

그리고 시작부터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곡명 : Find out]

[작곡 : 김모혁 / 작사 : 송현아]

Find out Find out

I will find out my dream

너와 함께 중심을 잡고

펼쳐진 이 멋진 길을 나는 달려가

신곡은 파워풀한 신스사운드의 댄스곡으로, 꿈을 찾아가는 이 여행을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포부를 담은 곡이었다.

청량하면서도 밝은 분위기의 신곡은 막 데뷔한 신인들이 많이 할 법한 그런 분위기의 곡이었다.

‘전체적으로 높은 음역대의 곡이고 랩보다는 보컬 중심인 곡. 그리고 안무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동선 이동은 조금 까다로운 편 정도인가.’

그게 신곡 영상을 본 내 전체적인 감상평이었다.

영상이 끝나고 미션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끝난 이후, 각 팀은 파트 분배와 연습 등을 위해 장소를 이동했다.

“이렇게 7명으로 모인 건 처음이네요.”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역시나 백은찬이었다. 겨우 한 명 늘어난 거긴 하지만 외부인은 외부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와 달리 연습실에는 묘한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러게. 나도 내가 여기 오게 될 줄은 몰랐어.”

“그래도 하람이를 제외하면, 1차 때 다들 함께 한 사이이긴 하네.”

백은찬의 말처럼 당시 백스테이지였던 신하람을 제외하면, 다들 에단과는 1차 미션 때 한 번씩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었다.

“그럼 먼저 센터를 정해야 하는데···지원할 사람 있어?”

센터.

마지막인 만큼 조금 고민이 됐다.

지금까지는 센터에 지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메인보컬 파트를 노리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센터에 그다지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욕심을 좀 내볼까 싶었다.

센터, 한 번쯤 욕심 내볼 만한 포지션이잖아.

“저요. 저 한번 해보고 싶어요.”

“어, 세현이?”

“오, 우세현 센터 지원하는 거냐?”

“형이 웬일이에요?”

그러한 내 자원에 다들 의외라는 듯이 반응했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안 내긴 했었나.

“그냥. 한 번쯤은 센터 해보고 싶어서.”

“하긴 그렇죠.”

더불어서 이번 센터의 파트는 리드 보컬 1에 해당됐다. 그러니 노래도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리고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들은 한 건지 이번엔 센터 지원자가 다른 때보다 더 많았다.

“그러니까 선빈이 형이랑 은찬이 형을 제외하고 다 지원하는 거네요?”

“어, 그렇게 되네.”

“형들은 왜 지원 안 해요?”

“나? 난 하고 싶은 파트가 따로 있어서.”

“나도 여기 말고 다른 파트 하고 싶어.”

센터를 지원하지 않은 두 사람의 경우 따로 마음에 든 파트가 있었던 모양이다.

특히나 차선빈은 래퍼라 그런지 이번 보컬 파트가 많은 이번 센터는 자연스럽게 패스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센터를 정하기 위해 해당 파트의 노래와 안무를 한 번씩 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앞선 미션들과 다르게 카메라에 제공된 덕에 센터 부분을 한 명씩 촬영한 뒤 다 같이 보면서 가장 어울리는 인물을 판단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의도치 않았게 센터 결정전에 첫 번째로 나서게 되었다.

“오, 세현이 형 괜찮은데요?”

“그러게. 우세현 괜찮다.”

“표정 봐. 완전 킬링 파트인데?”

내 영상을 본 멤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칭찬을 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아직은 모르는 일이었다.

이후 신하람, 안지호, 윤도운, 에단 순으로 영상을 살펴보았다.

“좋아, 그럼 투표를 해보자.”

모든 영상의 확인이 끝난 후, 곧바로 센터를 뽑기 위한 투표에 들어갔다.

센터에 지원하지 않은 차선빈과 백은찬을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뒤, 원하는 인물에게 투표하기로 했다.

일단 나는 안지호에게 투표했다.

내가 보기에 지원자들 중 노래와 춤의 밸런스가 가장 좋았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모난 것 없이 안정적이라 센터에 가장 적합할 듯 싶었다.

“자, 투표 끝났어요. 고개 들어주세요.”

고개를 들자 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백은찬과 순간 눈이 마주쳤다. 뭐냐, 저 이상한 표정은.

“최종 센터는 바로바로바로!”

“우세현. 축하합니다.”

동시에 결과를 발표한 차선빈이 무표정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아, 내가 말 하려고 했는데!”

반면, 백은찬은 마치 아이템을 스틸당한 사람마냥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백은찬도 곧 나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내주었다.

“세현이 형, 센터 축하축하요!”

“센터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렇게 다른 멤버들의 축하를 받으며, 나는 마침내 처음으로 팀의 ‘센터’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센터를 맡고 나니까 확실히 전과 다르게 부담이라는 게 어느 정도 느껴지긴 했다. 워낙 중요한 자리니까.

심지어 마지막 파이널 무대의 센터였다.

이는 동시에 더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이기도 했다.

“잘해.”

마찬가지로 건너편에 앉아있던 에단도 나에게 잘하라며 한 마디를 건넸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에단의 또 다른 목소리.

[“여기 분위기, 생각보다 되게 가식적이구나. 카메라 앞이라고 엄청 오버해서 축하해주고······.”]

[“그나저나 우세현이 센터면, 또 혼자 분량 다 잡아 먹겠네. 깔아주기 싫은데.”]

“축하해, 세현.”

곧바로 에단이 나에게 축하를 건넸다.

그리고 그런 에단의 말에 나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고마워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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