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53화 (53/413)

53화. 파이널이 이제 진짜 곧이야.

이번 파이널의 팀 포지션이 모두 정해졌다.

먼저 리더는 백은찬이 맡게 되었다.

유일하게 손을 든 이였기 때문이다.

“형이 웬일로 리더를 자원하고 나서요?”

“나 리더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든. 이제 마지막인데 하고 싶은 거 해보려고.”

그런 백은찬을 딱히 반대하고 나서는 이도 없었다. 그렇게 리더는 아주 손쉽게 정해졌다.

하지만 의외로 치열한 포지션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메인 보컬 포지션이었다.

지원자가 무려 셋이나 됐다.

그게 누구냐면,

“도운이 형, 안지호, 그리고 에단 형. 이렇게 세 명이 메인 보컬 지원자예요?”

“응.”

안지호와 윤도운, 그리고 에단이었다.

만약 내가 센터 포지션에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여기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그렇게 되면 4명이었겠군.

생각만으로도 치열하네.

메인 보컬을 지원하고 나선 3명 모두 당연하지만 보컬 포지션을 맡고 있는 연습생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메인 보컬 경험이 있는 건, 안지호와 에단. 두 사람이었다.

“이번엔 메인 보컬 포지션이 박 터지네.”

백은찬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러한 메인 보컬 포지션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에단이었다.

[“여기 팀에서 백스테이지인 내가 메보를 맡게 되면 대박인 건데.”]

[“안지호, 윤도운 정도라면 적당히 비빌 만하지.”]

[“일단 우세현이 빠져서 완전 이득이야.”]

완전 이득···까지는 아닐 텐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오히려 에단이 안지호와 윤도운에게 비빌 정도는 아니라 생각한다.

평소 자기 객관화가 잘 안 되는 편인가.

앞에 두 사람에 비해 에단은 보컬의 안정성이 확연히 떨어졌다.

한마디로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이었다.

메보에게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 안정성이라 보는데, 그런 걸 고려해봤을 때 에단은 메인 보컬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든 하고 봐야 아는 거니.

일단 세 사람 모두 정해진 메보 파트를 불러보기로 했고, 그 결과 메인 보컬 포지션은 안지호의 차지가 됐다.

“축하해.”

어느새 에단은 다른 멤버들을 따라 그렇게 영혼 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파트부터는 막힘없이 그대로 쭉쭉 진행되었다. 이후 모든 파트가 정해지자 리더인 백은찬이 다시 한번 확인에 나섰다.

“그럼 각자 파트 확인 한번 한다. 센터의 우세현, 메인 보컬의 안지호, 메인 래퍼 차선빈······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브 보컬 1의 에단 형.”

“맞아.”

“그럼 바로 연습 들어가자.”

파트 분배의 확인까지 끝내고 난 뒤, 우리는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원, 투, 쓰리, 포.”

일단은 안무 연습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영상을 보며 안무를 하나씩 따고 있는데, 우연히 옆에 있던 에단의 표정을 보게 되었다.

‘표정이 안 좋네.’

눈을 영상을 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집중을 못 하는 모습이었다.

‘혹시 원하는 파트를 따지 못한 게 타격이 컸나.’

메인 보컬에 떨어지고 난 후에도 에단은 계속해서 원하는 파트를 선점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돌고 돌아 서브 보컬까지 가게 된 것인데, 저렇게 멘탈이 나가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지금 자신이 맡은 파트는 전혀 계획에 없었던 모양이다.

파트를 나누다 보면 이런 경우가 흔히 있곤 했다. 모두가 원하는 파트를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보통 그런 경우, 둘 중 하나였다.

이겨내거나. 이겨내지 못하거나.

그 어떤 경우든 이는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지금 우리는 예능을 찍고 있는 게 아니었다. 서바이벌을 찍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 역시도 이런 경우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른가.’

에단은 혼자 백스테이지에서 올라온 연습생이었다. 어쩌다 보니 기존 팀에서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게 된 인물.

만약 이런 모습이 계속 쌓이고 쌓인다면, 자칫 잘못하면 방송에 오해가 섞일 수 있다.

기존 스테이지 멤버들과 이적 해온 백스테이지 멤버 간의 불화라던가, 뭐 그런. 아무튼 좋지 않다.

그러니 그런 본인을 혼자 놔두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무대를 위해서도 이대로 계속 기운 빠진 채로 두는 것도 좋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현재 에단의 제대로 된 속내를 파악해보자면.

[“아, 진짜 서브 보컬 뭐야. 하기 싫다.”]

[“바꿔 달라고 해볼까.”]

대충 이러했다.

생각했던 대로 파트에 대한 불만이 꽤 상당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런 경우, 타인이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기껏해야 의욕 고취 정도.

그래도 난 그것도 아주 의미가 없다고 보진 않는다.

“형, 어디 안 좋아요?”

“어?”

“표정이 안 좋길래요.”

“아니, 뭐······.”

에단이 살짝 시선을 피한 채로 대답했다.

“혹시 뭐 힘들거나 고민되는 거 있으면 말해줘요. 팀인데, 같이 의견 맞춰 가야죠.”

“어? 응. 그래······.”

그런 내 말에 에단이 다소 떨떠름하게 답했다. 답은 그렇게 했지만, 과연 에단이 앞으로 호의적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불만이 이상하게 표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런 예상과 달리 그날 에단은 연습에 빠지는 것 없이 참여했다. 물론 속내는 다르긴 했다.

[“아, 이 파트 진짜 구리다.”]

그런 생각이 기본으로 깔려있었다.

하지만 일단 하고는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예 깽판 치지는 않아서.

하지만 그건 너무 이른 판단이었다.

“말도 마. 나 완전 분량 없는 파트 맡았어.”

연습실을 가기 위해 지나던 복도.

그 복도에서 우연히 에단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목격했다. 이어서 에단은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분위기도 자기들끼리만 좋은 분위기고. 솔직히 잘 못 끼겠어. 응? 아, 애들이 말도 걸고 또 같이하자고 하지. 근데 내가 불편한 걸 어떡해.”

“솔직히 파트도 바꿔달라고 하고 싶은데···메보 노렸었거든. 아, 근데 안 됐어. 몰라. 다들 안지호 찍더라. 내가 볼 땐 별로던데.”

이런 상황 상당히 불편했다.

뒷담화를 직접 듣는 상황.

하지만 에단은 주변에 누가 있는 걸 눈치 채지 못한 건지 통화에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응. 안 그래도 짜증나서 중간 인터뷰 때 말했어. 팀이나 파트에 대한 이런저런 거.”

순간 멈칫했다.

팀이나 파트에 대한 불만을 중간 인터뷰 때 말했다고?

“모르겠어. 그냥 진호, 너처럼 백스테이지 있는 게 낫지. 이건 뭐······.”

그리고 잠시 이마를 짚었다.

‘편집은 아마 기대하기 힘들겠지······.’

돌아가는 상황상 에단의 인터뷰를 편집할 것 같지는 않았다. 원래 이런 갈등 요소는 반드시 분량이 넣어지기 마련이니까.

‘어떻게든 해봐야겠네.’

어떻게든 손을 쓰긴 해야 했다.

이러면 앞서 우려했던 대로 혼자 소외당한 것처럼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건,

역시나 대화였다.

아무래도 에단과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았다.

* * *

그 뒤로도 에단은 이후로 아무렇지 않게 멤버들과 잘 지냈다. 마치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하지만 여전히 불만 가득한 속마음은 변하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였다.

에단의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그저 멤버들 보는 앞에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뿐.

그리고 그런 에단의 속을 눈치 챈 사람 또한 없었다. 그도 그럴게 정말로 불만 따윈 하나도 없는 얼굴이었으니까.

만약 능력이 없었더라면,

나 역시 모르고 지나치지 않았을까.

“형, 에단 형.”

“응. 세현.”

“오늘은 같이 연습할래요?”

“어?”

그러자 에단이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그러자며, 앞선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러 명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 게 낫다. 그편이 더 깊은 대화하기 편할 테고.

“형이랑은 대화를 많이 못 해본 것 같아요. 우리 포지션도 겹치는데.”

“응, 그렇지. 아무래도 팀을 많이 못 했으니까.”

[“오히려 많이 안 겹친 게 이득이지. 얘 있으면 메보 따내기도 힘들고.”]

옆에서 대충 그런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이를 넘겼다.

“형, 근데 혹시 무슨 고민 같은 거 있어요?”

“어? 왜?”

“그냥요. 아무래도 형은 혼자 백스테이지에서 올라왔잖아요. 그러다 보니 편하게 말하기 힘든 게 있지 않나 해서요.”

“음······.”

그런 내 말에 에단이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번 말을 꺼내 볼까······. 그래도 얘는 왠지 잘 들어줄 것도 같고.”]

“그 파트 말인데······.”

“네.”

“솔직히 난 좀 더 임팩트 있는 파트를 맡고 싶었어. 지금 파트 말고.”

그리고 한번 열기 시작한 속마음을 에단은 그 뒤로 계속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내가 순위가 제일 낮잖아. 그래서 더 조급하고. 그런데 이렇게 파트 비중도 없으니까 더 괜히 마음이 그래.”

그런 에단의 말을 나는 그저 조용히 경청해주었다. 특별한 동조는 없이.

“그래도 전 형 파트 꽤 멋있다고 생각해요.”

“어, 그래?”

“네. 특히나 싸비 전에 허밍하는 부분이요. 형 목소리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 그래? 고마워.”

[“잘···어울리나?”]

[“얘가 말하니까 그런 것도 같고······.”]

그렇게 생각하는 에단의 목소리가 조금 들떠있는 게 느껴졌다.

앞서 에단은 그 파트 자체를 별 볼 일 없다는 듯이 했지만, 내가 볼 땐 나름 임팩트가 있는 파트였다. 그러니 그걸 상기시켜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우리 포지션도 겹치니 보컬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많이 해요. 물론 다른 멤버들도 같이요.”

“그래, 뭐. 좋지.”

그렇게 보컬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일상적인 내용의 이야기까지. 에단과 한동안 꽤 대화를 나눴다.

“우리 이제 마지막이잖아요. 한 팀이니까, 다 같이 한번 좋은 무대 만들어 봐요.”

그런 내 말에 에단이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일부러 한 팀이라는 걸 조금 강조한 바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의 에단의 소외감은 한 팀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서부터 나온 거니까.

또 거기에 개인적인 파트 불만도 한몫하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무대였다.

한 팀으로 다 같이 좋은 무대를 만드는 것. 그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앞선 말은 에단에게 다시 그걸 상기시켜주고자 한 말이었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은 순위가 높기에 가능한 거라 생각되어 질지도 모르지만.

[“그래, 중요한 건 팀이긴 하지······.”]

어, 조금 대화가 통한 건가.

그래도 장시간의 대화가 마냥 헛되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 한번 그래보자.”

에단이 처음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눈에 별로 안 띄더라도 어떻게 잘 편승하면, 나도 순위 상승효과 좀 볼 수 있겠지.”]

[“그래, 이렇게 된 거 나도 어벤져스 버스 한번 타보자.”]

조금 이상하게 생각이 전환되긴 한 것 같다만. 어쨌든 에단이 조금은 자신의 파트와 팀에 전보다 의욕을 보이게 된 것 같기는 했다.

‘물론 졸지에 버스 기사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이제 정말로 파이널 무대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 * *

[인천 국제 공항]

이하은은 지금 매우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날이었다.

“야, 너 지금 어디야?”

─ 어, 나 아직 가고 있어.

“빨리 와! 시간 촉박해!”

─ 알았어, 알았어. 얼마 안 걸려!

이후 통화가 끊어졌다.

하여튼, 다들 왜 이렇게 굼뜬지.

공항 수속 등 아직 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찰칵, 찰칵!

그런데 그때.

여기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그 사람들의 손에는 모두 카메라 한 대가 들려있었다.

‘뭐지. 뭐가 있나?’

막 그렇게 엄청난 인파는 아니었지만, 카메라를 든 몇몇 여성들이 누군가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성들의 중심에는 키가 큰 남성 한 명이 있었다. 하지만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채로 마스크까지 착용한 탓에 얼굴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다.

‘누구지? 카메라를 보니 연예인인가?’

피지컬 보면 확실히 연에인이긴 한데.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의 향기가 폴폴 났다. 일단 비율부터 대박.

얼굴은 못 봤지만 굳이 안 봐도 잘생겼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누군지 궁금해하며 그 자리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남성이 이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어? 이쪽으로 오네?’

그리고 그 남성은 얼마 안 가 이하은의 눈앞으로 지나갔다.

그 순간, 그녀는 남성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너무 놀라 순간적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대, 대박······.”

그녀는 흥분되는 마음으로 폰을 든 채 자신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야야야! 대박! 나 지금 우도현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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