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54화 (54/413)

54화. 파이널 특별 컨텐츠 촬영

파이널을 위한 무대 준비는 다행히 별일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은 파이널 때 VCR로 나갈 간단한 컨텐츠를 하나 찍을 예정이었다.

촬영 내용은 일명 <플레이 온 더 스테이지 특별 앙케이트>

연습생들은 각자 한 명씩 방에 들어가 제작진이 미리 만든 앙케이트 질문지에 답을 작성하기만 하면 됐다.

물론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도 촬영의 한 일부분이었기에 방 안에는 카메라도 당연하지만 설치되어있었다.

단체가 아닌 한 사람씩 촬영을 하는 것이었기에 연습을 하다가 자신이 이름이 불리면 안내에 따라 해당 방으로 들어가면 됐다.

“야, 신하람. 질문 뭐였어?”

“안 돼요. 작가님이 질문 미리 발설하지 말랬어요.”

“아, 궁금한데.”

백은찬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단순 앙케이트인데도 파이널 컨텐츠라 그런지 나름 보안이 철저하네.

무슨 질문이 있을지 궁금하기는 했으나 대충 예상가는 질문은 몇 개 있었다.

예를 들면, 연습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잘생긴 연습생. 이런 질문.

위와 같은 질문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거의 단골이었다.

“우세현. 다음 너 들어오래.”

안지호가 연습실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드디어 내 차례인가.

제작진에게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가니 작가님 한 분과 카메라,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앙케이트 종이 한 장이 놓여있었다.

“따로 시간제한 같은 건 없고요, 그냥 앉아서 편안하게 질문에 답해주시면 돼요.”

“네.”

그럼 어디 어떤 질문이 있는지 봐볼까.

[No.1 :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잘생긴 연습생은?]

음, 역시 이 질문이 나왔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첫 번째로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고민 없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을 적었다.

‘가장 잘생긴 연습생은 역시 차선빈이지.’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럼 바로 다음 질문.

[No.2 : 한 팀이 되고 싶은 연습생은?]

한 팀이 되고 싶은 연습생이라.

이거 꼭 한 명만 적어야 하는 건가?

“작가님.”

“네.”

“2번 질문은 꼭 한 명만 적어야하는 거예요?”

그러자 작가가 곧바로 가지고 있던 질문지를 확인해보았다.

“네. 이거 나중에 통계 매겨서 순위를 낼 거라 한 명만 적으셔야 해요.”

결국 한 명인가.

고민이 좀 됐다.

누굴 적어야 할지.

왜냐면, 머리에는 여러 명이 떠올랐기 때문에.

‘1번 질문이 쉽다 했더니 2번부터 바로 난관이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그에 대한 답을 적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근데 이 질문은 결과가 좀 궁금하긴 하다.’

과연 내 이름이 순위권 안에 있을지 없을지. 그게 좀 궁금했다. 다른 것보다 이 질문에서 1등을 한다면 꽤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이어서 질문에 대한 답을 막힘없이 쭉쭉 적어나갔다. 그다음에 오는 질문들은 그다지 어려운 것들 없이 무난했다.

[룸메이트 해보고 싶은 연습생/친형 또는 친동생이었으면 좋겠는 연습생/가장 독특한 연습생······] 이외 등등.

그리고 가장 마지막 질문.

[No.10 : 여동생이 있다면, 소개시켜 주고 싶은 연습생은?]

소개 시켜 주고 싶은 연습생······.

그러고 보니 이 질문도 꽤 단골이었던 것 같다.

‘근데 진짜 딱히 없는데.’

정말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무엇보다 몇 달간 같이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알게 돼서.

그렇다 보니 명쾌하게 답이 안 나왔다.

게다가 한 번도 생각은 안 해본 터라 더 그랬다.

‘괜찮은 사람이······있나?’

잠시 다른 애들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잠깐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그냥 적자.’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떠오르는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보니 생각하는 시간이 짧았던 것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이게 그렇게 어렵게 고민해야 하는 일인가 싶고.

“다 작성했어요?”

“네. 여기요.”

“앙케이트 결과는 나중에 파이널 방송 때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궁금하셔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연습생들도 파이널 때까지 결과를 모른다는 거구나. 그건 좀 아쉬웠다. 결과가 궁금했던 질문이 하나 있었기에.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그렇게 나는 제작진들에게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방을 나섰다.

* * *

[안녕하세요. 우세현입니다.]

[소중한 한 표, 꼭 부탁드립니다.]

지난번에 올린 개인 PR 영상, 그 영상을 촬영 중간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잠깐 모니터링 해봤다.

└ 야외옥상에서 피아노 연주....이건 되는 조합이다

└ 우세현 개인 PR 미쳤다

└ 세현이랑 피아노라니ㅠㅠㅠㅠㅠ존버 성공했다ㅠㅠㅠㅠㅠㅠ

└ What‘s this song?

└ 뭔가 첫사랑 재질임.....반 여자애들이 한번씩 짝사랑했을 것 같은 그런 삘

└ Sehyun is very handsome and his voice is good.

└ 목소리가 일단 사기 아니냐ㅠ 성량은 또 왜이렇게 좋아ㅠ 미쳤다 진짜

└ 얘가 걔구나 잘생겼는데 노래 잘한다는 애 근데 진짜 잘생기긴 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네.’

전체적으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이 평이 좋은 댓글들이었다.

이렇게 모니터링을 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도 그럴게 형과 내 사이에 관한 이상한 루머가 퍼지고 난 이후, 난 되도록 모니터링을 피하고 있었다.

루머가 퍼지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을 당시 몇 몇 글들을 잠깐 보기는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는 되도록 관심을 주지 말자는 쪽이었다. 그것 말고도 지금 당장 관심을 쏟아야할 게 산더미였으니까.

애초에 그 이야기에 단순히 ‘형제가 사이가 안 좋다’만 있을 리가 없었고.

그걸 바탕으로 여러 가지 궁예들이 판을 치고 있겠지. 그리고 그러한 궁예들은 또 다른 루머를 낳고. 그렇게 계속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을 거였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보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멘탈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고.

하지만 오랜만에 서칭을 하다 보니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 그동안 우세현이랑 우도현이 같이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는 이유가 있었네ㅋㅋ 우도현이 원래 가족 공개하는거 꺼려서 그런거라고 쉴드 치고 다니더니ㅋㅋ실상은 사이가 안좋아서였음ㅋㅋ

- 둘이 사이 안좋은 거 부모 때문이라는 말도 있던데ㅋㅋ 부모가 사이 안좋아서

- 내 동생의 친구의 친구가 우세현이랑 같은 학교 다니는데 우세현이 우도현 그렇게 욕하고 다녔대 형 ㅈㄴ싸가지없는 새끼라고

- 듣기로는 우도현 캐나다 간 뒤로 가족이랑 아예 연락 끊었다는데? 가족들이 맨날 돈달라고 그래서

“하아······.”

이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곧바로 창을 닫았다.

말도 안 되는 글의 향연이었다.

예전에 형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럴 땐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또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갑자기 그런 형의 말이 문득 다시 한번 떠올랐다.

사실 처음 루머를 알게 됐을 때도 앞선 말이 떠올랐다. 근데 그게 정말 효과가 괜찮더라. 정말로 타격이 적었다.

더불어서 생각도 좀 적어지고.

그래서 더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었다.

아니,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역시 쉽게 가라앉지를 않는구나.’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보니 기분이 참···착잡했다.

형한테 연락을 해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에 한 번 더 폰을 키려고 하는데, 그 순간 스텝 중 한 명이 나를 불렀다.

“세현 군, 이제 촬영 들어가야 해요.”

“아, 네. 알겠습니다.”

다음 촬영이 있었다.

그렇게 들고 있던 폰을 어쩔 수 없이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착잡한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촬영에 임하려 노력했다.

* * *

들어간 촬영은 이번에도 역시 파이널 관련 컨텐츠 녹화였다. 그리고 내용은 바로 영상 편지 보내기.

처음엔 영상 편지를 찍는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나 팬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라 생각했다.

원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감동 코드로 넣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런 내 예상과 다르게 영상 편지의 수신자는 같이 출연하는 연습생들이었다.

“세현 군?”

“아, 네.”

“곧 시작할게요.”

“네.”

나도 모르게 순간 넋을 놨다.

정신 차려야지. 정신.

“딱히 정해진 건 없어요. 세현 군이 보내고 싶은 연습생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하면 돼요.”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

아무래도 매일 보는 사이인지라 못했거나 하는 말은 없었다. 나름 감동 코드로 준비를 한 것 같기는 한데.

‘누구한테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됐다.

이럴 땐 그냥 길게 고민할 필요 없이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한테 생각나는 말을 하는 편이 좋았다.

“근데 혹시 시간도 정해져 있나요?”

“아뇨. 길게 하셔도 돼요. 시간은 충분히 드릴게요.”

그, 너무 짧아서 걱정했던 건데······.

아무튼 정해진 시간은 없다고 하니 그냥 담백하게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하셨어요?”

“네. 안지호한테 할게요.”

그 뒤로 내 앞에 있던 카메라에 녹화의 시작을 알리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도입은 어색한 인사부터 시작했다.

“어, 안녕.”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내가 안지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었다.

“항상 안 그런 척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동안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좋은 무대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거기서 끝내려다가 한 가지 더 생각나는 게 있어 뒤늦게 덧붙였다.

“아, 그리고 나중에 ‘되감기는 순간’ 한번 같이 부르자. 나도 그 노래 좋아하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의 메시지는 정말로 끝이 났다.

뒤이어 카메라가 꺼지자 앞에 있던 작가 중 한 명이 나에게로 다가와 물었다.

“되감기는 순간? 그거 이민성 노래 아니에요?”

“네, 맞아요.”

안지호는 이동을 할 때면 항상 다른 거 없이 노래를 듣곤 했는데, 그때마다 뭘 듣냐고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이 바로 이 ‘되감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되감기는 순간’은 내 플레이리스트에도 항상 있는 곡 중 하나였다. 더불어 내 오디션 곡이기도 했고.

“나중에 이거 두 사람이 같이 부르는 것도 기대해도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좋죠.”

만약 그럴 기회가 온다면, 나중에 한번 같이 무대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 했다. 물론 같이할 안지호의 의견도 중요하고.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그리고 촬영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늘은 더 이상 예정된 촬영이 없었다.

마침 머리도 복잡하던 참이라 다행이었다.

그리고 짐을 가지러 가기 위해 그대로 다시 대기실로 향하고 있는데, 주머니에서부터 약한 진동이 울렸다.

지이이이잉─

전화였다.

그리고 발신인은······.

“어, 형.”

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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