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FINAL STAGE (2)
청량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의 VCR 배경.
그리고 그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조명과 함께 노래를 하는 우세현은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 속 중심이었다.
‘미쳤다, 미쳤어! 세현이 볶머에 볼캡이야!’
살짝 볶은 머리의 파마를 한 우세현은 머리 위에 하늘색 볼캡을 쓰고 있었다.
‘코디도 너무 예뻐!’
푸르른 하늘색 재킷에 화이트 셔츠.
컨셉과 잘 어울리는 깔끔한 의상이었다.
다른 이들도 그런 우세현을 보며 저마다 감탄했다.
“우세현 오늘 비주얼 좋다.”
“미쳤다. 코디를 찰떡같이 받아먹었네.”
아, 진심 너무 좋아.
한주아 역시 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역시 도입부의 시작은 센터인 우세현이었다.
Find out
눈앞에 펼쳐진 무수히 많은 길
하지만 내가 걸을 길은 이미 정해져있어
부드러운 음색과 더불어 여유가 넘치는 제스쳐. 이를 보던 한주아는 벌써부터 목 놓아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대로 무대의 중심에 선 우세현은 정말로 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족함 없이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심에 있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표정 연기가 평소보다 한층 더 빛을 발했다. 정말로 반짝반짝한 느낌. 딱 그 느낌이었다.
그렇게 센터에서 퍼포먼스를 하면서도 노래 또한 흔들리지 않았다.
꿈을 찾으러 가는 길
Find out.
킬링 파트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우세현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약 3분간의 노래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끝나 있었다.
이어지는 화면에는 멤버들이 한 명씩 등장하며 각자의 엔딩 포즈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당연히 우세현.
마지막으로 화면에 잡힌 우세현은 그 누구보다도 환하게 빛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 진심 스테이지 무대 찢었다
- 우세현 착장 봄? 캡모자에 하늘색 자켓 완전 찰떠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세현이 오늘 너무 예쁘다ㅠㅠㅠㅠ
- 우세현 오늘따라 더 잘생긴 것 같아
- 처음 봤는데 우세현 노래 ㅈㄴ잘하네
- 오늘 우세현 비주얼 폭발이네
- 우세현 투표하려면 어떻게 해?
- 이 팀 센터 우세현이지? ㅈㄴ눈에 띄어
- 못보고 있는데 우세현이 센터야???????
‘잘했다! 잘했어!’
한주아는 지금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일단 무대를 너무 진짜 대박 잘했다.
온갖 수식어를 다 갖다 붙여도 좋을 정도였다.
최상위권 연습생들이 모인 만큼 당연히 잘할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무대를 보니 또 달랐다.
‘아, 진짜 상큼한 거 너무 잘 어울려! 이렇게 잘 어울려도 되는 거야? 와, X친.’
뒤이어 곧바로 커뮤니티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역시나 그곳 반응 역시 자신과 별다를 게 없었다.
- 우세현 센터 처음이지? 근데 진심 너무 잘한다
- 우세현이 이렇게 센터에 잘 어울릴 줄은 몰랐네 뭔가 특유에 안정감이 있음
- 우세현 센터 계속 가보자고
- 메인보컬 아닌게 좀 아쉽긴 한데 새로운 모습 볼수 있어서 좋긴 했음
- 역시 잘생긴 애들이 센터를 해야해 그런 의미에서 우세현 완전 찰떡
- 난 그래도 우세현보다 차선빈이 낫던데
- 근데 차선빈은 왜 센터 안했대?
인터넷 반응도 센터인 우세현을 중심으로 언급이 되고 있었다. 그만큼 눈에 띄었다.
더불어 현장 반응도 좋았다.
“와. 이 팀, 진짜 미친 것 같다.”
“마지막에 우세현 화면에 잡히는데, 진심 너무 잘생겨서 말이 안 나오더라.”
“노래는 또 왜 이렇게 잘해?”
확실히 센터가 다르긴 달랐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임팩트가 굉장히 남달랐다. 물론 그 모든 건 우세현이 잘 소화해냈기 때문이지만.
이어서 백스테이지의 무대가 시작됐다.
아무래도 동일한 노래로 무대를 하다 보니 앞선 스테이지 무대와 확연히 비교가 됐다.
이쪽 백스테이지의 센터는 최진호였다.
“백스테이지도 괜찮긴 한데, 역시 스테이지가 더 잘하긴 했다.”
“근데 같은 노래인데도 뭔가 스테이지 쪽이 더 듣기가 편하다. 이래서 음색 합도 중요한가봐.”
그렇지. 음색 합 중요하지.
확실히 백스테이지도 개인으로 봤을 땐 꽤 괜찮았다. 다만, 스테이지에 비해 팀 밸런스가 덜 맞았다.
두 그룹의 파이널 무대가 끝나자 MC인 김재현이 다시 무대 위로 등장했다.
“여러분, 투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서둘러 좋아하시는 연습생에게 투표해주세요!”
그는 진행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투표를 독려하는 역할도 도맡고 있었다.
이어서 모든 무대가 끝이 나자, 제작진이 준비한 또 다른 VCR 영상이 틀어졌다.
무대의 열기가 한바탕 지나가고 난 이후라서 그런지 팬들은 모두 화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채 열기를 식히기 바빴다.
그리고 나오는 VCR의 내용.
[서로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서로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그걸 보는 순간 팬들은 다시금 빠르게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누가 이런 감사한 기획을···그보다 세현이는 누구한테 보냈지.’
연습생들은 각자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멤버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같은 것을 저마다 이야기했다.
물론 여기에 아련한 BGM은 덤이었다.
대부분이 고생했다, 고맙다, 미안하다와 같은 이야기들을 전했고 길이는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인물에게가 아닌 자신이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다 보니 반대로 메시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2~3개씩 받는 사람도 있었고.
일단 우세현은 3명에서 메시지를 받았다.
그때, 다시 한번 화면이 바뀌면서 마침내 한주아가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 등장했다.
[우세현 ▶ 안지호]
안지호였구나!
내내 묵혀뒀던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우세현 : 항상 안 그런 척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동안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좋은 무대 보여주길 바란다.]
담백하면서도 간단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옆에 있던 안지호의 팬은 그런 우세현의 메시지에 상당히 감동을 먹은 듯 했다. 안지호의 노력을 니가 알아주는구나하며.
그리고 그대로 끝나는가 했는데, 알고 보니 남은 메시지가 뒤에 더 있었다.
[우세현 : 아, 그리고 나중에 ‘되감기는 순간’ 한번 같이 부르자. 나도 그 노래 좋아하니까.]
그 순간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이 나왔다.
당연하지만, 그 환호성 사이에는 한주아 역시 포함되어있었다.
“둘이 설마 나중에 이거 듀엣 해주나?”
“나중에 진짜 무대해줄 지도 모르겠다!”
“야, 이건 되는 조합이야! 무조건 진행시켜!”
그렇게 객석은 한동안 이것과 관련해 정신없이 소란스러웠다.
“오, 나중에 같이이이이이~?”
그리고 소란스러웠던 건 이를 함께 보고 있던 연습생 대기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영상 메시지 마지막에 나온 나의 메시지.
그 순간, 이를 보던 백은찬이 옆에 있던 나를 장난스럽게 툭 치며 말했다.
“오, 나중에 같이이이이~?”
“왜.”
“나중에 둘이 같이 듀엣 한번 하나요~?”
“그냥 할 수 있게 되면 하자는 거지.”
“그게 그거지!”
그 말이 그 말이긴 하다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땅히 기회가 주어져야 할 수 있는 거였다.
물론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야 당연히 선뜻할 생각이 있었다. 안지호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야, 안지호! 넌 어떻게 생각 하냐?”
“뭐가.”
“너랑 우세현 듀엣.”
그러자 곧 안지호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해.”
“야야야, 한대. 한대.”
백은찬이 나를 흔들어대며 말했다.
알겠어. 나도 같이 듣고 있는 거 안 보이냐. 그나저나 정말 안지호랑 같이하게 되면 키를 어떻게 맞춰야 하나.
그런데, 그때.
안지호가 다시 한번 날 불렀다.
“우세현.”
“응?”
“진짜 한번 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지호는 다시 제 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거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그렇다면, 파트 분배 같은 걸 진심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그렇게 잠시 혼자 고민을 하는데, 백은찬이 옆에서 나를 한 번 더 흔들어댔다.
“야야야, 앙케이트 나온다. 앙케이트!”
어? 앙케이트?
동시에 앞에 있던 화면에 다음과 같은 자막이 떴다.
[플온스 FINAL 특별 컨텐츠 : 연습생들에게 물어봐!]
‘아, 그때 앙케이트 했던 그거네.’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근데 컨텐츠 제목이 연습생들에게 물어봐인가? 뭔가 급조한 느낌이 났다.
편집 방식은 앙케이트를 쓰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저마다 한 명씩 나오는 형태였다.
이어서 등장한 첫 번째 질문.
[No.1 : 가장 잘생긴 연습생은?]
[안지호 : 차선빈.]
[김현진 : 가장 잘생긴···이건 선빈이죠.]
[최진호 : 선빈이 아닐까요?]
[우세현 : 차선빈이요.]
음, 그렇지.
차선빈이지, 이건.
[차선빈 : 우세현.]
[윤도운 : 세현이.]
[김문석 : 개인적으로는 세현이가 가장 잘생긴 것 같아요.]
어라, 뭔가 약간 팽팽하네.
생각지도 못하게 내 이름이 꽤 많이 나왔다. 이건 당연히 결과가 정해진 줄 알았는데.
[백은찬 : 가장 잘생긴 멤버···이거 혹시 본인이라고 해도 돼요?]
[백은찬 : 죄송해요. 농담이에요. 조크조크.]
“농담치고는 꽤 민망해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이었거든······.”
백은찬이 민망한지 한번 웃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1번 질문의 최다득표자가 결정됐다.
[공동 1등 : 차선빈 (7표), 우세현 (7표)]
“와, 차선빈, 우세현 공동 1등이야!”
와, 공동 1등?
이건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차선빈을 바라보니 차선빈이 축하한다며 나에게 조용히 엄지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차선빈을 향해 자연스럽게 엄지척을 해주었다.
“야, 이건 진짜 결과가 너무 당연하다. 쟤네 둘이 누가 봐도 우리 프로그램 비주얼이잖아.”
“솔직히 나도 둘 중 누구 할지 고민 많이 했어.”
“나라도 그냥 나 찍을 걸 그랬나?”
그리고 한동안 앞선 결과에 대한 이야기로 대기실이 시끄러웠다.
이어지는 다음 질문은 [한 팀이 되고 싶은 연습생은?]이었다.
‘아, 이건 좀 욕심난다.’
이건 적으면서도 생각한 건데 다른 것보다 이건 순위권 안에 들고 싶었다. 뭔가 인정받는 느낌이라서.
그래서 내심 살짝 기대를 했다.
아주 살짝.
이어지는 결과 공개.
[1등 : 우세현 (9표)]
대박. 1등? 1등? 진짜 1등?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심지어 표수도 9표다. 14명 중 9명이 나를 뽑았다는 거였다.
“와, 완전 압도적이네? 9표야.”
“욜~ 우세현!”
“이거 완전 몰빵이네.”
“아니, 어떻게 다들 생각하는 게 똑같냐?”
이어지는 화면에는 앞선 결과에 대한 이유들이 나왔다.
[신하람 : 세현이 형이 있으면 뭔가 든든해요. 그런 사람이 팀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윤도운 : 눈치가 빨라요. 그래서 배려도 잘하고, 자기 몫도 확실히 하고.]
[백은찬 : 저랑 입맛이 잘 맞아요. 이게 사소한 거 같아도 되게 중요한 거거든요? 그리고 이상하게 걔랑 먹으면 밥이 더 맛있어요.]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어쨌든 다 좋은 얘기들이었다. 이게 바로 그 칭찬 감옥에 있다는 그런 기분인가.
그래서인지 약간 뻘쭘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기분은 좋았다. 와, 근데 진짜 다시 봐도 안 믿겨.
그 와중에 밥은······그래 뭐, 사람마다 생각하는 건 다를 수 있으니까. 기분 좋으니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질문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안지호 : 룸메이트 하고 싶은 사람···우세현.]
[신하람 : 가장 특이한 사람 진호 형이요! 그 형 진짜 성격 한번 특이한 거 같아요. 나쁜 의미 같다고요? 아이, 그럴 리가요!]
[백은찬 : 일단 친동생으로 신하람은 안 돼요. 얘는 딱 봐도 힘들어. 그냥 편하게 동생으로 우세현 할게요.]
“편하다는 건 뭐냐?”
“말 그대로지. 좋은 의미야, 좋은 의미.”
백은찬이 넉살 좋게 웃어 보였다.
어딜 웃는 걸로 떼 우려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 됐다.
[No.10 : 여동생이 있다면, 소개시켜주고 싶은 연습생은?]
아, 이 질문.
이거 좀 어려웠지.
아니 정확히는 좀 난감했지.
왜냐면, 진짜 없어서.
[김문석 : 여동생이 있다면? 아, 이 질문이 제일 어렵네요.]
[김현진 : 이거 없다고 하면 안 되죠?]
“아, 맞아! 이 질문! 나 이거 진짜 엄청 고민 많이 했다.”
“나도! 진짜 한참 고민이 되더라니까?”
반응들을 보니 대부분 나와 비슷했던 모양이다. 머리 싸매고 고민할 거리는 아닌데, 그냥 좀 고민이 되는 뭐 그런.
그리고 이 난감한 질문의 1등이 발표되었을 때, 나는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1등 : 우세현 (4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