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57화 (57/413)

57화. FINAL STAGE (3)

“와, 뭐야. 야, 세현아! 너 1등이다!”

“4표네, 4표. 4표나 받았어!”

“투표한 4명 누구냐?”

결과 화면을 보던 다른 연습생들이 저마다 나에게 다가와 한마디씩을 건네고 갔다.

앞선 ‘여동생이 있다면 소개시켜주고 싶은’ 이란 질문에 얼떨결에 1등이 되었다.

음. 그래.

예상을 전혀 못 해서 많이 놀라던 참이다.

[김현진 : 세현이요. 왠지 다정할 것 같아요.]

[최건우 : 우세현이요. 배려도 잘하고 다정해서 여동생이 좋아할 것 같아요.]

[히로토 : 세현. 일단 잘생겼어요. 그래서 여동생이 좋아하지 않을까······.]

나를 뽑은 이유들은 대부분 위와 같았다.

‘내가 그닥 다정하진 않은 것 같은데······.’

이유 역시 놀라웠다.

어쩌면 그냥 적당한 이유를 댄 걸지도.

참고로 이 질문에 나는 ‘없다’라고 답했다.

사실 원래 그 당시 떠오르는 사람을 쓰긴 썼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아 결국 그냥 없다로 바꿨다.

그리고 그렇게 답한 사람은 나만이 아닌 듯 했다. 결과를 보아하니 대략 3명 정도는 나와 같은 ‘없다’라는 답을 쓴 모양이다.

그래. 이건 없다가 맞지.

응. 그래.

“와, 나 그래도 한 표 받았어!”

“뭐? 니가 한 표를 받았다고?”

“솔직히 이 질문은 질문부터 별로였어!”

그리고 대기실은 아직까지도 조금 전 앙케이트 관련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 시끄러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왜냐면, 이제 곧 다시 무대에 올라야 했기 때문에.

“이제 다들 다시 무대에 올라가실게요!”

앙케이트 VCR이 끝나고 나면, 잠깐의 텀을 둔 이후 본격적인 순위 발표식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후 우리는 스텝들의 안내에 따라 정신없이 대기실을 나섰다. 그리고 빠르게 다시 무대 위로 올랐다.

“순서대로 한 명씩, 올라갈게요.”

하지만 이번엔 공연을 위한 무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최종 데뷔 멤버를 가릴 순위 발표식을 위한 무대였다.

* * *

한주아는 지금 떨리는 가슴을 애써 부여잡고 있었다.

이제 곧 시작하는 최종 순위 발표식.

데뷔조 확정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잠시 후 공개되는 IN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데뷔조! 그리고 그 새로운 데뷔조를 공개하기에 앞서 여러분들께 먼저 공개해드릴 게 있습니다.”

먼저 공개할 거?

아, 혹시 그건가?

데뷔조보다 먼저 공개되어야 할 게 무엇인지 한주아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네, 그렇습니다. 바로 데뷔조의 그룹명이죠! 새로 데뷔할 IN 엔터의 그룹명. 그 이름을 지금 바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한주아는 다시금 긴장했다.

그룹명.

그룹명은 아이돌 그룹에게 있어서 매우, 아주 매우 중요했다. 아무래도 대중에게 처음 인식되는 부분이니까.

‘근데 혹시 겁나 구리면 어떡하지.’

솔직히 말해서 IN 엔터의 작명센스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데이릴리, 블랙엘, 인터니티······.’

그녀는 현재 IN 엔터 소속의 그룹들의 이름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센스가 좋은 것 같지는 않다.

- 플온스 이제 데뷔조 이름 공개한대!

- 오 드디어 데뷔조 이름 공개

- 젭알 이상한 것만 아니길............

- 인터니티처럼 그룹명에 I, N 들어가있는 거 아님?

- 또 쓸데없이 I, N 붙이지 마라

- 인터니티는 나름 괜찮지 않나? 난 I, N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 구린 것만 아니면 돼....제발 평범하게....

- 플레이는 들어가지 않을까? 프로그램명 따서

- 플레이 보이즈 이런 것만 아니었음ㅠㅠ

- 윗댓 플레이 보이즈 소름

- 근데 IN 이라면 플레이 보이즈 할 것도 같음 ㅠㅠ 거기 대표 센스 없자나

나만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니었네.

대충 온에어 댓글들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이름과 관련해 온갖 걱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럼 모두 앞에 보이는 화면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곧바로 한주아는 고개를 돌려 중앙에 있는 전광판을 응시했다.

“IN 엔터테인먼트 신인 그룹. 그 그룹의 그룹명은 바로, 이겁니다!”

두근, 두근, 두근.

한주아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대로 화면에 떠오르는 글자를 확인했다.

[WINSOME (윈썸)]

X친. 기어코 이번에도 I, N을 넣었잖아!

그룹명을 확인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왜냐면, 스펠링 중 ‘I, N’ 만 색깔이 달랐거든.

“윈썸. 이 단어는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그룹의 포부를 담았다고 합니다.”

사실 그룹명에 대한 기타 설명은 일단 그룹명을 짓고 나서 대충 이름에 맞게 그럴 듯하게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결국 중요한 건 그룹명이라 이거지.

- 윈썸? 윈썸이래?

- 플온스 새 그룹명이 윈썸이야?

- 윈썸.....별로다...딤섬도 아니고...

- 약간 올드한 것 같은디

- 난 윈썸 ㄱㅊ 깔끔하잖아 의미도 괜찮고

- 나도 윈썸 좋음 근데 역시 I, N은 버리지를 못하죠

- I, N 들어가는 것 중에서는 그나마 괜찮다고 봄

- 플레이보이즈 아닌게 어디냐

‘그래, 뭐. 윈썸 나쁘지 않지······.’

최악의 최악을 생각해서 그런가.

나름 깔끔하고 나쁘지 않았다.

막말로 진짜 플레이보이즈 아닌 게 어디야.

- 윈썸도 보다보면 분명 정든다

나중엔 윈썸 이름도 존멋. 이럴걸

음. 그렇지.

보다 보면 정들겠지.

사실 이럴 경우 적응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룹명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게 남아 있었다. 바로 멤버 선정이었다.

최종 순위 발표는 사전 안내에 따라 데뷔 커트라인인 6위부터 발표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내림차순대로 발표. 마지막엔 1위 후보 2명을 두고 최종 1위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럼 최종 순위 발표에 앞서 IN 엔터 테인먼트의 대표이신 인현민 대표님의 한마디가 있겠습니다.”

“안녕하세요. IN 엔터테인먼트 대표, 인현민입니다.”

어우, 인현민.

인현민 대표가 마이크를 잡자 곧바로 여기저기서 약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단 그동안 고생 정말 많았고, 오늘 이렇게 연습생들 모두 좋은 무대를 보여줘서 고맙습니다. 정말 멋진 무대였습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또 시작이구나 싶어서.

인현민 대표에게는 유명한 별명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투머치토커 (Too much talker). 한마디로 말이 겁나 많다는 소리다.

‘그러니 또 여기서 2절, 3절하겠지······.’

지루한 것도 지루한 건데, 무대 위에 있는 연습생들도 좀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 그래서 말인데 정말 이렇게 매번 새로운 무대를 보니 너무 신이 나더라고요. 마음 같아선 몇 주 더하고 싶은 마음이···”

그리고 앞선 모두의 예상에 맞게 인현민 대표의 투머치 토크는 멈출 줄을 몰랐다. 아무래도 이거 끝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했다.

* * *

다리가 서서히 아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긴장한 상태로 오래 서 있다 보니 다리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인현민 대표님의 말씀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끝날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아득했다.

다른 연습생들 또한 표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다들 마찬가지로 힘들 테니.

“─그럼 여기서 이만 말을 마치겠습니다.”

아, 드디어 끝인가.

인현민 대표가 마침내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MC인 김재현이 그 뒤를 빠르게 치고 나왔다.

“네! 대표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순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던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김재현은 전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프로는 다른 건가.

그리고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최종 순위 발표가 시작되었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일렁였다.

처음 발표 되는 순위는 6위였다.

일반적인 프로그램과 달리 데뷔 커트라인인 6위를 가장 먼저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데뷔 커트라인 등수에 집중하기보다는 최종 순위 1위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근데 여기서 불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긴장을 너무해서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서있었기 때문인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서있는 것뿐인데도 시간이 지날 때마다 체력이 쑥쑥 빠져나가는 느낌이었기에.

“그럼 가장 먼저 6위! 6위의 주인공은!”

[6위 : 윤도운]

가장 먼저 전광판에 이름을 올린 이는 바로 윤도운이었다. 그리고 나는 박수와 함께 도운이 형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형, 축하해요.”

“고마워······.”

윤도운은 곧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감. 소감을 하면서도 믿기지 않았던 건지 계속해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소감이 끝나자 곧바로 데뷔조를 위해 준비된 자리로 가 착석했다. 자리에 앉은 윤도운은 상당히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순위가 발표됐다.

[5위 : 신하람]

“헉!”

다음 순위의 주인공은 신하람이었다.

순간 불리는 자신의 이름에 신하람은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잔뜩 신이 난 모습으로 무대 중앙으로 뛰어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앞선 윤도운과는 다르게 눈물 하나 없는 씩씩한 모습이었다.

장하구나. 씩씩해.

그리고 의자에 착석한 신하람은 역시나 편안해보였다.

“그럼 이제 4위입니다!”

4위. 어느새 벌써 4위였다.

이제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기도 했다.

“야, 야.”

“응?”

그때 옆에 서 있던 백은찬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뭐냐.

“한마디만 해주라.”

“무슨 한마디?”

“할 수 있다.”

“? 할 수 있다.”

“좋아!”

그렇게 백은찬은 갑작스레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도 얼굴은 여전히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떨려서 그랬던 거구나.

앞서 뜬금없이 의지를 다졌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의지는 마침내 빛을 발했다.

[4위 : 백은찬]

“허어어어억!”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백은찬이 순간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린 백은찬을 내가 급하게 무대 중앙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막상 무대 중앙으로 나가니 백은찬은 의외로 멀쩡하게 소감을 마쳤다. 당연히 울 줄 알았는데.

그리고 특별석으로 이동한 세 사람은 모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여기에 편안해 보이는 모습까지.

이렇게 보니까 부럽네.

나도 빨리 가고 싶다.

“다음은 3위! 3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3위.

벌써 최상위권까지 왔다.

여기서부터는 정신을 더욱 바짝 차리고 있어야했다. 이름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3위 : 안지호]

“후우······.”

이윽고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안지호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런 안지호에게 나는 축하를 건넸다.

“축하해.”

“응.”

웬일로 안지호가 환하게 웃었다.

잠깐 놀라긴 했지만, 그런 안지호를 보며 나 역시 그냥 웃었다.

소감을 하는 동안 내내 안지호는 꽤나 기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렇게 기뻐하는 건 또 처음보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이제 남은 건······.

“그럼 이제 1위 후보 두 명을 함께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이 불린 연습생은 바로 무대 중앙으로 나와 주세요.”

이어서 잠시 심호흡을 했다.

이름이, 불릴 것 같았다.

동시에 나와 함께 이름이 불리게 될 사람이 누군지 대충 예상이 됐다.

지금 이 순간, 화면에 내 표정이 어떻게 나오고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세현, 차선빈 연습생. 앞으로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떨렸던 호명이었다.

* * *

“세현아! 파이팅!”

“우세현! 1등 가보자고!”

“세현아! 1등 하자!”

여기저기서 응원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응원의 목소리들을 들으니 힘이 났다.

오늘따라, 앞에 있는 팬들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네, 그럼 여기서 1위 후보 2명의 소감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시에 MC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심호흡 살짝 한 뒤, 입을 열었다.

“일단 이렇게 높은 순위를 주신 팬 분들께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얼떨떨하면서도 떨려요.”

뒤이은 차선빈의 소감도 비슷했다.

떨린다는 이야기, 그리고 팬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

그렇게 우리의 짧은 소감이 끝난 뒤, 마이크는 다시 MC인 김재현에게로 돌아갔다.

“그럼 지금 바로, 영광의 1위 주인공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여기까지 온 이상, 1등이 하고 싶었다.

‘하고 싶다, 1등.’

지금 눈앞에서, 혹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오늘따라 무대 앞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였다. 나를 응원하는 목소리들도 유독 더 크게 들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실망시켜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망보다는 기쁨을 주고 싶었다.

이곳에 서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지만,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바로 그거였다.

‘······형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옆에 서 있는 차선빈을 보니 차선빈 역시 마찬가지로 긴장이 많이 되어보였다. 물론 표정은 여느 때와 같지만.

사실 능력을 사용하면 누구보다도 빨리 1등의 주인공을 알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무대 위였다.

그런 무모한 행동은 되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그저 때를 기다리자.

“그럼, 지금 바로 1위의 주인공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발표의 순간이 왔다.

동시에 MC 김재현이 힘차게 외쳤다.

“플레이 온더 스테이지 파이널, 영광의 1위! 그 1위의 주인공은─”

그리고 환호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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