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FINAL STAGE (4)
“영광의 1위의 주인공은···60초 후에 공개됩니다!”
아아아아아악!
동시에 탄성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60초 후의 공개라니.
하긴 그게 안 나올 리가 없지.
그 말을 들으니 나 역시도 절로 힘이 빠졌다. 그건 옆에 있던 차선빈 역시 마찬가지였던 건지 허탈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차선빈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떨려?”
“조금.”
“나도.”
안 떨릴 리가 없었다.
일단 분위기가 가장 최고조에 오른 상황이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있었으니까.
“그래도, 좋다.”
“응?”
“그냥 좋네. 다.”
차선빈이 작게 중얼거렸다.
짧은 몇 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1위의 자리를 놓고 이렇게 서 있지만, 실상은 나와 차선빈 모두 데뷔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니까.
“자, 그럼 이제 정말 1위의 주인공을 발표할 시간이 됐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60초란 시간이 흘렀다.
체육관 안에는 다시 긴박한 분위기의 BGM이 흐르고 있었다.
“1위의 주인공, 그 영광의 주인공은!”
[1위 : 우세현]
“바로 우세현 연습생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악!
환호성이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다. 동시에 눈앞이 조금씩 흐려지는 게 느껴졌다. 벅차오르는 그 감정이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조명들은 오로지 나만을 비추고 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밑에서 나는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
* * *
모두가 기다리던 1위 발표의 순간, 체육관 안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화려한 금색 꽃가루들이 공중에서 휘날리고 있었으며, 지금의 순간을 기념하듯 나오는 BGM 사운드는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1위가 발표되는 순간, 여러 가지 감정들이 스쳤다. 기쁘면서도 감격스럽고, 어딘지 모르게 울컥하면서도 또 마냥 좋기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동안의 촬영 나날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 능력을 오프하고 노래를 불렀던 일, 오디션을 봤던 일, 회사에 들어왔던 일, 그리고 프로그램을 하면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까지.
그런 것들을 떠올리고 나니 지금 내가 이렇게 무대 위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이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말로 꿈속에서만 바랄 수 있었던 일이었기에. 실제로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새삼스레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난 들고 있던 마이크를 더욱 손에 꼭 쥔 채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같이 고생해주신 우리 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하는 건 당연하게도 팬들이었다.
이것은 나의 등수이지만, 나 혼자만의 등수가 절대 아니었기에.
이후 미리 준비해온 대로 가족들과 같이 고생한 연습생들,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까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소감 도중 순간 눈물이 흐를 뻔했지만, 다행히 흐르진 않았다. 아주 다행이게도 눈물은 눈에서 차오르는데 그쳤다.
그리고 내 소감이 끝나자 곧바로 차선빈의 소감이 시작되었다.
최종 순위 2위라는 결과를 얻은 차선빈은 늘 그랬듯이 진지하고도 차분한 태도로 자신의 소감 한마디, 한마디를 전해갔다.
그리고 그렇게 차선빈의 소감까지 끝마쳐지자 화면이 다시 MC에게로 전환됐다.
이후 나와 차선빈은 데뷔 멤버들을 위한 특별석으로 가 그대로 다른 멤버들과 합류를 하면 됐다.
그리고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함께 걷던 차선빈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뭐지,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야, 왜······너 울어?”
“······.”
그러더니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얼마나 펑펑이냐면, 고개도 못 들 정도로 펑펑이었다.
차선빈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조용히 어깨만을 들썩이고 있었다.
‘차선빈이 이렇게까지 오열을 할 줄이야······.’
하지만 어떤 마음일지 이해가 됐다.
차선빈의 연습 기간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우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기억하기로는 대충 9년···쯤이었지.’
연습 기간이 무려 9년이었다.
거의 10년에 달하는 시간.
차선빈은 그 오랜 세월 동안 홀로 묵묵히 연습을 해왔을 것이다.
데뷔를 언제 할지 모르지만, 또 애초에 데뷔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묵묵히, 열심히 해왔을 것이다.
“야, 울지···아니다. 많이 울어라.”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울겠냐.
게다가 이건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러니 있는 대로 펑펑 쏟아내는 것도 괜찮다고 봤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반응하듯 차선빈은 조금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가까이 있어야 겨우 들리는 정도였지만.
또, 그런 차선빈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모르게 나까지 눈물이 나려 했다. 아, 안 되는데. 울면 안 되는데.
그리고 그런 눈물을 애써 감춰보려 나는 두 팔을 벌려 차선빈과 눈물의 포옹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상태에서 눈물이 더 났다. 마치 차선빈의 감정이 나에게로 옮겨온 것만 같이 감정이 더 북돋아졌다.
그리고 그런 우릴 향해 멤버들이 다가왔다.
“아니, 왜 둘이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왜 둘만 이러고 있어요! 같이···어, 형들 울어요?”
“뭐? 운다고?”
놀란 백은찬이 급하게 나와 차선빈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야, 너 울어?”
“······아니.”
“우는 거 같은데?”
······안 운다니까 그러네.
그냥 눈에 눈물이 조금 차올랐을 뿐이다.
눈물이 눈에서 떨어져야 우는 거지. 그러니까 난 우는 게 아니다.
“선빈이 형은 오열에 세현이 형은 눈물 또르르···아, 나까지 눈물 나려고 해요.”
아니, 안 울어······.
하지만 이상하게 말이 안 나왔다.
“아오!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울자!”
“아, 좋아요. 형들을 위해 특별히 같이 우는 척 해줄게요. 아, 벌써 눈물 나네.”
“난 아까 많이 울었는데······.”
“더 울어요! 더 울어! 야, 안지호! 너도 이리로 와!”
“난 왜······.”
그렇게 다른 멤버들은 나와 차선빈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마치 서로 수고했다는 듯이. 그리고 위로해주는 듯이.
그리고 그날, 우리의 그 모습은 많은 사진들로 남게 되었다.
* * *
- 차선빈, 우세현 서로 안고 우는 거 봤어? 보는 내내 내가 다 눈물 나더라ㅠㅠㅠ
- 선빈이랑 세현이 마지막 장면 완전 영화의 한 장면 같았음ㅠㅠ이 둘 너무 좋아
- 마지막에 데뷔 멤버들끼리 다같이 부둥켜안은 것도 너무 좋더라ㅠ먼가 감동........
- 차선빈, 우세현 운 거 실화야?
- 마지막에 다같이 모여있는거 보니까 괜히 찡해지더라 얘들아 고생했다
방송이 모두 끝난 뒤, 대기실에 도착하니 부모님들이 미리 와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세현아, 정말 수고 많았어.”
당연히 우리 부모님도 와계셨다.
방송 중간, 중간 화면을 통해 가족석에 앉아계신 부모님의 모습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실제로 마주하니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아니, 왜 울어?”
“······아뇨. 안 울어요.”
그렇게 말했지만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그동안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긴장감 같은 것이 한 번에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고개를 못 들겠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나를 조용히 안아주셨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면서.
그렇게 각자의 가족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이후 한두 명씩 가족들과 함께 대기실을 나섰다.
앞으로 이틀간은 휴가였기에.
프로그램이 끝난 것을 기념해 회사에서는 잠깐이지만 연습생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줬다.
나 역시 곧장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정말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부모님과 대기실을 막 나서려는데, 대기실 입구 근처에서 백은찬과 마주쳤다. 나를 발견한 백은찬이 곧 반가운 얼굴로 빠르게 다가왔다.
“이제 가는 거야?”
“응.”
그런 백은찬의 옆에는 남동생으로 보이는 인물이 서있었다.
“아, 인사해. 여기는 내 동생 서진이.”
“안녕.”
그리고 나는 곧바로 백은찬의 동생에게 인사를 전했다. 동생 역시 그런 나를 향해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형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백서진입니다.”
백은찬의 동생은 의외로 백은찬과 그다지 닮은 곳이 없었다. 동생이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동생인지 모를 정도로.
마치 형이랑 나와 같은 케이스였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형제가 참 안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으니까.
뒤이어 잠시 자리를 비우셨던 백은찬의 아버지가 오셨고, 나는 아버지께 한번 더 인사를 드린 뒤 부모님과 함께 대기실을 나왔다.
“저녁은? 저녁은 어떡할까?”
“세현아, 바로 집으로 갈 거지?”
“어, 잠시만요.”
그러고 보니 잊고 있던 게 하나 있었다.
‘얼른 연락해야지.’
나는 곧바로 폰을 열고 메신저 창을 켰다.
이후 이동을 위해 체육관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체육관을 나오자마자 눈앞으로 수많은 팬들이 보였다. 모두 퇴근길을 기다리던 팬들이었다.
“누구야? 누가 나왔어?”
“세현이다! 세현이!”
“우세현!”
동시에 엄청난 양의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그런 카메라들을 향해 인사를 전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우세현!”
그런데 그때.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나를 부르는 익숙한 음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곧바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개중에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형이었다.
돌아본 시선의 끝에는,
고급 외제차 한 대와 함께 그 앞에 서있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왔구나.’
그리고 그 순간,
카메라 셔터들이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터지기 시작했다.
“대박! 우도현이야!”
“우도현 왔다!”
“세현이 보러 왔나봐!”
그리고 그런 형을 향해 빠르게 다가서려 하는데, 순간 눈앞에 보이는 무언가에 나는 그대로 가던 걸음을 멈췄다.
‘잠깐···저게 뭐야?’
그리고 그 생각과 동시에 형이 머리 위로 무언가를 힘차게 들어올렸다.
[★축★ 우세현 데뷔]
그것은 엄청난 크기의 LED 판이었다.
동시에 번쩍번쩍하게 빛이 나는.
너무 번쩍번쩍해서 밤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부실 정도였다.
“데뷔, 축하한다.”
이어서 형이 덧붙였다.
그리고 씨익 웃어 보이는 게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형이 준비한 건 LED 판만이 아니었다.
풍선과 같은 각 종 이벤트 용품들도 더불어 눈에 띄었다. 진심,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오늘이 누구 생일인 줄 알았을 거다.
그리고 그런 형을 보며 난 생각했다.
형.
너무 창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