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59화 (59/413)

59화. 형님 왔다.

“형이 생방송 현장에 오겠다고?”

─ 응.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방송 장소로 가겠다는 얘기야.

“아. 방송에 나오는 것 없이?”

─ 응.

며칠 전, 형이 한국에 막 도착했을 무렵.

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내용은 바로 생방송 장소에 가겠다는 형의 말. 물론 부모님처럼 가족석에 앉아 방송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현장에 오겠다는 거지.

─ 사실 가족석에 앉는 것도 내 입장에선 상관없는데, 너한텐 좋을 게 없잖아. 특히나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 무엇보다 넌 순위도 높으니까.

설령 데뷔 안정권이라 해도, 형이 만약 생방 현장에 직접 온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어그로가 끌리는 건 피할 수 없을 터였다.

혹여 투표수가 이전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던가 1등을 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프로그램 내내 한번도 1등을 못 하던 우세현이 마지막에 형 빨을 받아 1등을 차지했다.]라는 말이 나올 우려가 있다는 거였다.

아마도 그게 지금 형이 걱정하는 부분이었을 터였다.

“근데 형은 나 반대하는 거 아니었어?”

─ ······.

그 말에 형은 잠시 대답이 없었다.

분명 내 데뷔를 반대하고자 일부러 한국까지 온 거라 생각했는데.

─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 지금?”

─ 루머 돌고 있잖아. 너랑 나 관련.

“형도 알고 있었어? 그 루머?”

─ 당연한 거 아니냐.

아, 그러고 보니 형은 왕년에 서치왕이었지. 활동하던 때도 서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며 그걸로 꽤 유명하기도 했다.

‘그래도 형이나 부모님은 되도록 몰랐으면 했는데.’

괜한 걸 알게 한 거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런 루머가 퍼지게 된 건 전적으로 나 때문이니까.

─ 루머. 너 때문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아, 응.”

순간 생각을 읽힌 줄 알고 놀랐다.

“근데 현장엔 와서 뭐 하려고?”

─ 뭐하긴. 거기 카메라 많을 거 아냐. 이참에 루머 청산해야지.

“어떻게?”

─ 거기서 제대로 보여주는 거지. 우리가 우애 좋은 형제라는 걸.

“뭔 우애까지······.”

─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아무튼 넌 그냥 끝나고 나오기만 해.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뭔가 불안한데.

하지만 그런 내 말에도 형은 불안할 것도 많다며, 아무렇지 않게 통화를 끊었다.

그래. 어쩐지 거기서부터 불안하다했더니.

그때 그 불안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그리고 그 불안은 결국 현실이 됐다.

“와, 저게 다 뭐야?”

“풍선 봐······. 우도현이 이벤트라도 준비한 건가?”

“동생 보라고 준비했나봐. 와, 진짜 정성이······.”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카메라 셔터소리도 어마무시하게 들렸다. 지금 이 순간을 찍는 소리들이었다.

자기한테 다 맡기라더니!

이런 거였냐!

“엄마, 아빠 어서 타세요.”

“어, 그래.”

부모님도 살짝 당황하신 게 보였다.

하하. 그래. 당연히 그럴 만하지.

나조차도 당황했으니.

“야, 너도 얼른 타.”

“응······.”

곧이어 나도 조수석에 올라탔다.

못 본 지 오래 돼서 그동안 까먹고 있었는데 이제야 다시 기억이 났다.

형에게는 유명한 별명이 하나 있었다.

데뷔 초부터 붙여진 별명으로, 루트 팬들 뿐만 아니라 타 그룹 팬들까지 전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별명이었다.

그건 바로 잘생긴 또라이.

잘생또였다.

“자, 그럼 갈게요.”

그렇게 형은 신나게 엑셀을 밟았다.

* * *

청순아세현해 @sehyunlove

2X1122 우세현 보러 현장 온 우도현

사진.jpg

플온스끝나지마 @pypypy

대밬ㅋㅋㅋ우도현이 우세현 데뷔 축하한다고 led판 만들어옴ㅋㅋㅋㅋ미쳤나봐ㅋㅋ역시 잘생또

핑토우세현 @112sese

오늘 생방 끝나고 세현이랑 우도현 투샷.jpg 근데 진짜 우도현 미친거 같아ㅋㅋㅋ진짜 사람만한 판떼기 가지고 와서 세현이 축하해줌ㅋㅋㅋㅋㅋㅋ

세현이랑함께 @youlove22

오늘 주차장에서 우도현이 세현이 데뷔 축하 이벤트 열어줌ㅋㅋㅋㅋ근데 세현이랑 얘기하는 내내 입이 귀에 걸려있더라ㅋㅋ 동생 엄청 아끼나봐

- 오늘 우도현 현장에 왔다는 거 ㄹㅇ?

- 미쳤닼ㅋㅋㅋ짹보니까 오늘 우도현 주차장에서 우세현 데뷔 축하파티 해줬대ㅋㅋ

- 뭐야 지금 플? 우도현 한국 왔어?

- 사진보고 왔는데 우도현 저렇게 활짝 웃는 거 첨봄 동생이랑 사이 좋은가봐

- 우도현 우세현 사이 안좋다고 ㅈㄹ떨던 어그로들 다 어디갔냐 이럴때만 안보이지

- 근데 우도현 우세현 투샷 미쳤다 형제가 나란히 존잘이야

- 우도현 우세현 루머 퍼트린 애들 전부 고소미 먹었으면 좋겠다 정병 ㅈㄴ심했어

- 어그로까들 이럴 때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죠ㅋㅋㅋㅋㅋㅋ

[제목] : 어제 우세현 가족봄

시간 많이 지났으니까 올리겠음

어제 저녁 때쯤에 우세현 가족봄

생방 끝나고 밥먹으러 왔나봐 참고로 한우집ㅋㅋ 부모님이랑 우도현 우세현 다 있었음. 근데 가족이 되게 화목해보이더라 옆에서 잠깐 보는데도 사이 좋아보였음ㅋㅋ이상한 루머처럼 그런거 일절 없었고ㅇㅇ

그리고 놀란게 하나 더 있는데 우도현이 우세현 엄청 챙기더라 고기도 다 구워주고 쌈도 싸줌ㅋㅋ솔직히 혈육 고기 구워주고 쌈싸주고 이런거 안하잖아ㅋㅋ지 알아서 먹으라고 하지 근데 우도현은 다해주더라고 나이차이가 많이나서 그런가? 아무튼 얘네도 사이 좋아보였음ㅋㅋ특히 우도현은 아주 싱글벙글이더라 혹시 몰라 그때 받은 우세현 싸인이랑 사진 올려두고 감ㅂㅂ

└ 헐 대박ㅜㅜ 존부ㅜㅜㅜㅜㅜ

└ 세현이 가족들이랑 한우 맛나게 먹었구나ㅠㅠㅠㅠㅠㅠ 많이먹엉

└ ㅁㅊ 우도현이 쌈을 싸줬다고? 진짜 사이 좋은가보네

└ 그래서 여기 어디임?

└ 쌈 싸주는 우도현이라니.....매치가 안된다.......ㅎ

프로그램 최종화가 끝나고.

오랜만에 집에서 눈을 떴다.

그날 아침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왜냐면, 아직까지도 꿈도 꾸고 있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이게 진짜 현실이 맞나.’

눈을 뜨자마자 처음 한 생각이 그거였다.

너무도 꿈같은 일이어서 혹여 다시 눈을 감으면 이 모든 게 사라질까 내심 불안했다.

그래서 그때마다 민간요법을 사용했다.

바로 볼 꼬집기.

“아프네······.”

다행히 이 모든 건 현실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터넷에서는 플온스와 관련된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결정된 데뷔조와 관련해서 이런 저런 말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의견이 비슷했다.

데뷔조, 잘 뽑았다.

이게 전반적인 반응이었다.

내 입장에선 상당히 기분 좋은 말이었다. 그 어떤 말보다도 더.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우리 팀 꽤 괜찮은 것 같다.

더불어서 형과 나 사이에 있던 이상한 루머 또한 어제를 기점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게 보였다.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도 형이 미리 예약한 곳이었다. 왜 프라이빗한 식당이 아닌 적당히 오픈된 곳을 골랐나 싶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보다.

“세현아, 밥 지금 먹을 거니?”

“네. 지금 먹을게요.”

“그래. 그럼 어서 나와.”

오랜만에 집밥이었다.

비록 아침 11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긴 해도 어쨌든 아침밥이었다. 아니지. 아점이지, 아점.

그리고 방을 나와 거실로 향하는데, 마찬가지로 형이 식탁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형도 지금 먹어?”

“엉.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돼서.”

하긴 온 지 얼마 안 됐지.

“자, 둘 다 많이 먹어라.”

“네.”

그리고 엄마에게서 국과 밥을 받아 그대로 식탁 앞에 앉았다. 역시 냄새부터 다르다.

오늘 아침은 엄마표 반찬들과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이었다.

그리고 밥을 먹는데, 문득 전에 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연예인은 절대 안 된다는 말.

그게 아직까지 기억 속에 생생했다.

어제는 워낙 정신이 없다보니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혹시 아직도 반대 입장인건지 걱정이 됐다.

지난 상황들을 생각하면, 이제는 딱히 반대를 안 할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일부러 날 말리려 캐나다에서 한국까지 온 형이었다. 그렇게 쉽게 포기를 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된 마당에 설마 아직도 반대 입장을 고수할까.’

내심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미 상황은 커질 대로 커져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때까지 가버렸으니까.

“근데.”

“어, 응.”

그때 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진짜 편식 오지게 늘었다.”

“어? 아···봤어?”

“그럼 그게 보이지, 안 보이냐?”

형이 내가 빼놓은 오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오이는 정말 못 먹겠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 맛이 별로였다.

“그러니까 키가 그것밖에 안 되잖아.”

“······형.”

“왜.”

시비 걸지 말자.

갑자기 키 얘기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시비는 무슨 시비야. 사실이잖아.”

“어, 그래. 키 커서 좋겠네.”

“그렇지. 커서 좋은 점이 많아.”

6cm 차이다, 겨우 6cm!

아무튼 고작 6cm 차이 가지고 생색 오지게 내고 있다.

185cm가 큰 키는 맞긴 한데···아무튼 나도 작은 건 아니었다. 비록 180cm은 안 되지만······.

“알았으면 오이나 먹어라.”

“······.”

아, 오이를 먹어야하나.

그래도 아직 18살인데, 더 클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아, 그리고.”

“또 뭐.”

“나중에 따로 얘기 좀 하자.”

형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듯 슥 말했지만, 그 순간 나는 올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어떤 얘기일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아마도 전에 했던 이야기와 같은 거겠지.

“응. 알겠어.”

그래서 일단 그러자고 했다.

정확히 그게 뭐든, 지금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그리고 그런 우리의 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엄마는 약속이 있으시다며 외출하셨고, 그러다 보니 집 안에는 마치 짠 듯이 형과 나만이 남게 되었다.

대화의 장소로는 집이 가장 좋았다.

아무래도 형이나 나나 밖에서는 편하게 대화하기 좀 그런 상황이니까.

“내가 한참을 생각해봤는데.”

“아, 응.”

바로 본론이네.

아무튼 앞뒤 없는 성격은 여전했다.

“역시 난 여전히 니가 연예인이 된다는 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아.”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직 반대 입장인 건가. 그럴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때 전화로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댔지만, 사실 그냥 니가 걱정되는 마음이 제일 커.”

대충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

얼마나 힘든 길인지 형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마 그런 걸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을 거다.

“그래도 부모님 얘기까지 꺼내면서 그렇게 말한 건 내가 좀 심하긴 했어. 그건 사과하고 간다.”

“뭘 그런 걸로 사과까지 해. 형답지 않게.”

“그렇지. 그렇긴 한데. 그때도 답지 않게 흥분을 하긴 했지.”

“그건 인정.”

그런 내 말에 형이 피식 웃어 보였다.

“사실 그때 내가 했던 말은 스스로한테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지.”

“어?”

“사실 부모님이나 너에게 가장 미안해해야 하는 사람은 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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