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64화 (64/413)

64화. 그 형, 회사 그만둔대요.

“데뷔 쇼케이스요?”

“응. 맞아. 데뷔 쇼케이스.”

“와, 대박!”

데뷔 쇼케이스라는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에 멤버들은 저마다 꽤 놀란 기색들이었다.

물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혹시 방송으로 해주는 거예요?”

“TV 방송은 아니고 G-live 채널을 이용해서 전 세계 실시간 방송을 할 거야.”

“전 세계 실시간 방송······.”

그러자 신하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앞선 말을 반복했다.

“쇼케이스면 보통 뭘 하지?”

“앨범 신곡 몇 개 노래하고, 중간에 토크도 좀 하다가 마지막에 타이틀곡 부르고 하는 식일걸.”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많이 봤어. 쇼케이스.”

“아아······.”

그제서야 백은찬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형이 했던 쇼케이스들을 많이 봤다.

루트의 경우 앨범을 냈다 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쇼케이스를 필수적으로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장소에서는 보통 뭘 하고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꽤 아는 편이었다.

‘쇼케이스마다 규모도 어마어마했었지.’

앨범을 내면 낼수록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인지 루트의 쇼케이스는 매번 그 이전 규모를 갱신했었다.

돔 규모에서도 몇 번 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것도 작다고 말이 많이 나올 정도였다. 아무래도 루트니까.

‘우리는 어디서 하게 되려나.’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첫 쇼케이스 장소는 어디일지.

첫 쇼케이스니까 아마 꽤 작은 곳에서 진행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게릴라 때 인원이 어떻게 됐었지.

“자, 그럼 오늘 전달 사항은 대충 여기까지고. 앞으로 너희들이 할 건 열심히 연습하는 것뿐이야.”

그 말에 다들 의욕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지. 열심히 하는 것만 남았지.

“아, 그리고 또 하나 있다. 해야 할 거.”

“어, 뭔데요?”

“다이어트.”

“네?”

“이제부터 관리해야 해. 너희들.”

박선호 팀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식단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할 거야. 물론 평소에도 하고 있었겠지만.”

“아······.”

동시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앞서 있던 의욕이 조금 꺾이는 순간이었다.

다이어트.

어째 새로운 관문이 하나 추가된 느낌이었다.

* * *

“오늘도 닭가슴살과 고구마구나······.”

“계란줄까?”

“허허. 계란. 계란 맛있지. 근데 나도 있어······.”

“아.”

계란이 이미 있구나.

그러더니 백은찬은 곧 멍한 표정으로 마치 풀뿌리는 먹는 육식동물 마냥 앞에 있던 샐러드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식단을 조절하기 시작하고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샐러드나 고구마, 삶은 달걀과 같은 것들을 매 끼니 먹었다.

그래도 샐러드의 경우 매일매일 기분에 따라 드레싱을 달리해서 먹고 있기 때문에 그건 나름 질리지 않고 먹을 만했다.

참고로 제일 좋아하는 드레싱은 오리엔탈.

이게 꽤 맛이 괜찮다.

듣자하니 레몬 드레싱도 먹을 만하다던데.

그렇게 오리엔탈 샐러드를 먹고 있는데, 무심코 옆을 보니 안지호 역시 샐러드를 먹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안지호의 샐러드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의심했다.

“야, 안지호.”

“왜?”

“너 드레싱 안 뿌렸는데.”

“난 드레싱 안 뿌려.”

“뭐?”

나도 모르게 놀라서 되물었다.

드레싱은 안 뿌린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그렇게 해도 먹을 만해?”

“먹을 만한데.”

“아니야. 그거 아니야.”

“뭐?”

“이거, 이거 뿌리면 더 맛있어.”

나는 곧바로 가지고 있던 오리엔탈 드레싱을 안지호에게로 넘겼다. 샐러드에 드레싱이 없으면 무슨 맛으로 먹어!

하지만 그런 내 속도 모른 채 안지호는 건네받은 드레싱을 다시 나에게 주었다.

“필요 없다니까. 이렇게도 잘 먹어.”

“오리엔탈 드레싱 별로 안 좋아하냐? 그럼 다른 건? 여기 블루베리도 있는데······.”

“아, 됐어.”

그러더니 안지호는 귀찮다는 듯이 일어나 자리를 옮겨버렸다.

그냥 드레싱 자체를 안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드레싱으로도 살이 찔까 봐 관리?

설마 아예 드레싱을 안 먹어본 건 아닐 테고······.

아무래도 나중에 틈을 봐 물어봐야 할 듯 했다. 근데 만약 두 번째 이유라면···아, 그건 그거 나름대로 눈물 나네.

“아, 그러고 보니 너희 그거 정했냐?”

“어? 뭐?”

“이름 말이야, 이름. 각자 예명.”

“아······.”

그러고 보니 지난 회의 때 예명 얘기도 나온 바가 있었다.

각자 생각해둔 게 있다면 그걸로 해도 상관없지만 만약 아무것도 없거나 한다면, 회사와 회의를 해도 좋다고.

사실 나의 경우 따로 생각해 둔 게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한 상태였다.

‘괜히 이상한 거보다는 본명으로 깔끔하게 가는 게 낫긴 한데.’

적어도 나와 이름이 같거나 비슷한 선배는 없으니. 그래서 아직 여러모로 고민 중이었다.

“형들, 형들!”

“어, 하람이 왔냐.”

“아. 오늘도 샐러드예요?”

“엉. 너도 얼른 와서 먹어.”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신하람이 정신을 차리고 샐러드로 향하려던 걸음을 다급히 멈추었다. 뭐지.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들었어요? 현진이 형, 나간대요.”

“뭐? 어딜?”

“어디긴요. 회사를 나가는 거죠.”

“헐. 회사를 나간다고?”

그 말을 들은 순간 연습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하던 일을 멈추었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그건. 그만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조금 전에 우연히 들었어요. 현진이 형이랑 김 팀장님이랑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허······.”

김현진의 현재 나이는 20살.

이번에 새로운 데뷔조가 나오고 나면, 다음 그룹은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마냥 다음을 기다리고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거였다.

그리고 김현진은 다음 그룹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IN 엔터를 나가 새로운 회사로 이적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 판단한 거겠지.

확실히 이해가 가는 선택이긴 했다.

김현진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래도 함께 연습 생활을 하며 동고동락했던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그런 김현진의 선택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지난주에는 문석이 형이 나가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에는 현진이 형이라니······.”

“그러니까요.”

사실 연습생이 나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지난주에 몇 명이 퇴사를 했던 터였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근데 오늘 그만두는 게 현진이 형만은 아닌 것 같아요.”

“뭐야, 왜. 누가 또 그만둔대?”

“네. 그런 것 같아요.”

김현진 말고도 오늘 또 누가 그만두는 건가.

데뷔조가 확정된 마당에 충분히 일어날 만한 상황이긴 하지만······.

“누군데? 누가 그만두는데?”

“진호 형이요.”

“뭐?”

“최진호 형도 그만둔대요. 회사.”

* * *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고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던 길. 그러던 도중, 오늘은 낯익은 얼굴 한 명을 만났다.

“안녕.”

최진호였다.

“잠깐 얘기 좀 하자.”

그 말에 나는 곧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얘기 정도는 할 시간이 있지만.

“그거 거절해도 되는 거죠?”

“뭐?”

“전 형이랑 별로 할 얘기가 없어서요.”

아무리 생각해도 최진호와는 할 얘기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저쪽에서 할 얘기가 뭔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야, 나 오늘 짐 쌌어. 이게 굿바이 인사라는 소리야.”

“그런 인사를 할 정도의 친분은 없던 것 같은데. 형이랑 저랑.”

그러자 이를 들은 최진호가 허탈한 듯 웃었다.

“그래, 뭐. 그럴 정도의 친분은 없지.”

“네.”

자기도 잘 아네.

“그냥 뭐, 가는 김에 말하려고. 연습생을 그만둔다고 해서 연예인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거.”

“네. 그렇군요.”

이미 예상한 바이긴 했다.

최진호 성격상, 이대로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도 곧바로 데뷔가 가능한 다른 회사로 옮길 것 같았으니까.

게다가 프로그램에 나온 연습생이라면, 일반 평범한 연습생보다 훨씬 길이 열려있었다. 일단 인지도 면에서 다르니까. 팬덤도 조금이지만 쌓아져있는 상태고.

아마 지금 IN 엔터를 나가는 건 그대로 연습생을 그만두는 게 아닌 대부분이 다른 회사로의 이적일 확률이 높다.

“사실 이게 맞지 않나 싶어. 솔직히 말해서 난 너랑 한 팀이 되는 거 싫었거든.”

“그건 좀 놀랍네요. 형이랑 저랑 의견이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게.”

그 말에 최진호가 피식 웃어 보였다.

마치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아, 역시 너 진짜 짜증 난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너도 참 나 싫어한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부터 싫어하던데. 뭔가 계기가 있기라도 했냐?”

“제가 워낙 절 싫어하는 사람들을 잘 캐치하거든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최진호가 잠시 생각했다.

[“내가 티를 냈었나.”]

티를 내긴 했지.

속으로 아주.

“오히려 되묻고 싶은데요. 형은 왜 그렇게 절 싫어하는 거예요?”

그런 내 물음에 최진호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싶더니 이내 답을 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고 하는데, 박힌 돌 입장에서는 그게 싫은 게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굴러온 돌, 형이 박힌 돌이었다는 거죠?”

“그렇지.”

언제부터 내가 굴러온 돌이었지.

뭐, 회사에서 오래 연습한 최진호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프로그램 시작 전에 이미 데뷔조는 구상되어 있었어. 만약 서바이벌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대로 데뷔를 했을 거야.”

“그건 진작에 엎어졌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요.”

“그게 설령 엎어졌다고 해도 난 분명 다른 데뷔조에 들었을 거야. 하, 프로그램만 아니었어도······.”

최진호가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애초에 뭘 믿고 저렇게 확신을 하는 건지.

설령 데뷔조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데뷔조에서 빠지는 게 보통 일인 곳이다, 이곳은.

‘어쩌면 그저 탓할 대상이 필요했던 걸지도.’

그리고 난 최진호에게 있어서 그 탓할 대상이 된 거고.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프로그램 내내 시달린 사람으로서는 그다지 옹호해주고 싶지 않았다.

“먼저 데뷔한다고 너무 우쭐해 하지 않는 게 좋을걸. 데뷔한다고 다 뜨는 것도 아니니까.”

최진호가 뒷말을 애써 강조하며 말했다.

“이 바닥이 큰 회사라도 다 잘 되는 게 아니라는 거 너도 알겠지. 우리 회사만 봐도 남자 아이돌을 꽤 말아먹었고 말이야.”

얼마 전까지 그 회사에서 데뷔하려고 아등바등했던 자신은 어느새 잊은 것인지 마치 자신은 아닌 양 최진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걱정해주시지 않아도 돼요. 형은 당장 어떻게 데뷔를 하실 건지나 생각하셔야죠.”

“하하. 그건 그렇지. 내가 이래서 너랑 오래 대화하기가 싫더라. 기분이 참 뭣 같아져.”

“그 부분도 의견이 맞네요.”

그러니까 여기서 그 대화 쫑내면 안 되나.

피차일반으로 짜증이 난다면 말이지.

서로 득 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최진호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를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데뷔를 못 하지만 어떻게든 데뷔를 할 거니 먼저 데뷔한다고 해서 우쭐해하지 마라─이런 말이잖아.

“오늘따라 의견이 맞는 게 많네.”

“그게 그렇게 썩 기분이 좋진 않네요.”

“그래, 그러니까 시 덥지 않은 대화는 그만하고. 내가 오늘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말하던 최진호가 갑자기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데뷔 축하한다고, 이 새끼야.”

─휙!

그 순간, 최진호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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