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69화 (69/413)

69화. 어떻게 잘 넘겼네.

기획팀 박성호 팀장은 조금 고민이 됐다.

뭐에 대한 고민이냐면, 바로 이번에 새로 데뷔할 회사 신인 남자 아이돌의 타이틀곡에 관한 고민.

“네? 애들이 전원 2번을 선택했다고요?”

“전원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아······.”

이에 같은 기획팀 직원 한미래가 잠시 탄식했다.

‘2번. 2번도 확실히 괜찮긴 한데······.’

타이틀 후보곡 중 하나인 2번 .

이건 박성호 역시 처음에 들었을 때 가장 꽂혔던 곡이긴 했다.

하지만 사내 임원 회의 결과, 최종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건 2번이 아닌 3번이었다.

사실 거기서도 박성호는 2번을 주장하긴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전체적인 의견이 3번 쪽으로 강하게 기울다 보니 이제는 ‘3번도 듣다 보니 괜찮네.’ 와 같은 생각도 들었다.

2000년대 중반 노래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익숙한 멜로디 라인이 대중들에 귀에 더 쉽게 들어올 수도 있는 거고.

애초에 타이틀곡 후보에까지 오른 곡이었다. 그러니 다른 곡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와 같이 생각한 게 얼마 안 되긴 한데.

“저희는 2번이 좋은 것 같아요.”

“3번만 아니면 뭐, 다 괜찮을 것 같아요.”

곡의 주인이 될 아티스트가 그런 2번곡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것도 거의 만장일치로.

‘심지어 3번은 후보에도 없어!’

3번곡만 아니라면 괜찮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거기서 심장이 뜨끔했다. 얘들아, 그 3번곡이야······.

사실 본래 이런 경우 아티스트 의견도 어느 정도 존중을 해주는 게 맞았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적절히 조율도 하고.

하지만 신인의 경우, 그렇게 진행될 확률이 다소 낮았다. 이럴 경우 회사의 의견이 절대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만장일치와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무시하고 가는 게 맞나?’

그런 의문이 들었다.

거기에 솔직히 말해서 자신도 2번을 밀고 싶은 마음이 좀 있기도 했다.

그렇게 내적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도중, 문득 조금 전 세현의 말이 떠올랐다.

꼭 2번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그 말.

2번이 타이틀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 말.

그 한마디에 박성호의 마음이 더욱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약간 난감한 상황이 되긴 했네요.”

“그렇긴 한데, 위에서 들어주지 않을 기색이니 더 문제야.”

“솔직히 말해서 저도 2번이 더 좋았어요. 뭐랄까, 3번은 좀······.”

“툭 까놓고 말해서 나도 2번이긴 해.”

“그럼 다시 한번 재고해보시는 게 어때요?”

“음······. 미래 씨가 생각하기도 역시 그렇지?”

“네.”

다른 곡도 아니고 데뷔곡이었다.

아이돌에게 있어 데뷔곡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 업계에 있는 이상 모를 수가 없었다. 아니, 그건 여기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었다.

데뷔곡은 최고의 곡으로 선택해야만 했다. 이것도 그럭저럭 타이틀로 괜찮지가 아니라.

결국 박성호는 위에 다시 한번 제안을 했다. 타이틀곡 선정을 재검토해줄 것을. 덧붙여서 아티스트 의견도 함께.

“3번으로 결정 난 거 아니었어?”

“3번이 제일 괜찮은데?”

역시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 양반들은 귀가 어떻게 된 게 분명했다.

여돌곡은 그럭저럭 의견이 잘 일치하는데, 이상하게 남돌곡을 선정할 때만 되면 임원직들과 실무진 사이에 의견이 종종 갈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왜냐면, 이번 남돌은 반드시 성공을 시켜야 했기에.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설득을 시켜보는 수밖에!’

이번에도 망할 순 없었다.

그래서 박성호는 머리를 최대한으로 굴리고 굴려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을 최대한으로 설득했다. 물론 중간중간 입도 좀 털어주고.

“좋아요, 좋아. 정 그렇다면 이 곡···그러니까 로 하는 걸로 합시다.”

그렇게 박성호 팀장은 끝내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윈썸의 최종 타이틀곡은 2번곡이었던 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하나 있었다.

“대신 3번곡도 앨범에 넣는 걸로 하죠.”

“예?”

박성호 팀장은 그 순간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 * *

“네? 3번곡도 앨범에 들어가는 거예요?”

“응. 맞아.”

“그냥 일반 트랙곡으로요?”

“응. 그게···그렇게 됐다.”

그렇게 말하던 박성호 팀장님은 한순간이지만 고개를 떨구셨다.

[“대표가 3번을 포기해야 말이지······.”]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네.’

박 팀장님의 생각을 읽어보니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대충이지만 알 것 같았다.

어떤 경위인지는 모르겠으나 타이틀곡은 어찌어찌 2번으로 바꾸긴 한 것 같은데, 임원들은 끝까지 3번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끝내 곡을 포기 못한 임원들은 그 곡을 이번 앨범에 어떻게든 넣고자 하는 것이고.

이 정도면 애써 임원들의 마음을 돌린 다른 실무진분들이 대단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감사 인사라도 한번 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래도 일단 다행이긴 하네······.’

정말 3번이 타이틀곡이 될까 조마조마했는데. 사실 이게 앨범에 수록될 정도도 아니란 생각이 들지만, 지금은 그냥 타이틀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아, 잠깐만.

타이틀이라고 하니 걸리는 게 하나 더 있었다.

“팀장님.”

“응?”

“혹시 이 곡이 더블 타이틀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죠?”

임원들이 그 정도로 좋아했다면, 더블 타이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아, 더블 타이틀은 아니야. 더블 타이틀은 그만큼 화제성이 분산되니 회사에서 신인에게는 되도록 시키지 않고 있거든.”

그건 다행이었다.

“다만, 커플링곡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만은······.”

“네?”

“아니야.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으니 나중에 정해지면 다시 알려줄게.”

박성호 팀장은 이에 대해서 상당히 말을 아끼는 듯한 모습이었다. 커플링곡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이러나저러나 타이틀곡이 아니라 다행이긴 했다.

그리고 박 팀장님은 앞으로의 녹음과 안무 연습 일정 등을 설명해주신 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와, 근데 진짜 2번이 돼서 다행이다. 분위기 보니까 회사에서는 3번으로 밀었던 모양인데?”

“앨범 수록곡으로까지 들어간다는 거 보니 그게 거의 맞을걸요.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뀐 거면 다행이지. 솔직히 3번이었으면···많이 암담할 뻔했어.”

백은찬이 곧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제 한번 팀장님께 다 같이 감사 인사라도 드리자.”

“엉? 팀장님? 박 팀장님한테?”

“응.”

그 암담한 상황을 타파하게 해주신 고마운 분이시니까.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앨범 수록곡들이 최종 결정되었다.

- Into : Start Line

- 재생 (Replay)

- 이질감 (unbalance)

- Time off

- Play on (WINSOME VER)

이번 데뷔 앨범에 수록될 곡은 총 5곡이었다. 정규가 아닌 미니였기에 곡수가 상당히 적었다. 물론 예상보다 더 적긴 하다만.

우리가 열심히 밀던 2번 타이틀곡, 는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곡명이 바뀌었다. 대신 전 제목은 부제로 들어갔다.

그리고 회사 임원들이 밀었던 그 3번곡 역시 곡명이 바뀌었다. 바뀐 곡명은 ‘이질감 (unbalance)’.

누가 곡명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정말로 이 곡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나머지 곡으로는 인트로, R&B 발라드곡 하나, 그리고 ‘플레이 온더 스테이지’의 시그널 송 6인 버전 등이 실리게 되었다.

“오늘 녹음은 누가 제일 먼저냐?”

“지호 형 아니에요?”

“아, 안지호가 첫빠야?”

“나랑 우세현.”

“오, 그래?”

오늘은 타이틀곡을 비롯한 몇몇 수록곡들의 녹음이 있는 날이었다. 그와 동시에 레코딩 (Recording) 컨텐츠를 촬영하는 날이기도 했다.

레코딩 컨텐츠라고 해도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녹음하는 과정을 찍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래도 카메라가 있는 만큼 평소보다 조금 더 긴장이 되기는 했다.

“세현 씨. 세현 씨부터 녹음 들어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동시에 카메라도 나와 함께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카메라를 향해 살짝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잠깐의 인사 후, 다시 녹음에 집중했다.

가장 처음 녹음할 파트는 곡의 도입부 파트였다.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에도 유독 도입부를 많이 맡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곡에서도 역시 도입부를 맡게 되었다.

“갈게요.”

“네.”

이후 전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잠깐의 텀 이후 이어지는 벌스.

이 부분은 박자를 놓치기 쉬워 다른 것보다도 박자에 맞춰 들어가는 것에 신경을 썼다.

정지된 시간 속에 영원히 멈춘 바늘

움직이지 않는 바늘은 그렇게 조용히 숨을 쉬어

“좋아. 아주 좋다.”

“아, 세현이. 목소리 너무 좋네.”

“감사합니다.”

“이대로만 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앞선 피디님의 칭찬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나는 바로 다음 파트 녹음에 들어갔다.

“네. 좋습니다. 세현 씨, 수고하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뒤이어 녹음 부스에서 나오자 대기 소파에 앉아있는 안지호의 모습이 보였다.

“끝났냐?”

“응.”

“그래. 수고했다.”

그리고 안지호는 내 뒤를 이어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음. 좀 궁금한데.

“피디님.”

“응?”

“혹시 저 구경해도 돼요?”

“그래. 해.”

안지호가 어떻게 녹음을 할지 궁금했다. 물론 녹음하는 건 전에도 본 적이 있긴 한데, 엄연히 노래가 달랐다.

그러니 이번 타이틀곡에서는 과연 어떤 식으로 녹음할지 궁금해졌다.

“지호, 좋은데?”

“이건 그냥 이대로 가도 되겠어요.”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안지호는 잘했다.

그도 그럴 게 워낙 노래를 잘하니까. 음색도 좋고.

“잘한다, 안지호!”

“······너 아직도 안 갔냐?”

“보다 보니 재밌어서.”

그런 내 대답에 안지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녹음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결국 난 안지호 이외에 다른 멤버들이 녹음하는 모습도 한 번씩 구경하게 됐다.

물론 계속 있지는 못하고 중간에 한 번씩 자리를 비우기도 했지만. 멤버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날 멤버들은 모두 완벽하게 제 녹음을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데뷔를 맞이해 스타일링 변화 건으로 샵에서 헤어 실장님과의 상담이 진행되었다.

“그래, 혹시 하고 싶은 스타일 있어요?”

“음······.”

잠시 고민했다.

하고 싶은 스타일이 하나 있긴 했다.

앨범의 컨셉을 듣자마자 딱 생각이 난.

“생각해둔 게 하나 있긴 해요.”

“오, 뭔데요?”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한 그 스타일을 실장님께 천천히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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