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오랜만에 서칭을 해볼까.
오늘은 컨셉 포토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멤버들 모두 해당 컨셉에 맞게 각자 조금씩 변화를 주었다.
여기서 보통 변화라고 하면, 거의 헤어스타일의 변화다. 머리를 조금 기르거나 혹은 자르거나. 아니면 염색을 하는 등 제각기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였던 멤버들도 있는데, 그 변화를 보였던 멤버중 한 명이 바로 나였다.
“오, 오늘 색깔이 딱 예쁘네.”
“형, 이거 색깔 어떻게 낸 거예요? 할 때 두피 안 아팠어요?”
“생각보다 색이 연하네. 근데 잘 어울려.”
이번 컨셉 포토 촬영을 하기에 앞서 헤어 실장님과의 의논 끝에 염색을 하게 됐다.
색은 그레이빛이 연하게 도는 파란색.
파란색이긴 한데 쨍하거나 짙은 파랑이 아닌 약간 오묘한 빛깔의 파랑이었다.
컨셉 배경이 겨울인 만큼 그에 맞춰 한번 도전해봤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오케이가 났고.
“어제만 해도 쨍했는데, 물이 좀 빠지니까 색깔이 제대로 나오더라고.”
“근데 쨍했던 것도 괜찮았는데. 아, 물론 컨셉에는 지금이 더 잘 어울리긴 하지만.”
“형, 머리 감는 동안 파란 물이 엄청 나왔겠어요.”
“응. 안 그래도 엄청 나오더라.”
그래도 파란색이라 망정이지 빨간색이었다면 조금 더 흠칫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안지호랑 너랑 서 있으면 세트겠다.”
“세트?”
“엉. 파란색, 빨간색.”
“아······.”
그 말이었군.
나와 마찬가지로 파격적인 변화를 보인 멤버가 또 한 명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안지호였다.
이번 컨셉을 맞아 안지호는 빨간색으로 염색을 했다.
그 밖에도 백은찬 역시 금발로 머리색을 바꿨다. 잠깐, 그럼 셋이 서 있으면 신호등이 되는 건가. 아니, 신호등은 초록색인가.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 차선빈, 윤도운, 신하람의 경우 우리 세 명에 비해 다소 차분한 머리색이었다.
오늘 촬영할 컨셉 포토는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나는 메인 컨셉인 겨울 감성을 배경으로 한 시간 판타지 컨셉, 다른 하나는 마치 시간이 멈춰져 있는 듯한 정적인 느낌의 컨셉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컨셉 포토 촬영장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나 메인 컨셉의 경우, 지난 앨범 컨셉 회의 당시 멤버들이 겨울하면 떠오른다고 했던 요소들을 각 멤버의 사진마다 하나씩 배치했다.
예를 들면,
안지호는 커피를 들고 있다던가, 도운이 형은 소품으로 캔들을 활용한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나의 경우 ‘밤하늘’이었기에 밤하늘을 배경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진짜 밤하늘과 찍은 적도 있었고 CG를 활용해 배경을 밤하늘처럼 만들기도 했다.
“세현 씨, 지금 표정 너무 좋아요.”
“네, 좋습니다. 좋아요.”
[“구도를 잘 잡네.”]
[“표정도 좋고.”]
사실 사진 촬영은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에도 꽤 찍어보기도 했으나, 컨셉 포토 촬영은 처음이었기에 오늘은 능력을 활용 좀 해봤다.
다른 때는 몰라도 이런 사진 촬영 때는 능력을 키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됐다.
“백은찬, 다음 니 차례래.”
“어? 뭐야, 벌써 끝났어?”
“응.”
그러자 백은찬이 곧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근데 넌 어떻게 그렇게 맨날 촬영이 빨리 끝나냐?”
“응?”
“사진 촬영 말이야. 예전부터 넌 유독 빨리 끝나는 것 같더라. 너 예전에 뭐 모델 같은 거 했냐?”
“모델은 무슨······.”
“부럽단 소리야. 난 할 때마다 좀 시간이 걸려서.”
그런가?
내 생각엔 백은찬도 그리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니었다. 그냥 보통 정도.
뒤이어 옆에서 이를 듣던 도운이 형도 백은찬의 이야기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지. 세현이는 유독 빨라.”
“형도 그렇게 생각하죠? 거봐,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라니까.”
말 못하는 스킬빨이 있다 보니.
그걸 빼고 나면,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 거의 엇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오히려 더 느릴지도.
내 차례가 끝난 이후에는 촬영이 끝난 멤버들과 함께 남은 멤버들의 촬영을 구경했다.
“오, 차선빈?”
“선빈이 형, 멋있는데요오오오?”
“이 사진, 진짜 잘 나왔다.”
확실히 차선빈이 사진 하나는 기깔나게 찍었다. 아니, 버릴 사진이 없어.
이런 말 하면 오버하는 거라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사진들이 하나 같이 완벽했다. 프로의 향기가 난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촬영,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촬영은 비로소 해가 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이후 우리는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오랜만에 서칭을 좀 해볼까.’
그동안 정신이 없는 터라 인터넷 볼 겨를이 없었는데, 오늘은 생각이 나는 김에 잠을 포기하고 인터넷 서칭을 좀 해보기로 했다.
평소에 서칭 좀 자주자주 해야 하는데.
그래야 팬들이 원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오랜만에 한 서칭.
- 윈썸 언제 나올까 ㄷㄱㄷㄱ
- 윈썸 데뷔 언제쯤 할 것 같아?
- 윈썸 ㅈㄴ멋있는 컨셉으로 나왔으면
- IN 제발 윈썸 노래 제발 잘뽑자 (기도)
대부분이 우리의 데뷔 컨셉과 곡 그리고 데뷔 일자에 대해 추측하는 글들이었다.
‘음, 스포를 하는 건 좀 그렇겠지.’
마음 같아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어떻게 살짝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 회사의 허락 없이는 힘들었다.
스포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았다. 한 2년 차쯤 됐을 때.
이후에도 계속해서 서칭했다.
우리와 관련된 다양한 글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순간 눈에 띄는 글에 그대로 내리던 화면을 정지했다.
- 근데 윈썸은 왜 이렇게 소통이 없어?
소통.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단어였다.
* * *
- 윈썸 소통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님? 공계도 일주일에 2~3번 오는 수준이던데
- 무떡밥인데 소통도 제로 < 이거 어떻게 생각함?
- 솔직히 신인이면 더 열심히 얼굴 비춰줘야하는 거 아니냐 이러다가 코어 생기기도 전에 다 빠지겠네
- 신인이면 당연히 소통하러 매일매일 와줘야지 배가 불렀네
서칭을 하다 우연히 걸리게 된 글.
그건 바로 소통에 관련된 글이었다.
이후 나는 곧바로 공계에 들어가 SNS 게시글의 마지막 업로드 날짜를 확인했다.
WINSOME @WINSOME_INENT
202X.12.0X
‘이틀 전······.’
최종 업로드 날짜가 이틀 전이었다.
게시글을 올린 주인공은 신하람 그리고 나였다.
사실 아이돌에게 있어서 소통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특히나 신인에게는 더더욱.
하지만 요즘같이 한창 데뷔 준비로 바쁠 때면 소통을 소홀히 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러다보니 이런 글들도 올라오는 거고.
물론 일주일에 6번 글을 올려도 이런 글은 올라온다.
‘음······.’
아무래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현재는 공식 SNS 계정밖에 없다 보니 소통 부족이 더 부각되는 것 같기도 했다.
아직 팬 커뮤니티 같은 게 만들어지지 않은 터라.
IN 엔터도 다른 대형 기획사와 마찬가지로 자체 팬 커뮤니티 사이트와 ‘레터(Letter)’라는 유료 소통 어플을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문제는 신인인 우리는 아직 거기에 런칭이 되지 못했다는 거다.
그리고 사실 IN 엔터의 팬 커뮤니티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그다지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대형 기획사인 RA 엔터가 꾸준히 팬 커뮤니티를 업데이트하고 관리하는 것에 비해 IN 엔터의 경우,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스케줄 확인용으로 팬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팬들도 많았고.
아무튼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확실히 적었다.
- 근데 윈썸은 도대체 언제 G-live 킴 솔직히 이제 쿨타임 차지 않았냐
- 윈썸은 G-Live 도대체 언제 함ㅡㅡ 이러다가 라이브 한번 없이 그대로 데뷔할 듯
- 얘네는 도대체 뭘 믿고 라이브도 안하고 공계에도 안오는지 모르겠음 자기들은 대형이라 이건가?
- 간절함이 없네ㅋㅋㅋㅋㅋ
‘G-Live······.’
사실 다른 게 없다면 이러한 라이브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G-LIVE의 경우 회사의 허락이 필요했다. 신인의 경우 특히나.
혹여 라이브 도중 나올지도 모르는 말실수 같은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 컸다. 다시 말해 조심성이 많았다.
거기에 요즘은 한창 데뷔 준비로 바쁠 시기이다 보니 더 할 여건이 안 됐고.
그러다 보니 플온스 종료 이후 라이브를 아직까지 한번 밖에 하지 못했다.
- 윈썸 라이브 기다린지 어언 D+20. 오늘은 와줬으면 (기도)
- 애들 얼굴 보고 싶다아아아앙
- 말하는 애들 보고 싶다ㅠㅠ움직이는 애들 보고 싶어 흑흑
‘그래도 이제는 한번 해야 할 것 같은데.’
기다려주시는 팬분들도 계시고, 개인적으로 나도 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잠깐 고민을 하다가 곧바로 매니저 형을 불렀다.
“매니저 형.”
“응? 왜?”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 * *
그리고 며칠 뒤.
멤버들과 함께 회사에 모였다.
“어때? 여기가 딱 좋을 것 같은데.”
“음. 괜찮네.”
“그치? 나름 넓어서 이럴 때 쓰기 좋겠다 싶더라고.”
백은찬이 내심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바로 G-live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소통 관련 글을 확인한 이후 곧바로 매니저 형을 통해 회사에 말씀드렸다.
멤버들이랑 다 같이 G-live 한번 하고 싶다고.
컴백 준비로 한창 바쁘고 스포가 될 수 있는데, 되도록 컴백하고 나서 하는 게 어떻냐 하시길래 그냥 지금 바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그냥 우긴 것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그렇게 우긴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나와 의견을 함께 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멤버들과 다 같이 회사에 의견을 피력한 결과, 마침내 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멤버들과 회사에 모이게 된 거고.
“와, 나 진짜 한 번쯤 이렇게 깜짝 라이브 하는 거 해보고 싶었는데.”
“나도.”
멤버들은 내심 신이나 있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좀 신난 상태였다.
라이브를 보고 기뻐할 팬들을 떠올리니 괜히 기분이 들떴다.
음. 이 맛에 깜짝 이벤트 같은 걸 하는 건가. 물론 깜짝 이벤트에도 안 좋은 예가 있기는 하다만.
“세현아, 카메라 세우는 거 도와줘?”
“아뇨. 다했어요. 위치는 여기 괜찮죠?”
“넹. 거기가 딱 좋은 거 같아요.”
“좋기는 무슨. 야, 좀 더 오른쪽이야.”
“아, 이렇게?”
“응. 거기.”
안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카메라는 안지호 전문이네.
카메라는 설치가 모두 끝나고, 이제 라이브 시작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됐다.
‘아, 그 전에 제목을 정해야지.’
오늘의 라이브 제목을 정하는 걸 잊고 있었다.
“오늘 라이브 제목 뭐로 할까?”
“[깜짝 라이브! 윈썸 왔어요!] 어떠냐?”
“평범해.”
“야, 평범한 게 최고야! 안지호, 그럼 니가 정해봐!”
“그냥 [안녕하세요]로 시작해. 깔끔하잖아.”
“정 없게 무슨 안녕하세요냐!”
“형 아이디어는 좀 식상하긴 해요. 좀 더 기발한 거 없어요?”
“식상한 게 좋은 거라니까!”
음. 이대로라면 제목 정하는 게 한나절일 것 같다.
“안 되겠다. 그냥 내가 알아서 지을게.”
“뭐? 우세현 니가 정하려고?”
“응. 폰은 내 손안에 있으니까.”
“그래, 그럼 세현이가 정하는 걸로 하자.”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제목을 적어나갔다.
[지금부터 WINSOME LIVE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