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71화 (71/413)

71화. 윈썸 라이브 시작합니다.

내가 정한 오늘의 G-live의 제목.

그건 바로 [지금부터 WINSOME LIVE를 시작합니다]였다.

뭘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직관적인 걸로 가기로 했다. 때로는 직관적인 게 더 임팩트가 큰 편이고.

근데 막상 그렇게 하려고 보니까 너무 딱딱해 보이는 것 같아 마지막엔 살며시 하트도 하나 넣어주었다. 음. 좋아.

“시작 버튼 눌렀어?”

“네. 눌렀어요.”

“좋아!”

그리고 우리는 조용히 팬 분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현재 우리의 시선은 일제히 화면 우측에 있는 라이브 시청 인원 항목에 가 있는 상태였다.

이후 잠깐의 침묵.

“···근데 원래 이렇게 안 들어오시나?”

“그러게······.”

“왜 한 분도 안 들어오시는 걸까요······.”

하지만 라이브가 시작된 지 벌써 2분이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단 한 분도 들어오시지를 않았다.

“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알람이 제대로 안 간 거 아니야?”

“그런가? 매니저 형, 이거 알람 자동으로 가는 거 맞죠?”

“응. 안 갈 리가 없을 텐데.”

“혹시 팬 분들이 많이 바쁘신 거 아니에요? 지금 시간이 몇 시죠?”

그 말에 난 급하게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아직 회사나 학교에 있을 시간이네!”

“그래서 못 보시는 건가?”

“근데 그래도 한 분도 안 오신다는 건 좀······.”

도운이 형의 그 말에 순간 다들 조금씩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근데 진짜, 정말로 한 분도 안 들어오신다는 건 뭔가 시스템적 문제 아닌가?

“잠깐, 얘들아. 내가 한번 봐볼게.”

그리고 이를 보다 못한 매니저 형이 핸드폰 설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러 갔다.

“아, 알겠다. 이거 지금 리허설 모드였네.”

“네?”

“리허설 모드. 실제로 방송이 된 게 아니라고.”

그 순간,

불안했던 마음이 한 번에 가라앉았다.

리허설 모드!

리허설 모드였다니!

“아, 뭐야. 깜짝 놀랐잖아!”

“저거 킨 거 누구야.”

“지호 형, 세현이 형임당.”

“야, 우세현. 제대로 안 해?”

“미안하다······.”

그 버튼이 그 버튼인 줄 몰랐다.

나도 G-live는 한 번밖에 안 해봐서······.

“그럼 다시 라이브 버튼 누를게.”

이번에는 매니저 형이 눌러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까지 각자 자리에서 저마다 포즈를 취하기로 했다.

“포즈도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

“포즈를 어떻게 맞춰요? 그냥 해요.”

“맞아. 오래 걸린다.”

그래서 결국 그냥 중구난방인 포즈가 됐다.

백은찬은 마치 X버랜드 알바생처럼 환영한다는 듯 두 손을 열심히 흔들고 있었고, 신하람과 윤도운은 각자 손가락 하트와 브이를 날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놀라던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차선빈과 안지호였다.

“···뭐야, 차선빈, 안지호 뭐해?”

“하트.”

얘네는 둘이서 같이 손 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당연히 차선빈이 하자고 제안한 거겠지만, 그걸 안지호가 수락했다는 게 제일 놀라웠다.

“와, 안지호. 이게 무슨 일이냐?”

“몰라. 얘가 하자잖아.”

“그 와중에 하트는 또 완벽하네.”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그러면서 안지호는 그래도 팬들에게 반쪽짜리 하트를 보여줄 수는 없지 않냐면서, 최대한 완벽해 보이는 하트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 같은 경우, 가운데서 그냥 평범하게 큰 하트를 만들었다. 어서 들어오셨으면 좋겠다.

“좋아, 그럼 이제 진짜 시작한다?”

“네!”

“매니저 형···부디 빨리요······.”

그 와중에 백은찬은 손이 저린 건지 아까보다 다소 느린 손 흔들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 시작!”

이에 매니저 형은 곧바로 버튼을 눌러주었다. 그리고 정말로 준비한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 * *

라이브가 시작되자, 실시간 초 단위로 현재 시청자 수가 무섭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 뭐야? 윈썸 라이브?

- 대박ㅠㅠㅠ뭐야 윈썸 라이브하잖아ㅠㅠ

- 악!!!!! 얘들아!!!!!!!!!

- 윈썸 G 라이브 실화야?

- 얘드라ㅠㅠㅠㅠ보고싶었어ㅠㅠㅠㅠ

- 깜짝 라이브라니ㅠㅠㅠㅠㄱㅇㅇ

“시작했나? 시작한 거지?”

“매니저 형, 시작한 거죠?”

“들어오신 건가?”

우리는 아직까지도 썸네일 자세를 최대한으로 유지하는 중이었다.

혹시라도 팬 분들이 못 보셨을까봐······.

이거 꼭 봤으면 해서 한 건데.

- 악ㅠㅠㅠ근데 애들 너무 귀엽다ㅠㅠㅠ각자 포즈 취하고 있엌ㅋㅋㅋㅋㅋ

- 지금 모하는 거야? ㄱㅇㅇㄱㅇㅇ

- 선빈이랑 지호는 왜 둘만 하트를 하고있는거야ㅋㅋㅋㅋㅋ그와중에 지호는 표정ㅋㅋㅋㅋ

- 힝 세현이 가운데서 넘 귀엽뽀짝해ㅠㅠ

- 세현이 오늘 이쁘다ㅠㅠㅠ오구오구

- 은찬이는 손 안아프니.....?

그와 동시에 이제 됐다는 매니저 형의 신호가 떨어졌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곧바로 우리는 인사를 전했다.

그와 함께 댓글 수 역시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는 눈으로 보기 조금 힘들 수준으로까지 올라갔다.

일단 댓글은 잠시 이대로 두고.

“오늘은 저희가 깜짝 라이브를 켜봤어요! 그동안 팬 여러분들 못 본 지 너무 오래된 거 같아서요.”

“다들 놀라셨죠!”

“놀라셨죠! 놀라셨을 거야!”

옆에 있던 백은찬과 신하람은 어느새 처음보다 더 신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윤도운이 애써 진정시키며 진행을 이어갔다.

“어떻게 한 사람씩 소개라도 할까?”

그리고 이어지는 소개 타임.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는 순서대로 한 명씩 팬 분들께 인사를 전했다.

“그럼 우리 인사도 했으니 근황 토크 같은 것 좀 할까요?”

“오, 은찬이 형. 진행이 자연스러운데?”

“흠흠. 보통 선배님들 라이브보면 이렇게들 많이 하시더라고.”

“각자 뭐 어떻게 근황 얘기할 거 있어?”

“우리 근황은 일단 다 똑같죠. 아무래도 매일매일 붙어있다 보니.”

그렇긴 했다.

아무래도 데뷔 준비로 바쁘다 보니 근황이라고 할 게 회사 출근하고 연습하고, 숙소에서 잠자는 게 다였다.

- 얘들아 근데 다들 모자 썼넹? (쉿 이모티콘)

“아, 모자요. 에이, 왜 그런지 다들 아시면서!”

백은찬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모르신다는데.”

“엉? 아냐, 아마 다 아실 걸···? 그렇죠?”

- 아냐 우리 몰라

- 왜 썼는뎅 ^^? 모자 왜 썼는데!!!!!!!

- 그래서 데뷔는 언제라고?

- 애들 진짜 이제 곧 나오나보다

- 그래서 돈 모아두고 있음 되는 거지? ㄷㄱㄷㄱ

말씀드려도 되겠지?

이제 곧 나온다 정도의 말은?

그리고 나는 잠시 매니저 형을 쳐다봤다.

그런 내 맘을 읽기라도 한 건지 매니저 형으로부터 흔쾌히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희가 이제, 정말, 곧 있으면 나와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꼭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래그래ㅠㅠ 우리 언능 보자ㅠㅠㅠ

- 당연히 기다리지 올때까지 기다릴게....

- 아 애들 보니까 이제 좀 살 것 같네

- 오늘부터 애들 나올 때 까지 숨 참고 있는다 흡

- Sehyun we love you

- 그래서 컨셉 모야? 청량이지?

- 윈썸 청량 가자 무조건 청량이어야해

그러자 앨범 컨셉을 묻는 질문들이 주를 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건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청량을 원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시네?”

“그러게요. ‘무조건 청량이다’, ‘청량만이 살길’, ‘데뷔곡은 무조건 청량이지’···와, 근데 댓글 너무 빨라요!”

시작했을 때보다 시청자수가 훨씬 더 늘어난 덕에 댓글 또한 만선을 달리고 있었다.

- 근데 얘들아 이것만 알려주고 그냥 가는 거 아니지? ㅠㅠ

“당연히 아니죠. 오랜만에 왔으니까 오래 있다 갈 거예요. 매니저 형한테도 이미 말 다 해놨어요.”

오늘은 적어도 30분은 있다 가고 싶다고.

매니저 형에게 사전에 그렇게 부탁을 해놓았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1시간 이상은 있고 싶었는데, 남아있는 일정상 그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어떻게 허락받은 라이브인데.

그래도 30분은 해야지!

“혹시 질문 있으시면, 댓글로 올려주세요. 바로바로 확인할게요.”

“근데 이거 너무 빠른데?”

“아, 이 질문 괜찮다. 룸메이트 질문.”

“룸메이트!”

새로운 숙소의 룸메이트는 예전 플온스 때와 사용했던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정했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이후 순서대로 원하는 방 들어가기.

그리고 그 결과,

나와 안지호 / 차선빈, 도운이형 / 백은찬, 하람이가 룸메이트가 되었다.

- 세현이랑 지호는 이번에도 룸메네 룸메즈다 룸메즈

- 선빈이랑 도운이구나ㅠㅠㅠㅠ둘이 왠지 잘 맞을 것 같다

- 백은찬 신하람 방 겁나 시끄러울 듯ㅋㅋㅋㅋㅋㅋㅋㅋ

- 혹시 룸메 정하는 거 촬영 안했겠지? 보통은 그런 거 다 해주던데ㅠㅠㅠㅠㅠ

- 숙소 리얼리티 해줬으면 좋겠다ㅠ

숙소 리얼리티.

아쉽게도 숙소 리얼리티는 아직까지 찍은 게 없었다.

- 찍은 게 없다해도 곡퀄 높여서 나오면 그나마 용서해준다 ㅡㅡ 그러니까 ㅈㄴ좋은곡으로 나와줘 제발

“노래···좋습니다! 데뷔곡 좋아요!”

숙소 리얼리티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맞아요. 곡 진짜 너무 좋아요! 제가 원래 곡이 좋다고 이렇게 이야기 안하는데 이 곡은 진짜 좋아서 정말 계속 말하고 있어요.”

“진짜. 은찬이 형이 맨날 우리 곡 너무 좋지 않냐고 난리예요.”

“그러니까 기대하셔도 됩니다.”

안지호가 차분하고도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가 꽤나 믿음직스럽게 들렸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질문들이 올라왔다.

이를테면 예명에 대한 질문이라던가.

“아, 예명? 예명은 저희 모두 안 쓰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보시는 분들도 예명보다는 저희 본명이 익숙하실 것 같아서요.”

“저희는 그냥 이대로 모두 본명으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우리의 선택은 회사에서도 만족해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게 있으니까.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지나 사전에 약속했던 30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 우세현이랑 같이 매니저 형 몰래 야식을···아.”

때맞춰 매니저가 우리를 향해 시간이 다됐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아쉽게도 시간이 약속한 시간이 다됐다.

하지만 막상 이를 말하려니 쉽게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새삼 끝을 알리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싶었다.

다른 멤버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아주 잠깐이었지만, 멤버들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순간, 입을 가장 먼저 연 멤버는 다름 아닌 윤도운이었다.

“여러분, 정말 아쉽지만 저희가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윤도운의 그 말에 댓글창이 또다시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 안돼ㅠㅠㅠ가쥐마ㅠㅠㅠㅠ

- 벌써 가는거야?ㅠㅠㅠㅠㅠㅠ

- 와 벌써 30분 지남

- 나 낼 셤인데 셤공부도 안하고 이거 보고 있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

- 좀만 더 해주지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선 더 있고 싶은데······.”

“스케줄만 아니었어도······.”

“그래도 앞으로 많이 찾아올 거니까요. 금방 다시 올게요.”

그렇게 여기서 그만 라이브를 끝내는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쯤, 그 순간 차선빈이 댓글 하나를 읽었다.

“근데···우리 리더, 누가 됐냐고 물어보시는데?”

“어? 리더?”

“응.”

그러고 보니 그걸 아직 안 알려드렸네.

참고로 우리는 사전에 이미 리더를 정했다.

“리더! 리더, 중요하죠!”

“당연히 리더는 정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리더가 누군지 공개하고 종료할까요?”

그렇게 우리는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의 리더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나, 둘, 셋 하면 가리키면서 외치는 거다?”

“그래.”

“좋아, 하나, 둘─”

그 순간, 멤버들은 일제히 한 사람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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