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73화 (73/413)

73화. 진입할 수 있을까?

오늘은 데뷔 쇼케이스가 있는 날이었다.

동시에 우리의 데뷔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캐나다에 있는 형에게서도 문자가 왔다.

[데뷔 축하한다.]

짧은 한마디였다.

그 와중에 데뷔 날인 31일 정각에 맞춰 보냈다. 예약 메시지라도 걸어놓은 건지.

아무튼 그 김에 형과 오랜만에 짧게 통화를 했다. 다행히 잘 지내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이른 새벽부터 준비에 나섰다. 쇼케이스 전 첫 스케줄은 다름 아닌 미디어 쇼케이스였다.

그리고 미디어 쇼케이스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매니저 형으로부터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를 건네받았다.

“자, 이거 하나씩들 들고 가.”

“이건 왜요?”

“기자들 질의응답 시간. 그때 활용하라고.”

미디어 쇼케이스 때는 무대 이외에도 앨범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앞서 매니저 형이 준 종이와 펜은 이를 위한 것이었다.

기자들의 질문들은 대부분이 무난했다.

오늘 데뷔한 신인이라는 점을 나름 배려한 것도 같았다.

다만, 모든 질문이 무난했던 건 아니었다.

“요즘 아이돌이라고 하면 프로듀싱, 하다못해 기본적으로 작사에도 참여하는 추세인데 윈썸은 아직까지 그런 게 전혀 없네요. 그 점이 너무 날로 먹는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이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만.”

확실히 이번 앨범 곡 작업 부분에서 우리의 참여도가 거의 없다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날로 먹는다니.

표현이 참.

뒤이어 리더인 윤도운이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앨범에 참여도가 낮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직 저희의 첫 앨범이고, 저희 역시 프로듀싱이나 작사와 관련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만간 곧 저희의 작업물 역시 만나보실 수 있을 거라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윤도운은 침착하게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앞선 질문과 같은 질문을 전혀 예상을 못 했던 건 아니라 다행히 크게 당황하거나 하진 않았다.

이전에도 이와 관련해서 기사가 몇 번 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곧바로 다른 방향에서 질문이 날아왔다.

“IN 엔터는 흔히 말하는 대형 소속사라 할 수 있잖습니까. 그런데도 다른 대형들에 비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남그룹이 없다 보여 지는데, 어떻게 이번에는 성공할 거 같나요?”

그리고 곧바로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하기로 했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 하나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대단한 성공을 목표로 한다기보단 저희는 그저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당장은 성공이라는 큰 목표보다는 오히려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곧 성공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니까.

“네, 그럼 질의응답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앞선 내 대답을 마지막으로 미디어 쇼케이스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질문, 힘들었다······.”

“특히나 뒤에 질문들은 솔직히 내가 다 손에 땀이 나더라고요.”

“나도 그래서 글씨가 잘 안 써지더라.”

미디어 쇼케이스 이후에도 이따 저녁에 있을 쇼케이스 무대 리허설 등 여러 가지 일정이 잡혀있었다.

아무래도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하다 보니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그 탓에 멤버 모두 잠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메이크업 수정을 받는 도중에 백은찬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신하람은 아예 소파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나 역시 쏟아지는 잠에 정신이 약간 몽롱한 상태였다.

‘그나저나 기사가 끊이질 않네.’

데뷔 당일이라 그런가.

윈썸 관련 기사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쏟아졌다. 물론 소속사에서 올린 기사들도 있지만, 아닌 것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아닌 것들 중에는 대개 이런 기사가 많았다.

루트 동생 그룹, 윈썸···과연 루트처럼 비상할 수 있을까?

루트 우도현 동생 그룹, X세대 포문 여나?

윈썸 데뷔 전부터 화제!···과연 제2의 루트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앞선 기사들과 같이 루트와 윈썸을 연관시킨 기사들이 종종 눈에 띄는 바였다.

기사 타이틀에서는 ‘루트 동생 그룹’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보였는데, 같은 소속사도 아닌데 이렇게 헤드라인을 거는 건 좀 아무래도 불편한 감이 있었다.

‘마음 같아선 그런 기사는 다 내려달라고 하고 싶지만······.’

애초에 한두 개가 아니라서 불가능해 보였다.

“세현 씨, 수정 다 끝났어요.”

“네. 감사합니다.”

잠시 눈 좀 붙일까.

오늘뿐만 아니라 근래 데뷔 준비로 잠이 한창 부족한 터라 피로가 꽤 쌓여있었다.

그렇게 소파로 가 나 역시도 잠시 눈 좀 붙일까 싶었는데, 대기실 한 편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안지호가 보였다.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해?”

“응?”

“표정. 지금 미간이 엄청 찌그러져 있는데.”

“찌그러져 있긴 무슨······.”

그렇게 말하면서도 안지호는 확실히 평소보다 가라앉아있는 모습이었다. 혹시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음원, 잘 나와야 할 텐데······.”]

아, 그게 아니었군.

앞서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오늘 6시지?”

“어? 뭐가.”

“음원이랑 뮤비.”

“아, 응.”

오늘 저녁 6시였다.

저녁 6시가 되면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각각 음원 사이트와 너튜브에 공개된다.

“음원 말이야.”

“응.”

“진입할 수 있을까?”

그런 내 물음에 안지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 뒤로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곧 다시 입을 열었다.

“할 수 있길 바라야지.”

상당히 확신이 적어 보이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아무리 대형기획사라도 해도 신인에게, 그것도 남돌에게 있어서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진입이란 꽤나 어려운 것이었다.

차트인하는 남자 그룹은 거의 팬덤이 확실하게 구축된 인기 아이돌들인 경우가 많았고, 아니면 대게 믿듣 이미지가 있는 그룹인 경우였다.

커뮤니티에도 오늘 우리의 음원 순위나 앨범 판매와 관련된 추측 글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었다.

- 윈썸 진입 할수있을 것 같아?

└ ㄴㄴ 남돌 요즘 진입 힘듦

└ 못할 것 같은데........

└ 몰라 팬들은 그냥 열심히 스밍돌릴 생각만 하고 있음

- 윈썸 초동은 얼마나 나오려나 그래도 대형인데 30만장은 나오겠지?

└ 30만장은 무슨 30만장이냐 이제 데뷔하는 애들한테

└ 아무리 대형이라고 해도 데뷔 때 30만장씩 팔기 힘들어....

└ 눈새냐 30만장은 뭔 30만장

└ 솔직히 잘해야 초동 5만장이라고 봄

그래도 우리가 다른 신인 남자 아이돌보다 조금이나마 유리한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서바이벌 출신 그룹이라는 거였다.

미디어 노출이 조금이나마 된 그룹.

프로그램 자체가 빵 뜬 게 아니기에 영향이 그렇게 크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거기서 오는 차이는 꽤 컸다.

‘그러니 100위만 되어도 좋을 텐데.’

그래도 현실을 생각한다면, 미진입을 각오하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사실 진입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팬 분들이 좋아해 주시느냐였다.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니만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또, 오래 기다려주셨으니까.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커넥트에 들어 가볼까.’

‘커넥트(Connect)’은 회사에서 만든 팬 통합 커뮤니티로 IN 엔터의 여러 소속 가수들이 이곳에 런칭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오랜 기다림 끝에 윈썸 역시 그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커넥트에 또 글 쓰려고?”

“어? 응.”

“너 이번 주에만 도대체 몇 개를 쓰는 거냐. 어떻게 알람이 쉬지를 않아.”

어, 좀 많이 올렸나?

사실 몇 개를 올렸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올리는 터라.

“많이 올렸나?”

“아마 멤버들 중에서 글은 니가 제일 많을걸. 댓글은 백은찬이고.”

커넥트에는 글뿐만 아니라 팬들이 올린 게시글에 아티스트도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재밌는 글이 있다면, 멤버들도 한 번씩 댓글을 달곤 했다. 가끔 톡방에 공유도 하고.

“그래도 난 글이어서 생각보다 몇 개 안 돼. 가장 많은 건 백은찬이지.”

“어? 나? 나, 왜?”

그러자 백은찬이 비몽사몽 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봤다.

“너 잘생겼다고.”

“아아······.”

그러더니 곧 다시 눈을 감았다.

확실히 알람이 엄청 울리긴 했지.

그래서 처음엔 전화라도 온 줄 알았다.

“근데 말은 그렇게 해도 보면 안지호, 너도 엄청 들어가는 것 같던데.”

“팬 커뮤니티인데 당연하지.”

안지호의 경우 글이나 댓글은 남기지 않는 편이지만, 일명 눈팅이라고 하지. 그걸 많이 했다.

한 번씩 뭘 그렇게 보고 있냐고 물으면, 심심치 않게 커넥트라고 답했으니까.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느새 저녁 6시.

음원 공개 시간이 됐다.

“다들 알지? 스밍 돌리는 거?”

“알죠, 알죠. 숨스! 숨스!”

“숨스가 뭐야?”

“‘숨 쉬듯이 계속 스트리밍’이요.”

“아아.”

차선빈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노래는 6시에 나오지만, 차트는 7시가 돼서야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우리는 다 같이 모여 스밍을 하기로 했다.

“좋아! 가자!”

나 역시도 열심히 스트리밍을 했다.

하트 수 역시 실시간으로 상승 중이었다. 당연히 하트도 눌러줘야지.

- 윈썸 노래 나왔어? 어때?

- 윈썸 됐다 이건 됐다

- 윈썸 노래 ㅈㄴ좋다 완전 취향저격임

- 윈썸 노래 이지리스닝이야?

- 와 이번 윈썸 노래에서 우세현 쩐다

- 이번에 IN에서 돈 좀 썼나봄ㅋㅋ비트에서부터 부내 나네

뮤직비디오의 경우 업로드 1시간 전에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뮤직비디오 리액션 컨텐츠를 촬영하면서.

“윈썸, 이제 슬슬 준비해주세요.”

하지만 우리는 7시가 되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쇼케이스 시작 시간이 8시였기에.

“아, 조금만 있으면 이제 음원 순위 나올 텐데!”

“기대 너무 하지 마. 이럴 땐 그냥 마음을 비워두는 게 나아.”

“그래도 만약에 혹시라도 정말 만약에 진입을 한다? 그럼 오늘 바로 파티다.”

“무슨 파티, 샐러드 파티? 아니면 고구마 파티?”

“고구마 샐러드 파티라도 하자······.”

백은찬이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그사이, 만약에라도 음원이 차트에 진입을 한다면 매니저 형이 곧바로 알려주기로 했다.

“얘들아! 떴다! 떴어!”

그리고 마침내 7시가 되었다.

* * *

- ㅁㅊ 윈썸 실시간 차트인 했다

- 윈썸 실차 차트인!!!!!!!!!!!!!!!!!

- 윈썸 89위 진입

- 윈썸이 차트에 진입을 했다고?

- 윈썸 재생 89위다

- 윈썸 노래 좋아ㅜㅜ 다들 한번만 들어주라

- 윈썸 어디에 차트인 했다는 거야? 차트에서 안 보이는데

└ 메인 차트 말고 실시간 차트

자몽 실시간 차트에 진입했다.

놀랍게도.

그런 우리의 순위는 89위.

무려 89위였다.

“아니, 이거 진짜야?”

“와, 이게 말이 되나?”

“은찬이 형. 저 볼 좀 한 번만···악!”

멤버들 역시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들이었다. 솔직히 나 역시도 다시 봐도 믿기지가 않았다.

89위.

얼핏 보기엔 낮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실로 엄청난 거였다.

이제 데뷔하는 쌩 신인이!

무려! 음원 사이트 자몽에! 차트인을!

물론 아예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다.

그래도 차트인을 하게 된다면, 100위쯤 아니면 90위권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높은 89위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나 그거였다.

“팬들한테 일단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뭐야. 우세현, 넌 왜 갑자기 목소리를 떠냐.”

“내가?”

“응.”

몰라, 나도······.

정신이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떨리는지.

앨범 판매량 또한 놀라웠다.

오늘 하루 판매한 양만 무려 5만장.

하지만 아직 하루가 채 다 안 지났으니 판매량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예정이었다.

물론 원래 앨범 판매량은 발매 첫날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그래도 5만장은 생각 이상이었다.

아직 집계 중이지만, 뮤직비디오 조회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미쳤다!”

백은찬의 말대로 정말 생각 이상의 수치였다. 예상보다 훨씬 순탄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마냥 기뻐할 시간은 없었다. 쇼케이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윈썸 분들, 서둘러 이동하실게요!”

이제 조금 있으면, 우리의 데뷔 쇼케이스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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