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74화 (74/413)

74화. Debut Showcase (1)

함성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함성이었다.

너무 엄청나서 무대 뒤편에 있는 우리에게까지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윈썸, 잠시 여기서 대기해주세요.”

이제 곧 쇼케이스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우리는 들어가기 전 한 번 더 기합을 다졌다.

“잘하고, 또 즐기고 오자!”

도운이 형이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했다.

지금 심정을 말해보자면, 긴장도 되고 동시에 설레기도 했다. 오랫동안 준비한 무대를 드디어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기쁘기도 하고 그랬다.

“이제 올라가실게요!”

그 말과 동시에 멤버들과 나는 빠르게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눈앞으로 눈부신 조명이 비쳤다.

그렇게 고조된 함성 소리와 함께 쇼케이스의 첫 무대가 시작되었다.

* * *

쇼케이스의 첫 곡은 바로 ‘이질감(unbalance)’이었다.

이질감은 EDM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팝 댄스곡이었다.

한때 회사에서 타이틀로 밀었던 이 곡은 타이틀곡인 재생과 커플곡이 될 뻔하기도 했지만, 이는 최종 진행 단계에서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이 곡만큼 분위기를 띄워주기 좋은 곡은 없었다. 그렇기에 첫 무대의 곡으로 아주 제격이었다.

그렇게 약 4분 남짓의 무대가 끝이 나고, 무대가 끝나자마자 반대편에서부터 오늘의 MC를 맡은 인물이 우릴 향해 걸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 어째 자주 만나는 것 같죠? 인터니티의 김재현입니다!”

오늘의 쇼케이스 MC는 바로 인터니티의 김재현이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하는 내내 자주 보기도 했고, 또 그만큼 우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테니 회사 입장에서는 쇼케이스 MC를 서기에 이보다 나은 인물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도 생판 모르는 인물보다는 김재현이 훨씬 낫긴 했다.

“자, 그럼 윈썸 여러분. 이제 인사해주시죠.”

그 말에 우리는 곧 정해진 대형대로 섰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둘, 셋! Keep in mind! 안녕하세요, 윈썸 입니다!”

와아아아아아!

그 뒤로 곧바로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눈앞에는 다양한 색깔의 불빛들이 가득했다.

Keep in mind.

이건 우리의 팀 구호였다.

말 그대로 마음에 새기라는 의미.

많은 분들이 우리의 이름을 마음에 새겨주셨으면 하는 생각으로 다함께 만든 구호였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윈썸의 쇼케이스는 G-Live를 통해 전 세계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G-Live는 생중계와 동시에 시청자가 댓글을 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각, 상당히 많은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와, 근데 프로그램 안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밖에서 보니 한층 더 멋있어지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하하. 특히 세현 씨! 파란 머리가 굉장히 잘 어울려요.”

뒤이어 앞에 보이는 화면에 내 얼굴이 잡혔다. 그와 동시에 커지는 환호성.

“감사합니다.”

“네. 그럼 이제 자리에 앉아볼까요?”

그리고 우리는 준비된 의자에 자연스럽게 착석했다.

다음 준비된 코너는 이번 데뷔 앨범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였다.

그리고 가장 처음 나온 질문은 다름 아닌 이번 곡 컨셉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번 컨셉이 아주 좋다고 말이 많아요. 혹시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비하인드 있을까요?”

그러자 백은찬이 곧바로 답했다.

“이건 솔직히 세현이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 컨셉에 세현이 의견이 많이 반영됐거든요.”

“오, 세현 씨가요?”

김재현이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 그렇게 많이 반영된 건 아니고요. 그냥 어느 정도 틀 정도였어요. 그리고 그걸 회사 기획팀 분들께서 예쁘게 잘 다듬어주셨죠.”

“그 틀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였나요?”

“그냥, 시간 판타지를 하고 싶다 정도였던 것 같아요.”

“아니, 그 정도면 거의 다 한 거 아니에요? 메인 컨셉이 시간인데? 그렇죠? 여러분?”

그러자 관객석으로부터 환호성과 함께 큰 목소리의 대답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렇게 얘기해주시니 감사한데, 또 괜히 쑥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정말로 난 어느 정도 큰 틀만 이야기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 순간, 관객석에서부터 누군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세현이가 다했네!!!!!!!!!!!!”

“하하. 들으셨죠? 세현 씨가 다했대요~”

“감사합니다.”

곧바로 나는 관객석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네, 이어지는 질문은 타이틀곡에 관한 질문인데요. 일단 차트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차트인.

다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었다.

아니, 언제 들어도 기분 좋지.

뒤이어 나온 질문은 타이틀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 녹음은 어떻게 했는가와 같은 질문들이었다.

“아, 그리고 이건 하나 비하인드인데요.”

“네. 은찬 씨.”

“듣기로는 회사에서도 이 곡하고 3번 트랙인 ‘이질감’하고 둘 중 뭘 타이틀로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아, 정말요?”

“네. 그런데 멤버들이 거의 2번, 그러니까 ‘재생’을 좋아해서 이 곡이 결국 타이틀이 되었습니다.”

“오, 회사에서도 윈썸 분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을 해주셨군요!”

“네. 그렇죠. 그래서 정말 감사해요.”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사에서는 재생을 타이틀로 민 적이 없었다. 이질감을 아주 강력하게 밀었지.

하지만 어찌어찌하게 된 경위로 인해 마지막의 마지막에 재생으로 바뀌게 된 거고.

다만, 이러한 실상은 멤버들 중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바였다.

다른 멤버들은 그저 앞서 백은찬이 말한 대로 ‘회사에서는 재생과 이질감을 두고 고민을 했다.’정도의 사실 만을 알고 있었다.

“이거 오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고 가네요. 그렇죠, 여러분?”

“네─!”

그래도 결국 ‘재생’이 타이틀이 됐고, 반응도 좋으니 결과적으로 보면 그냥 다 잘된 일이었다.

“그럼 여기서 무대를 하나 보고 가겠습니다. 선빈 씨. 어떤 곡이죠?”

“네. 다음 곡은 ‘Time off’라는 곡입니다.”

“그렇습니다. 윈썸의 타임 오프!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이어서 ‘Time off’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타임 오프는 이번 앨범 수록곡 중 하나로 R&B팝 풍에 유일한 발라드곡이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무대 뒤에 있던 VCR에는 초침이 멈춰진 커다란 시계탑 하나가 나타났다.

이 곡은 ‘과거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곡이었다.

Time off.

멈춰져 있는 장면

멈춰져 있는 기억

모든 것이 중단되어 있는 시간

과거 인연이라고는 하지만, 꼭 연인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때에 따라서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난 이 곡을 꽤 좋아했다.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니까.

이어지는 곡의 클라이막스.

그 끝은 나의 고음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 * *

“자, 다음 코너는 질문 타임입니다.”

이어지는 코너는 팬들의 질문 타임이었다.

사전에 팬들에게서 질문을 받고, 그중 질문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 대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Q.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알려주세요.

첫인상이라.

멤버 모두와 처음 어떻게 만났는지는 기억하지만, 그 당시 첫인상이 어땠는지까지는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아, 아니다.

첫인상이 강하게 남는 멤버는 한 명 있지.

“첫인상 질문이네요. 어떻게, 각자 기억에 남는 멤버가 있으신가요?”

“저요. 저 있어요.”

“네. 하람 씨.”

와중에 신하람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저는 세현이 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 나?

뜬금없이 불린 내 이름에 순간 놀랐다.

“이유는요?”

“아니, 이번에 엄청 잘생긴 연습생이 회사에 새로 들어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청 궁금해하고 있었거든요? 얼마나 잘생겼나 하고.”

“네. 그런데요?”

“그래서 한번 얼굴 보러 갔는데, 연습실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그때, 세현이 형이. 진짜로 들은 대로 엄청 잘생겼더라고요.”

“아, 잘생겨서 기억에 남은 거예요?”

“아뇨. 그것도 그런데, 이 형이 그때 뭐에 엄청 집중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뭐에 이렇게 집중하나 슬쩍 봤는데, 게임을 하고 있더라고요.”

어, 잠깐.

게임?

“그런데 봤더니 우리의 마블 게임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진짜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아니, 우리의 마블이요~?”

그와 동시에 객석에서부터 엄청난 크기의 함성이 쏟아졌다.

“귀여워! 우리의 마블이래!”

“세현이 우리의 마블 하는구나!”

“아, 진짜 귀엽다.”

대충 언제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근데 그걸 보고 있었는지는 몰랐네.

그런데 그게 첫 만남이었나?

아무래도 오래전이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진짜 엄청 잘생겼는데, 또 진짜 엄청 진지하게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아, 뭔지 알겠네요.”

김재현도 알겠다는 듯 웃었다.

이거 뭔가 좀 민망한데.

“세현 씨. 세현 씨는 그때 일 기억하시나요?”

“대충 기억나요. 자세히는 아니지만.”

“그때 어떤 상황이었길래 그렇게 집중을 하셨던 거예요?”

음. 그때.

그때 아마······.

“그때 아마 파산 일보 직전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하하. 파산이요?”

“이 형, 은근 게임 못한다니까요!”

이에 다른 멤버들이 동의한다는 듯 같이 웃어 보였다.

아니, 조금 못할 뿐이라고. 아주 조금.

솔직히 양심상 내 입으로 잘한다고는 못하겠다.

“재밌네요. 그럼 세현 씨는 누구의 첫인상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저는···지호요.”

“지호 씨요? 이유는요?”

이유야 상당히 간단했다.

“지호가 제가 회사에 들어와서 제일 처음 만났던 연습생이었거든요.”

그러자 김재현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오, 가장 처음 만난 연습생? 이건 꽤 의미가 있네요.”

그때 상황은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기억난다. 그때 그 어색함과 정적의 순간. 상당히 진땀났었지.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다 추억이었다.

“지호 씨는 그때 기억나시나요? 세현 씨랑 처음 만났던 순간.”

김재현이 안지호를 향해 물었다.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 지호 씨도 기억하고 계셨네요.”

어, 이건 좀 놀라운데.

솔직히 말하면, 안지호라면 기억 못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기억하시나요?”

“제가 기억하기론 아마 안무 연습실이었던 것 같아요.”

어? 이거 진짜 기억하는 모양인데.

“그 당시 저도 막 들어왔을 때라. 그때 세현이가 저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던 걸로 기억해요.”

그랬지. 그 당시 안지호에게 이것저것 물었었지. 안지호 역시 나와 비슷한 입장인지도 모르고.

“네. 구체적으로 뭘 물었었나요?”

“제가 기억하기론 이거였던 것 같아요.”

그 순간, 객석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안지호에게로 집중됐다. 이어서 안지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 구내식당이 특이하다던데, 진짜냐고.”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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