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Debut Showcase (2)
“네? 회사 구내식당이요?”
“네.”
“그 회사가 우리 회사 말하는 거 맞죠? IN 엔터테인먼트.”
“네. 맞을 거예요.”
안지호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와 함께 관객석에서부터 웃음소리가 전해져왔다.
‘아니, 맞긴 뭐가 맞아!’
아무래도 안지호는 그때 그 상황을 기억하고 있기는 했으나 정확히 기억이 나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언제 구내식당이라고 했어! 보컬룸이라고 했지!’
내가 기억하기론 분명 ‘특이한 보컬룸’이 있냐고 물었고, 더불어서 구내식당의 위치를 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왜 이 두 개가 이상하게 짬뽕 되어 있는 거냐고!
“우리 회사 구내식당이 특이했던가?”
“아니, 근데 넌 처음 보자마자 구내식당이 특이하냐고 물었어?”
“세현이 형이 은근 엉뚱한 면이 있다니까요.”
“이거 꽤 재밌는 에피소드인데요?”
이를 들은 멤버들과 김재현은 모두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아냐, 그거 아니라고······.
“잠깐만요. 아니에요. 그거 아니에요.”
“네?”
“얘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그때 구내식당 얘기를 한 게···아니 구내식당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아무튼 저건 아니었어요!”
일단 급하게 정정하고 나섰다.
물론 정정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문제긴 한데, 그래도 확실하게 하고 가야지!
“어, 그럼 그때 세현 씨는 원래 뭐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그때 특이한 보컬룸이 있냐고 물어봤었어요······.”
“어, 그랬었나.”
“응. 그랬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듣고 보니가 아니라, 그게 맞다고!
아니,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긴 한데······.
“아, 보컬룸? 보컬룸이라면 유명한 보컬룸이 하나 있긴 하죠.”
“네. 맞아요. 그 보컬룸이요.”
“흔히 귀신이 나온다고 유명한 보컬룸이 저희 회사에 하나 있거든요. 아마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할 거예요.”
“맞아요. 맞아요.”
나는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뭔가 정정이 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세현 씨가 진짜 구내식당을 묻기는 하신 거죠?”
“네? 아, 예. 그건 그렇죠.”
그러한 내 대답에 다시 한번 여기저기서 웃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김재현 역시 그런 내 대답에 은근 엉뚱한 면이 있다며 한 번 더 웃어 보였다.
그, 사실 구내식당이 중요한 건 맞긴 한데······.
하지만 여기서 굳이 말을 더 덧붙이지 않기로 했다. 분위기도 좋아 보이고 해서.
이후 남은 멤버들의 첫인상 에피소드를 마저 듣고 난 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Q. 숙소에서 각자 포지션이 있나요?
“윈썸 분들은 숙소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셨죠?”
“네. 아직 몇 개월 안 됐습니다.”
“어떻게, 포지션이 있나요?”
사실 정해진 포지션 같은 건 없었다.
주로 하는 담당은 있지만.
“확실히 ‘포지션이 이거다!’라고 정해진 건 없고요. 각자 그때그때 맡은 걸 하는 편이에요.”
“그럼 요리 같은 건 주로 누가 하나요?”
“요리는 세현이가 주로 맡아서 해요.”
“오, 세현 씨가요?”
요리의 경우, 거의 나밖에 맡을 사람이 없었다. 가끔씩 안지호랑 번갈아 가면서 하기도 하고.
“솔직히 거의 우세현이 먹여 살리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오, 그 정도예요? 세현 씨가 요리를 잘하시나 봐요.”
“잘하는 것까지는 아니고···그냥 간단한 요리 몇 개 할 수 있는 정도에요.”
어디 가서 잘한다고 내세울 정도는 아니었다. 알다시피 다른 멤버들이 할 줄 아는 요리가 라면밖에 없다 보니.
“최근에 하신 요리가 있나요?”
“최근에는······.”
“파스타요! 파스타! 세현이 형이 파스타 해줬어요!”
“오, 파스타! 맛있었겠네요.”
“엄청 맛있어요. 솔직히 여기 계신 분들한테 대접해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신하람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그럼 그게 다 몇 인분이지······.
이후에도 여러 가지 질문들이 오갔다.
그리고 질문 코너가 모두 끝난 뒤, 이제는 마지막 한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아쉽지만, 이제 슬슬 쇼케이스가 막을 내릴 시간이 됐습니다.”
그 말에 관객석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소리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이 무대가 남아있죠. 여러분들이 고대하셨을 그 무대,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불이 꺼졌다.
* * *
홀 안은 지금, 온통 어둠에 잠겨있었다.
그 순간 켜지는 VCR 전광판.
환하게 빛나는 전광판에는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뮤비 티저에 있던 바로 그 나무였다.
댕─댕─
그때, 시계탑의 묵직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느리게 이어지는 시계 분침 소리.
그러한 분침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더니 이윽고 회전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끊어진 소리.
그건 바로 곡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무대 중앙이 환하게 빛나면서 그 앞으로 파란 머리의 우세현이 등장했다.
그대로 시작되는 타이틀곡 <재생>의 1절 벌스 부분.
정지된 시간 속에 영원히 멈춘 바늘
움직이지 않는 바늘은 그렇게 조용히 숨을 쉬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저음이었다.
그러한 우세현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모든 것이 일시 정지된 이곳을
이제는 나가야만 해
이제는 다시 테잎을 재생해야만 해
중간에는 차선빈의 강하고도 찰진 랩핑도 섞여 있었다. 마치 초를 재놓은 것처럼 딱딱 떨어지는 박자의 랩.
이윽고 곡이 하이라이트에 치닫자 마치 하얀 눈과 같은 특수 효과가 무대 위로 흩뿌려졌다.
그렇게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과 함께 마지막엔 멤버 모두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주저앉았다.
뒤이어 다시 한번 들리는 전주 부분의 시계 분침 소리. 그렇게 반복되는 시계 분침 소리가 다시 한 번 홀 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똑딱똑딱─
그건 무대의 시간이 멈췄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뒤이어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객석 너머에서부터 들려왔다.
* * *
[제목] : 오늘 윈썸 쇼케이스 후기 쓴다
지금 막 집에 도착했고 기억 날아가기 전에 바로 쓴다
일단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오늘 애들이 너무 예뻤다는 거 진짜 헤메코가 너무 좋았음 머리색 바꾼 건 다들 알고 있지? 근데 실제로 보니까 더 예쁘더라고 특히 세현이가 진짜 파머가 잘 어울렸음 예뽀예뽀
중간에 토크한 것도 너무 귀여웠음ㅜㅜ 특히 제일 귀여웠던 건 지호가 세현이 첫인상 착각했을 때! 그 구내식당ㅎㅎ 그때 세현이 반응이 너무 귀여웠음ㅠ
다들 나랑 같은 마음이었는지 주변에 있던 팬들도 다 세현이 너무 귀엽다고 난리고..멤버들이랑 MC 분도 귀여워해주시는게 느껴졌음ㅎㅎ
무대야 당연히 다들 너무 잘했고..마지막에 타이틀 무대하는데 일단 효과들이 너무 예쁘더라고 IN이 그래도 좀 신경을 써준 듯? 이미 알겠지만 세현이 라이브 완벽하고ㅎㅎ고음도 실수 없이 잘함! 무대 너무 잘해서 또 보러가고 싶더라ㅠ이건 진짜 실제로 봐야해ㅠㅠ그런 의미에서 음방 신청하러간다
└ 혹시 세프야? 세현이 위주넹
└ [글쓴이] : 응ㅎㅎ맞아ㅎㅎ
└ 부럽다ㅠㅠ 세현이 실물 어땠음?
└ 내가 느낀거랑 거의 비슷하네ㅎ 애들 진짜 무대 너무 잘하더라 라이브도 짱짱하고
- 오늘 윈썸 쇼케이스 좋았다! 애들도 예쁘고 무대도 예쁘고ㅎㅎ
- 윈썸 쇼케이스 어땠음? 반응보니 괜찮았던 것 같은데
- 윈썸 토크하는데 귀엽더라 근데 우세현이 요리를 잘하나봄? 첨 알았다
- 진짜 우세현 파머 영원히 해줬음 좋겠다....
- 아까 윈썸 쇼케이스에서 특이한 구내식당 나왔을때 겁나 웃음ㅋㅋㅋ너무 ㄱㅇㅇ
- 윈썸 재생 무대 첨봤는데 넘 좋당 딱 겨울 분위기 나고 좋음
[제목] : 오늘 진짜 윈썸 쇼케이스 보면서 식겁했던 부분
회사에서 이질감이랑 재생 놓고 뭘 타이틀로 할지 고민했다는 거...........
└ 엥? 진짜?
└ 그거 진짜 미친거 아니냐? 당연히 재생이지 웬 이질감 ㅡㅡ
└ 나도 보면서 놀랐잖아ㅎㅎ 당연히 재생을 타이틀로 하려고 뽑은 줄 알았더니
└ 진심 애들 의견 들어줘서 다행임
쇼케이스 이후,
타이틀곡인 <재생>의 무대는 소소하지만 나름 커뮤니티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 윈썸 이번 타이틀 무대 너튭에서 우연히 봤는데 진짜 멋있더라 세트도 예쁘고
- IN이 원래도 세트나 무대 장치에 진심이긴 했는데 이번엔 더 신경써준 듯
- 윈썸 이번 노래 그냥 들어도 좋긴 한데 확실히 무대랑 보니까 분위기가 더 살고 좋더라 그리고 우세현 고음 대박
- 우세현은 맨날 메보인 걸 잊어먹음 넘 잘생겨서ㅋㅋㅋ그러다가 무대 보면 아 얘가 메보였지 이러고ㅋㅋㅋㅋ
이와 더불어 <재생>의 음원 순위 역시 10 계단 이상 상승했다. 특히나 새벽에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앨범 판매도 순조로웠다.
초동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저 형의 말에 따르면 이대로라면 10만장 이상은 충분히 노려볼 만하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왜냐면, 당장 오늘부터 음악방송 스케줄이 이어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어떡하냐······.”
“왜?”
“너무 떨려······.”
대기실 한구석에서 백은찬이 다리를 덜덜 떨어대며 말했다.
“무대가?”
“아니······.”
“그럼?”
“인터뷰가······.”
아하. 인터뷰.
백은찬의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늘 음악방송 측에서는 신인인 우리를 위한 중간 인터뷰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무려 단독 인터뷰였다.
사실 이러한 단독 인터뷰의 배경에는 아무래도 기획사의 힘이 컸다. 대형 기획사의 신인들이라면 그룹 단독으로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좀 있으니까.
게다가 마침 연초라 출연진들도 적어서 단독 인터뷰를 내어주기 괜찮은 시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난생처음으로 음악방송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윈썸입니다!”
준비된 인터뷰 세트 안으로 들어서며, 오늘의 음악방송 MC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인터뷰는 짧고도 간단했다.
가장 먼저 단체 인사를 하고 이번 타이틀곡에 대한 간략한 소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롬프터에 나오는 대로 다음 출연 가수 목록을 한 분씩 소개하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스탠바이에 들어가기 전, 도운이 형이 앞선 과정들을 우리에게 한번 더 상기시켜주었다.
“타이틀곡 소개는 세현이랑 은찬이가 외운 대로 하면 되고, 이어서 지호, 선빈이, 그리고 하람이가 앞에 있는 프롬프터를 순서대로 읽는 거야. 알겠지?”
“알겠어요, 형.”
내가 맡은 임무는 타이틀곡 소개였다.
마찬가지로 타이틀곡 소개를 맡은 백은찬과 합쳐 몇 줄 안 되는 분량이었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그것도 잊지 말고. MC 분들이랑 같이 ‘조금만~있어 봐!’ 그거 외치는 거.”
맞다. 그것도 있었지.
순간 까먹고 있었다.
음악방송의 대표 멘트랄까.
인터뷰어와 MC가 다 같이 외치는 문구였다. 이거 진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무대 끝나고 장면 전환되면 그때 바로 인터뷰 시작할게요.”
어느새 인터뷰는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도운이 형은 계속해서 멤버들을 정리시키기 바빴고, 차선빈과 안지호는 늘 그렇듯이 평온해 보였다. 하람이는 뭐, 당연히 긴장 안하는 것 같고.
여기서 제일 걱정되는 건 역시 백은찬이었다. 벌써부터 떨린다며 몸을 달달달 떨고 있으니.
음,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 보여.
백은찬은 무대에서는 전혀 안 떨면서, 가끔씩 이런 자리는 유독 떨곤 했다.
“백은찬.”
“응?”
“침착해.”
그런 내 말에 백은찬은 알겠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시작된 인터뷰.
“아······.”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에서 백은찬은 아주 제대로 삐끗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