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신인 아이돌의 흔한 인터뷰 실수
“둘, 셋! Keep in mind! 안녕하세요, 윈썸입니다!”
인터뷰가 시작됨과 동시에 크게 외쳤다.
뒤이어 들려오는 MC분들의 환영 인사.
여전히 정신은 없었다.
왜냐면, 준비한 대사도 잊어먹지 않도록 해야 했고 여기에 표정도 적당히 신경을 써야 했기에.
게다가 지금 이건 생방송이고.
“그럼 윈썸 분들, 이번 타이틀곡 소개 부탁드릴게요.”
그에 맞춰 난 곧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네. 저희 타이틀곡 <재생>은요, 몽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 그리고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가 특징인 곡입니다.”
좋아. 일단 내 차례는 무사히 넘겼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던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크게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안 나는 거 맞겠지?
그리고 그런 내 뒤를 이어 백은찬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와 더불어 곡의 내용은요,”
시작부터 평소보다 훨씬 힘이 들어가 있는 목소리였다. 지금 백은찬이 한껏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게 옆에 있는 나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곡의 내용은, 이제껏 멈춤 있던, 아, 죄송합니다. 그, 멈춰있던 소년들이······.”
순간 거기서 백은찬은 잠시 말을 멈칫했다. 대충 보니 앞에서 실수한 것으로 인해 당황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뒤가 날아가 버린 모양이었다.
‘정신 차려!’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외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어, 그러니까······.”
안 되겠다.
이렇게 된 거 빠르게 커버 치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네,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향해서죠!”
“아, 네!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향해서 나아간다는 내용의 곡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카메라를 향해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생방송이니까.
물론 당사자인 백은찬은 속으로 울고 있었겠지만.
그 이후, 남아 있는 인터뷰는 다행히 아무런 실수 없이 쭉쭉 진행되었다.
“네, 그럼 이어지는 윈썸의 무대는-”
“조금만~있어봐!”
그 멘트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음방 첫 인터뷰는 마침내 마무리가 되었다.
* * *
- 방금 윈썸 인터뷰 봤음?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백은찬ㅋㅋㅋㅋㅋㅋㅋㅋ큐
- 은찬이 어떠켕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
- 멈춤있던이랰ㅋㅋㅋㅋㅋ긴장 많이 했나봐ㅠㅠㅠㅠㅠㅠ
- 중간에 우세현이 커버치는 것도 겁나 웃겼음ㅋㅋㅋㅋㅋ커버가 겁나 빨랔ㅋㅋㅋㅋ
- 우세현 커버 진심 백은찬이 실수할 줄 알았다는 듯이 준비하고 들어온 것 같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정작 우세현도 긴장 겁나 많이 했는지 목소리 떨림ㅋㅋㅋㅋㅋㅋㅋ
“미쳤다, 진짜······.”
지난 인터뷰 영상을 모니터하던 백은찬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맞아요. 그날 형, 진짜 미친 줄.”
“아아아아아악!”
“야, 시끄러워.”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앞선 안지호의 타박에도 백은찬은 그저 제 머리를 쥐어뜯을 뿐이었다.
그날 인터뷰 이후, 백은찬의 당시 인터뷰 실수 짤이 온갖 커뮤니티에 퍼졌다.
[제목] : 신인 아이돌의 흔한 인터뷰 실수 (+영상 추가)
└ 아 뭐야ㅋㅋ심각한 건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귀엽네ㅋ
└ 난 또 무슨 말실수라도 한줄
└ 말실수이긴하짘ㅋㅋㅋㅋ멈춤있던ㅋㅋㅋ
└ 그르게ㅋㅋ 말실수이긴하네
└ 신인들 인터뷰는 긴장한 맛에 보는 것도 있음ㅋㅋㅋㅋ귀엽잖아
└ 이해해줘ㅠ저 때 우리 은찬이가 긴장을 많이 했나봐ㅠㅠㅋㅋㅋㅋ
└ 중간에 대사 대신 쳐주는 애는 누구야? 잘생겼네
└ 세현이 우세현
“그때 진짜 정신이 없었어. 너무 긴장을 해가지고······.”
“뭐, 그렇게 심각한 실수를 한 것도 아니잖아.”
“심각한 실수지······. 멘트를 까먹다니······.”
“방송 사고만 안 나면 됐지, 뭘.”
그렇게 애써 백은찬을 위로해봤지만, 백은찬은 여전히 제 머리를 쥐어뜯기 바빴다.
그리고 그 뒤로 백은찬은 한동안 종종 자다가 허공에 홀로 이불킥을 하곤 했다.
* * *
윈썸의 음악방송 첫 주.
첫 주 무대에 대한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다.
노래는 물론이고 안무, 그리고 무대세트에서도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여기에 멤버들 역시 제 몫을 다했다.
- 윈썸 애들 무대 진짜 잘하는 것 같아
- 윈썸은 서바 출신이라 그런지 다들 기본 이상은 확실히 하는 것 같음
- 솔직히 요새 나온 신인들 중에서 평균 실력이 젤 ㅅㅌㅊ일 듯
이를 보던 장수연은 제가 괜히 다 흐뭇했다. 마음 같아선 아무나 붙잡고 우리 애들 무대 좀 보라고, 우리 애들이 이렇게 잘한다고 자랑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좋은 평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개중에는 장수연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라이브에 관련된 글이라던가.
- 윈썸 오늘 무대 립씽이지?
└ 숨소리 좀 들리던데
└ ㅇㅇ 근데 라이브 AR 같기도 함
└ 그냥 많이 깐 것 같던데
- 윈썸 무대봤는데 좀 선택적 라이브하는 것 같던데ㅋㅋ 어디는 부르고 어디는 안부르고
- 근데 윈썸은 라이브 못해? 왜 무대가 다 립씽 같지
- 윈썸 무대 후보정 많이 한 것 같음 라이브감도 별로 안 느껴지고
- 요즘은 신인 때부터 립씽해?
└ 다 그렇지는 않아 신인 때부터 쌩라이브하는 곳 많음
└ 걍 자신 없으니까 많이 까는거지 어떻게든 감출려고ㅋㅋ
- 솔직히 라이브인척 속이는 거 좀 웃김ㅋㅋㅋ괜히 사기당하는 것 같고ㅋ
‘어떻게든 깎아내리려고 난리들이네.’
지난 윈썸의 무대들은 확실하게 립씽이나 사전녹음 AR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깔긴 했지만. 이러한 사실은 직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여튼 요즘 라이브 정병들 심하다니까.’
요즘엔 무대에서 AR을 많이 활용하는 추세이다 보니 아무래도 라이브와 관련해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특히나 아이돌 그룹에게.
아이돌 그룹의 무대 라이브 검열이 이전보다 심해진 것이다.
‘이왕이면 다음 주부터는 그냥 쌩라이브 무대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이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줄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느새 윈썸의 음악방송도 2주차에 접어들었다.
오늘도 역시나 장수연은 늘 그렇듯 윈썸의 무대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았다.
그러던 도중 놀라운 사실을 하나 접하게 됐다. 바로 윈썸의 1위 후보 소식이었다.
‘잠깐만, 오늘 애들 1위 후보 실화야?’
커뮤니티를 확인해보니 거기도 이미 이러한 사실에 놀라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 헐 윈썸 1위 후보야? 대박
- 윈썸 오늘 1위 할 수 있을까ㅠㅠ
- 윈썸이 어떻게 1위 후보야? 음원 별로 잖아
- 윈썸 후보 될만함 초동 10만장인데ㅋㅋ
- 윈썸 생각보다 그렇게 음원 안 낮아 실차는 계속 순위권이구만 무슨
- 1위 만약 하면 빈집 털이 제대로겠네 ㅉㅉㅉ
- 응 윈썸 1위 기원
‘아! 1위 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장수연은 서둘러서 몸을 움직였다. 지금 필요한 건 기도 같은 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여분의 핸드폰이었다. 실시간 1위 투표를 해야 했기 때문에.
“엄마! 나 휴대폰 좀!”
그녀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랐다.
* * *
“네? 뭐라고요? 매니저 형, 다시 한번만요. 한번만 다시 말해주세요.”
“후보에 올랐다고.”
“그러니까 후보에······.”
“그래. 1위 후보에.”
“헐.”
백은찬과 신하람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대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날 우리는 케이블 음악 방송 굿챔피언 1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1위 후보······.’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 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여기에는 음반 판매량이 한몫했다.
우리의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은 101,234장. 최종적으로 10만장이 넘었다.
음원도 다행히 아직까지 실시간 차트에 차트인한 상태였다. 거기에 일간 차트에도 130위로 이름을 올렸고.
그리고 무엇보다 시기가 좋았다.
지금은 2월.
원래 연초에는 흔히 빈집이라고 해서 컴백하는 가수들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 보니 신인인 우리가 1위 후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와, 근데 긴장돼서 어떡하냐.”
“솔직히 1위는 기대하면 안 되겠죠?”
“후보가 누구셨지?”
“설민 선배님이요.”
“아, 그럼 역시 좀 힘들겠다······.”
함께 1위 후보에 오른 설민은 여성 솔로 가수였다.
‘1위는 아마 설민이겠지.’
일단 설민은 앨범 발매 시기가 우리와 동발이었다. 거기에 음원 성적도 좋았다.
음원의 경우 약간 믿듣 이미지가 있어 발매 후 현재까지 40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혹시 1위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들은 하지 말자.”
윤도운 역시 나와 생각이 같았던 건지 미리 멤버들을 다독였다.
확실히 기대를 많이 안 하는 게 나았다.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만 커질라.
하지만 그런 생각과 달리 방송이 끝나갈수록 괜히 긴장되었다.
그리고 그건 나만이 아니었던 건지 다른 멤버들 역시 잔뜩 긴장한 채로 1위 발표의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 종료까지 얼마 안 남은 시점.
서칭을 좀 해보니, 팬 분들은 모두 열심히 투표를 해주고 계셨다.
‘감사하다.’
그렇게 인사하고 싶었다.
당연히 우리도 모두 모여 실시간 문자 투표를 했다. 매니저 형까지 모두.
그 밖에도 오늘의 우리 1위 수상 여부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있는 게 보였다.
- 근데 윈썸 애들 오늘 만약 1위하면 앵콜 라이브하겠네ㅋㅋㅋㅋ기대된다
- 윈썸 오늘 앵콜에서 당연히 라이브겠지?
└ 앵콜에선 웬만하면 다 라이브임
└ 아ㅋㅋ그러게ㅋㅋ드디어 라이브하겠네
└ 또 몰라 가끔씩 AR 많이 까는 곳도 있음
- 굿챔피언은 앵콜 때 AR 아니지?
└ 엉 여긴 거의 쌩 MR임
└ 굿챔피언은 AR 안깜
- 앵콜 궁금해서 윈썸이 1위했으면 좋겠다ㅋㅋ
‘앵콜······.’
그러고 보니 1위를 수상하면, 해당 가수의 앵콜 무대가 있었다. 그때 하는 무대는 주로 AR 없이 쌩 MR만을 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오늘 우리가 출연한 굿챔피언의 경우 앵콜 무대에서 완전 쌩 MR을 깔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 앵콜 무대로 인해 해당 가수의 라이브 논란 같은 게 종종 일어나는 편이였고.
‘확실히 요즘은 라이브 관련해서 말이 많긴 하지.’
하지만 지금은 앵콜부터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1위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물론 앵콜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할 생각이었다.
이어지는 오늘의 마지막 무대.
그 무대가 시작될 때쯤, 매니저 형이 우리를 불러 모았다.
“얘들아. 이제 올라가자.”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 번 무대 위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 * *
“윈썸!”
“세현아! 지호야!”
“얘들아! 힘내!”
관객석으로부터 응원의 목소리들이 들렸다. 오늘 우리를 보러와 주신 팬 분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팬 분들을 향해 나 역시 인사를 전했다.
대기실 때부터 긴장이 되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발표를 앞두고 있으려니 괜히 더 몸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멤버들을 보니 멤버들 역시 긴장을 많이 한 게 눈에 보였다. 물론 능력을 꺼둔 터라 어떠한 생각을 하는 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멤버마다 긴장 정도의 차이는 꽤 있었다.
백은찬의 경우 누가 봐도 긴장했다는 티가 역력해 보였고, 반대로 신하람의 경우 긴장한 티가 별로 안 났다.
심지어 응원해주는 팬들을 향해 여유롭게 손까지 흔들어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보여도 아마 긴장을 많이 했을 거다. 1위 후보가 된 걸 알자마자 긴장된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니까.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다소 생각이 많이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네, 그럼 오늘의 1위! 지금 바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화면에 보이는 1위 후보 두 명의 모습. 그 중, 우리는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네, 음반, 음원 점수, 동영상 및 사전 투표 점수, 그리고 실시간 투표를 모두 합산한 오늘의 1위는······.”
마침내 화면에 오늘의 1위가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