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77화 (77/413)

77화. 2월 둘째주 1위의 주인공은?

“오늘의 최종 1위는─!”

“축하합니다, 윈썸!”

꺄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이 들렸다.

데뷔 1주차.

음악 방송에서 처음으로 1위를 하게 됐다.

‘와, 이거 진짜야?’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지금은.

눈앞에서는 휘황찬란한 꽃가루가 뿌려지고 있었고, 나는 그걸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1위 하신 윈썸,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그때서야 정신이 들었다.

다행히 마이크와 트로피는 MC와 가장 가까이 있던 도운이 형이 빠르게 건네받았다.

“아, 네. 정말 감사드리고요. 이렇게 1위를 할 줄은 몰랐는데, 받게 되어서 너무, 너무 기쁩니다. 무엇보다 팬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소감을 말하던 도운이 형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는 멤버는 없었다. 울기보다는 다들 너무 기쁜 나머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감격스럽기도 하고 울컥하는 것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감정은 기쁨이었다.

그리고 앞선 도운이 형의 소감이 모두 끝나자 이렇게 마무리가 되나 싶었는데, BGM이 끊기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뭔가 타이밍상 계속 말해도 되는 분위기인데.

“한 분 더 소감해주시죠!”

MC 중 한 명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난 옆에 있던 도운이 형으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게 되었다.

“어, 네. 정말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들,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자주, 오래,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를 떼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다했는지 MC분들은 서둘러 마지막 멘트를 이야기하고 계셨다.

이어서 방송 종료와 함께 우리 노래가 무대 위로 울려 퍼졌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여러분!”

그 뒤 멤버들과 나는 노래가 시작되기 전까지 정신없이 인사를 했다. 앞에 계신 팬 분들 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향해서도.

“모여, 모여!”

이어서 또 다시 우리만의 둥글게 둥글게 타임이 시작되었다. 어느새 이 정신없는 둥글게 둥글게에도 적응한 지 오래였다.

이제는 그 어떤 그룹보다도 빠르게 돌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후 반주가 나오면서 앵콜 무대가 시작되었다. 멤버 모두 신이 났는지 저마다 무대 위를 열심히 뛰어다녔다.

물론 도중에 안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더불어 너무 신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멤버들의 파트에 화음을 넣고 다녔다. 원곡에는 없지만, 그래도 앵콜이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치닫는 나의 고음 파트. 평소 무대와 별다를 게 없었지만, 오늘은 조금 더 질러보았다.

기분이 좋은 탓에 나도 모르게.

동시에 팬 분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그렇게 우리는 앞에서 환호해주시는 팬 분들과 함께 한동안 무대 위에서 즐겁게 뛰어놀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앵콜이 끝날 무렵, 우리는 단체로 팬 분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하며 그날 앵콜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무대를 내려오면서 든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우리의 팬클럽명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팬클럽명은 언제 짓지.

* * *

- 윈썸 1위야!!!!!!!!!!!!!!!!!

- 윈썸 굿챔피언 1위

- 지금 왔는데 윈썸이 1위라고?

- 윈썸 1위했어? 헐

- 빈집 제대로네ㅋㅋ데뷔 일주차에 1위ㅋㅋㅋㅋㅋㅋ

└ 응 상대 설민이었고요

- 윈썸 그럼 내일도 1위하려나?

└ ㅋㅋㅋㅋ낼은 못해

└ 내일은 어렵지 않을까ㅠㅠ

- 와 대형이 좋긴 좋네 데뷔하자마자 1위라니ㅋㅋㅋㅋ

- 애들 마지막에 다같이 쪼르르 팬들한테 인사하는 거 넘 귀여웠다ㅠㅠ

- 근데 윈썸 앵콜 잘하네? 좀 놀람ㅋ

- 윈썸 앵콜 라이브 잘한다 특히 우세현

- 우세현이 메보 맞지? 진짜 누가봐도 확신의 메보네ㅋㅋㅋㅋ

- 오 라이브 잘하네 솔직히 기대 많이 안했는데

- 윈썸 라이브 잘해 특히 우세현 안지호 차선빈 얘네 플온스 때부터 라이브 잘한다는 소리 많이 나왔음

- 진짜 쌩으로 다 부르네 잘한다

- 우세현 화음 넣고 다니는 거 봄? 미쳤어

- 세현이 오늘 앵콜에서 고음 지르는데 진심 소름 돋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위 앵콜 무대까지 모두 끝낸 이후, 우리는 곧바로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로 향했다.

“우세현! 오늘 앵콜 뭐냐?”

“왜?”

“장난 아니었어. 평소보다 더 쩌렁쩌렁해서 놀랐다.”

“아, 맞아. 특히 아까 고음 파트. 거기서 진짜 깜짝 놀랐어.”

그, 기분이 너무 좋아가지고······.

생각보다 훨씬 들떴던 모양이다.

이렇게 되니 너무 오버한 건 아닐지 괜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멤버들과 무대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했던 건 다른 게 아닌 공식 계정 업로드였다.

오늘의 1위를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그때까지 내 손에는 오늘 받은 트로피가 꼭 쥐어져 있었다. 생각보다 크고 무거웠다. TV로 보던 것보다 훨씬 번쩍번쩍하기도 했고.

“다들 모여!”

“세현이가 중앙에서 들고 있어.”

“네.”

그렇게 찍은 단체 사진을 우리는 곧바로 업로드했다. 다 같이 손 하트를 날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WINSOME @WINSOME_INENT

오늘의 굿챔피언 1위, WINSOME!

여러분 저희가 처음으로 1위를 했어용!

모두 여러분들 덕분이에용. 씬나씬나

앞으로도 우리 오래도록 함께해용!

사랑하고 감사합니당! 히히

[단체 사진.jpg]

#오늘1위윈썸 #첫1위했어요 #기분완전좋음 #팬여러분께감사 #앞으로도함께 #HARAM

└ 악 얘들아 축하해!

└ 윈썸 1위 ㅊㅋㅊㅋㅊㅋㅊ

└ 1위가수 윈썸 ㅊㅊㅊㅊㅊ

└ 애들 너무 이뿌당ㅠㅠㅠㅠㅠㅠㅠ

“와, 진짜 이게 현실인가?”

“그러니까요. 나도 아직도 안 믿겨요.”

“현실이 맞더라고. 내가 아까 꼬집어봤어.”

“뭐? 벌써 꼬집었어?”

“응.”

나도 현실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길래.

하지만 다행히도 현실이었다.

“얘들아, 축하한다!”

그리고 그날,

회사에서는 첫 1위 기념 축하 파티를 열어주셨다. 사전에 준비해주신 케이크도 자르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첫 1위를 제대로 기념했다.

또한, 우리의 1위와 관련해 기사도 많이 올라왔다.

그도 그럴 게 데뷔 일주일만의 1위였다. 시기가 좋았고,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라 할지라도 1위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데뷔하자마자 초고속으로 1위 달성, 윈썸 제2의 루트 되나?

막강 신인 윈썸, 설민 꺾고 굿챔피언 1위

루트 동생 그룹 윈썸, 데뷔 일주일만에 1위 달성

시작점부터 다른 윈썸, X세대 탑으로 올라서나

그리고 그다음 날.

우리는 또 다른 케이블 음악 방송에서 1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쉽게도 굉장히 적은 점수 차로 2위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날도 마찬가지로 공계에 글을 올렸다.

WINSOME @WINSOME_INENT

오늘은 2위!

하지만 그래도 정말 고마워요.

이번 활동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럼 내일 뮤직 오피스에서 봐요!

#SEHYUN

#WINSOME

└ WINSOME @WINSOME_INENT

사진을 까먹었어요. 놓고 갈게요.

[단체사진.jpg]

* * *

음악 방송 3주차가 되면서 음방을 도는 것도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물론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하는 게 아직 좀 힘들긴 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하다 보니 또 할만했다.

숙소에 오자마자 쓰러지는 건 여전했지만.

우리의 이번 앨범 활동 기간은 4주 정도로 계획되어있었다. 그러니 다음 주가 이번 데뷔 앨범 활동의 마지막인 셈이었다.

그리고 그 시점 때쯤, 매니저 형으로부터 행사가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무슨 행사인데요?”

“위아 케이팝 콘서트 (WE ARE K-POP CONCERT) 라고 이번에 인천에서 진행하는 케이팝 콘서트인데, 거기 나가게 됐어.”

“아아, 케이팝 콘서트.”

그리고 활동이 끝나는 주 토요일, 그날 우리는 케이팝 공연 행사를 뛰게 되었다.

케이팝 공연 행사는 보통 다른 일반 공연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가수들이 출연했다.

그에 따라 출연 가수들의 스펙트럼도 다양했고. 우리 같은 신인 그룹이 나오기도 하는 반면, 연차 높은 선배 그룹이 나오기도 했다.

라인업이 좋은 기업 행사의 경우, 보통 우리 같은 신인에게까지 섭외가 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매니저 형을 통해 행사 라인업을 확인한 결과, 그날 공연에는 인터니티와 블랙엘을 포함한 다양한 가수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연차가 낮은 건 당연하게도 우리였다.

“그런데 체이스도 나오네?”

“어, 그렇네요.”

체이스(Chase)는 작년에 데뷔한 RA 엔터테인먼트의 남자 신인 그룹이었다. 작년 5월쯤 데뷔했으니 아직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인이다.

하지만 여느 대형 기획사의 신인 그룹이 그러하듯 체이스는 데뷔와 동시에 빵 떴다.

지난해 각종 신인상을 휩쓴 것은 물론이고, 앨범 초동 판매량도 30만장이 넘었다. 총판은 거기에 플러스 알파였고.

그렇게 체이스는 데뷔 반년 만에 라이징 자리에까지 올랐고, 국내 팬들을 쓸어 담고 다녔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모두가 이미 예상을 했던 바였다.

체이스가 뜰 것이라는 건, 처음 데뷔 기사가 났을 때부터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게 RA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니까.

시작부터 다른 기획사 그룹들과는 주목도 자체가 달랐다.

“여기 그룹이 너희랑 나이 차가 별로 안 나지?”

“네. 아마 그럴걸요.”

데뷔 시점이 비슷하다 보니 우리와 체이스는 전반적으로 나이대가 비슷했다. 아마 가장 나이가 많았던 멤버가 20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나저나 체이스를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네. 방송을 하면서 언젠가 만나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이렇게 데뷔하자마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혹시 이번 기회에 친해지고 그럴 수도 있으려나?”

“왜요? 은찬이형, 체이스랑 친해지고 싶어요?”

“뭐, 꼭 그렇다기보단···같은 신인이고 하니까 친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나잇대도 비슷하고.”

“에이. 친해지고 싶은 거 맞네.”

“아니, 친해지고 싶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런 거야? 친구 생기면 좋잖아!”

“그쪽에선 친구 먹기 싫을 수도 있죠~”

“······너 잠깐 와봐.”

그렇게 백은찬과 신하람은 한동안 옥신각신했다.

하지만 백은찬의 말대로 물론 지금이 아니더라도 활동을 하다 보면 친분이 생길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종종 마주칠 테고.

‘아, 근데 혹시 안지호라면 체이스랑 이미 친분이 있으려나.’

갑자기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안지호는 (前) RA 엔터 연습생이었다. 나이대도 비슷하니 어쩌면 친분이 있는 멤버가 있을지도 몰랐다.

“안지호.”

“왜.”

“혹시 체이스 멤버 중에 아는 사람 있어?”

“아! 맞다! 지호 형, RA 연습생이었죠!”

“헐.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안지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가만히 있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어. 있어.”

어? 진짜 있네.

당연히 있지 않을까 하긴 했지만···어쨌든 있는 건 맞구나.

하지만 그 대답 다음으로 들리는 안지호의 생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의 것이었다.

[“아주 더러운 친분이 있지.”]

더러운 친분?

그리고 안지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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