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80화 (80/413)

80화. 오늘 여러분은 시간술사입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자체 컨텐츠 촬영이 있었다.

오늘 찍을 컨텐츠는 실내 세트장에서 진행이 되었는데, 도착해보니 마치 시계점을 연상케 하는 화려하고도 다양한 시계들이 세트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와, 시계 봐. 이거 왠지 엄청 비싸 보인다.”

“근데 모양이 다 특이하네. 이것 봐, 여기 별 모양처럼 생긴 것도 있어.”

“오오.”

그 말에 백은찬과 신하람이 동시에 감탄했다.

다들 그렇게 화려한 시계를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여 있는데 반면, 어째서인지 차선빈은 홀로 다른 시계 앞에 서 있었다.

“무슨 시계 보는 거야?”

“이거. 이 시계.”

차선빈이 가리킨 시계는 어렸을 적, 집에서 한 번씩은 봤을 법한 엔티크한 뻐꾸기시계였다.

“뻐꾸기시계?”

“응. 이거 아직도 우리 집에 있거든.”

“오, 아직도 걸려 있어?”

“응. 고장이 잘 안 나더라고.”

우리 집에 있던 건 어렸을 적에 형이랑 놀다가 내가 고장 내버렸는데.

그 당시 부모님이 잠깐 외출하신 사이 형이랑 집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그만 시계를 공으로 맞추는 바람에 고장을 내버리고 말았다.

그때 엄청 혼났었는데.

게다가 형이 나를 감싸준답시고 자기가 했다고 말하는 통에 서로 했다고 부모님께 고해성사한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뻐꾸기시계를 보니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이 생각났다.

[“숙소에도 하나 걸어두고 싶다······.”]

아무래도 차선빈은 숙소에도 뻐꾸기시계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우리 숙소에도 하나 걸까?”

“어, 응?”

그러자 차선빈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이 시계 말이야. 숙소에도 하나 걸어두면 어떨까 해서. 이런 고풍스러운 시계 하나쯤 있어도 좋잖아.”

“아, 난 좋아.”

차선빈이 반기는 기색으로 답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다른 애들한테도 한번 물어봐야겠다.”

“응.”

그런데 걸려면 어디에 걸어두는 게 좋을까. 역시 이런 시계는 거실이 어울리겠지?

아, 근데 보통 비용은 얼마나 하지.

막상 걸려고 하니 문득 비용 생각이 났다. 이런 시계, 비싸지 않을까.

아무래도 나중에 검색을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

“촬영 바로 들어갈게요!”

촬영은 지체되는 것 없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오늘 자컨의 컨셉은 바로 ‘시간 술사’였다.

우리 6명은 모두 시간 술사가 되어 제작진이 준비한 몇 개의 미션을 수행하면 되는 거였다.

더불어 여기에 오늘 의상은 멤버 모두 짙은 파란색 베스트 정장을 입었다. 스타일리스트 누나의 말에 따르면, 시계 토끼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의 자컨 주제가 시간 술사인 것은 일종의 앨범 컨셉의 연장선이었다.

“그럼 오늘 하실 촬영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도록 할게요.”

녹화가 시작되자 자체 컨텐츠 담당 PD인 박성민 PD님께서 오늘 할 촬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시간술사라는 컨셉에 맞게 여러분은 각 미션에 성공을 할 때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시간’을 부여받게 되실 겁니다.”

“시간이요?”

“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정말로 시간 그 자체를 말하죠.”

시간 그 자체?

“여러분이 부여받은 시간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자유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혹시 받은 시간만큼 자유시간을 주시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동시에 멤버들의 눈이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려 자유시간이었다. 자유시간! 그러니까 원하는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 그 시간에는 정말 저희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예요?”

“음, 그렇긴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를 거예요.”

“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저희가 드리는 자유시간은 멤버 각자의 자유 시간이 아니라 멤버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자유시간이거든요.”

“아, 그럼 자유시간이긴 한데 6명 단체 자유 시간 같은 거라는 거죠?”

“네. 정확해요.”

미션 성공 시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원하는 걸 할 수 있되 멤버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여기에 추가 조건이 하나 더 붙었다. 그건 그 시간 동안 하고 싶은 활동을 멤버끼리 상의하여 한 가지를 정해야 했다.

“참고로 그 활동이 뭐든 상관없어요. 놀이공원에 가셔도 되고, 그냥 집에서 쉬셔도 되고. 어떤 활동을 할지는 완벽하게 자유예요.”

“하지만 당연히 카메라는 있겠죠?”

“야, 너무 당연한 걸 묻는 거 아니냐.”

“아니, 난 혹시나 했지······.”

백은찬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쉽게도 당연히 카메라는 함께 할 겁니다.”

그렇다면, 야외 활동을 하는 게 좋겠네.

그래야 그림도 나오고 분량도 나올 테니까.

“어? 근데 우리 전에도 이런 적 있지 않았냐? 자유시간 받았던 적 있는 것 같은데.”

“어, 그러게. 생각해보니 멤버도 이 멤버네.”

그러고 보니 플온스 때도 이와 비슷한 자유 시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건 6명이 꼭 함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제작진과 카메라가 붙는다는 거였다.

이렇게 보니 좀 다르긴 하네.

“총 3가지 게임으로 준비되어 있고요, 미션 하나 성공 시 1시간의 시간을 드릴 겁니다.”

1시간이면 꽤 많네.

그럼 모두 성공하면 3시간인가.

그보다 3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아, 근데 생각해보니 3시간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네. 어쩌면 아예 시간을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근데 그럼 분량이 나오나······.’

뒤에 분량을 위해서라도 이왕이면 한 시간이라도 얻는 게 좋은데.

그렇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체 없이 곧바로 첫 번째 미션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미션은 바로 이겁니다.”

그와 동시에 앞에 있는 프롬프트에 띄워진 미션의 내용.

[신조어, 줄임말 맞추기]

이거 처음부터 난관이겠는데.

* * *

첫 번째 미션으로 나온 건 바로 신조어 혹은 줄임말 맞추기 게임이었다.

일단 난 자신이 없었다.

신조어, 줄임말.

평소에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멤버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맞추기 할 거고요. 6명 멤버 모두 정답을 맞히시면, 그대로 미션 클리어입니다.”

음. 이거 잘못했다간 제대로 민폐가 될 것 같다.

“순서는요?”

“순서는 한번 의논하셔서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럼 일단 순서를 잘 정해야겠네.

그리고 우리는 곧바로 게임 순서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시작부터 큰 고비를 맞이했다.

“아니, 자신 있는 사람이 하람이뿐이야?”

“백은찬, 너도 못 하냐?”

“그렇게 못하는 건 아닌데,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다고도 못 하겠다······.”

“음······.”

아무튼 이러한 경위로 인해 당연하게도 가장 마지막 순서는 신하람이 하게 되었고, 신하람 바로 앞 순서는 내가 맡게 되었다.

“세현이, 괜찮겠어?”

“네. 제가 한번 해볼게요.”

사실 나도 자신이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건 솔직히 말해서 내 능력을 믿고서였다.

‘사실 이런 게임에서까지 굳이 능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지금은 일단 조금이라도 시간을 확실하게 획득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획득하게 된다면, 다음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테고.

무엇보다 뒤에 남아있는 미션들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미션들일지 어떨지도 몰랐다.

만약 몸을 사용하는 미션이거나 한다면, 능력을 활용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활용할 수 있을 때 활용하는 게 좋겠지.

이 미션에서 내가 능력을 사용할 방법은 간단했다. 문제를 내실 박 PD님의 생각을 읽는다. 그게 다였다.

“와, 이거 별것도 아닌데 괜히 떨린다.”

“야, 은찬아. 니가 첫 번째인데 떨면 어떡하냐.”

“혹시 모르니까 미리 사과해둘게요. 우리 누가 못 맞춰도 서로 원망하지 말기로.”

“원망할 건데.”

“안지호, 넌 말 안 해도 원망할 거 알고 있어.”

“잘 아네.”

그래도 우리 진짜 원망은 하지 말자······.

그, 사람이 모를 수도 있지.

“기회는 한 번이고요, 편도예요. 그리고 대답은 3초 안에 말씀해 주셔야 하고요. 준비가 되셨으면 바로 시작할게요.”

“네.”

그렇게 시작된 첫 번째 미션.

순서는 나를 제외하고 [백은찬-차선빈-안지호-윤도운-신하람] 순이었다.

방식은 박 PD님께서 들고 계시는 스케치북의 문제를 보고 그에 대한 답을 말하면 됐다.

[겉바속촉]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네, 정답입니다.”

다행히 게임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직까지 크게 어려운 문제는 없었다.

“네, 다음은 세현 씨.”

그렇게 돌아온 내 차례.

앞서 멤버 4명 모두 정답을 맞힌 상태였다.

그리고 그대로 박 PD가 들고 있던 스케치북의 종이를 한 장 넘겼다.

[당모치]

당모치?

당모치가 뭐지?

정말 처음 보는 단어였다.

‘일단 줄임말인 건 확실한데······.’

하지만 모름에도 불구하고 급한 마음은 전혀 안 들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능력을 켜놓은 거니까!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

네?

순간 머릿속이 정지됐다.

아니, 그 답은 정해져 있고 나만 대답하면 되는 게 맞긴 한데······.

“자, 세현 씨.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네?”

“3, 2······.”

아니, 잠깐만!

당모치? 당모치가 뭐지?

당장 모가지······아, 아니. 이건 아니지.

그, 당장 모여서 치킨?

“1······.”

악!

“당장 모여서 치킨 먹자!”

“땡!”

“아······.”

그렇게 내 시간은 결국 끝나고 말았다.

동시에 멤버들이 그런 나를 안타까워하며 아우성을 쳤다.

“아아, 우세현!”

“아, 세현아! 아깝다!”

“근데 당모치가 뭐야?”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요!”

아, 그런 거였냐.

그것도 모르고 치킨 먹자 이러고 있었네.

그나저나 그 순간에 왜 답이 아닌 다른 생각이 튀어나온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물론 그 순간에 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앞선 순간까지는 모두 속으로 정답을 외치고 계셨다고!

[“어라, 페이지를 하나 더 넘겼네.”]

‘······.’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뜯을 뻔했다.

* * *

앞선 상황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원래 나에게 주어질 문제는 [답정너]라는 줄임말이었다.

그러니 앞서 생각하신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이게 정말 정답이었던 거다.

하지만 피디님의 실수로 페이지를 겹쳐서 넘기는 바람에 마지막 문제인 [당모치]가 그만 내 차례에 나와 버리고 만 것이다.

‘바보 같이 능력만 믿고 너무 까불었어.’

순간 후회가 밀려왔지만,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곧바로 멤버들을 향해 사과를 전했다.

“아니, 뭐 게임 하나 실패했다고 그렇게까지 풀이 죽어있냐.”

“맞아. 안 그래도 돼.”

“그렇게 서 있으면 거북목 된다.”

일단 목은 좀 폈다.

앞서 멤버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애초에 나만 아니었어도 성공했을 텐데.

“그럼 바로 다음 미션 갈게요.”

그리고 곧바로 지체 없이 두 번째 미션으로 넘어갔다. 이어서 프롬프트에 다음 미션의 주제가 나왔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바로 이심전심 게임이에요.”

이심전심 게임.

이거라면, 진짜 멤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아는 그 게임이 맞는다면.

그리고 다행히 내가 알던 그 게임이 맞았다. 앞에 보이는 단어를 보고 6명이 똑같은 포즈를 취하면 성공하는 그 게임.

“딱 3번이에요. 시간 안에 딱 3번만 일치하시면, 미션 클리어로 해드립니다.”

그래도 이번엔 첫 번째 미션과 다르게 중간에 실패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게다가 능력을 사용한다면, 해당 단어를 보고 멤버들이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게임에서는 파악하기만 해서는 안 됐다. 전원이 똑같은 동작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생각한 걸 짧은 시간 안에 전달도 해야 했다.

‘이렇게 보니 꽤 까다로운 미션이네.’

특히나 멤버들이 생각하는 게 모두 가지각색이라면, 설령 생각을 안다 해도 그걸 통일시키기 쉽지 않을 터였다.

‘되도록 될 것 같은 문제를 노려보자.’

앞서 그렇게 당해놓고 또 능력을 사용하려는 게 웃기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다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시작된 이심전심 미션.

우리는 곧 첫 번째 문제를 맞이했다.

[제시어 : 하트]

“하트? 하트?”

“형들, 그 하트 있잖아요! 그 하트!”

“어떻게, 작은 걸로 가? 아님 큰 거?”

멤버들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나는 그런 멤버들을 향해 중간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가장 작은 걸로 가! 그리고 보편적인!”

그리고 그날, 나는 아주 다양한 모양의 작은 하트들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쉽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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