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우세현을 이겨라.
“네. 두 번째 미션, 성공하셨습니다!”
두 번째 미션이었던 이심전심 게임.
다행히도 이 게임은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아, 진심 힘들었다······.”
“마지막엔 진짜 아슬아슬했어. 만약 세현이가 낮이라고 안 외쳤다면 큰일 날 뻔했어.”
“맞아요. 거기서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멤버들이 그 순간 저마다 안도의 한숨을 보였다.
가장 마지막에 출제되었던 문제는 바로 [시계].
사실 시계라고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게 바로 시곗바늘이었다. 다행히 멤버들 모두 나와 동일한 시곗바늘을 떠올렸으나 문제는 바늘의 방향이었다.
[“9시? 아니, 12시로 해야 하나?”]
[“3시 방향이 편하니까 3시로 하자.”]
[“그냥 시계 자체를 표현할까.”]
그래서 생각해낸 게 ‘낮’이라는 키워드였다. 낮이라고 하면, 곧바로 3시 방향을 떠올릴 테고 그걸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3시 방향을 가리킬 테니까.
그리고 앞서 맞춘 두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는 두 번째 미션을 마침내 클리어했고, 1시간이란 시간을 얻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 미션입니다.”
어느새 벌써 마지막 미션이었다.
만약 이번 미션을 성공한다면, 2시간이란 시간을 획득할 수 있을 터였다.
뭐가 나오려나.
마지막인 만큼 좀 쉬운 미션이 나왔으면 했다.
“여러분이 하실 마지막 미션은 바로, <세현이를 이겨라> 게임입니다.”
“네?”
순간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누구를 이겨라요?
“우세현을 이겨라? 이게 뭔데요?”
그리고 이에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세현 씨를 이기시면 됩니다.”
“뭐로요? 뭐로 세현이 형을 이겨요?”
그러자 박 PD가 미소와 함께 답했다.
“가위바위보요.”
* * *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미션.
그 미션은 바로 가위바위보로 나와의 승부에서 이기는 게임이었다.
뜬금없이 나를 이기라니.
그보다 제작진도 내가 가위바위보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모양이다.
“가위바위보로 세현이 형을 이기라고요? 이거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아냐.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어. 그래도 5 대 1인데. 이쪽이 전적으로 유리해.”
“잠만. 그보다 지금까지 우세현이랑 가위바위보 해서 한 번이라도 이긴 사람 있어요?”
“······.”
그 말에 멤버들은 모두 침묵했다.
그리고 그때, 중간에서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안지호가 나서며 말했다.
“이긴 적은 없지만, 진 적도 없는데.”
“그건 무슨 소리냐? 비겼다는 거야?”
“아니. 애초에 일대일로 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모든 멤버와 가위바위보를 해본 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체로는 한두 번 해봤지만, 일대일로는 몇 명 안 해본 터였다.
“그럼 확실히 이쪽이 유리하긴 하네. 저희가 한 번만 이기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네. 그렇죠.”
“그럼 뭐, 쉽네.”
일반적으로 보면 사실 이건 제작진 측에서 거저 주는 미션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무려 5대 1이다.
가위바위보를 한 사람이 연속으로 5번 이기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물론 나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그렇지만 반대로 5명 모두에게 지는 것도 나에게는 역시나 쉬운 일이었다.
‘이렇게 된 거 한 번에 져서 이번 미션은 확실하게 확보하고 가자.’
그럼 우리가 최종적으로 얻게 될 시간은 앞서 획득한 시간과 합해 총 2시간인 셈이다.
“세현 씨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가위바위보 순서를 어떻게 할 건지 정해주세요.”
그리고 얼마 안 가 순서가 정해졌다.
가장 첫 번째 타자는 다름 아닌 백은찬이었다.
백은찬의 경우 예측이 꽤 쉬운 편이었다.
왜냐면, 백은찬은 내기 전에 미리 뭘 낼지 생각해두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가위를 내자, 가위를.”]
지금처럼 말이다.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
“보!”
“으악!”
“······.”
하지만 결과는 나의 승리.
백은찬이 주먹, 내가 보자기였다.
그리고 내가 승리한 이유는 마지막에 마지막, 백은찬이 자신의 패를 바꿨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주먹이 낫겟다. 주먹!”]
‘내기 0.1초 전에 바꾸지 말라고!’
후. 아니야.
괜찮아. 다음에 지면 돼. 다음에.
“세현아, 뭐 낼 거야?”
“어, 전 주먹이요. 주먹 낼게요.”
그러니까 제발 보자기 내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가위바위보로 과도한 심리전 같은 거 하지 맙시다······.
하지만 도운이 형은 생각이 많은 타입이었다.
[“세현이가 주먹을 낸다고 했지? 그럼 보자기를 내면 단번에 이길 수 있겠지만, 그러다가 만약 바꿔서 가위를 내면? 아니, 애초에 세현이는 우리 편이니까 정말로 주먹을 낼지도 모르는······.”]
아니, 제발 그냥 보자기······.
“좋아,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
“보!”
“으악!”
“······.”
또 이겼다.
그, 도운이 형 생각은 읽어도 힘들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뭘 낼지 판단이 안 선 탓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도 결국 난 이겼다.
신하람의 경우 패를 뭘 낼지 낼 때까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정말 그냥 가위바위보한다는 생각으로 냈는데, 그대로 이겨서 승리.
‘이거 그냥 능력 끄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괜히 머리 굴리다가 점점 더 복잡해지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머지 두 판은 그냥 하기로 했다. 능력 없이. 정말 순수 가위바위보.
[현재 상태 : OFF.]
애초에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어.
그럼 첫판에 그냥 졌을지도 몰랐는데.
이제 남은 건 차선빈과 안지호뿐이었다.
“근데 차선빈은 가위바위보 못 하지 않나?”
“아, 맞아. 선빈이는 좀 못하는 편이야.”
“저 형 단체로 할 때도 맨날 제일 먼저 빠지잖아요. 혼자 져 가지고.”
그러고 보니 차선빈도 가위바위보를 참 못 했다. 그렇다면 결국 승부가 결정되는 건 안지호 차례인가.
그리고 들어간 차선빈과의 승부.
“가위, 바위!”
“보!”
“어······.”
??????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 * *
‘어라······.’
차선빈과의 앞선 가위바위보 승부.
거기서 승리한 건 바로 차선빈이었다.
“헉! 선빈이 형, 이겼어요?”
“대박! 차선빈이 우세현 이긴 거냐, 지금?”
“미쳤다!”
그리고 동시에 멤버들의 둥글게 둥글게 타임이 시작됐다. 물론 나 역시도 얼떨결에 끌려가는 통에 그 무리에 합류했다.
생각지도 못해서 좀 당황스럽긴 한데, 그래도 일단 미션을 클리어했다는 게 중요했다. 음, 그래. 그게 중요하지.
“야, 이거 알고 보니 차선빈이 끝판왕이었네!”
“선빈이 형, 그동안 혹시 가위바위보 못한 척한 거 아니에요? 사실은 다 우리를 봐준 거지!”
“헉, 소름. 야, 진짜 그거냐?”
그 말에 차선빈은 알 수 없는 미소만 보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뭐야, 그러니까 더 그런 것 같잖아.
이제 보니 약간 실눈캐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는 것 같고······.
물론 차선빈이 실눈은 아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고.
“자, 미션에서 승리하셨으니 이번에도 역시 그에 대한 보상으로 1시간이란 시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미션을 모두 마치자, 어느새 촬영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오늘 모두 수고 많으셨고요, 오늘 하루 시간 술사인 여러분들이 획득한 시간은 모두 2시간입니다.”
“이 2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멤버들끼리 회의를 해주시고 저희한테 알려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획득한 시간 동안 뭘 할 것인지에 대한 의논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났다.
그로부터 며칠 뒤.
우리는 다 함께 서울에 있는 한 영화관에 갔다.
“와, 영화관 진짜 오랜만이다. 이 영화관 냄새!”
“팝콘은? 너희 다 당연히 팝콘 먹을 거지?”
“팝콘이 뭐예요. 오징어랑 콜라도 먹을 건데.”
“핫도그도 먹어도 돼요?”
미션을 통해 획득한 2시간.
우리는 그 2시간 동안 다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2시간이란 시간은 사실 뭔가를 하기 좀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다.
게다가 요즘 한창 활동으로 바빴던 터라 영화관에 못 온 지도 꽤 돼서 이 기회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기로 했다.
“뭐야, 뭐 촬영하러 왔나?”
“어, 저거 걔네 아니야? 그 IN 애들?”
“뭐? IN?”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우리를 향해 저마다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하긴, 애초에 연예인이라고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카메라도 있을뿐더러 나를 포함한 멤버들의 머리색이 워낙 알록달록했던 지라.
“IN? 혹시 윈썸 인가? 윈썸이야?”
“저쪽에 촬영하러 왔대!”
“와, 대박! 윈썸이야······!”
조금씩 우리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는 게 느껴졌다. 게다가 여기가 원래도 사람이 꽤 많은 영화관인 것도 한몫했다.
“일단 뭐 볼지 빨리 정하자.”
“이거 보자, 이거. 이거 요즘 재밌다던데.”
“히어로 영화? 이거 전 편 별로 재미없던데.”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거 볼까요?”
“코미디 별로야.”
“하긴, 코미디가 은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 어떤 영화를 볼 건지 고르는 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다. 더불어 요즘 개봉한 영화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있었고.
그러던 중 영화 하나가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어때?”
“어? 추리 애니메이션?”
“응.”
그건 바로 추리 애니메이션이었다.
만화로도 꽤 유명한.
매해 극장판을 개봉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마침 지금이 딱 그 시기인 듯 했다.
“난 별로.”
곧바로 안지호가 불호를 표하고 나섰다.
하지만 안지호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모두 꽤나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다. 일단 만화 자체가 워낙 유명해서 모두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이었고 또 재밌기도 하니까.
음, 그런 의미에서 안지호를 좀 더 설득을 해볼까.
“그보다 이건 다른 극장판들보다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보아하니 흑막 관련 정보가 나오는 에피소드래.”
“······흑막 정보?”
흑막이라는 말에 안지호가 곧장 반응했다. 그래. 이 애니메이션을 안다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단어지.
“그래, 좋아. 한번 봐보지, 뭐.”
이윽고 안지호 역시 이를 수용했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우리는 추리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카라멜 팝콘과 어니언 팝콘, 그리고 오징어에 핫도그까지 손에 쥔 채로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영화는 생각보다 꽤 재밌었다.
중간중간 엄청난 스케일의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이게 또 나름 이 만화만의 매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다 끝난 후, 그대로 상영관을 나오려는데 출구 바로 앞에서 무언가를 나눠주고 있었다.
“영화 특전이에요. 영화 보신 분들에게 드리고 있는.”
그렇게 우리는 영화 특전인 애니메이션 엽서를 한 장씩 갖게 되었다.
아기토끼세현 @SEHYUNS
오늘 윈썸 단체로 CGX로 영화 보러 갔나봐!
빨머안지호사랑함 @JIJIHOHO
오늘 윈썸 영화 봤나봄? 탐라에 목격담 계속 뜨네
확신의메보 @SEHYUNI
윈썸 오늘 영화관에서 다같이 애니메이션 극장판 봤다고 함ㅋㅋㅋㅋ지인이 우연히 봤는데 단체로 쪼르르 나오면서 영화 특전도 받았대ㅋㅋ
└ 이거 진짜예요? 귀여워ㅠㅠ
└ 네ㅋㅋ사진도 있어영 나중에 올려드림
└ 귀엽다...단체로 극장판이라니ㅠㅠㅋ
- 윈썸 애들 오늘 애니메이션 보고왔나봄ㅠㅠ 다같이 특전도 받았다는데 왜 이렇게 웃기지ㅋㅋㅋㅋㅋ
└ 영화는 무조건 특전이지....특전을 안 받으면 그건 팥 없는 찐빵이야
└ 헐 특전? 그거 나도 받았는데!ㅋㅋㅋ
└ 귀여워ㅋㅋㅋ나중에 다같이 인증 한번 해줬으면 좋겠다ㅋㅋㅋ
- 근데 윈썸 오늘 영화관 무슨 촬영이었을까? 스텝이랑 카메라 꽤 있었다던데
└ 뭔가 자컨 삘이었음
└ 자컨이었으면 좋겠다 제발ㅅㅊㅅㅊ
└ 우래기들 영화보는 거 나도 보고 싶어요ㅠㅠ제발 자컨이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