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82화 (82/413)

82화. 어디에 나가게 됐다고요?

저녁 8시.

장수연은 갑작스럽게 울린 휴대폰 알람에 순간 너무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WINSOME TIME : 오늘은 우리가 시간 술사! # Episode 1]

‘미쳤다! 자컨 올라왔어!’

심지어 모처럼의 리얼리티 형식의 컨텐츠였다. 그간 녹음 자컨이나 안무영상과 같은 컨텐츠는 종종 올라왔지만, 이런 리얼리티 형식의 자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미쳤다 윈썸 자컨 올라옴ㄷㄷㄷ

- 헐 방금 윈썸 알람 울림

- X친 이게 다 무슨 일이냐ㅠㅠㅠ그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다ㅠㅠㅠㅠㅠ

앞선 장수연과 마찬가지로 다들 새로 올라온 깜짝 자컨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컨셉도 마음에 드네. 시간 술사라니. 이거 앨범이랑도 뭔가 연결이 되는 건가?’

이번 데뷔 앨범의 컨셉도 마찬가지로 시간이었다. 이번 자컨의 이름도 시간술사였고.

영상의 길이는 약 10분 정도였다.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깔끔한 베스트 정장을 입은 윈썸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코디는 합격이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시간 술사입니다.]

이어지는 오늘의 자컨에 대한 설명.

[시간술사라는 컨셉에 맞게 여러분은 각 미션에 성공을 할 때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시간’을 부여받게 되실 겁니다.]

‘아, 혹시 여기서 얻은 자유 시간으로 영화관을 간 건가?’

얼마 전에 봤던 영화관 목격담이 생각났다. 분명 촬영인 것 같긴 한데 무슨 촬영인지 아무도 몰랐던. 이제야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듯 했다.

[백은찬 : 어? 근데 우리 전에도 이런 적 있지 않았냐? 자유 시간 받았던 적 있는 것 같은데.]

[윤도운 : 어, 그러게. 생각해보니 멤버도 이 멤버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어쩐지 묘하게 익숙한 것 같다 싶더라니.

‘그때 세현이가 갔던 카페 알바생이 계 탔다면서 후기도 올리고 그랬었는데.’

그래서 한동안 팬들이 그 카페를 꽤 많이 갔던 걸로 기억한다.

첫 번째 미션은 신조어와 관련된 게임이었다. 이에 멤버 모두 자신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 우리 애들 다 신조어 잘 모를 것 같아ㅠ

- 요즘 애들이지만 요즘 애들이 아닌 우래기들.......

- 쉬운 거 내주세요 엉엉

- 그래도 하람이는 잘할 것 같은데

[신하람 : 전 자신 있어요!]

역시.

왠지 신하람은 잘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역시나 팬들이 생각한 대로 그다지 자신이 없는 게 맞았는지 다들 뒤 순서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우세현 : 그럼 제가 하람이 바로 전 순서 맡을게요.]

‘어? 세현이가 바로 전 순서?’

- 세현이가 전 순서 맡았네 의외로 세현이도 신조어 같은 거 잘 아나?

- 내 생각엔 다들 자신없어하니까 걍 자기가 하겠다고 한 것 같음ㅇㅇ

- 세현이도 신조어 잘 모를걸.....지난번에 누물보가 뭐냐고 물어보드라

└ 아니 누물보를 모른다니˃̣̣̣̣̣̣︿˂̣̣̣̣̣̣

└ 누물보는 뭐냐

└ 누구 물어보신 분? 의 줄임말ㅋㅋ

[백은찬 : 우리 원망하지 말기로 해요.]

[안지호 : 원망할 건데.]

[백은찬 : 넌 그럴 것 같았어.]

- 역시 우리의 티격태격즈ㅋㅋㅋㅋㅋ아무도 안 지죠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근데 틀리면 지호가 제일 먼저 원망할 것 같긴 함

- 근데 막상 다른 사람 틀리면 백은찬이랑 안지호랑 편먹고 틀린 사람 원망할 것 같음ㅋㅋ

하지만 게임은 의외로 순조롭게 정답 행진을 이어갔다. 그래도 제작진이 나름 난이도 조절을 좀 한 건지 정말 처음 들어보는, 그런 난이도의 문제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제작진 : 네, 다음 세현 씨!]

그렇게 온 우세현의 차례.

[당모치]

‘당모치? 당모치가 뭐지?’

- 당모치? 당모치가 뭐야?

- 당모치 뭐임? 첨 들어보는데

-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의 줄임말임

-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

- 아니 저걸 왜 줄이는 거냐;;

‘아,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

장수연 역시 그제서야 의미를 알았다.

그리고 거기서 느낌이 왔다.

‘세현이 모를 것 같은데······.’

[우세현 : 당장 모여서 치킨 먹자!]

[제작진 : 땡!]

- 앜ㅋㅋㅋ당장 모여서 치킨 먹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당장 왜 모여서 치킨을 먹어ㅠㅠㅠㅋ

- 역시 ㅠㅠ 세현이 모를 줄 알았다ㅠㅠ

- 문제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감ㅋㅋ

- 근데 솔직히 나도 치킨 생각부터 났음ㅋㅋㅋㅋㅋ

그리고 화면 속 우세현은 곧 낙심하듯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 세현이 아쉬워하는 거 봐ㅠㅠ

- 갱차나 다음 거 잘하면 되징

- 오구오구 그래도 잘했다 세현아ㅠㅠ

그리고 아쉬워할 새도 없이 게임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 미션의 게임은 바로 이심전심이었다.

- 그래도 이건 꽤 할만 할 것 같은데?

- 문제만 쉬우면 그래도 금방 맞출 듯

- 근데 난 왜 벌써부터 불안하냨ㅋㅋㅋㅋ

[백은찬 : 그래도 이건 아까보다 더 낫지 않을까?]

[신하람 : 그럴걸요. 우리 진짜 한 번에 가자고요.]

멤버들 역시 첫 미션 때보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래, 이번엔 꼭 성공하자.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영화를 볼 시간을 얻었으니 이 게임이나 다음 게임은 성공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제시어 : 하트]

‘하트! 하트는 좀 쉽지.’

[제작진 : 네, 그럼 하나 둘 셋!]

그리고 그 순간, To be continued 라는 문구와 함께 화면이 멈췄다.

- 악ㅠㅠㅠ여기서 끊다니ㅠㅠㅠㅠㅠㅠ

- 그래도 애들 성공했을 듯ㅋㅋㅋㅋ영화 보러 간거 보면!

- 근데 예고편보니까 하트가 다다른 것 같던데......?

└ 뭐....? 하트가 달라.......?

- 얘드라ㅠㅠㅠㅠㅠ어떻게 된거니ㅠㅠㅠㅋ

그렇게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남긴 채, 윈썸의 자체 컨텐츠 <시간 술사>의 첫 번째 편은 그대로 막을 내렸다.

‘역시 예능 형식 자컨이 최고야.’

다른 것도 좋았지만, 역시나 만족도가 제일 높은 건 오늘과 같은 형식의 자컨이었다. 애들도 귀엽고, 더불어서 재미도 있고.

반응을 보니 다른 팬들 역시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니 앞으로 자주자주 좀 내주라고!

그리고 그날,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앞선 윈썸의 자컨 캡쳐와 함께 다음과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HOT!] 요즘 애들이 많이 쓴다는 신조어

사진 출처 : 윈썸 자체 컨텐츠.jpg

그러면서 많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나름 화제가 되었고, 그로 인해 그 글은 올라온 지 반나절 만에 댓글이 200개가 넘는 인기 글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 * *

이제 곧 음악 방송의 막방을 남겨놓고 있던 시점. 우리는 매니저 형으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하나 듣게 되었다.

“네? 뭐가 들어왔다고요?”

“예능. 예능 섭외가 들어왔다고.”

“예능이요?”

그 말을 듣던 백은찬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크게 놀랐다.

“케이블이죠?”

“아니. 공중파.”

“공중파요? 공중파 예능이라고요?”

공중파라는 단어 하나에 이제는 아주 기절할 기세였다.

“무슨 예능인데요?”

“밴드. 밴드 예능.”

밴드 예능.

공중파 밴드 예능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긴 했다.

“그거 혹시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 이거예요?”

“어? 세현이 아네? 맞아. 그거야.”

모를 수가 없지.

예전에 밴드부였을 당시 부원들이랑 같이 매주 열심히 시청했었으니까.

이번에 우리에게 들어온 공중파 예능은 SBO 평일 저녁 예능인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이었다.

이 예능은 제목 그대로 연예인들의 밴드 모임을 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연 연예인들은 저마다 한 명씩 밴드 포지션을 맡고, 매주 외부 행사 요청에 따라 밴드 공연을 꾸미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그 프로에서 우릴 왜?

내가 알기론 그 프로에는 게스트 제도가 없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고정 출연자들로만 녹화가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고.

“이번에 고정 출연자 2명이 스케줄 때문에 한 주만 녹화를 진행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번만 그 자리에 게스트를 대신 넣기로 했대.”

“아······.”

“근데 그럼 첫 게스트인 셈이네요?”

“그렇지.”

근데 그 첫 게스트를 신인인 우리를?

“근데 왜 우리에게 온 건데요?”

“뭐, 원래도 거기 PD가 한 번쯤 아이돌을 쓰고 싶었나 봐. 아무래도 아이돌이 나오면 젊은 층 사이에서도 화제가 더 올라가고 하니까.”

젊은 층 타겟이라.

거기 출연진들이 그렇게 젊은 나이대는 아니었지. 아, 한 사람은 빼고.

“그리고 굳이 그게 우리인 이유는 아마 영상을 봤나 봐.”

“네? 영상이요?”

“응. 세현이 밴드부 시절 영상.”

아······.

그때 그 공연 영상?

길거리 버스킹을 했던 당시에 찍었던 바로 그 영상이었다.

“제작진 측에서 그걸 인상 깊게 봤는지 콕 집어서 세현이 널 게스트로 하고 싶다고 요청했더라고.”

“오, 우세현?”

“이야, 세현이 형?”

“픽 받았네! 픽 받았어!”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피디픽인 거냐.

하지만 그 사실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일단 아무리 음악 예능이라고 해도 첫 공중파 예능이니 그에 따른 부담감도 어느 정도 있는 게 사실이었고.

그리고 그것 말고도 부담스러운 게 하나 더 있었다.

“어, 근데 거기 그 사람 나오지 않나?”

“그 사람이요? 그 사람 누구요?”

“어······.”

그러더니 곧 윤도운이 내 눈치를 봤다.

그래. 그 사람이 나오지. 그 프로엔.

“신도하.”

“응?”

“그 프로그램, 루트 신도하 프로야.”

그 프로그램의 출연진 중에는 형과 함께 루트 멤버였던 인물, 신도하가 있었다.

* * *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에서 신도하는 보컬 포지션을 맡고 있었다. 원래도 루트의 메인 보컬이기도 했고, 그만큼 실력이 좋기로 워낙 유명했다.

신도하가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자 멤버들 사이에는 잠시 정적 아닌 정적이 흘렀다.

보아하니 다들 같은 걸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가장 먼저 깬 것은 다름 아닌 안지호였다.

“근데 꼭 얘가 나가야 하는 거예요?”

“지금 상황에선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어. 그쪽에서 세현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섭외를 요청해온 터라.”

매니저 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당연히 나가야죠.”

“뭐?”

“좋은 기회잖아. 나가야지.”

확실히 달갑지 않은 건 사실이다. 형과 같은 멤버였던 신도하와의 만남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좋은 기회를 그대로 날릴 수는 없었다.

무려 공중파 예능이었다.

평일 늦은 저녁 시간이기는 해도, 우리 같은 신인에게는 그룹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릴 귀중한 기회였다.

“근데 거기서 저희는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데요?”

“말 그대로 땜빵이지. 고정 출연자들이 빠진 자리를 그날만 너희가 채우면 돼.”

그렇다면 가서 연주만 하면 된다는 얘기겠네. 물론 예능인만큼 이런저런 신경 쓸 거리가 많겠지만, 그래도 일반 예능보다는 그나마 할 만할지도 몰랐다.

“듣기로는 비는 자리가 피아노랑 기타래.”

“어, 그럼 피아노 자리에 세현이 형이 딱 맞긴 하네요.”

“그러게. 그게 참, 자리가 마침 딱 이긴 해······.”

우리 팀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근데 그럼 기타는 누가 가?”

반면 기타를 칠 수 있는 사람은 멤버는 무려 3명이었다. 차선빈, 안지호, 백은찬.

“우세현 말고 따로 지목한 멤버는 없는 거죠?”

“응. 그러니까 회사랑 의논해서 결정하면 될 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는 매니저 형의 말대로 회사와 오랜 의논 끝에 나와 함께 출연을 할 멤버를 마침내 결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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