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83화 (83/413)

83화. 근데 너 정말 괜찮은 거지?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의 메인 PD인 이허성은 오늘, 잠시 고민에 휩싸여있었다.

“그러니까 한 주에 고정 출연자가 두 명이나 빠지게 됐다는 거지?”

“네.”

“어이고······.”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냐.

보통 고정 프로가 있는 경우 출연자 측에서 최대한 스케줄 조정을 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그게 어떻게 잘 안됐던 모양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오랜 회의 끝에, 이번만 특별히 게스트를 초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게스트를 선정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스트 후보도 꽤나 다양했는데, 신인 배우부터 시작해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오르내렸다.

“음, 역시 처음 생각했던 대로 아이돌이 좋지 않을까요?”

“하긴. 요즘 아이돌이라면 악기 한두 개쯤은 거뜬히 연주 가능하잖아요.”

“게다가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도 좋고.”

“그건 그렇지.”

사실 게스트 선정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필요한 포지션인 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가능하냐는 거였다.

아무리 잘 나가고 유명한 연예인이면 뭘 해. 밴드 프로그램에서 연주를 못 하면 말짱 꽝인데.

그러한 면에서 사실 아이돌은 굉장히 좋은 선택지였다.

“요새 유명한 아이돌이 누가 있지?”

“티어로브요.”

“어, 신 작가 티어로브 팬이야?”

“맞아요. 요즘 한창 빠졌어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알겠다니까요.”

신태영 작가가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외에도 많은 아이돌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블랙엘부터 시작해 체이스까지.

남녀 구분 없이 요즘 활동하는 아이돌이라면, 한 번씩 이름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 그룹도 요즘 꽤 인기가 좋지 않나요?”

“어디?”

“윈썸이요. IN 엔터에서 나온 신인 그룹.”

“아, 윈썸.”

여기에는 당연하지만 윈썸의 이름도 거론됐다. 신인이긴 하지만 대형기획사이다 보니 아무래도 화제성이 남달랐다.

게다가 서바이벌 프로로 인해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도 꽤 인지도를 쌓은 편이었고.

“거기 그 친구가 예전에 피아노 좀 치지 않았어요?”

“아, 세현이. 우세현. 나도 알아. 예전에 한창 영상 돌았었잖아.”

“저도 그 영상 봤는데, 잘하던데요? 목소리도 좋고.”

그렇게 어느새 화제는 윈썸으로 넘어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 우도현 동생이지?”

“네. 맞아요.”

“만약 출연한다면, 이거 그림이 좀 재밌겠는데?”

“왜요? 아, 루트.”

“그래. 루트.”

현재 프로에는 마찬가지로 루트 출신 멤버, 신도하가 고정으로 있었다.

그런데 같은 루트 멤버의 동생이 여기에 나온다? 그거 왠지 좀 재밌을 것 같았다. 더불어서 흥미를 끌기도 좋을 것 같고.

“그런데 캐스팅하기 전에 도하 씨한테도 한번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 불편해하려나?”

“아무래도 같은 멤버의 친동생이잖아요. 혹시 사이가 별로였거나 했다면 달갑지 않아 할 것 같은데.”

확실히 그건 그랬다.

그래도 고정인데 넌지시 의견을 물어봐야하나 싶기도 했다.

“근데 루트 멤버들끼리 사이가 안 좋았나?”

“그 부분에 관해서는 딱히 말 나온 게 없긴 한데, 예전에 한번 난리이긴 했잖아요. 그 우도현을 뺀 나머지 멤버들만 재계약 기사 나왔을 때.”

“그래, 그랬었지······.”

우도현이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로 당시에도 많은 이유들이 거론되었지만, 그중에는 멤버 불화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상황 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멤버를 제외한 전원이 재계약을 했으니. 이는 멤버 불화설에 불을 지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이후, 우도현은 캐나다에 갔고 나머지 멤버들은 활동을 계속했다.

처음 4명으로 활동할 당시, 멤버들은 우도현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건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루트 멤버들은 재계약 활동 기간인 2년 동안 우도현을 따로 언급한 적이 없었고, 초반에 지펴졌던 불화설은 점차 그 몸집을 불려갔다.

어쨌든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알지 못하는 제작진으로써는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이를 한번 짚고 가긴 해야 했다.

“일단 그래도 한번 물어는 보죠.”

“만약 좀 그렇다고 하면요?”

“음. 그건 그때 가서 생각을 해보자고.”

일단 신도하에게도 의견을 물어볼 생각이긴 했으나 되도록 이대로 캐스팅을 진행하고자 했다.

앞서 말했듯이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았음으로.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이었다.

윈썸을 캐스팅함으로써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을 조금이라도 끌어올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다.

“그럼 일단 윈썸으로 하는 걸로.”

“네. 그렇게 하시죠.”

그 이후 제작진은 곧바로 IN 엔터테인먼트에 섭외 요청을 했다.

* * *

얼마 뒤,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의 촬영 날짜가 잡혔다.

그리고 멤버들을 포함해 회사와 의논한 결과, 나는 백은찬과 함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었다.

제작진이 요구한 기타를 칠 수 있는 멤버이자 예능이라는 포맷에 어울리는 멤버. 이러한 조건들을 전부 따져본 결과, 백은찬이 출연 멤버로 낙점된 것이다.

그렇게 출연 의사를 전달하고 난 뒤, 제작진 측에서 곧바로 우리에게 요구한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개인 곡을 하나씩 준비해오라는 거였다.

나의 경우 피아노곡을 하나, 백은찬의 경우 기타곡 하나를 준비하면 됐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개인 곡은 제작진 사전 미팅과 방송 녹화 때 사용하게 될 거라 들었다.

그래서 오늘 난 백은찬과 함께 각자의 곡 연습하러 나왔다. 당연하지만 나는 건반, 백은찬은 기타였다.

‘그나저나 건반은 오랜만인 것 같네.’

아마 플온스 PR 영상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칠 기회도 없었을 뿐더러 시간도 없었고.

“와, 기타 오랜만이다.”

“너도 오랜만이야?”

“근래에는 오랜만이지. 한동안 데뷔 준비하느라 영 칠 시간이 없어서.”

백은찬 역시 나랑 마찬가지였다.

“근데 넌 기타는 언제부터 배운 거야?”

“나? 아마 중학교 때부터 일 걸. TV에서 어떤 가수가 기타를 치는데 그게 멋있어 보이더라고. 그래서 도전했지.”

중학교 때부터면 그래도 꽤 됐네.

최소 3년 정도.

“그래서 연습생 때도 기타 계속 배우고 싶다고 회사에도 말했었어. 회사에서도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그러라고 하셨고.”

보통 회사에서도 연습생에게 악기를 배우는 걸 종종 추천하곤 한다. 아무래도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고, 그 밖에도 여러모로 이득인 부분이 많으니까.

그래서 백은찬처럼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무조건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편이었다.

“아, 참고로 드럼도 조금이지만 가능해.”

“뭐? 드럼도 칠 줄 알아?”

“난이도 높은 곡은 안 되지만, 적당한 선이면 그럭저럭하는 정도?”

오, 능력자네. 백은찬.

괜히 백은찬이 다시 보이고 그랬다.

“그래, 내가 막 다시 보이고 그러냐?”

“어떻게 알았어?”

“······진짜일 줄은 몰랐네.”

다시 보이고 그럼 좋지 뭘 그래.

“그러는 넌 언제부터 피아노를 친 건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아마 초등학교 때 일 걸.”

“오, 그럼 꽤 오래 쳤네.”

“별로 그렇지도 않아. 학원에 다닌 기간도 그렇게 길지 않고, 중간에 안 친 적도 있었고.”

처음 배울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치게 될 줄은 몰랐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된 거라.

“근데 넌 예고 쪽으로는 생각 안 해봤냐?”

“갑자기 웬 예고?”

“그냥. 피아노 오래 쳤길래. 그런 쪽으로도 생각할 수 있잖아.”

“전혀.”

예고는 전혀 생각을 안 해봤다.

애초에 그럴 수준도 못 되고.

무엇보다 피아노보다 난 노래가 좋았다.

피아노를 오래 친 것도 순전히 노래 때문이었고.

“뭐, 그래. 그래서, 넌 무슨 곡 한다고 했었지?”

“난 이거.”

“? 아, 이 곡. 이 곡 좋지.”

이번에 내가 연주할 곡은 바로 이라는 감성 알앤비 곡이었다.

이 곡은 사준이라는 남자 솔로 가수의 노래로,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감성적인 가사로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인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의 곡이다.

“백은찬, 넌 뭐 할 건데?”

“난 그냥 하려고.”

“괜찮겠네.”

“그렇지?”

백은찬이 할 는 지난해 히트한 달달한 분위기의 팝송이다. 워낙 유명한 곡인 탓에 나 또한 잘 알고 있었고.

“근데 너 정말 괜찮은 거지?”

그때 갑자기 백은찬이 분위기에 안 맞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뭐가?”

“그 프로그램 나가는 거 말이야.”

아, 그걸 물어보는 거였군.

정확히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단 신도하가 괜찮냐는 물음이었다.

“응. 안 괜찮을 게 없지.”

“진심이야?”

“응.”

괜찮지 않을 게 없었다.

신도하와는 형이 좀 얽혀있는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껄끄러운 게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능에 나가서 어떻게 하면 우리 그룹을 더 알릴 까이지 다른 게 아니었다. 그러니 거기에 더 집중해야지.

반면 그런 내 말을 백은찬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괜찮은 게 아닌 것 같은데.”]

“괜찮다니까 그러네.”

“음······.”

“그러지 말고 연습이나 하자. 우리 시간 얼마 없어.”

“그래, 뭐······.”

그렇게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곧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며칠 후.

제작진과의 사전 미팅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개인 곡을 들은 담당 PD의 반응은 다행히도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예상보다 실력이 훨씬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실력적인 면에서는 따로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요.”

이허성 PD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후에는 프로그램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허성 PD가 뜬금없이 나에게 물어왔다.

“근데, 세현 씨는···그 루트 멤버를 알고 있나?”

“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음······.”

그런 내 대답을 이허성 PD는 어쩐지 좀 석연치 않아 하는 얼굴이었다.

‘아, 혹시 멤버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냐고 물은 건가.’

섭외 요청이 왔을 때부터 그런 그림을 원하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귀찮으니 그냥 질문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척 넘겼다. 그게 통한 건지 이허성 PD는 더 이상 이와 관련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럼 방송에서도 지금처럼만 하면 될 것 같고. 아, 그러고 보니 그거 아직 안 알려줬죠?”

“네? 뭘요?”

“우리 이번 행사 어디로 가는 지 말이에요.”

“아, 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들은 게 없었다.

지난 회차들을 돌이켜보면, 이제껏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는 다양한 행사들에 방문했다.

민속 문화 축제부터 시작해 불꽃 축제, 사과 축제 등 꽤 다양했다. 이번엔 어디로 가려나.

“우리가 이번에 갈 행사는 바로 여기예요. 신 작가, 거기 홍보 팜플렛 좀.”

“네. 여기요.”

그렇게 우리의 눈앞으로 한 장의 팜플렛이 보여 졌다.

“공연 장소가 여기예요?”

“네.”

“아, 분위기는 좋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이허성 PD가 웃으며 동조했다.

그렇네. 정말 분위기는 좋을 듯 했다.

여기서 공연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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