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온에어 게시판은 지금….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의 시청 온에어 확인. 해당 온에어 게시판에는 지금 놀랍게도 모두 동일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백은찬 표정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은찬이 놀라는 표정ㅋㅋㅋㅋ
- 윈썸 멤버 놀라는 표정 웃기닼ㅋㅋㅋㅋ
- 눈 커지는 것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거 짤 많이 만들어질 듯ㅋㅋㅋㅋㅋㅋ
“형! 놀랍게도 반응들이 다 똑같아요!”
“뭔데? 뭐가 어떻게 똑같은데?”
“욕이라도 달려 있디?”
그러자 신하람이 곧바로 자신의 폰 화면을 멤버들 쪽으로 돌려주었다.
“욕은 없는데 ‘ㅋ’가 굉장히 많아요.”
“백은찬 너무 웃겨, 은찬이 표정 좀 봐라, 열심히 리액션 하는 게 신인답다···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데?”
“그, 그래. 이 정도면 괜찮네.”
그걸 보던 백은찬이 곧 안심이라는 듯 말했다. 나름 반응이 걱정이 되긴 했던 모양이다.
“설마 리액션 계속 저런 식이었냐?”
“몰라, 나도. 현장에선 그냥 리액션 열심히 해야겠다 그 생각밖에 안 해가지고······.”
이에 안지호가 안 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현이 형이 보기엔 뒤에 어땠어요?”
“내 기억으론 그래도 저 정도로 크게 리액션 한 건 없었어.”
아마도.
그 뒤로는 크게 걸렸던 게 없던 것 같다.
“아니, 근데 반응도 나쁘지 않으니까 괜찮지 않아? 그냥 좀 웃길 뿐이지······풉.”
“맞아요! 그렇게, 풉, 아무튼 이 정도면 귀여운 편이죠, 풉.”
“둘 다 그만 웃어요.”
백은찬이 그런 윤도운과 신하람을 있는 힘껏 노려보며 타박했다.
“그렇지. 리액션 잘하면 좋지, 뭐.”
“우세현 너도 웃으면서 말하지 마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던 모양이다. 어이쿠. 이런.
방송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그다음으로 나온 장면은 선곡 회의 씬이었다.
[한성진 : 게스트 의견부터 들어볼까요?]
[우세현 : 전 <그 계절의 시작>이요.]
[백은찬 : 저는 <봄꽃을 너에게>요.]
“결국 ‘봄꽃을 너에게’가 된 거죠?”
“응.”
그렇게 선곡은 <봄꽃을 너에게>가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쯤, 신도하가 나서며 말했다.
[신도하 : 저 제안 하나 하고 싶은데요.]
[김무관 : 어, 뭔데?]
[신도하 : 보컬 부분을 좀 나눠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도하의 제안!]
[신도하 : 세현 씨랑 같이 부르고 싶어서요.]
그리고 1부가 끝났다.
요즘엔 공중파도 케이블처럼 1부와 2부로 나눠서 편성을 하고 있는 통에 딱 이 부분에서 끝이 난 것이다.
“편집이 아주 절묘하네.”
“온에어, 한번 더 확인해볼까요?”
“한번 봐보자.”
그리고 약 60초의 쉬는 시간 동안 우리는 한 번 더 방송 온에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온에어 게시판은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 헐 신도하랑 우세현이랑 듀엣이야?
- ㅁㅊ 신도하랑 우세현이랑 같이 노래 부르려나봐
- 근데 어떻게 같이 부른다는 거지? 정말로 나눠서 부른다는 거?
- 이거 후기 없었어? 어떻게 불렀는지 궁금한데
- 신도하랑 우세현이라니 진짜 상상도 못해본 조합이다ㄷㄷㄷ
“와, 반응 올라오는 속도가 아주······.”
“그럴 만도 하지. 다들 전혀 예상 못했을 테니까. 방송 이전에 스포 단속도 잘 된 편이고.”
확실히 이러한 반응들은 스포 단속이 잘 된 게 컸다.
오늘 같은 경우 스포가 미리 풀렸다면 그만큼 감흥도 낮았을 터인데, 스포가 잘 지켜진 덕에 훨씬 더 반응이 크게 나타났다.
아마 제작진도 이걸 위해서 더 열심히 스포를 단속한 게 아닐까.
곧이어 2부가 시작되었다.
방송은 딱 끝났던 그 시점보다 조금 앞에서부터 다시 시작됐다.
이후 신도하의 제안에 나머지 패널들의 반응이 나왔고, 그에 대한 내 반응도 나왔다.
[신도하 : 세현 씨는 할 수 있겠어요?]
[우세현 : 영광이죠.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어서는 밴드의 연습 장면들이 나왔다.
다들 주어진 자리에서 각자의 포지션을 연습했고, 신도하와 나의 경우 함께 보컬 연습을 하는 부분이 나왔다.
그러면서 신도하는 이따금씩 내게 보컬을 알려줬고, 예상했던 대로 앞선 장면과 같은 장면은 편집 없이 모두 방송에 나왔다.
‘연출은 마치 선생님과 제자 같은데.’
대충 보기엔 그랬다.
아마도 의도도 그렇게 한 걸 테고.
- 신도하 되게 자상하다 우세현한테 엄청 친절하게 알려주네ㄷㄷㄷ
- 신도하가 노래를 잘하긴 해 괜히 탑 보컬이 아님
- 의외로 둘 사이 좋아보이는데?ㅋㅋㅋ
- 뭔가 쫄리는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
- 당연히 둘 다 카메라 앞이니까 이미지 생각해서 그런 거겠지ㅋㅋ설마 실제로도 저렇게 친하겠냐
뒤이어 나머지 연습 장면들은 생각보다 많이 잘렸다. 연습 과정 같은 경우 정말로 연습을 하는 것뿐이니 최소화하는 게 당연하긴 했다.
[공연 당일]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새 공연 당일이 되었다. 공연 당일 날 풍경은 공연 전 패널들이 다 같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주로 나왔다.
[제작진 : 이제 공연 들어갈게요.]
[어느새 공연이 임박한 순간!]
[뒤이어 각자의 포지션을 찾아가는 출연자들]
그리고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었다.
* * *
- 와 이번 특음밴드 선곡 좋았다
- 오늘 특음밴드 무대 괜찮았다 게스트가 있어서 그런지 평소랑 달라서 좋았음
- 신도하랑 우세현 보컬 화음 쩔었다 이 조합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 ㅠㅠ
- 우세현 생각보다 노래 훨씬 더 잘한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나온 신인 중 보컬은 탑인 듯
- 이번 곡에 우세현 보컬 넣은 거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음ㅇㅇ 노래가 훨씬 더 세련돼졌어
- 오늘 처음 봤는데 특음밴드 기대했던 것보다 무대 퀄이 훨 좋네 다들 실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방송이 끝나자 곧바로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의 오늘 방송분과 관련된 글들이 커뮤니티에 쏟아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의 무대, 그러니까 특음 밴드의 무대에 관해서는 전반적으로 호평들이었다.
보컬, 드럼, 기타 등 포지션 구분 없이 모두 생각 이상이었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었다. 그리고 해당 공연의 무대 연출 또한 잘 되었다는 평 또한 대부분이었다.
- 제목 : 특밴드 현장 공연 후기
방송도 됐고 하니 이제 후기 남김!
이번 회차 벚꽃 축제분 특밴드 현장에서 공연 봤는데 진심 저 때 현장 분위기 엄청 좋았어 첨엔 다들 특밴드 잘 몰라가지고 어리둥절 했었는데 공연 시작하니까 그냥 함성함성함성이었음ㅇㅇ 아, 그래도 다들 신도하는 귀신 같이 알아보더라ㅎㅎ
그리고 다 반응 쩔었는데 우세현 노래 부를 때 특히 더 반응이 쩔었음 이건 진짜 현장에서 들어야하는데....방송에서도 잘 나온 것 같지만 현장은 더 쩔었음 될 수 있으면 언제 한번 라이브로 듣게 되길 바람
└ 세현이 그렇게 쩔었어? 궁금하다ㅠㅠ
└ 근데 우세현은 파트도 많이 없던데 반응이 그렇게 좋았음?
└ [글쓴이] : ㅇㅇ 파트는 없지만 그 얼마 없는 파트를 찰떡같이 소화함 일단 성량부터 씹사기
그렇게 <특별한 밴드>의 이번 회차는 이전 회차들과 달리 화제성이 확실히 뛰어났다.
이전 무대들과 실력적인 면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으나 확실히 일일 게스트라는 새로운 요소를 넣음으로써 이전에는 없었던 어떠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방송이 끝나자 프로그램명이 실시간 트렌드에 높은 순위로 올라온 것은 물론이고, 이후 N 사이트에 올라온 공연 클립본은 상당한 뷰 수를 기록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시청률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었다.
화제성은 뛰어났지만 수치로만 따지자면 이전과 크게 다른 게 없었고 여전히 높지 않은 시청률이었다.
제작진은 그러한 측면이 조금 아쉽기는 했으나 그래도 당초 목표에 따라 조금이나마 젊은 층에게 어필이 됐다는 자체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화제성에 담당 PD인 이허성은 잠시 고민을 했다.
‘앞으로 게스트 제도를 도입해야 하나.’
생각해보면 이번 회차의 화제성은 거의 게스트로 인해 나온 거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허성은 곧 그 생각을 접었다.
그러기엔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서였다. 무엇보다 밴드 공연에 있어서 팀원들의 합과 케미는 매우 중요했다.
괜히 새로운 시도를 해보겠답시고 섣불리 게스트를 불렀다가는 이때껏 공들여 만들어 놓았던 팀원들의 합이 그대로 무너질 수가 있었다.
‘거기에 매번 공연이 가능한 게스트를 찾는 것도 일이고······.’
그래서 이허성 PD는 그냥 다른 쪽으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냥 다음에 윈썸을 한 번 더 부르자.’
라고.
* * *
[봄꽃이 쏟아지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예쁜 봄꽃 하나를 너에게 건네고 싶어
너무도 예쁜 그 꽃 하나를, 너에게.]
컨텐츠 제작사 라운드 필드의 모 세미나실. 지금 그곳에서는 화면 너머로부터 우세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곳에 홀로 앉아있던 이원영 기획 팀장은 지금, 태블릿을 통해 요즘 커뮤니티 사이에서 한창 화제가 되었던 공연,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의 지난 무대를 보고 있었다.
‘이 친구, 확실히 노래를 잘해.’
이원영 팀장은 그렇게 밴드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실 이원영 팀장은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를 매주 시청하는 열렬 시청자였다.
평소에도 밴드 공연을 즐겨보던 그였기에 앞선 프로는 그야말로 그의 최애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 그는 우연히 특별 게스트가 나온다는 회차를 보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아주 만족스러운 무대를 보았다.
연예인 밴드인 만큼 서툴고 투박한 게 당연했지만, 그 무대만큼은 정말 좋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또, 연주도 연주지만 그 속에서 어우러지는 보컬들의 합도 듣기 좋았다.
항상 신도하의 보컬만을 듣다가 새로운 보컬을 듣게 돼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름 모를 신인의 목소리는 확실히 귀에 꽂히는 게 있었다.
다시 말해 새로웠다.
그 새로움이 무대와도 잘 어우러졌고.
비록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명의 시청자로서 지난 밴드의 무대는 정말 좋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게스트들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그리고 그들이 속해있는 그룹에 관해서도.
찾아보니 정말로 이제 막 데뷔한 신인에 불과했다. 앞서 나온 소개로 신인인 줄을 알았다만, 이렇게까지 신인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 놀라기도 했다.
‘요즘 신인들은 참 실력들이 좋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원영은 종료된 영상을 다시금 돌려보았다. 몇 번을 봐도 좋았다. 이번 무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딱이야.’
그리고 그 무대를 보며 반복해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현재 라운드필드에서 제작하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 애니메이션 OST 가수로 아주 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