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우리도 이제 슬슬 정해야지.
오후 5시.
<공간을 이동하는 회귀자>의 오프닝 OST ‘Beyond the space’가 공개되었다.
공개된 영상은 화려한 연출과 더불어서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특유의 색감이 두드러졌다.
해당 영상은 전체적으로 밝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두운 분위기가 연출되곤 했는데, 오프닝 곡은 이러한 영상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영상을 본 이들은 영상과 노래퀄이 잘 빠졌다며 대부분 호평을 보냈다.
게다가 원작 웹툰이 요일 1위에 달하는 인기 웹툰이다 보니 짧은 오프닝 영상에도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HOT!]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는 웹툰 ‘공간을 이동하는 회귀자’ OP 영상 선공개
웹툰만 보던 사람들도 애니메이션 퀄이 잘 빠졌다는 소식이 들리자 다들 한 번씩 이를 클릭했다.
그리고 오프닝 영상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너튜브 인기 동영상으로 오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제작팀의 팀원인 김미나는 이와 같은 광경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체적으로 반응들이 다 좋네.’
오프닝 영상도 영상이지만, 곡에 대한 호평들이 줄을 이었다.
- 비욘드 스페이스 이 노래 진짜 넘 좋다ㅠㅠ
- 이번에 공간 회귀 오프닝 잘 빠진 것 같다
- 다들 윈썸 오스트 한번씩만 들어봐바 겁나 좋음
- 역시 애니메이션 오스트는 듣는 맛이 있음 뭔가 들으면 없던 뽕이 차올라
- 우세현 후렴 부분 진짜 뽕 맥스야ㅋㅋㅋㅋㅋㅋ 노래방에서 부르고 싶다
제가 듣기에도 확실히 이번 오프닝 곡은 잘 빠졌다. 처음에 가이드를 듣자마자 괜찮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가이드로 들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았다. 훨씬 더 색이 입혀진 느낌이랄까. 그 색이란, 우리가 오프닝 곡에 원했던 색이자 윈썸의 색이기도 하였다.
‘역시 실력이 확실하네, 윈썸이.’
그걸 이번 기회를 통해 김미나는 다시 한번 제대로 깨달았다. 아무래도 팀장님의 눈이, 아니 귀가 정확했던 모양이었다.
‘심지어 음원 사이트에 차트인······.’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자몽에는 차트인 하지 못 했지만, 또 다른 음원 사이트인 빈스와 램프에는 당당하게 차트인을 했다.
- [BINS!] 80 : Beyond the space
- [램프] 192 : Beyond the space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꽤 괜찮았다. 듣는 귀는 어느 나라나 다 똑같은 건지.
이제야 김미나는 왜 이원영 팀장이 체이스가 아닌 윈썸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체이스의 보컬로는 분명 지금과 같은 느낌을 내기 어려웠을 터였다.
가장 많은 파트를 차지했을 체이스의 메인 보컬의 경우 성량이나 테크닉은 훌륭하지만, 음색이 좀 아쉬웠으니까.
그리고 윈썸은 체이스보다 리드 보컬이 훨씬 탄탄했다. 그만큼 메인 보컬을 잘 받쳐주었고, 결과적으로 곡의 퀄리티를 한층 더 높였다.
이는 랩 파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메인 래퍼가 랩을 잘하는 건 둘째치고, 메인 래퍼의 목소리가 보컬들과 잘 어우러졌다.
간혹 잘 만들어진 곡에 랩이 그 흐름을 깨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곡에서는 그런 걸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다시 한번 오프닝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곧바로 흘러나오는 곡의 전주.
이어 나오는 우세현의 시원하고도 청량한 목소리를 들으며 김미나는 다시금 영상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노래 한번 진짜 기깔난다.’
그렇게 그녀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윈썸의 노래에 빠져들고 있었다.
* * *
모처럼의 주말.
멤버들과 난 곧바로 거실에 모여, 오랜만에 다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 모바일 게임.
BGM은 최근에 나온 우리의 애니메이션 OST 곡, 비욘드 더 스페이스.
[Taget! Taget!
목표를 정조준하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공간의 이동]
“이거 들으면 진짜 게임할 맛 난다.”
“맞아요. 진짜 뭔가 게임 BGM으로도 좋은 것 같아요.”
확실히 그런 느낌이 있지.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어서 그런가.
훨씬 그 느낌이 사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게임을 숙소 규칙으로 정한 사람이 누구였지?”
“하람이.”
“아, 신하람.”
“왜요. 다 같이 하면 더 재밌고 좋잖아요.”
우리가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게임을 하고 있는 건, 바로 이전에 정했던 숙소 규칙 때문이었다.
숙소 규칙 중 하나였던 [쉬는 날에는 다 같이 모여 게임하기] 바로 그 규칙.
다행히 모두가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있어서 이렇게 쉬는 날이 되면 멤버들과 다 같이 모여 게임을 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생방송, 탑 가요!]
“뭐야, 티비는 누가 틀어놨어.”
“은찬이 형이요.”
“티비 소리 없으면 심심해서 안 돼.”
마침 틀어 놓았던 음악도 꺼진 터라 숙소가 조용하던 참이긴 했다.
“근데 아무도 안 보는 거 아니야?”
“아니, 형. 아무도 안 보다뇨. 저 지금 보고 있거든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백은찬의 시선은 여전히 핸드폰만을 향해 있었다.
“티비, 끌까?”
“아! 우세현! 나 보고 있다니까!”
안 보고 있는 것 같던데.
하지만 극구 말리는 백은찬에 그냥 두기로 했다.
백은찬이 틀어 놓은 방송은 때마침 하고 있던 일요일 음악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화면에서 나오는 노래들을 BGM 삼으며 게임에 집중했다.
그리고 음악 방송이 이제 막 막바지에 다다를 때쯤, 최근 컴백한 티어로브가 화면에 등장했다.
“어, 티어로브 선배님들 아니야?”
“뭐? 티어로브?”
그 말 한마디에 멤버들은 마치 짠 듯이 하고 있던 게임을 멈춘 채로 티어로브의 무대에 집중했다. 물론 나 역시도.
지난주에 컴백한 티어로브는 방송의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1위 발표.
[축하합니다! 티어로브!]
당연하게도 티어로브가 그날의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티어로브의 리더가 능숙한 모습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가장 먼저 우리 티럽들 사랑하고요.]
티어로브의 팬클럽 이름은 티러브 (Tee-Love)였다. 줄여서 티럽. 워낙 유명하고, 또 자주 들었기에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멤버들은 하나 같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건 1위를 해서 부럽다와 같은 게 아니었다.
[“팬클럽 이름. 우리도 이제 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우리도 이름이 있으면 좋을 텐데.”]
[“팬클럽 이름은 언제 정하지?”]
그건 바로 팬클럽명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슬슬 정해야 하지 않을까.”
“어? 뭘?”
“이름 말이야. 팬클럽 이름.”
그런 내 말에 그 순간, 멤버들은 모두 눈을 빛냈다. 다들 엄청 바라고 있던 모양이네. 나도 그렇지만.
이후, 방송이 끝나자마자 팬클럽 관련 사항으로 회사에 연락을 넣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에 대한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 * *
며칠 뒤,
회사에서는 윈썸의 팬클럽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에 따라 팬들이 제출한 다양한 이름 중 몇 가지 후보를 선별한 뒤, 팬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나서 앞선 팬 투표 결과와 멤버들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여 최종 이름을 결정하는 거였고.
그리고 앞선 투표에 오를 후보들은 팬 마케팅팀이 회의를 거쳐 선별하기로 했다.
팬클럽명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팬들은 곧바로 이에 환호했다. 아무래도 그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았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도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 이후로 약 일주일간 이름 모집을 받았고, 곧바로 팬 마케팅팀의 이유진 매니저님을 통해 선별된 후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별된 이름은 모두 6개고, 여기서 너희들이 원하는 이름 한 가지를 고르면 돼.”
곧바로 우리는 화면에 띄워진 후보 명들을 하나씩 천천히 읽어나갔다.
- 러브썸 (Lovesome)
- 멜로우 (Mellow)
- 마음
- 위시 (Wish)
- 스마일 (Smile)
- 위티 (Wety)
“난 러브썸이 제일 좋은데.”
가장 먼저 의견을 표한 건 백은찬이었다.
“윈썸, 러브썸. 뭔가 연상되기 좋잖아.”
“의미도 좋긴 하다. ‘사랑스러운’이란 의미래.”
“그쵸? 의미도 좋아요.”
러브썸. 러브썸도 괜찮지.
뜻이나 어감이 예쁘긴 했다.
“중간에 한글도 있네요? 마음.”
“응. 한글도 괜찮을 것 같아서 넣어봤어.”
“그러고 보니 우리 구호에 ‘Mind’가 들어갔었지?”
“맞아요.”
‘Keep in mind’.
우리의 팀 구호였다.
마음에 새기라는 의미였고.
아무래도 그 점을 고려해서 공모를 해주신 듯 했다.
“그럼 간단하게 각자 마음에 드는 걸 하나씩 골라보자.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온 걸로 정하는 걸로.”
“결국 다수결로 가자는 거죠?”
“그렇지. 그 방법이 제일 낫잖아.”
그래서 결국 우리는 각자 원하는 팬클럽명을 하나씩 말해보기로 했다.
나의 경우, 멜로우 (Mellow)를 꼽았다.
일단 처음 봤을 때, 멜로우란 단어가 가장 눈에 띄었고 그 나름의 의미도 마음에 들었다.
- 멜로우 (Mellow)
(1) 부드러운, 따뜻함을 의미하는 영단어로 윈썸에게 따뜻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의미
(2) WINSOME의 ‘W’과 팀 구호, Keep in mind의 ‘M’이 모두 들어가 있는 단어
더불어서 뭔가 후보들 중에서 멜로우가 가장 눈에 띄기도 했고.
하지만 멜로우를 선택한 사람은 정작 나 혼자였다.
다른 멤버들은 제각기 다른 이름들을 선택했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모두 달랐다.
다시 말해 겹치는 것 없이 모두 다른 걸 선택했다는 말이다.
“정리하자면, 세현이는 멜로우, 은찬이는 러브썸, 도운이는 스마일, 하람이는 위티, 지호는 위시, 선빈이는 마음인가.”
“이렇게 다다르기도 쉽지 않은데.”
“그러게. 신기하게도 다다르다.”
그렇지. 그게 참 신기하기는 한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그나마 뭐가 좀 겹쳐야 다수결을 진행하던가 할 텐데.
잠깐. 그러고 보니 팬 분들도 투표하시지 않았나? 팬클럽명.
“매니저님.”
“응?”
“팬 분들도 마찬가지로 팬클럽명 투표하셨다고 했었죠?”
“아, 그래. 맞아.”
이에 이유진 매니저는 빠르게 해당 결과를 찾아보았다. 팬들의 의견을 보면, 아무래도 결정하는 게 조금 더 쉬워질 것 같아서.
“뭐가 1등일까?”
“말해 뭐해, 당연히 위시지.”
“뭔 소리야? 당연히 러브썸이지.”
“제가 보기엔 둘 다 너무 평범해요. 그런 의미에서 위티가 딱 이죠.”
“솔직히 러브썸이 1등은 아닐 수도 있는데, 무조건 상위권에 있을걸?”
“그건 니 생각이고.”
“와, 안지호. 어떻게, 내기 한번 해?”
“내기해. 난 상관없어.”
아니, 뭘 내기까지 하고 그러냐.
근데 솔직히 말해서 러브썸이나 위시는 모르겠지만, 멜로우는 무조건 상위권에 있을 것 같긴 했다.
그렇게 앞서 나온 내기는 이상하게 이야기가 쭉쭉 진행이 되는 듯 싶더니 이윽고 멤버 전원이 그 내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근데 상품은요? 내기인데 상품 같은 것도 있어야죠.”
“상품?”
그러고 보니 그걸 생각을 못 했네.
내기라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때, 백은찬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는 듯이 멤버들을 향해서 말했다.
“간단하게 이걸로 하자.”
“뭔데?”
“앞으로 하루 동안 센스쟁이라고 불러주기.”
센스쟁이?
아니, 잠깐. 그렇게 불리고 싶진 않은데······.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네?”
“그거 괜찮네. 그거 해.”
“나도 좋아.”
“저도 좋아요. 하루 동안 무조건 센스쟁이로 불러주기!”
잠깐, 진짜로 센스쟁이로 하자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고 있었다.
“좋아, 그럼 1등을 차지한 사람이 앞으로 하루 동안 윈썸의 센스쟁이다.”
그리고 결국 말릴 틈도 없이 내기의 승리자는 센스쟁이가 되기로 했다. 하하. 센스 쟁이.
“매니저님, 이제 결과 보여주세요!”
“알겠어.”
그리고 앞선 말을 들은 이유진 팬 매니저가 곧바로 이에 대한 결과를 공유해주었다.
“투표 결과, 팬 투표에서 1등을 차지한 건 바로 이거야.”
동시에 눈앞에 발표된 투표 결과.
그리고 그 결과에 우리는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